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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공지능 삼파전, 우리는 준비되어 있나?

강일용

[IT동아 강일용 기자] 2010년에 들어 불어닥친 모바일이라는 바람은 우리 산업 전반의 모습을 송두리째 바꿨다. 모든 제품과 서비스가 모바일을 중심으로 설계되고 출시되어 소비될 정도로 모바일이 우리 삶에 미친 영향은 컸다. 덕분에 모바일 플랫폼을 장악한 애플과 구글은 전 세계 시가총액 1위와 2위 기업으로 우뚝설 수 있었다. (2017년 5월 기준)

하나의 흐름이 영원하지는 않다. 혁신이라고 여겨졌던 모바일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IT 업계는 모바일의 뒤를 이을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IT 업계의 거물들이 모바일을 대신해 새롭게 주목하고 있는 먹거리, 바로 인공지능(AI)이다. 이들은 인공지능을 장악한 업체가 IT 시장, 나아가 산업 전반을 이끌며 시가총액 1, 2위에 올라설 것임을 예견하고, 회사의 모든 역량을 인공지능을 개발하는데 쏟아붓고 있다.

인공지능

아직은 SF의 영역인 강인공지능과 현실에 등장한 약인공지능

그렇다면 이쯤에서 의문이 생긴다. '인공지능'이란 과연 무엇일까?

인공지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바로 '강인공지능'과 '약인공지능'이다.

강인공지능은 인지능력(cognitive)을 토대로 자아(ego)와 지성(intellect)을 갖춘 인공지능이다. 스스로 생각하고, 학습해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인공지능이다. 자아가 확고하게 성립되는 10살 이후의 사람과 대등한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강인공지능은 아직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다. 얼마 전 국내에 개봉한 SF 영화 '에이리언:커버넌트'에도 데이빗과 월터라는 인공지능을 갖춘 안드로이드가 매우 비중있게 등장하고 있다.

약인공지능은 인지능력만 갖춘 인공지능이다. 자아와 지성은 없다. 사람이 알려준 데이터를 토대로 사물을 보고, 글을 읽고, 말을 듣고 답변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다. 자아가 성립되지 않은 영아와 다를 바 없는 상태다. 때문에 약인공지능을 현재 인공지능이란 표현 대신 '인지컴퓨팅(cognitive computing)'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약인공지능은 세상에 하나 둘 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시중에 존재하는 모든 인공지능은 약인공지능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이세돌 9단에 이어 커제 9단과 대국을 펼칠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부터 사용자의 가정에 침투하고 있는 인공지능 비서 아마존 '알렉사'까지 모든 인공지능이 약인공지능의 일종이다.

프로그램과 인공지능의 차이

기존 컴퓨터 프로그램과 인공지능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컴퓨터 프로그램은 특정 작업을 처리하려면 사람이 코딩이라는 작업을 통해 일하는 방식을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알려줘야 했다. 코딩을 한 만큼의 능력만 보여줬다.

반면 인공지능은 사람이 하나만 가르쳐줘도 열을 해낸다. 이는 인공지능이 학습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방대한 데이터를 토대로 학습을 진행해 스스로의 능력을 강화시킨 후 사람이 가르쳐주지 않았음에도 기대 이상의 판단과 결과물을 내놓는 것이다. 때문에 많은 IT 전문가들이 인공지능이 산업 자체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세 가지 핵심 능력

현재 인공지능은 세 가지 인지능력을 갖췄다고 평가받고 있다. 첫 번째는 '보는 능력(computer vision, 컴퓨터 비전)'이다. 인공지능이 사진 또는 동영상을 보고 그 속에 찍힌 사람은 누구인지, 사물은 무엇인지, 장소는 어디인지 등을 파악하는 능력이다. 사진, 영상을 분석하거나 자율주행차를 운전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두 번째는 '음성을 듣고 말하는 능력(speech recognition, 음성인식)'이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말을 알아 듣고, 이에 맞는 대답을 해주는 능력이다.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 등에 사용되고 있다.

세 번째는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natural language processing, 자연어 처리)'이다. 인공지능이 글을 읽고 그 뜻을 이해해서 사람들에게 풀이해주는 능력이다. 문서 분류 또는 언어 번역 서비스 등에 활용되고 있다.

