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모기야, 드루와~드루와~' 엔보우 터미네이터
[IT동아 강형석 기자] 여름을 알리는 시기부터 끝나는 그 순간까지 우리를 괴롭히는 존재가 있으니 바로 모기다. 특유의 비행 소리는 숙면과 집중력을 해치는 것은 물론이고, 기껏 내가 모르는 사이 소중한 피를 바쳤음에도 가려움으로 보답(?)하는 정성까지 보여준다. 특히 손가락이나 발가락(발바닥) 등 민감한 곳이 모기에 물리면 매우 고통스럽다. 아무리 관리해도 모기에 한 두 번 물리는 것은 피할 길 없으니 취침 전 모기 퇴치를 위해 전자 또는 스프레이식 퇴치제로 사전 작업에 나선다.
그런데 처음에는 효과가 좋은 모기 퇴치 스프레이나 전자식 모기향도 시간이 흐를수록 모기들의 생존본능을 억제하지 못한다. 8월 정도가 되면 아무리 뿌리고 전원을 켜도 방 안을 활개하는 모기와 여러 해충들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결국 아무리 잘 관리해도 시즌 마지막이 되면 한 두 번은 모기에게 피를 바쳐야 하는 일을 경험하게 된다.
엔보우 터미네이터(enbow Terminator)는 여름철 불청객인 모기를 잡아주는 기기다. ‘모기 킬러(Mosquito Killer)’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모기 제거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다. 모기향과 달리 모기를 유인한 뒤 가둬 죽이는 방식으로 단순히 모기 외에도 덩치가 작은 나방이나 기타 해충을 처리하는데 도움을 준다.
모기 때려잡는 기기라 하기에는 순수한...
엔보우 터미네이터의 디자인. 모기 때려잡는다는 기기의 모습이라 하기엔 깔끔하고 직관적이다. 마치 공기청정기나 가습기 같은 느낌도 든다. 그나마 기기 하단에 있는 타공 그릴이 이 제품의 모습을 어느 정도 대변하고 있을 뿐이다. 지름 156mm의 원형 바닥에 높이 221mm의 크기로 원뿔형 기둥 설계가 이뤄져 있으며, 무게는 636g 가량이다.
구성 자체도 단순하다. 조작이라고는 단지 전원을 켜고 끄는 버튼 하나가 전부다. 그마저도 터치 방식이라 깔끔하다. 손가락으로 전원을 켜면 기기는 알아서 작동하며 주변의 모기를 끌어들이기 위해 모든 노력을 쏟아 붓는다.
구조도 단순하다. 기능 자체가 ‘모기 퇴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니 자연스러운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일단 모기가 터미네이터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입구가 있고 그 안에는 약 140mm 정도 크기의 팬이 위치해 있다. 이 팬은 분당 1,650회 회전하면서 모기나 기타 곤충을 흡입하는 역할을 맡는다.
냉각팬은 해충(곤충)들의 날갯짓을 고려해 회전하도록 설계됐다. 그것이 1,650rpm인데, 이는 최적의 풍량과 소음을 구현하기 위한 부분도 적용됐다. 상단은 흡기, 하단은 배기이기 때문에 한 번 빨려 들어가면 외부로 나갈 수 없는 구조다.
빨려 들어온 해충들은 가장 하단에 있는 공간에 갇힌다. 이 과정에서 해충은 수시간 내에 죽게 된다. 일정 시간이 지나 공간이 메워지면 바닥을 열어 청소하면 끝이다.
전원을 켜면 상단에 파란 LED가 원형으로 점등된다. 이 LED는 무드등 역할을 한다. 실제 기기는 365nm 파장의 근자외선을 방출해 모기와 해충을 유인하는 방식이다. 이 파장은 모기가 선호하는 형태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모기가 근처에 모이게 되면서 자연스레 기기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다.
기기 상단에는 해충 유인을 위한 약품을 배치하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중앙에 있는 덮개를 해제한 다음, 약품을 넣고 다시 덮개를 닫으면 된다. 이 부분은 회전하지 않으므로 내용물이 튄다거나 하는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모기가 기기 속으로 쏙~ 오 놀라워라~
엔보우 터미네이터의 실력을 직접 체험해 보기로 했다. 이에 기자는 기기를 실내에 배치하고 약 3일간 전원을 켜 실제 사용해 봤다. 주로 잠을 잘 때의 성능에 집중했다. 모기와의 역사는 낮보다 밤에 많이 쓰여지니 말이다. 취침 전 기기의 소음이 어느 정도 영향이 있는지도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효과는 있었다.
3일간 작동해 보니 5마리 모기와 나방 한 마리가 발견되었다. 사실, 간밤에 작은 나방 한 마리가 추가로 터미네이터 안에 있었지만 제품을 들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탈주에 성공했다. 취침 시에만 사용했기 때문에 포획량 자체는 많지 않았다. 장시간 사용한다면 효과가 더 좋을 것으로 예상해 본다.
제품의 공식 전력소모량은 9W에 불과하다. 24시간 계속 작동시켜 1개월(30일)간 쓴다면 제품 순수하게 약 7kWh 정도의 전력 소모가 이뤄진다. 순수 전기세는 1,130원으로 계산되었다. 물론, 여러 기기가 사용되고 누진세 등을 고려해야 된다는 점 참고하자.
소음도 무난했다. 엔보우 측에서는 30 데시벨(dB) 정도의 저소음을 제공한다고 하는데, 일반 선풍기 소리에 묻힐 정도의 소음이다. 사무실 내에서 소음을 측정하니 56.6 데시벨를 기록했다. 사무실 자체의 소음은 53 데시벨이었다는 점 참고하자.
의외의 효과, 의외의 만족감
엔보우 터미네이터, 해충이 많지 않은 환경에서도 숨어 있는 모기가 찾아 들어가 있을 정도로 효과는 뛰어났다. 소음도 취침에 영향을 줄 정도로 높지 않았다. 오히려 돌아가는 선풍기가 더 시끄럽게 느껴질 정도로 기기 자체의 소음은 낮은 편이었다.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면 모르겠지만 선풍기 소리에 취침 가능한 수준이라면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오히려 빛에 민감하다면 위치 선정에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옆에 두거나 머리에 가까운 위치에 배치한다면 취침 중간에 깰 수 있다. 발 밑이나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쓰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안대를 쓰는 사용자일 경우에는 큰 상관 없다.
제품의 가격은 공식적으로 3만 3,000원이다. 오랜 시간 전자 모기향을 피우고 스프레이를 뿌리는 비용을 감안하면 비교적 안정이 되고(심리적) 덜 귀찮다. 이것만 있다면 이번 여름은 물론 앞으로 다가올 여름에도 두 발 뻗고 잠에 취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