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윈의 사례로 이해하는 '스타트업'에게 클라우드란?
[IT동아 강일용 기자]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이하 클라우드)의 영역이 전 산업군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클라우드하면 '스타트업(아이디어만으로 시작한 IT 벤처 기업)'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전체 기업 가운데 스타트업의 비중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물론 사용량은 일반 기업이 훨씬 많다.)
애당초 지금의 스타트업 열풍이 불 수 있었던 것도 클라우드의 공이 크다. 모바일이 스타트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시장의 규모를 키워줬다면, 클라우드는 스타트업을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글로벌 다운로드수 2,000만을 기록한
프라이빗 SNS '비트윈'>
과거에는 스타트업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서버 등 관련 IT 장비(인프라)를 직접 구매해야 했다. 그만큼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필요했고, 이는 스타트업 창업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스타트업의 서비스가 성장해도 문제가 발생했다. 늘어나는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인프라를 증설해야 했는데, 증설하는데에만 2~3주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그 동안 서비스는 느려지거나 다운되는 것이 일상 다반사였고, 많은 사용자가 이에 실망해 발길을 돌리기 일쑤였다. 인프라를 증설하더라도 남는 컴퓨팅 자원은 고스란히 (돈이 부족한) 스타트업의 부담으로 돌아왔다.
이에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있다. 유튜브의 창업자 스티브 첸(Steve Chen)은 "인터넷 상에서 동영상 실시간 인코딩을 구현하기 위해 유튜브에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도입했는데, 이 때문에 많은 비용이 필요했다. 게다가 사용자가 올린 동영상의 원본도 계속 보유하고 있어야 했기 때문에 스토리지(저장장치) 관련 지출도 나날이 늘어났다. 때문에 데이터센터 유지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갔다. 구글의 투자를 받기 전까지 이 모든 비용이 내 신용카드에서 나왔다"고 인프라 도입에 관련된 스타트업의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하지만 클라우드가 등장하면서 모든게 달라졌다. 인프라를 구매하지 않아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스타트업들은 인프라를 구매하지 않고, 클라우드에서 임대한 후 이 위에 아이디어를 올려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서비스가 성장하거나, 사용자가 몰려 트래픽이 폭주해도 클릭 몇 번이면 인프라를 손쉽게 확충할 수 있게 되었다. 피크 타임(트래픽이 최대로 몰리는 시간)이 지나 사용자가 빠져나가면 이에 맞춰 인프라를 줄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트래픽 흐름에 맞춰 인프라의 규모를 자동으로 늘리거나 줄여주는 클라우드 서비스(오토 스케일링)까지 등장해 스타트업의 인프라 걱정을 덜어주었다. 이제 많은 스타트업이 클라우드 덕분에 인프라에 대한 걱정 없이 창업해서 성공을 향한 키워나가고 있다.
스티브 첸도 "과거에는 스타트업 창업을 위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직접 해결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오픈소스 기술이 가득하고, 인프라는 클라우드를 통해 임대받을 수 있다. 예전에는 서버를 확충하려면 수요를 예측하고 3주 전에 주문을 넣어야 했다. 그마저도 수요 예측이 틀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은 창업하기 매우 좋은 환경이다"고 클라우드가 스타트업 창업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스타트업이 클라우드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VCNC라는 국내의 한 스타트업이 있다. '비트윈'이라는 커플을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비트윈은 쉽게 말해 커플이나 부부가 둘 만의 비밀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2011년 말 서비스를 출시하고 6년이 지난 현재 전 세계 다운로드 수 2,000만을 기록하며 나름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국내릴 비롯해 일본, 대만, 싱가포르, 태국 등에 지사를 두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아시아에선 나름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평가받고 있다.
김명보 VCNC 데이터팀 팀장을 만나 클라우드가 스타트업의 사업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클라우드가 제공하는 기술 가운데 어떤 것이 스타트업에 유용한지 등을 물어봤다.
