한국IT직업전문학교 김준섭 학장, "현장과 같은 실습 교육이 필요합니다"
[IT동아 권명관 기자] 지난 2017년 8월 25일,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한국IT직업전문학교를 찾았다. 한국IT직업전문학교는 1998년 설립한 국내 최초 IT 특성화 학점인정 교육기관이다. 국내 IT 산업 현장과 똑같은 시설과 장비를 갖춰, IT 기업에서 일하듯 실습하는 것이 차별점이다. 양재관, 생활관, 다산관과 강남에 위치한 교양관을 포함 총 4개 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IT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양성을 위해 산학협력 기반으로 기업의 기술 수요를 반영해 커리큘럼을 운영 중이다.
취업과 진학 실적도 높다. 전체 졸업자 중 취업률 80%, 진학률 9%를 달성했으며, 2010년부터 2016년 사이 진학자는 350명, 취업자는 3,120명에 이른다. 현재 한국IT직업전문학교는 시각디자인과 모바일/웹디자인, 일러스트를 교육하는 '디자인스쿨', 웹툰과 만화애니메이션, 출판만화를 교육하는 '카툰스쿨', 융합보안(3년제), 컴퓨터 보안, 사이버경찰(포렌식), 해킹바이러스대응을 교육하는 '정보보안스쿨', 게임프로그래밍(3년제), 게임 기획(3년제), 게임그래픽, 게임스토리텔링을 교육하는 '게임스쿨', 컴퓨터공학, 드론/로봇, 사물인터넷, 앱개발을 교육하는 '융합스마트스쿨' 등 총 5개 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직접 한국IT직업전문학교 김준섭 학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IT 특성화 교육기관, 한국IT직업전문학교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처음 한국IT직업전문학교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잘 알지 못했다. 먼저 소개를 부탁한다.
김준섭 학장(이하 김 학장): 하하. 아니다. 그럴 수 있다. 이렇게 말하고 싶다. 한국IT직업전문학교는 기업, 산업과 연계해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교육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사실 이 부분은 국내 대학교뿐만 아니라 모든 교육 기관이 추구하는 부분이다.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 일원으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정말, 실제 필요한 것을 알려줘야 하지 않겠는가. 이에 한국IT직업전문학교는 '실무 중심의 프로젝트'를 슬로건으로 내건다. 학사일정에 프로젝트를 부여해 학생들이 직접 현장에서 일하는 듯한, 실습 위주의 교육을 진행하는 이유다.
2018년도 신입생을 9월 7일까지 모집하고 있는데, 이를 알리기 위한 포스터에도 '대학보다 낫다'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개인적으로도 한국IT직업전문학교가 '대학보다 낫다'라고 생각한다(웃음). 학사 학위를 받아 4년제 졸업장도 제공한다.
IT동아: 학위 취득을 빨리 할 수 있다고 들었다.
김 학장: 한국IT직업전문학교는 노동부가 인가한 학점은행제를 운영하고 있다. 노동부 인가 학점은행제는 관련 전공의 자격증을 취득해 최소 6학점, 최대 20학점까지 인정받을 수 있고, 학사 학위 취득 자격증은 총 3개까지 취득할 수 있다. 이에 학위 취득을 보다 빨리 할 수 있는 것으로 학생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는다. (대학과 똑같은 것이냐는 기자 질문에) 맞다. 교육부에서 학위를 인정 받을 수 있다. 대학과 같은 교육기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어떻게 보면, 대학보다 더 깐깐하다. 출석율도 철저하게 반영하고, 학점도 교수진이 개인 감독 형태로 관리한다. 아, 교수 임용 조건도 까다롭다. 전문 학사 취득 후 10년간의 실무 경력 또는 4년 학사 취득일 경우는 7년 이상 실무 경력이 있어야 한다. 이외에도 IT 현장에서 각 분야 별 실무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교수 채용으로 우선한다. 현재 교수진 중 70~80% 현장 실무를 경험했다. 현재 강의 중인 교수 중 일부는 일과 수업을 병행하는 경우도 있다.
스스로 진로를 설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IT동아: 학장으로 역임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는지 궁금하다.
김 학장: 평생을 금융권에 금융 교육과 마케팅 등으로 일했었다. 한국IT직업전문학교로 오기 전에 서강전문학교에서 부학장으로 일했었고, 지난 2008년 8월 16일부터 이곳으로 옮겼다. 이후 한국IT 경영학부장, 취업지원 센터장 등을 거쳐 2015년 9월부터 학장으로 취임했다.
개인적인 교육 철학이랄까, 취업과 산학 협력을 진행하면서, 많이 느꼈던 부분이 있다. 학생들을 관리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진로'라고 생각한다. 이에 우선적으로 준비한 것이 맞춤형 취업 지도 관리였다. 학장으로 취임하면서 가장 먼저 '지도 교수' 시간을 배정했다. 매주 교수와 학생들이 상담하는 시간이다. 그저 의무적으로, 시간 때우는 방식은 지양한다. 교수와 학생이 대화하는 시간으로 학생 스스로 진로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다.