인공지능의 세 가지 능력<인공지능의 세 가지 핵심 능력 (사진=비즈니스인사이트)>

세 가지 핵심 능력에 포함시키기에는 조금 애매하지만, 인공지능의 주요 능력 가운데 하나로 '빅데이터 분석(data analysis)'을 꼽는 IT 전문가도 많다. 빅데이터 분석은 인공지능 대신 기존의 컴퓨터 프로그램으로도 가능하지만, 인공지능이 더욱 빠르고 효율적이며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핵심 기술, 머신러닝과 딥러닝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인공지능과 기존 컴퓨터 프로그램의 가장 큰 차이점이 바로 데이터 학습능력의 유무다. 기계에게 학습능력을 부여하는 기술이 바로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계학습)'이다. 때문에 머신러닝이야 말로 인공지능 구현을 위한 핵심기술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IT 전문가들은 대체 어떻게 기계에 불과한 인공지능을 학습시키는 것일까?

머신러닝은 먼저 기계에게 정제된 데이터를 제공함으로써 시작된다. IT 전문가들이 기계에게 이 정제된 데이터 사이의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를 '감독학습'이라고 부른다.

이어 감독학습을 통해 데이터 사이의 상관관계를 파악할 수 있게 된 기계에게 정제되지 않은 무제한의 데이터를 제공한다. 기계는 자신의 연산능력을 활용해 이 방대한 데이터 사이의 상관관계를 찾는 연습을 무제한으로 반복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인지능력을 강화한다. 이를 '비감독학습'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감독학습과 비감독학습을 통해 기계의 능력이 어느 정도 향상되면 다시 처음부터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한다. 이를 '강화학습'이라고 부른다.

감독학습, 비감독학습, 강화학습이라는 삼 단계 교육과정을 거쳐 기계는 데이터의 가치와 상관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보고, 듣고, 말하는 인지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것이 바로 머신러닝의 핵심 비결이다.

그런데 이러한 머신러닝에는 한 가지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기계가 데이터 사이의 상관관계를 파악해 내린 결정이 정확하다고 보장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한 마디로 틀린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많은 IT 전문가들이 컴퓨터 알고리즘 또는 통계학적 모델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머신러닝의 정확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정확도가 70%를 넘기기 힘들었다. 기계가 3번 판단을 내리면 그 가운데 1번은 반드시 틀린다는 얘기다. 이래서는 기계의 판단을 믿고 일을 처리할 수 없다. 때문에 머신러닝은 그 개념이 등장한 1960년 이래 반 세기 동안 허황된 기술로 평가받으며 비주류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머신러닝의 핵심 방법론인 컴퓨터 알고리즘, 통계학적 모델은 이후에도 컴퓨터 산업 전반에 널리 이용되며 다듬어졌다. 우리 삶에서 이 두 기술을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일기 예보'를 들 수 있다. 슈퍼컴퓨터와 통계학적 모델을 활용해 과거 기상상태를 분석한 후 이를 토대로 향후 기상상태 변화를 알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컴퓨터 알고리즘, 통계학적 모델은 정확도가 70%를 넘지 못했다. 때문에 기상청에선 일기예보관이 자신의 경험과 직관을 더해 컴퓨터가 내놓은 분석 자료를 수정한 후 최종 일기 예보를 하고 있다.)

딥러닝 예제

이러한 와중에 1980년대에 들어 머신러닝의 패러다임을 바꿀 한가지 방법론이 제시되었다. 뇌 과학이 무르익으면서 사람이 학습 능력을 갖출 수 있는 이유는 뇌속에 있는 '신경망(neural network)' 덕분이러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이러한 신경망을 모방한 '인경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을 기계 속에 만든 후 이 인공신경망을 통해 머신러닝을 시도하면 기계의 정확도를 향상시킬 수 있지 않을까? 인공신경망을 활용해 머신러닝의 정확도를 끌어올리려는 새로운 머신러닝 방법론, 이를 '딥러닝(deep learning, 심층학습: 뇌의 심층부를 흉내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 말로는 인공신경망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이해하기 쉽다)'이라고 부른다.

학계는 새로운 방법론에 환호했다. 하지만 당시 딥러닝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하나 있었다. 인공신경망을 구현하기에는 컴퓨터 하드웨어의 성능이 너무 열악했던 것.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인공신경망을 거쳐야 기계에게 학습을 능력을 부여할 수 있는데, 당시 조악한 컴퓨터의 성능으로는 하나의 인공신경망도 제대로 구현할 수 없었다. 결국 딥러닝도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만다.