글로벌 서비스: 스타트업이 클라우드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
VCNC가 클라우드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서비스다. 로컬 호스팅 업체는 빠른 서비스 속도와 저렴한 이용 비용을 약속하지만, 이는 국내에 한정된 약속이다. 로컬 호스팅 업체를 활용해 서비스를 구축하면 해외에서 접근하는 고객들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 속도를 제공할 수 없는 것이 김 팀장의 설명이다.
"비트윈은 처음 개발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만든 서비스다. 때문에 이를 지탱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옵션을 고려했다. 자체 데이터센터를 이용하는 것도 고민해봤고, 로컬 호스팅 업체를 이용하는 것도 고민해봤다. 하지만 결국 글로벌 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의 서비스를 활용해 비트윈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2011년 당시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클라우드 사업자가 아마존웹서비스(AWS)뿐이라 AWS를 최종 클라우드 인프라 사업자로 선택했다."
"클라우드를 이용하면 하드웨어 인프라 관리에 인력을 투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인력이 부족한 스타트업 입장에선 서비스 개발, 유지, 보수 등 핵심 업무 외에 다른 곳에 인력을 투입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인 결정이다. 게다가 서비스 개발과 인프라 관리는 전혀 다른 업무 영역이다. 서비스 개발을 위해 뽑은 인력을 인프라 관리에 투입해봤자 업무 효율이 나오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모든 개발 인력을 서비스 개발에 투입하고, 인프라 관리는 철저하게 클라우드 서비스에 맡기기로 결심했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스타트업 개발자들에게는 클라우드가 어울린다. 스타트업 개발자들은 대부분 나이가 어리다. 새로운 기술을 접해도 쉽게 적응할 수 있다. 클라우드에는 다양한 신 기술이 하루가 멀다하고 추가된다. 개발자 커뮤니티, 기술 문서, FAQ 등만 참고해도 이러한 신 기술에 손 쉽게 적응할 수 있다. 신 기술을 활용하면 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서비스를 구축하고 상용화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런데 클라우드를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클라우드 중고장터로 더 저렴하게 서비스를 구매
VCNC는 비트윈의 글로벌 서비스를 위해 다양한 클라우드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 사용자가 활발히 활용 중인 핫데이터를 메모리 상에서 처리하기 위한 '가상머신', 사용자가 가끔씩 접근하는 콜드데이터를 저장하기 위한 '스토리지', 전 세계 어디에나 동일한 속도로 서비스와 콘텐츠를 배포해주는 'CDN(콘텐츠 딜리버리 네트워크)', 서비스 전체의 상황을 한 눈에 파악하고 이상이 발생하는 부분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 모니터링',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함에 따라 쌓이는 트랜잭션(데이터베이스 신호의 최소단위)을 순서대로 처리해주는 '신호 분산 및 순차처리 서비스', 서버의 개수를 트래픽에 맞춰 유동적으로 관리해주는 '오토 스케일링' 등을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 팀장은 이렇게 다양한 클라우드 기술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기술로 '스팟 인스턴스(Spot instance)'를 꼽았다.
"클라우드를 활용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기술이 바로 스팟 인스턴스다. 스팟 인스턴스는 기존 호스팅 서비스에선 상상할 수도 없었던 클라우드만의 독특한 서비스다. 스팟 인스턴스는 쉽게 말해 쓰고 '클라우드판 중고장터'다. 쓰고 남은 컴퓨터 자원이나 현재 사용하지 않고 낭비되고 있는 컴퓨터 자원(유휴 자원)을 경매에 붙여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기업이나 개발자에게 재판매할 수 있는 서비스다. 판매자 입장에선 남은 자원을 처분해 돈을 되돌려 받을 수 있어서 좋고, 구매자 입장에선 클라우드 서비스를 바로 구매하는 것보다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서 비용절감 효과가 크다."
"VCNC는 스팟 인스턴스를 통해 컴퓨팅 자원을 구매해서 각종 작업을 저렴하게 처리했다. 현재 비트윈은 5년 넘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쌓인 로그 파일만 10TB 수준에 이른다. 이렇게 쌓인 로그 파일을 분석해 사용자 행동 패턴을 파악하고 이 데이터를 활용해 서비스를 개선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10TB에 이르는 로그 파일을 그냥 클라우드 상에서 분석하면 비용이 제법 많이 든다. 때문에 스팟 인스턴스에서 컴퓨팅 자원을 구매해서 여러 대의 가상 머신을 만든 후 '오토 스케일링 그룹(여러 대의 가상 머신에 오토 스케일링을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기술)'을 적용해 여러 대에서 동시에 로그 분석을 시도했다. 이를 통해 저렴하면서도 빠르게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었다."
