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라이젠7 품은 게이밍 PC, HP 오멘 880 데스크탑
[IT동아 강일용 기자] 모든 게이머가 PC에 대해 잘 알 수는 없다. 하드코어 게이머가 PC에 대해 잘 아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때문에 많은 게이머들이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모든 게임을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게이밍 PC를 갖추고 싶은데 PC에 대해 잘 모르니, 가격대 성능비가 우수하다고 섣불리 조립 PC를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 제품 구입부터 조립, 사후관리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러한 하드코어 게이머들의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 PC 제조사들은 별도의 게이밍 브랜드를 만들고, 이 브랜드 이름으로 완제품 게이밍 PC를 시장에 출시하고 있다. 델의 에일리언웨어, 에이수스의 ROG, 그리고 오늘 얘기할 HP의 오멘(HP OMEN)이 바로 이러한 게이밍 PC 전문 브랜드다. HP 오멘은 최근 성황리에 진행 중인 오버워치 월드컵의 공식 스폰서이자 경기 진행용 PC이기도 하다.
솔직히 말해, 예전에는 이러한 완제품 게이밍 PC의 가격대 성능비가 조립 PC에 비해 떨어졌다. 브랜드 가치와 A/S 지원을 감안하더라도, PC에 대해 잘 아는 게이머라면 조립 PC를 선택하는 쪽이 훨씬 이익이었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 공급 물량과 가상화폐 채굴 이슈 때문에 메모리(RAM) 가격과 그래픽카드의 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완제품 게이밍 PC와 조립 PC 간의 가격차이가 매우 좁혀졌다. 때문에 이제 PC에 대해 잘 모르는 게이머도 가격대 성능비에 대한 걱정 없이 완제품 게이밍 PC를 구매해도 된다.
조립 PC와 큰 가격 차이가 없는 완제품 게이밍 데스크탑
'HP 오멘 880-025KR' 게이밍 데스크탑(이하 오멘 880)이 이렇게 본의 아니게(?) 가격대 성능비가 우수한 완제품 게이밍PC다. 오멘 880은 사양별로 다양한 모델이 시중에 출시되었다. 인텔 CPU를 채택한 제품도 있고, AMD CPU를 채택한 제품도 있다. 엔비디아 지포스 1080을 탑재한 제품도 있고, 1070을 탑재한 제품도 있다. 저장공간도 SSD 1TB부터 256GB까지 취향에 맞춰 선택할 수 있다.
<오멘 880 게이밍 데스크탑>
오늘 리뷰할 오멘 880은 AMD 라이젠7 1800X(CPU), 수냉식 쿨러, 엔비디아 지포스 1080(그래픽카드), 16GB DDR4 메모리, 256GB 용량의 M2 SSD+ 2TB HDD, 500W 정격파워, 윈도우10 홈 운영체제 등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DVD 멀티 드라이브, 블루투스까지 지원하는 무선랜, HDD 확장베이 등을 갖춘 최고급 게이밍 PC다. 시중의 모든 게임을 풀옵션으로 즐기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일단 가격부터 얘기해보자. 오멘 880-025KR의 가격은 270만 원선이다(인터넷 최저가 기준). 오멘 880-025KR 과 동일한 성능의 PC를 조립하려면 어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할까. 기자가 직접 견적을 내보니 대략 250만 원 내외의 비용이 필요했다. HP라는 브랜드,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케이스, A/S 지원, 수냉 시스템 조립비 등을 감안하면 20만 원 정도의 추가 지출은 생각보다 합리적인 편이다. 적어도 과거처럼 50만 원 이상의 가격 차이가 나 사용자들을 경악시켰던 때보다 장족의 발전이다.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강렬한 디자인
오멘 880은 마그네슘과 철로 구성된 검은색 미들타워 케이스에 붉은색을 강조한 LED 디자인을 채택했다. 검은색과 붉은색의 대비를 통해 강렬한 느낌의 디자인을 전달한다. 전원을 넣으면 전면의 HP 오멘 브랜드에 붉은 색 불이 들어오고, PC 내부의 수냉식 쿨러 시스템도 똑같이 붉게 빛나기 시작한다. 이러한 내부 LED는 제품 좌측의 반투명 유리를 통해 볼 수 있다. 반투명 유리 덕분에 부담스러울 정도로 붉게 빛나지 않고 은은하게 붉게 빛나 제법 세련되어 보인다.