하지만 2008년에 들어 변화가 시작되었다. 컴퓨터에 장착된 CPU, GPU, 메모리 등의 성능이 수 많은 인공신경망을 구현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해졌기 때문이다. 마침내 2012년 세계 최대의 이미지 인식(컴퓨터 비전) 경연대회 'ILSVRC(Imagenet Large Scale Visual Reconition Challenge)'에서 제프리 힌튼(Geoffrey Hinton) 교수가 이끄는 슈퍼 비전팀이 딥러닝을 활용해 기존의 머신러닝 방법론을 이용한 연구팀을 압도하면서 인공지능 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다른 팀이 개발한 인공지능은 74% 내외의 정확도를 보여줬다. 여전히 3~4개 가운데 1개가 틀리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슈퍼 비전팀이 선보인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은 85%의 정확도를 보여줬다. 마의 70%대 벽을 돌파한 것이다.

이후 딥러닝 기술은 대학과 연구소의 수 많은 연구진과 구글, MS, 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에 의해 계속 다듬어지고 발전하게 된다. 특히 컴퓨터 비전 기술(보는 능력)과 음성인식 기술(듣는 능력)의 경우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 두 기술 모두 현재 정확도가 95%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2017년 구글 공개 기준). 이는 사람과 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더 정확하게 이미지를 인식하고 말을 알아듣는 것이다.

마침내 인공지능이 사람보다 사물을 더 잘 구분하고 말을 더 잘 알아듣는 시대가 열렸다. 이제 사람 대신 인공지능에게 믿고 일 처리를 맡길 수 있게 되었다. 사람을 대신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등장, 인공지능의 시대가 열렸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변화다.

인공지능 시장의 세 가지 형태

인공지능이 무엇이고, 인공지능의 시대가 열릴 수 있었던 이유를 설명하기 위한 서두가 길었다. 이제 구글, MS, 아마존 등 글로벌 IT 기업이 인공지능 시대를 이끌어 가기 위해 어떤 인공지능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현재 인공지능 시장은 세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완성되어 있는 인공지능 모델을 서비스 형태로 판매하는 시장'이다.

두 번째는 '기업 또는 개발자들이 자신만의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을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제공하는 시장'이다.

세 번째는 '어디서나 실행되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 원천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한 시장'이다.

알파고와 왓슨, 기업용 인공지능의 대표주자

완성되어 있는 인공지능 모델을 서비스 형태로 판매하는 시장은 인공지능의 가장 보편적인 모습이다. 특정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 모델을 슈퍼컴퓨터 또는 클라우드 컴퓨팅 속에 생성한 후 하나의 완성품이라는 의미에서 이름을 붙이고, 이 서비스의 능력을 기업 또는 사용자들에게 판매하는 비즈니스 방식이다. 컴퓨터 과학에서는 이를 고도화된 SaaS(소프트웨어형 클라우드 서비스)로 보고 있다.

완성되어 있는 인공지능 서비스를 판매하는 시장은 판매 대상에 따라 '기업용 인공지능'과 '일반 사용자용 인공지능'으로 분류할 수 있다.

기업용 인공지능의 대표적인 사례로 IBM의 의료 인공지능 '왓슨',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와 의료 인공지능 '딥마인드 헬스', MS의 비즈니스 인공지능 '그래프' 등을 들 수 있다. 기업용 인공지능의 목표는 기업(대학, 연구소, 병원 포함)의 비즈니스를 돕거나, 구성원들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사실 둘은 같은 말이다. 구성원의 생산성이 향상되면 기업의 핵심 활동이 더욱 효율적으로 변할테니까.)

IBM 왓슨은 '왓슨 포 온콜로지'와 '왓슨 포 지노믹스'로 구성되어 있다. 왓슨 포 온콜로지는 컴퓨터 비전 기술을 활용해 CT 촬영에서 수집된 환자의 영상 데이터를 분석해 악성종양(암)과 양성종양을 찾아내는 인공지능이다. 왓슨 포 지노믹스는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해 환자의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한 후 이를 시중의 약과 대조해 환자의 항암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약재를 찾아주는 인공지능이다. 두 기술은 국내외 중견병원이 암치료를 위해 도입하고 있는 추세다.

