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답답했던 하드디스크가 달라졌어요, 인텔 옵테인 메모리
[IT동아 강형석 기자] PC는 저장과 처리의 연속이다. 이것을 얼마나 빠르게 해내는가에 따라 시스템 성능과 효율성이 결정된다. 프로세서나 그래픽 프로세서, 메모리, 저장장치 등 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도 저장과 처리 성능을 더 끌어 올리고자 함이다. 과거에는 저장장치가 특유의 느린 속도로 발목을 잡았지만 이것도 SSD의 등장으로 점차 거리를 좁혀가는 중이다.
이제 그 한계를 한 번 더 돌파하기 위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인텔-마이크론 연합의 3D 크로스포인트(3D XPOINT) 메모리 기술이 그것이다. 2015년 공개된 이 기술은 SSD 대비 1,000배 빠른 지연시간을 제공하는 점이 특징. 여러 겹 쌓이는 메모리 셀을 활용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 기술이 구체화된 것이 인텔 옵테인 메모리(Optane Memory)다.
겉보기엔 다른 저장장치와 다르지 않습니다
인텔 옵테인 메모리는 일반 SSD와 다르다. 흔히 보는 SSD는 2.5인치 규격으로 철제 또는 플라스틱 재질의 하우징 안에 메모리와 기판이 있고 이를 SATA 인터페이스로 연결하는 방식인데, 이 제품은 기판이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고 긴 막대 형태를 하고 있다. 이 제품은 일반 SATA 연결이 아닌 M.2라는 새로운 저장장치용 고속 인터페이스에 연결하는 구조다.
M.2 연결단자는 1~2세대 과거 PC 플랫폼에서도 볼 수 있는 인터페이스다. 주로 6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호흡을 맞추는 인텔 100 시리즈 메인보드를 시작으로 많이 채용되기 시작했다. AMD 라이젠과 호흡을 맞추는300 시리즈 메인보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구성이다.
대신 옵테인 메모리는 7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가 있어야 쓸 수 있는 제품으로 AMD 플랫폼에서는 연결해도 작동이 어렵다는 점 참고할 필요가 있다. 반드시 7세대 코어 프로세서(코드명 카비레이크) 기반의 제품을 사용해야 된다. 셀러론 및 펜티엄 프로세서도 옵테인 메모리에 대응하지 않는다.
메인보드도 마찬가지. 7세대 코어 프로세서(카비레이크)를 위한 인텔 200 시리즈 메인보드가 필수다. 100 시리즈 메인보드에서도 7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지원하지만 옵테인 메모리를 쓸 수 없다. 그러니까 옵테인 메모리를 쓰려면 <7세대 코어 프로세서 + 200 시리즈 메인보드> 조합이 반드시 준비되어야 가능하다. B250, Q250, H270, Q270, Z270 등이 여기에 해당되는데 Q 계열은 일반 시장에서 보기 어려우니 이를 제외하자. 실제로는 B250/H270/Z270 세 가지다.
다시 한 번 더 설명하자면 옵테인 메모리를 위한 조합은 무조건 7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와 200 시리즈 메인보드다. 6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200 시리즈 또는 7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100 시리즈 메인보드 조합이라면 사용 불가능하다.
장착은 간단하다. 그냥 옵테인 메모리를 메인보드 내에 마련된 M.2 슬롯에 꽂아주기만 하면 된다. 그냥 꽂으면 메모리가 고정되지 않으므로 반드시 고정 나사를 사용해 단단히 고정하자. 일부 메인보드에는 M.2 장치를 연결하면 높이가 맞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패키지 내에 받침대와 고정 나사가 포함되어 있으니 미리 연결해 두자.
옵테인 메모리 설정하려면?
옵테인 메모리를 메인보드에 연결했다면 절반은 준비됐다. 나머지는 소프트웨어의 몫. 옵테인 기술은 인텔 SRT(Smart Response Technology) 15.5 버전 이상 드라이버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메인보드 또한 바이오스에 이에 대응하는 버전이 설치되어야 완전한 준비가 끝난다. 이는 옵테인 메모리가 타 저장장치와 함께 구성되는 레이드(RAID) 형태를 띄고 있어서다.