제품 전면에는 USB 3.0 단자(USB A타입 2개, C타입 2개)와 SD 카드 슬롯 그리고 DVD 멀티 드라이브(DVD RW 지원)가 존재한다. 오멘 880에 탑재된 DVD 멀티 드라이브는 데스크탑용 드라이브가 아니라 노트북용 드라이브다. 성능은 데스크탑용 드라이브보다 살짝 떨어지지만 대신 훨씬 조용하고 공간을 적게 차지한다. DVD의 필요성이 줄어들었지만, 가끔은 사용해야 할 때가 있는 것을 대비한 구성이다.
<제품 전면에는 2개의 USB-C 단자, 2개의 USB 3.0 단자, 마이크와 헤드셋 슬롯이 존재한다>
전면 상단부를 열면 HDD를 추가할 수 있는 2개의 HDD 베이를 확인할 수 있다. 3.5인치 SATA 규격의 HDD를 추가해 손쉽게 저장공간을 확장할 수 있다.
<제품 전면 상단을 개방하면
HDD 슬롯이 2개 존재한다. 이를 통해 저장공간을 쉽게 확장할 수 있다>
수냉식 쿨러를 채택했기 때문에 제품 왼쪽에는 CPU를 위한 방열 통로와 팬이 없다. CPU의 냉각은 제품 후면의 대형 쿨러를 통해 진행된다. GPU 냉각은 전면과 제품 하단에 존재하는 쿨러를 통해 진행된다.
제품 상단 뒷면에 위치한 버튼을 누르면 케이스 왼쪽의 반투명 유리가 분리되고, 손 쉽게 내부를 확인할 수 있다. 별도의 도구가 없어도 제품을 분해해서 내부 청소 등을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다.
라이젠과 지포스를 결합한 강력한 게이밍 능력
오멘 880은 AMD의 최상위 프로세서인 '라이젠7 1800X 옥타(8)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AMD 라이젠 스레드리퍼가 출시되어서 조금 빛이 바랬지만, 1800X도 어디가서 뒤떨어지지 않는 성능을 뽐낸다. 강력한 게이밍 능력과 여러 프로그램을 동시에 빠르게 처리하는 강력한 멀티태스킹 능력이 특징이다.
<오멘 880은 CPU로 AMD 라이젠7
1800X를 채택했다>
라이젠7 1800X의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CPU의 성능을 측정하는데 널리 이용되는 시네벤치 R15로 확인해본 결과 개별 코어의 성능은 160점 내외, 프로세서 전체의 성능은 1630점 내외로 측정되었다. 경쟁사 인텔의 상급 프로세인 '코어 i7 7700K'의 경우 개별 코어의 성능은 200점 내외, 프로세서 전체의 성능은 980점 내외로 측정되었다. 프로세서의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개별 코어의 성능은 더 높게 나왔지만, 전체적인 성능 면에선 큰 격차가 있는 것이다.
라이젠7 1800X처럼 코어의 속도보다 수를 늘려 성능을 강화한 인텔의 최상위 프로세서 코어 i7 6900K는 개별 코어의 성능이 160점, 전체 성능이 1500점 내외로 측정되었다. 코어 i7 6900K의 가격이 두 배 가까이 더 비쌈에도 불구하고 전체 성능은 오히려 뒤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60만 원대 가격의 프로세서 제품군에서 라이젠7 1800X의 적수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라이젠7 1800X는 쿨링 성능이 충분하면 자동으로 오버클로킹되어 성능이 강화되도록 제한이 풀려있는 제품이다. 오멘 880에 강력한 냉각 성능을 제공하는 수냉식 쿨러가 탑재되어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멘 880은 게임, 동영상 인코딩, 인터넷 방송 송출 등 강력한 프로세싱 파워가 필요할 때마다 자동으로 제한을 풀고 속도를 끌어올려 쾌적한 PC 사용 환경을 구현한다.