왓슨 포 지노믹스
<왓슨 포 지노믹스>

딥마인드 알파고는 따로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유명한 바둑용 인공지능이다. 보다 고차원적인 인공신경망 기술, 컴퓨터 비전,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작년 이세돌 9단을 4:1로 꺽은데 이어 올해 커제 9단과의 대국에서 1:0으로 앞서나가고 있다. 많은 전문가가 알파고와 커제 9단의 대국에서 알파고의 압도적인 우위를 점치고 있다.

사실 알파고는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다. 향후 새로운 인공지능 서비스 개발을 위한 밑거름에 더 가깝다. 딥마인드는 알파고를 통해 자사 인공지능 기술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홍보하고 대국을 통해 얻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사의 인공신경망 기술을 강화시킨 후, 이 인공신경망 기술을 활용한 기업용 인공지능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이러한 딥마인드의 대표적인 행보가 바로 영국 NHS(National Health Service, 우리나라로 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다)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딥마인드 헬스 프로젝트다. 딥마인드 헬스는 의사들이 보다 정확한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이 환자의 상태를 분석해서 조언해주는 서비스다. 암 환자에 국한되어 있는 왓슨보다 그 적용 범위가 더 넓지만, 이제 상용화 절차를 밟고있는 왓슨과 달리 아직 임상실험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딥마인드 헬스<인공신경망을 활용한 의료 서비스 '딥마인드 헬스'>

의료용 인공지능인 왓슨, 딥마인드 헬스와 달리 MS 그래프는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비즈니스용 인공지능이다. 기업의 ERP/CRM이나 문서도구에 접목시킬 수 있다. 기업이 자사의 비즈니스 데이터를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택트', '델브' 등 다양한 하위 인공지능 서비스를 포함하고 있다. 택트는 기업 구성원이 보다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고 일정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다. 델브는 인공지능이 자연어 처리 능력을 활용해 기업이 클라우드 저장소에 올린 문서의 내용을 분석한 후 이를 자동으로 분류해주는 서비스다. 경쟁사 구글이 제공하는 사진 분류 인공지능 서비스 '구글 포토'의 문서 버전으로 이해하면 된다.

MS의 인공지능 모델 '그래프'<마이크로소프트의 비즈니스 인공지능 '그래프'>

알렉사, 어시스턴트, 코타나에 이어 빅스비와 클로바까지? 한층 격해지는 사용자용 인공지능 시장

일반 사용자용 인공지능의 대표적인 사례로 '음성비서 서비스'와 '구글 서비스 전반'을 들 수 있다. 음성비서 서비스란 쉽게 말해 사람이 해주던 비서의 역할을 인공지능이 대신 해주는 서비스다. 인공지능이 사용자의 일정 등을 관리하고, 관심사를 물어보면 이에 대한 답변을 해주며, 사용자가 보유한 사물인터넷 기기를 음성만으로 제어해준다. 심지어 음식, 물건, 서비스 등을 단지 음성명령 만으로 주문할 수도 있다. 인공신경망과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해 구현하고 있다.

이러한 음성비서 서비스의 대표적인 사례로 아마존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 MS 코타나, 애플 시리 등을 들 수 있다.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와 네이버도 빅스비와 클로바라는 음성비서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들은 모두 스마트폰 또는 스마트 스피커를 통해 이용할 수 있으며, 향후에는 스마트TV, 냉장고 등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기기 어디에서나 이용할 수 있도록 그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음성비서 서비스의 핵심은 API 공개를 통한 인공지능 생태계 구축이다. API는 특정 기업이 자사의 기기에 음성비서를 탑재할 수 있도록 돕는 빌트인 API와 자사의 서비스를 음성비서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오픈 서비스 API로 나눌 수 있다. 아마존, 구글, MS 등이 음성비서 서비스에서 앞서나간다고 평가받는 이유가 바로 이 두 가지 핵심 API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알렉사 보이스 서비스'와 '알렉사 스킬즈 킷'라는 두 API를 공개해 기업이 자사의 기기에 알렉사를 탑재하거나, 알렉사에 입점할 수 있도록 했다. 구글과 MS 역시 '구글 어시스턴트 빌트인'과 '코나타 스킬킷'이라는 API를 공개함으로써 기업이 자사의 기기에 어시스턴트와 코타나를 탑재하거나 두 서비스에 입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구글 홈<구글 어시스턴트를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 스피커 '구글 홈'>