"또, 스토리지에 저장되어 있던 사용자들의 JPEG 사진을 용량이 더 적으면서도 화질은 비슷한 webP 이미지로 변환하는 작업에도 스팟 인스턴스와 오토 스케일링 그룹을 이용했다. 5년 동안 축적한 11억 장에 달하는 JPEG 사진을 3~4일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2,000 달러가 채 안되는 비용으로 인코딩(변환)할 수 있었다. 데이터센터나 로컬 호스팅 업체에서 이러한 작업을 처리했다면 이렇게 빠르고 저렴하게 사진을 인코딩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특정 서비스에 충성할 필요가 없다, 좋은 것을 골라써라
VCNC는 현재 AWS를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데이터 분석은 구글의 빅데이터 분석 클라우드 서비스 '빅쿼리(BigQuery)'를 이용하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결국 상품이다. 특정 서비스에 종속될 이유가 없다.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로컬 클라우드 서비스 등 여러 서비스의 가격과 성능을 비교한 후 스타트업의 상황에 맞는 최적의 서비스를 선택하면 된다.
"현재 VCNC는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GCP)의 빅쿼리를 회사 내부 데이터 분석에 이용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에 이만한 서비스가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훌륭한 서비스다. 작년 말 AWS도 빅쿼리에 대응하기 위해 '아마존 아테나(Amazon Athena)'라는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출시했는데, 향후 둘을 비교해보고 더 좋은 서비스를 선택할 것이다."
사후 지원도 클라우드 선택의 중요한 요소
클라우드는 결국 서비스다. 이용 비용, 제공하는 기술 뿐만 아니라 사후 지원도 서비스를 선택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다. VCNC는 클라우드 사업자에게 서비스를 개선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했고, 이를 지속적으로 관철해왔다. 현재 많은 클라우드 사업자가 고객의 목소리에 지속적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다. 클라우드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사후 지원이 뒤떨어지면 고객 이탈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를 아무리 뒤져봐도 우리가 요구하는 I/O(데이터 입출력속도)를 갖춘 저장장치가 없었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저장장치 대신 가상머신을 대량으로 생성한 후 사용자들의 호출이 많은 데이터를 저장했다. 그만큼 높은 추가 지출이 요구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클라우드 사업자에게 요구했고, 얼마 후 우리의 요구에 부합하는 I/O를 갖춘 저장장치가 클라우드에 추가되었다."
"또한 과거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가 국내 데이터센터를 제공하지 않아 일본에 존재하는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일본에서 대지진이 일어나 한국과 일본 사이의 해저 광케이블이 많이 끊어지는 사태가 발생한적 있다. 때문에 한국에서 해외로 나가는 트래픽이 많아지는 저녁 시간만 되면 서비스 자체가 느려지는 일이 발생했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클라우드 사업자에게 전용망 증설을 요구했다. 요청이 받아들여져 전용망이 증설되었고 덕분에 속도가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현재도 비트윈은 일부 서버만 한국에 두고 일본 데이터센터를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클라우드(Cloud)가 세상을 변화시킨다.' 이제는 4차 산업혁명, 나아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최첨단 정보기술(IT) 클라우드의 중요성에 대해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선 비즈니스 현장으로 들어가면 '과연 많은 돈을 들여 클라우드를 써야 하는 것일까'하는 의문은 남아있습니다. 비즈니스인사이트와 IT동아는 클라우드가 미디어부터 제조업, 유통업, 금융업, 스타트업 등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고, 향후 어떻게 비즈니스 생태계를 변화시킬 것인지에 관해 비즈니스맨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오늘부터 클라우드가 바꾸는 비즈니스 환경, 다시 말해 Biz on Cloud라는 주제로 연재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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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