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인공지능 개발을 향한 국내 한 스타트업의 도전

강일용 zero@itdonga.com

[IT동아 강일용 기자]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 이어 커제 9단마저 꺾으면서 인공지능의 시대가 활짝 열렸음을 알렸다. 실리콘밸리는 이미 인공지능 밸리로 바뀐지 오래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모두 인공지능이 IT 업계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임을 예감하고 관련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공지능 열풍은 실리콘밸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중국에 거쳐 국내에까지 인공지능 열풍이 불고있다. 인공지능의 핵심인 방대한 데이터를 쥐고 있는 네이버, 이동통신 3사부터 데이터 분석 기술을 연구하던 스타트업까지 자체 인공지능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늘은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있는 국내의 한 스타트업을 만났다.

금융 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국내 스타트업의 도전

위버플은 금융 빅데이터를 분석해 투자자들에게 최적의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금융 인공지능 '스넥(SNEK.AI)', 'UDI(Uberple Data Intelligence)', '딥서치(Deep Search)'를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스타트업 창업자 가운데 독특한 이력을 가진 사람이 어디 한 둘이겠냐만, 김재윤 위버플 대표는 그 가운데에서도 독보적으로 독특한 커리어를 보유하고 있다. 김 대표는 개발자 겸 공인회계사다. 연세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서버 플랫폼 개발자로 NHN(현 네이버 주식회사)에서 근무했다. 3년 동안 경험을 쌓은 후 회계사에 도전했고, 1년 만에 회계사 자격을 획득했다. 이후 회계법인에서 경험을 쌓고 회사를 설립해 인공지능 개발에 나섰다.

김재윤 위버플 최고경영자
김재윤 위버플 최고경영자
<김재윤 위버플 최고경영자>

"위버플은 개인 투자자를 위한 B2C용 인공지능 스넥과 대규모 금융사 및 투자사를 위한 B2B용 인공지능 UDI와 딥서치를 개발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울프럼 알파'의 금융 버전을 만드는 것입니다. 투자자가 인공지능에게 질문을 던지면, 인공지능이 금융 데이터를 분석/정리해서 이에 대한 답을 쉽고 자세하게 알려주는 인공지능을 만들고 있습니다."

*울프럼 알파(Wolfram|Alpha):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이 이용하고 있는 검색 및 계산 인공지능 서비스. 현재 애플의 인공지능 서비스 '시리'의 계산 능력은 울프럼 알파의 API를 이용하고 있다.

"과거 금융 데이터 분석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엑셀로 데이터를 일일이 정리하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방대한 데이터를 일일이 분류하고 정리해서 보기쉽게 취합해야 했습니다. 그만큼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고, 정작 중요한 데이터는 놓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스넥, UDI, 딥서치는 이렇게 사람이 해야 했던 금융 데이터 정리를 인공지능으로 대체한 서비스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삼성전자의 최근 1년간 매출 변화가 어떻게 되는가라고 투자자가 질문했고 가정하죠. 쉬운 질문인데, 정작 이에 관련된 데이터를 찾은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금융사 관계자가 리포트를 만들어 놓지 않았다면, 투자자가 일일이 데이터를 찾아서 정리해야 합니다. 삼성전자쯤 되는 대규모 기업은 그나마 사정이 낫습니다.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중견, 중소기업 등에 투자를 진행하려 해도 해당 기업의 현황에 대해 정리된 데이터가 없으니 쉽사리 투자를 결정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때문에 금융인공지능이 필요한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이렇게 정리되어 있지 않은 데이터를 취합하고 정리해서 투자자의 질문에 대한 답을 알려줘야 합니다. 위버플의 궁극적인 목표는 엑셀과 노동력 기반의 기존 투자 분석 시스템을 인공지능을 활용한 질문과 응답 기반의 시스템으로 교체하려는 것에 있습니다."

위버플
위버플
<위버플의 목표는 엑셀과 노동력 기반의 기존 투자 분석 시스템을 인공지능을 활용한 질문과 응답 기반의 시스템으로 교체하려는 것에 있다>

위버플은 현재 세 가지 형태의 인공지능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스넥은 쉽게 말해 금융 데이터 검색 및 분석 서비스다. 인터넷에 분명히 올라와있지만, 여기저기 흩어져있어 찾기 힘들었던 금융 정보를 한 군데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해준다. 네이버, 구글 등이 범용 검색 서비스라면, 스넥은 금융 데이터에 특화된 검색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홈페이지를 통해 베타테스트 중이며, 10월 중에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UDI는 금융 데이터 검색 및 분석 엔진이다. 위버플은 자체 개발한 엔진을 오픈 API 형태로 신한금융투자, KB증권 등 국내 금융사에 제공하고 있다. 이미 상용화된 서비스라는 뜻. 많은 국내 금융사가 UDI가 제공하는 기술을 활용해 'KB증권 핫뉴스딜리버리' 같은 자체 서비스를 개발한 후 투자자들에게 금융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딥서치는 금융 빅데이터 분석 및 연산용 인공지능 서비스다. 특정 상황이나 조건 등을 입력하면 해당 이슈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금융 투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계산해준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북한핵실험'이라는 키워드를 딥서치에 입력하면, 딥서치 내의 인공지능이 머신러닝을 활용해 최근 30년간 북한핵실험때 금융시장이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데이터를 분석한다. 이후 투자자가 보유한 자산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답을 내준다. 위버플에 따르면 과거 2명 이상의 금융 전문가가 1~2주에 걸쳐 분석하고 연산해야 했던 데이터를 딥서치의 인공지능은 단 5분이면 분석하고 연산을 완료할 수 있다.

