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TAS 2017] '전시장'이 아니라 전 '시장'에 온 줄 알았습니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스마트 디바이스 쇼(이하 KITAS 2017)가 2017년 8월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다. 올해로 7회째를 맞는 KITAS 2017은 규모를 더욱 키워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을 것으로 기대했다. 참여 부스만 봐도 지난해 118개 기업, 220부스 규모에서 150개 379부스 규모가 되었고 때문에 지난해 코엑스 C홀(3층)에서 개최되던 행사는 1층 B홀로 옮겨가게 되었다.
과거에는 KITAS에서 스마트폰 주변기기를 중심으로한 제품이 주를 이뤘다. 케이스라던지 보조배터리, 블루투스 오디오(헤드셋), 이어폰,
헤드폰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행사는 매년 영역을 넓히면서 흥미로운 제품들이 속속 눈에 띄기 시작했고 내실을 다지는 듯 보였다. 물론
여전히 제품 판매에 열을 올리는 부스도 있었지만 특성상 어쩔 수 없다고 수긍했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KITAS는 IT 액세서리·주변기기
전시회였으니 말이다. KITAS도
그러나 사물인터넷 기기부터 3D 프린팅, 인공지능 기기, 웨어러블 장비, 스마트 모빌리티, 전자장비, 스마트 헬스케어, 센서 관련 기기 등이 출품되기 시작했다. 이는 판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지어 올해는 액세서리·주변기기 전시회가 '스마트 디바이스 쇼'로 이름을 바꿨다.
이름이 바뀌면서 기대감이 생겼다. 본격적인 IT기기 전시회로 발돋움하기 위한 주최와 주관사의 고민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시장에 발을 딛는 순간 기대감은 한 순간에 저 너머로 날아가고 말았다.
'쇼'는 없고 '마켓'은 있습니다
무릇 쇼(Show)라고 하면 신기하거나 혹은 특별한 무언가를 기대하게 된다. 해외 IT 쇼만 하더라도 관람객들의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오는 신기한 기술이 대거 공개되고, 미래까지는 아니더라도 공개된 신기술이나 기능을 총망라한 제품들이 수를 놓는다. 국내 IT 전시회는 그들만의 리그가 된지 오래지만 이름을 바꾼 KITAS가 이를 탈피하는 것까지는 아니어도 무언가 특별한 인상을 주는 구성을 관람객들에게 보여주지 않을까 싶었다.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쇼는 없었고 시장 한복판에 와 있는 듯한 인상이 느껴졌다. 부스는 스마트 디바이스와는 다소 동떨어진 아이템들이 제법 많았다. 여전히 KITAS 본연의 액세서리·주변기기가 많았다. 스마트폰 케이스, 차량용 거치대, 보조배터리, 이어폰 등이 부스의 1/3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들은 큰 목소리로 일제히 KITAS 기간 중에만 특별히 할인 판매한다고 외쳤다.
넓은 부스를 돌면서 혹시나 제품을 판매하지 않고 신기술이나 신제품을 홍보하는 브랜드가 있을까 싶었지만 그런 곳은 정말 드물었다. 이곳에 참여한 기업 최소 90%는 홍보보다 3일간 창고에 쌓인 상품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20~40%는 기본, 어디는 특별 할인가라며 이곳 행사가 끝나면 다시 이 가격에 살 수 없다며 관람객을 대상으로 호객 비슷한 행위를 하고 있었다.
거의 대부분의 부스에는 제품과 함께 가격표가 배치되어 있었다.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은 제품 전시대에 다가가 체험해 보려고 하면 부스 관계자는 가까이 다가와 "KITAS 특별가로 판매 중입니다"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꺼냈다. 그 때마다 기자는 '전시회에 온 것인가, 상설매장에 온 것인가' 혼란이 왔다.
타 행사에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다. 관람객 대상으로 특별한 가격에 판매한다며 판매에 열을 올리는 부스가 등장한다. 이야기 하고 싶은 점은 형평성이다. 사정이 있어 찾지 못한다거나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기회를 박탈당하게 되고 향후 관련 제품이 필요해도 제 값에 구매해야 된다. 참여 기업은 이 부분을 고민해 주었으면 한다.
전시장 깊은 곳으로 들어가니 사정은 조금씩 나아졌다. 웨어러블 기기, 스마트 모빌리티 등 스마트 디바이스가 곳곳에 시연되어 시선을 끌었다. 굿인터내셔널에서 선보인 스마트 캐리어, 코와로봇은 인상적이었다. 캐리어가 사람을 인식하고 따라오는 모습이 기자 외에도 관람객들을 끌어 모았다. 물론 안타깝게도 이곳 역시 해당 제품을 특별가에 판매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나마 스마트 디바이스 쇼에 어울리는 제품이라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취지 살린 내년 행사를 기대하며
앞서 언급한 내용은 사실 KITAS 본연의 의미를 고려하면 틀린 말은 아니다. 판매와 수출 등을 목적으로 만든 행사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는 '스마트 디바이스 쇼'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걸었다. 그렇다면 그 이름에 맞는 책임감이 필요해 보인다. 판매를 막을 수 없겠지만 시장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행위는 주최 측에서도 충분히 통제 가능한 부분이라 본다.
기자가 화장실에 들어섰을 때, 참가자 중 한 명이 꺼낸 이야기가 기억난다. 같이 온 친구에게 그는 "왜 여기에 왔는지 모르겠다. 볼 것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 친구도 "사전 신청해서 왔으니 다행이지 돈 내고 왔으면 화날 뻔 했다"고 대답했다. 그렇다. KITAS 입장료 5,000원 조차 아깝게 느껴질 정도로 행사 자체가 내실 없다는 의미다. 모두가 그렇게 느끼는 것은 아니겠지만 행사 자체에 만족하는 관람객이 많을지도 의문이다.
KITAS냐 스마트 디바이스 쇼냐. 아직 모호하게 느껴지는 가운데, 2018년에 열릴 차기 행사에서는 정확한 노선을 정해 관람객들에게 그 의도를 명확히 전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KITAS(판매)인가, 스마트 디바이스 쇼(전시)인가를 말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