이 기술은 저장장치를 RAID로 묶고 소프트웨어로 이를 인지시켜 사용하는 방식을 쓴다. SSHD는 기본적으로 하드디스크에 물리적으로 SSD 역할을 하는 낸드플래시가 수줍게 붙어 있는 방식이라면 옵테인은 상대적으로 느린 저장장치에 물리적인 고속 저장장치를 붙여 캐시로 쓰는 방식을 택했다.
설정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 이뤄져야 한다. 메인보드의 바이오스와 인텔 고속 저장장치 기술(RST) 드라이버 등을 미리 설치해 두자. 각 메인보드 제조사 홈페이지를 찾으면 지원 항목에서 드라이버와 바이오스를 최신 버전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니 참고하자. 참고로 이 기사에서는 에이수스 메인보드를 기준으로 했다.
우선 바이오스 설정 화면에 진입하자. 처음 <이지 모드(EZ Mode)>에 접근하게 되는데, 이 때 F7 또는 마우스로 화면 우측 하단에 있는 <고급 모드(Advanced Mode)>를 클릭하자.
고급 모드에 진입하고 난 다음, 다시 <고급 설정(Advanced)> 항목에 접근하자. 여러 메뉴가 있는데, 그 중 저장장치 설정을 위한
저장장치 설정을 보면 여러가지 항목이 있는데, 그 중
이어 PCI-익스프레스 저장장치를 다시 설정하고 부팅(Boot) 메뉴에서 <호환성 지원 모듈(Compatibility Support Module)>의 저장장치와 PCI-E/PCI 확장 장치(Expansion Devices)를 설정해주면 된다. 기본적으로 전통 방식(Legacy Only)으로 되어 있으나 이것을 UEFI 드라이버 우선(Driver First)로 바꿔주면 된다. 이 부분은 메인보드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점 참고하자.
운영체제에서는 앞서 설명한 인텔 고속 저장장치 기술(RST) 드라이버를 설치하면 된다. 15.5 버전 이상이면 된다. 대부분 메인보드 제조사 홈페이지에서는 그에 맞는 바이오스와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내려 받아 설치하자. 옵테인 메모리 설정이 정상적으로 이뤄졌을 때, 인텔 RST 애플리케이션에는 <인텔 옵테인 메모리(Intel Optane Memory)> 항목이 활성화 된다. 기본적으로 주 저장장치와 연동되므로 안내에 따라 클릭만 해주면 된다.
너의 성능은?
인텔 옵테인 메모리의 성능을 알아봤다. 기본적으로 해당 제품은 주 저장장치와 함께 묶여 작동하는 방식을 취한다. 아직 단순 저장장치의 보조 용도로 활용할 수 없는 점이 아쉽다. 그러나 옵테인 메모리의 목적이 필요한 데이터만 빠르게 읽고 쓸 수 있는 임시 공간(캐시)의 역할이라는 점을 감안하자. 마치 SSHD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준다.
PC는 7세대 인텔 코어 i7 7700K 프로세서와 에이수스 프라임 Z270-A 메인보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장장치는 도시바 1TB 하드디스크, 인텔 730 시리즈 SSD 240GB를 각각 활용했다.
먼저 크리스탈 디스크 마크(Crystal Disk Mark)의 무작위 읽기 성능을 측정해 봤다. 주 저장장치에 연결하는 구조이기에 운영체제는 물론 여러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된다는 환경을 설정해 놓은 것이다. 운영체제와 애플리케이션 실행 환경에서는 큰 파일을 옮기는 순차 읽기/쓰기 성능보다 크기가 작은 파일을 무작위로 읽고 쓰는 실력을 파악하는게 중요하다.