스넥
스넥
<인공지능 서비스 스낵을 활용한 금융 데이터 검색>

클라우드를 활용하면 스타트업도 인공지능을 개발할 수 있어

이렇게 인공지능 서비스 완성에 다가가고 있는 위퍼플이지만,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전체 인력은 11명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개발자는 8명이다. 국내 대기업들이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위해 80명~150명에 이르는 연구 인력을 투입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적은 수치다.

물론 위버플에게도 나름의 해법이 있다. 바로 개발자의 고급화다. NHN, 엔씨소프트, 웹젠 등에서 10~15년 가까이 근무한 고급 개발자들로만 팀을 꾸렸다. 불필요한 인원을 최소화하고, 소수정예로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비결이 더 있다. 바로 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인프라는 모두 클라우드에 맡긴 것이다.

"스타트업은 소수정예를 지향해야 합니다. 위버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금융 데이터 검색, 분석, 연산을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것에 회사의 모든 리소스를 투입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구현을 위한 인프라는 철저하게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IDC(인터넷 데이터센터)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생각해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IDC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IDC를 관리할 엔지니어를 채용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런 엔지니어를 채용할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관리 리소스를 최소화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택했습니다."

"위버플은 현재 20억건의 금융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매년 5억건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를 IDC에서 관리하는 것은 번거롭고 비효율적입니다. 게다가 우리는 금융 데이터의 특성도 감안해야 했습니다. 금융 데이터는 실시간 데이터라는 특성과 데이터 유실시 복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특성이 존재합니다. 1시간이라도 데이터를 받지 못하면 매우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합니다. 때문에 우리는 서버가 365일 24시간 내내 이상없이 항상 잘 돌아가는 서비스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장애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IDC 대신 AWS(아마존웹서비스) 서울 리전(리전: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을 위한 복수의 데이터센터)을 선택했습니다. 서울 리전 양쪽에 서비스를 셋팅해 한쪽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위버플의 서비스에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는 데이터 분석을 위한 가상머신 생성도 매우 간편합니다. 좀 더 강력한 분석 능력이 필요할 경우 가상머신을 증설하고 2중, 3중, 4중으로 병렬적으로 구성해 데이터를 처리했습니다."

스넥
스넥
<인공지능을 활용한 금융 데이터 분석>

"주식 데이터는 '틱'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A라는 사람이 삼성전자의 주식을 1개 샀으면, 이것이 1틱입니다. 위버플 내부에는 이러한 틱이 하루에도 몇 천만 건씩 쌓이고 있습니다. 이 데이터를 다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는데, 클라우드를 통해 매우 저렴하게 공급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보관하고 있는 데이터를 필요할 때 불러내 시뮬레이션을 진행했습니다."

"현재 많은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이 인공지능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각종 오픈 API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버플의 인공지능 서비스는 하나부터 열까지 내부에서 직접 개발한 것입니다. 오직 클라우듯 서비스의 인프라만 활용하고 있습니다."

위버플은 인공지능 스타트업이지만, 동시에 클라우드 서비스 위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축해서 판매하는 SaaS 업체이기도 하다. 이미 글로벌 소프트웨어 업계의 흐름은 설치형 소프트웨어 대신 SaaS를 판매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해외에선 어도비, 오토데스크, SAP, 세일즈포스닷컴, 워크데이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고, 국내에선 더존비즈온, 한글과컴퓨터, 안랩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위버플의 인공지능 서비스는 SaaS(소프트웨어형 클라우드 서비스) 형태로 투자자와 금융사들에게 제공되고 있습니다. 따로 모델을 추출해 설치형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계획은 없습니다. 인공지능 구현을 위한 강력한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국내 금융사도 고객 데이터 등 중요 데이터를 제외한 다른 부분에서 클라우드 도입에 적극적입니다. 많은 금융사가 위버플이 제공하는 오픈 API를 자사의 서비스에 적용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Cloud)가 세상을 변화시킨다.' 이제는 4차 산업혁명, 나아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최첨단 정보기술(IT) 클라우드의 중요성에 대해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선 비즈니스 현장으로 들어가면 '과연 많은 돈을 들여 클라우드를 써야 하는 것일까'하는 의문은 남아있습니다. 비즈니스인사이트와 IT동아는 클라우드가 미디어부터 제조업, 유통업, 금융업, 스타트업 등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고, 향후 어떻게 비즈니스 생태계를 변화시킬 것인지에 관해 비즈니스맨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오늘부터 클라우드가 바꾸는 비즈니스 환경, 다시 말해 Biz on Cloud라는 주제로 연재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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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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