취업을 목표로 하는 학생이라면 원하는 회사를 정하도록 하고, 육군 또는 공군 장교로 진학을 원하는 학생이라면 관련 지식을 알려주는 등 학생이 진지하게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고민할 수 있도록 함께한다. 이후 학생이 스스로 '타임 스케쥴'을 만든다. 진로 목표에 따라 어떤 자격증을 딸 것인지, 어떤 부분을 공부해야 하는지 등을 알려주고,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리고 전공과 연결할 수 있는, 배운 지식을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연계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개인적으로 직업상담사 자격증도 2011년에 취득했다. 올해 63인데, 학생에게 필요한 것을 주기 위해서는 나부터 스스로 노력해야 하지 않겠는가. 뒤늦었지만, 방송대학교에서 교육학 학위도 취득했고…. 학장실로 직접 찾아오는 학생들도 많다. 개인적인 욕심으로 취업, 상담 관련 특강도 많이 진행했다(웃음).
IT동아: 학생을 생각하는, 학생의 진로를 걱정하는 부분이 남다른 것 같다.
김 학장: 학생들은 대부분 진로를 걱정한다. 졸업 후에 무엇을 할지, 어떤 것을 할지 모르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이건 어느 교육 현장을 가도 마찬가지다. 정답을 외우고, 이론을 대입해 푸는 문제 풀이는 현장에서 필요로 하지 않는다. 교육 기관도 잘 알고 있지만, 기존의 방식과 새로운 방식 사이에서 타협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지 않은가. 그래서 한국IT직업전문학교는 실습 위주, 프로젝트 단의 커리큘럼 등으로 대체한 것이다.
여기에 현재 운영 중인 기업과 산학협력을 진행하고, 현직 개발팀장 등을 모셔와 특강을 진행한다. 또한, 학생들이 진행하는 프로젝트 지원 등으로 혜택도 제공하고. 현실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 공부 잘한 학생은 서울 내 좋은 대학을 가지 않겠는가.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의 목표를 찾을테고.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으로 미처 학생들이 스스로 찾지 못했던 능력을 일깨우고, 스스로 노력해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공군학사에 합격한 학생들이 기억난다. 네트워크 보안, 평가/분석 등 보안 관련으로 합격했는데, 지난 2012년 총 6명이 필기에 합격했고, 3명이 최종 합격을 했었다. 이후 매년 1~2명씩 공군학사로 진학한다. 학생들은 이렇게 진학하고, 취업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많이 어려워한다. 하지만, 잘 몰라서 어려운 것일 뿐, 방향을 잡아서 알려주면, 충분히 능력을 발휘한다. 한국IT직업전문학교는, 우리 교수는, 이 방향을 잡아 주기위해 노력한다.
IT 기업과 견주어도 부족하지 않은 실습장비
IT동아: 게임스쿨 과정을 위한 가상현실 HMD 'HTC 바이브(VIVE)'를 비롯해 정보보안스쿨 과정을 위한 '사이버포랜식 센터', '보안관제 센터'뿐만 아니라, 디자인스쿨을 위한 '만화 도서관'까지 갖췄다.
김 학장: 어떻게 교육을 이끌어 갈 것인가를 생각한 결과다. 오는 2023년이면 대학 희망자 40만 명이 무너진다고 한다. 학생 수는 급속도로 줄고 있다. 사회적으로 '대학을 갈 필요가 있는가?'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대학진학률은 85%까지 상승했다가, 현재 80%가 무너지고, 75~76%로 내려갔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 현재 일자리의 45%는 인공지능이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의사의 업무 중 80~90%를 인공지능이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이러한 환경 변화에 학생들에 대한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 실질적인 체험 학습, 현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 등을 연마하기 위해 교육 기자재가 시대에 뒤떨어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물론, (고품질 장비를 구축하는 것은) 힘들고 재정적으로 어렵지만, 우선적으로 시대에 부응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을 위해서 포기할 수 없었다. 그렇게 재단 차원에서 투자를 결심했다. 실제 다른 대학교 교수들도 이곳의 장비나 기자재를 부러워한다(웃음).
정보보안스쿨을 위한 디지털포렌식 센터 'KIT DFC(Korea IT Digital Forensic Center)'는 실제 포렌식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나 기업에서 주로 사용하는 장비와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이를 통해 전자적 증거물 데이터를 수집, 복구, 분석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을 실무형 수업으로 진행한다. 또한, 보안관제센터 'KIT SOC(Korea IT Security Operation Center)'를 실제 기업 내 IT 환경처럼 IDC와 SOC로 구성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현재 기업에서 사용하고 있는 서버, 네트워크, 보안 장비(솔루션) 등을 직접 경험하고, 운영할 수 있다.