일반 사용자용 인공지능의 또 다른 사례로 구글의 인터넷 서비스 전반을 들 수 있다. 구글은 자사의 클라우드 컴퓨팅 내에 자체 인공지능 모델을 구축한 후 이를 지메일, 구글 번역, 구글 포토, 구글 검색 등 자사 서비스 전반에 적용했다. 이를 통해 지메일은 스팸메일을 더욱 영리하게 구분하고, 구글 포토는 사용자가 올린 사진을 자동으로 분류해주며, 구글 번역은 전 세계 언어를 더욱 정확하게 번역해주고 있다. 구글 검색은 이미지에 따로 설명이 붙어있지 않아도 해당 이미지가 어떤 내용을 담고있는지 파악해서 알려준다. 구글 서비스 전반에 적용된 인공지능은 인공신경망, 컴퓨터 비전, 자연어처리 등 다양한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되어 있어 감히 인공지능 종합선물셋트라고 부를만하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인공지능의 만남

완성된 인공지능을 제공하는 시장은 과거 SW 패키지를 설치하듯 인터넷에만 연결되어 있으면 기업과 사용자가 별도의 IT 관련 지식이 없어도 손쉽게 접근해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인공지능 서비스 가운데 가장 선호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별도의 커스텀이 어렵기 때문이 기업이 자사의 비즈니스 환경에 맞는 인공지능을 찾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인공지능 시장이 기업 또는 개발자들이 자신만의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을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제공하는 것이다.

아마존, MS, 구글 등은 자사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통해 인공지능 개발 관련 기술을 기업과 개발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컴퓨터 과학적인 분류로 살펴보면 개발 플랫폼을 제공하는 PaaS(플랫폼형 클라우드 서비스)의 한 형태다. 기업과 개발자는 세 회사가 자체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면서 이용한 기술을 건내받아 자체 인공지능을 개발할 수 있다. 개발한 인공지능은 클라우드 업체의 인프라스트럭처(인프라, IT 서비스를 구동하기 위한 하드웨어의 모음)에서 구동할 수도 있고, 모델을 추출해 자체 인프라에서 구동할 수도 있다.

세 회사는 앞 다투어 자사의 인공지능 기술을 개방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아마존의 클라우트 컴퓨팅 사업부)는 '아마존 레코그니션', '아마존 렉스', '아마존 폴리'라는 컴퓨터 비전, 음성인식, 자연어 처리 기술을 공개했다. 이른바 아마존 인공지능 삼종세트다. MS도 '인텔리전트 클라우드'라는 브랜드를 선언하고 다양한 컴퓨터 비전, 음성인식, 자연어 처리, 데이터 분석 기술을 공개했다. 구글 역시 'GCP(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비전', 'GCP 스피치', 'GCP 클라우드 번역'이라는 컴퓨터 비전, 음성인식, 자연어 처리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빌드 2017<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클라우드를 인공지능과 클라우드를 결합시켰다는 의미에서 '인텔리전트 클라우드'라고 불렀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인공지능의 만남은 클라우드 업계의 가장 큰 화두다.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업계의 1위(AWS), 2위(MS) 3위(구글)가 모두 클라우드 컴퓨팅과 인공지능의 만남을 외치고 있다. 단순히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호스팅하는데 머물렀던 클라우드 컴퓨팅이 이제 인공지능과 만나 보다 창의적인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또한 세 회사는 기업과 개발자가 자체 인공지능 '챗봇(인공지능 채팅 상담사)'을 개발할 수 있도록 자연어 처리를 활용한 챗봇 개발 기술인 봇 프레임워크 API를 개발해 공개하고 있는 상태다.