물론 사용자가 원하면 'AMD 라이젠 마스터' 또는 'HP 오멘 커맨드센터' 소프트웨어를 통해 강제로 CPU의 속도를 끌어올리는 오버클록을 진행할 수도 있다. AMD 라이젠 마스터는 AMD의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고, HP 오멘 커맨드센터는 오멘 880 제품에 기본 설치되어 있다. 좀 더 간편하게 오버클록을 하고 싶다면 HP 오멘 커맨드센터를, 좀 더 자세하게 오버클록을 진행하고 싶다면 AMD 라이젠 마스터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간편한 오버클록 기능일 제공하는
HP 오멘 커맨드센터>
<좀 더 복잡한 오버클록 기능을
제공하는 AMD 라이젠 마스터>
라이젠7 1800X는 평균 45W, 최대 170W의 전력을 소모한다. 물론 오멘 880에는 출력 500W의 정격 파워가 탑재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 없이 최대 전력 소모를 감당할 수 있다.
오멘 880에는 엔비디아 지포스 1080(그래픽 메모리 8GB)이 탑재되어 있다. 아직도 충분히 현역인 최상위 그래픽카드다. 지포스 1080은 거의 대부분의 게임을 4K 해상도 60프레임으로, 또는 QHD 해상도 144프레임으로 즐길 수 있다. (4K 해상도 144프레임을 구현하려면 그래픽 옵션을 많이 타협해야 한다)
<오멘 880은 엔비디아 지포스 1080 그래픽카드를 탑재했다>
블리자드의 오버워치의 경우 그래픽 설정을 최상으로 해도 4K 해상도 60프레임 고정이 가능했다. QHD 해상도 144프레임 고정도 가능하다. 조금 오래된 게임이지만 디아블로3의 경우에도 그래픽 설정을 최상으로 하고 4K 해상도 60프레임 고정이 가능했다. (내부적으론 평균 100프레임)
<오멘 880은 오버워치를 최상옵 기준 4K 60프레임, QHD 144프레임으로 즐길 수 있다>
<물론 디아블로3도 4K 60프레임으로 쾌적하게 플레이 가능>
장안의 화제인 블루홀의 배틀그라운드는 어떨까. 그래픽 설정을 최상으로 하니 풀HD 해상도와 60프레임으로 실행이 가능했다. 4K나 QHD 해상도가 아니라 풀HD 해상도라는 점을 알아둘 것. 게다가 60프레임으로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간헐적으로 프레임 드랍이 발생했다. 이는 오멘 880과 지포스 1080의 성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배틀그라운드의 최적화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배틀그라운드를 쾌적하게 즐기고 싶다면 그래픽 설정을 상당히 타협해야 했다.
<블루홀의 서바이벌
TPS 플레이어 언노운즈 배틀그라운드>
윈도우 스토어에서 내려받은 기어즈 오브 워4의 경우 그래픽 설정을 상옵으로하고(최상옵이 아니다) 4K 60프레임 고정이 가능했고, 해상도를 풀HD로 낮추면 120프레임 내외로 즐길 수 있었다. 포르자 호라이즌3의 경우 그래픽 설정을 상옵으로 하고 4K 60프레임 고정과 풀HD 120프레임 고정이 가능했다.
명작 오픈월드 RPG인 위쳐3의 경우 상옵으로 하고(엔비디아 헤어웍스만 해제, 나머지는 최상) 4K 45프레임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었고, 풀HD로 해상도를 낮추면 120프레임 내외로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오멘 880은 시중의 게임 대부분을 쾌적하게 실행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추고 있다. 4K 해상도 60Hz 초고해상도 모니터와 풀HD 또는 QHD 해상도 144Hz 게이밍 모니터의 성능을 모두 이끌어 낼 수 있다. 만약 여기서 더 높은 게이밍 성능을 원한다면 엔비디아 지포스 1080 Ti가 탑재되어 있는 오멘 880 모델을 알아보자. (물론 그만큼 제품 가격도 올라간다.)