최근에는 게임스쿨을 위해 'HTC VIVE'을 30대 이상 구축했으며, 이를 지원할 수 있도록 PC도 업그레이드했다. 또한, 사람의 동작을 인식하는 센서를 설치해 '모션캡쳐(Motion Capture)'할 수 있는 장비도 올해말까지 구축할 예정이다.
다산관에 위치한 만화 도서관은 중국 콘텐츠 기업 'IIE-STAR'로부터 1,400여 권을 전달받았다. IIE-STAR는 '자모 게임즈'가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서 이름을 바꾼 것으로, 현재 게임과 웹툰, 영화 제작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제작 및 유통하는 중국 기업이다. 얼마 전, 홍익대와 한국IT직업전문학교에 10년간 장학금을 지원하는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작년 1회 공모전을 진행했고, 올해는 6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2회 공모전을 진행 중이다. 이 공모전은 고등학생 대상으로 진행하는데, 작년 대상 수상자는 우리 한국IT직업전문학교에 입학해 현재 1학년 2학기로 재학 중이다.
상담을 통한 IT 전문 인력 양성 나서
IT동아: 학생들에게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특강을 자주 운영한다고.
김 학장: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운영하고 있다. 기업체로 취업하는 학생을 위해서 기업체 특강을, 군 장교를 바라보는 학생을 위해서 진학한 선배의 특강을 진행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졸업생 특강도 진행하며, 현직 게임업체, 정보 보안 업체 등의 개발팀장 특강도 연다. 이 역시 학교 운영 철학 중 하나로, 생생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들을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한다. 아, 군 장교 선배가 강의하러 오는 경우, 일부러 제복을 입고 오도록 부탁하기도 한다(웃음).
IT동아: 군 장교로 진학하는 학생 사례가 재미있다.
김 학장: (진학한 학생들이) 많이 고마워한다. 개인적으로 준비부터 필기, 면접 등을 마치 실제 치루는 것처럼 리허설을 준비할 정도로 많이 살폈다. 필기 시험 통과 이후 실기와 면접 과정을 3일 정도 진행하면서, 예상 질의서를 만들고, 어떻게 답변하면 좋을지 논의하고…. 학생들이 처음에는 많이 어려워했지만, 훈련하면서 달라지더라.
그렇게 진학하고, 취업한 학생들이 현장에서 실무를 원활하게 처리하는 것을 보면, (우리가) 틀리게 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졸업한 학생들에게 특강을 요청하면 만사 제치고 먼저 와준다. 참 고맙다.
IT동아: 확실히 다른 교육기관과 다르게,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고 개발하는 과정의 수업이 짜여있다.
김 학장: 이것 말고 다른 것을 가르칠 필요가 있을까 싶다. 하나라도 뭔가를 만들 줄 아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학교는 축제가 없다. 전 학생이 프로젝트팀에 들어가, 미션을 받고, 10개월 동안 열심히 만든다. 마지막에 경진 행사, 공모전 등을 통해 발표하고, 외부 기업 개발 팀장 등이 심사위원 참여해 심사한다. 그냥… 실무다. 일반적인 학교, 타 교육기관과 다른 차별점이다. 정규 프로그램은 15주를 교육하도록 되어 있는데, 전공 관련 하고 싶은 과목은 방학 기간 동안 심화과정으로 편성해 무료로 교육한다.
국내 최대 게임 축제인 지스타(G-STAR)에도 12년 동안 매년 참여해 학생작품을 출품했다. 학생들이 개발한 게임과 작품 등을 시연하고, 냉정하게 평가받는 자리로 활용한다. 또한, 현재 기업들과 연결할 수 있는 기회로도 적극 활용 중이다.
향후에는 프로젝트팀이 완성한 게임이나 작품, 서비스 등을 상용화할 수 있는 단계까지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학생들이 원할 경우, 창업도 지원한다.
IT동아: 상담하는 과정에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김 학장: 아무래도, 학생들은 진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마련이다.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 끝난 뒤, 목표를 설정하는게 어려워한다. 이에 다양한 진로 정보를 제공하는데, '고용 석사' 과정이 생각난다.
고용 석사는 일반적인 석사 과정 중 하나로, 교용 연계 프로그램이다. 중소기업 지원 정책인데,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학교와 정부가 지원해 추후 해당 기업으로 취업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석사 과정 학생에게 100% 국비로 교육을 지원하고, 석사 과정 이후 컨소시엄 참여 기업에 2년간 의무적으로 근무해야 한다.
현재 우리 학교를 포함해 숭실대, 광운대, 고려대, 동국대, 아주대 등 약 10개 학교가 고용 석사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실제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이 고용 석사 과정을 알려주고, 현재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졸업생이 있다.
한국IT직업전문학교이 지향하는 바는 간단하다. 학생이 원하는 것을 실제 현실에서 이룰 수 있도록 돕는데 있다. 그리고 가장 시급한 진학, 취업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학생과) 함께 고민한다. 앞으로도 우리 한국IT직업전문학교에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