먼저 하드디스크와 옵테인 메모리 조합의 결과를 보자. 도시바 1TB 하드디스크는 약 초당 139MB 가량을 읽어내는 성능을 보였지만 옵테인 메모리가 더해지면 초당 967.8MB의 무작위 읽기 성능을 보인다. 마치 PCI-E 기반의 SSD보다 더 나은 성능을 보여준 셈이다. 애플리케이션 활용이 잦은 환경이라면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큰 효과를 볼 수도 있다.
SSD는 기본적으로 초당 317MB 수준의 성능을 보여준다. SATA 기반의 SSD라는 점을 감안하면 제법 좋은 수치다. 그러나 여기에 옵테인 메모리가 더해지면 초당 약 966MB 수준으로 껑충 뛰어오른다. 연결되는 하드디스크에서 불러오는 것만큼은 최적이 아니라 최고 수준이다.
이번에는 무작위로 파일을 쓰는 것을 가정한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를 정리했다. 도시바 1TB 하드디스크는 여기에서 초당 약 95MB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옵테인 메모리가 더해지면 초당 159MB까지 상승한다. 읽기 테스트 결과만큼 드라마틱하지 않지만 성능 향상은 분명하다.
SSD는 옵테인이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기본 상태로는 초당 약 210MB 가량을 기록하던 것이 옵테인 메모리를 추가 구성하면 초당 약 167MB 정도가 된다. 오히려 속도에서 손해를 본 것이다.
윈도 부팅 시간은 차이가 있을까? 바이오스 인지 이후 윈도 바탕화면까지의 시간을 측정했다. 정확히는 전원을 인가한 다음 윈도 로고가 나오는 순간부터 바탕화면에 진입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이다. 낮을수록 더 빠르다 할 수 있다.
먼저 하드디스크는 42초의 시간이 소요됐지만 옵테인 메모리가 더해지니 10초가 줄어든 32초를 기록했다. SSD의 27초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는 수치다. SSD도 옵테인을 더하면 기존에서 2초 단축 가능했다.
게임 검은사막을 실행하고 게임 타이틀까지 진입하는 시간을 측정했다. 하드디스크에게는 가장 가혹한 순간이 대용량 게임을 실행하는 것이다. 기본 성능이 SSD 대비 떨어지기 때문이다. 많은 게이머들이 SSD를 구매하는 이유도 성능 때문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측정 결과, 하드디스크와 옵테인의 조합은 효과가 있지만 SSD를 뛰어넘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래도 약 10초 가까운 시간 단축이 가능했으므로 다른 작업에서의 시간 단축도 기대해볼 수 있다. 반면 SSD는 옵테인의 조합이 단일 작동 환경에 비해 약 6초 가량 지연되는 기록을 남겼다.
하드디스크가 주력인 환경에서 유리할 듯
인텔 옵테인 메모리. 시장 가격을 보면 16GB가 약 7만 원대 전후에 최저가 형성이 되어 있고, 32GB는 13만 원 전후로 시장 가격 형성이 이뤄져 있는 상태다. 120GB 정도 용량을 가진 보급형 SSD를 한 대 구매 가능한 수준이다. 이렇게 접근하면 꽤나 매력 없는 제품처럼 보일 수 있다. 테스트 결과만 하더라도 일부 항목에서는 SSD보다 뒤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 수치만 보면 보급형 SSD 이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목적 자체가 수상한 물건은 아니라는 말이다.
지금 업그레이드 또는 새로 구매하는 소비자라면 모르겠지만 이미 기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의미가 없는 물건으로 다가온다. 고성능 SSD로도 충분한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반면, 사정상 SSD가 아닌 하드디스크만을 운용하는 환경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옵테인 메모리 조합으로 성능 상승이 있음을 테스트로 증명했기 때문이다. 32GB 보다 16GB를 선택하면 만족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쉬움이 있다. 구현 조건이 제법 까다롭다. 메모리를 구한다 해도 7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200 시리즈 메인보드가 짝을 이뤄야 한다. 게다가 준비해야 할 것과 설정해야 할 것들도 많다. 인텔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그곳(소프트웨어)에 있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