SSD와 HDD를 함께 활용한 효율적인 저장공간
오멘 880은 NVM 익스프레스(NVMe) 기반의 M2 규격 삼성전자 SSD(256GB)와 씨게이트의 HDD(2TB, 7200rpm)를 저장장치로 탑재했다. NVMe는 기존의 SATA 연결방식을 대체하기 위해 등장한 새로운 연결방식이다. SSD 본연의 빠른 속도를 모두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새로운 운영체제와 중요한 프로그램은 SSD에 보관하고, 일반적인 프로그램과 동영상, 이미지 등은 HDD에 저장하라는 것이다.
<오멘 880은 SSD와 HDD 2개의 저장장치를 갖추고 있다. SSD는 운영체제 영역과 리커버리 영역으로 나뉘어 있다>
오멘 880의 저장장치에는 문제가 생기면 PC를 바로 공장출하 상태로 원상 복구할 수 있도록 리커버리 영역이 구성되어 있다. 이 리커버리 영역은 SSD에 들어있기 때문에 사용자는 256GB를 모두 다 이용할 수 없다. 리커버리 영역에 할당된 14GB를 제외한 237GB 정도의 용량만 이용할 수 있다. HDD는 텅 비어 있기 때문에 사용자는 2TB를 모두 이용할 수 있다. 만약 2TB의 용량이 부족하다면 앞에서 설명한 전면의 HDD 베이를 통해 HDD를 추가해 저장공간을 확장할 수 있다.
<오멘 880에 탑재된 M2 SSD>
메모리(RAM)의 경우 8GB 용량의 DDR4-2400 메모리 2개를 탑재했다. 메모리 제조사는 하이닉스다. 2개의 메모리를 탑재하고도 2개의 메모리 슬롯이 남기 때문에 게이머가 원한다면 16GB의 메모리를 더해 최대 32GB 메모리의 PC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하지만 16GB 메모리로도 부족함을 느끼지 않아서 업그레이드의 필요성은 적다.
이외에도 오멘 880은 블루투스와 무선랜을 지원한다. 데스크탑 PC에서 보기 힘든 옵션이다. 덕분에 유선랜을 끌어오기 힘든 환경에서도 쾌적하게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고, 별도의 동글 없이 여러 블루투스 기기를 PC에 연결할 수 있다. 탑재된 운영체제는 윈도우10 홈 64비트다. 운영체제에 문제가 생기면 리커버리 영역을 활성화시켜 빠르게 원상 복구할 수 있다.
<오멘 880에는 오멘
커맨드센터를 비롯해 다양한 추가 소프트웨어가 설치되어 있다. HP 오멘 게이밍 기어 헤드셋을 연결하면 DTS 입체음향을 즐길 수 있는 메뉴가
나타난다>
오멘 880은 완성도 높은 게이밍 데스크탑이지만, 단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오멘 880의 메인보드에는 그래픽카드 슬롯이 하나만 존재하기 때문에 추후 그래픽카드를 추가해 SLI 구성(동일한 종류의 그래픽카드 2대를 연결해 게이밍 성능을 향상시키는 기법)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오직 기존 지포스 1080을 제거하고, 새 그래픽카드를 연결하는 식의 업그레이드만 가능하다. 최고급 게이밍 PC치곤 조금 아쉬운 확장성이다.
오멘 880과 별도로 HP 홈페이지에서 오멘 게이밍 기어를 구매할 수 있다. 키보드, 마우스, 마우스패드, 헤드셋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해당 제품을 오멘 880에 연결하면 오멘 880에 기본 설치되어 있는 HP 오멘 커맨드센터를 통해 효율적으로 제품을 제어할 수 있다. 디자인도 오멘 880과 어울리도록 검은색과 붉은색 LED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오멘 게이밍 기어는 HP가 제조한 것이 아니라 게이밍 기어 전문 제조사 스틸시리즈의 제품을 OEM으로 공급받은 것이다. 시중의 게이밍 기어들과 대등한 성능을 보여주는 만큼 게이머들은 믿고 구매해도 된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