오픈소스를 활용한 인공지능 자체 개발

클라우드 업계의 빅3가 제공하는 인공지능 개발 플랫폼은 기업과 개발자가 보다 빠르고 편하게 자사 상황에 맞는 인공지능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한 가지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인공지능 플랫폼 종속이다. 클라우드 사업자가 제공하는 기술과 플랫폼을 활용해 인공지능을 개발하면 점점 더 해당 클라우드 사업자의 인프라와 기술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업, 개발자, 연구소는 직접 C와 파이썬 등 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활용해 자체 인공지능을 개발해야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IT 기업이 20년 넘게 준비해온 작업을 단기간에 따라잡는 것은 비용과 시간면에서 매우 비효율적이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인공지능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공개된 오픈소스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구글, MS는 이러한 오픈소스 시장에서조차 주도권을 쥐기 위해 자사의 인공지능 기반 기술을 가운데 상당수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구글의 경우 '텐서플로'라는 이름으로 자사 인공지능 모델 구축에 이용한 기술을 공개했다. 구글의 자회사인 딥마인드 역시 'DNC(differentiable neural computer)'라는 오픈소스 기술을 개발자 소스 공유 커뮤니티 깃허브에 공개한 상태다. MS는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개발 기술을 '코그니티브 툴킷'이라는 이름으로 오픈소스화했다. 현재 인공지능 개발에 활용되는 오픈소스 기술은 텐서플로와 코그니티브 툴킷이 8:2 정도로 양분하고 있다.

텐서플로

글로벌 인공지능 삼파전, 국내 기업도 인공지능 서비스 고도화가 필요

현재 인공지능 시장은 구글, MS, 아마존의 삼파전에 IBM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구글은 명백한 인공지능 업계의 리더다. 인공지능의 대부 제프리 힌튼 교수가 설립한 인공신경망 스타트업을 인수한 것도, 데미스 하사비스가 이끄는 딥마인드를 인수한 후 알파고를 선보인 것도 구글이다. 지금도 인공지능 관련 스타트업을 지속적으로 인수하며 인공지능 사업의 비중을 강화하고 있다. 인수뿐만 아니라 내부에서 인공지능 관련 기술도 차근차근 개발하고 있다. 구글 내부에서 개발된 인공지능은 자사의 모든 서비스에 적용되어 있다. 전 세계 사용자를 상대로 인공지능을 테스트해 그 성능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오픈소스로 공개한 인공지능 기술도 사실 상 인공지능 개발의 시장 표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의 상대적인 부진 때문에 기업용 인공지능 시장에선 기대만큼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즉, 앞에서 설명한 인공지능의 세 가지 시장 가운데 첫 번째와 세 번째 시장에서는 매우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두 번째 시장에서는 경쟁자에 비해 부진한 편이다.

MS는 6,000명에 이르는 연구진을 투입해 인공지능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나아가 전 세계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인력과 자원을 인공지능 연구에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성과도 나오고 있다. 현재 전 세계 기업 가운데 인공지능 관련 특허가 가장 많은 기업이 바로 MS다. 2위인 구글의 2배 가까이 된다. 향후 인공지능 시대가 열리면 과거 소프트웨어 시대에서 그랬던 것처럼 많은 기업이 MS와의 특허 분쟁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또한 윈도우에 머물러 있던 인공지능 비서 코타나를 추출해 비디오 게임기와 스마트 스피커 등 다양한 기기에 접목하고 있고,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관련 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해 오픈소스 시장이 구글에게 장악되는 것을 막고 있기도 하다. 특히 기업용 인공지능 시장에선 50개가 넘는 관련 기술을 선보이며 타사 보다 다양한 기술을 제공하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MS는 인공지능의 세 가지 시장 가운데 특출나게 잘하는 것이 없는 것이 약점이다. 세 가지 시장 모두 잘하고는 있지만, 첫 번째와 세 번째 시장은 구글에게 밀리고, 두 번째 시장은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점유율 때문에) 아마존에게 살찍 뒤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두 번째 시장의 경우 기술적인 깊이 면에선 경쟁사인 아마존을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향후에는 시장을 주도해나갈 가능성이 높다.

아마존은 인공지능 비서 시장과 기업용 인공지능 시장에서 매우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마존 알렉사에는 이미 스타벅스, 도미노피자, 우버 등 내로라하는 업체들이 입점해있다. LG전자를 비롯한 한국기업과 중국기업들도 자사의 가전에 앞다투어 알렉사를 탑재하고 있다. 막강한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아마존 인공지능 삼종세트를 기업과 개발자에게 보급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세 가지 시장 가운데 첫 번째 시장과 두 번째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다만 기술 개발의 깊이 면에서 두 회사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세 번째 시장에선 아무런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단점이다. 두 번째 시장에서도 경쟁사의 맹추격을 받고 있어 방심할 수 없는 상태다.

IBM은 왓슨을 통해 첫 번째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의료라는 특화된 분야에 이용되는 인공지능이라 경쟁사들에 비해 범용성이 조금 떨어지는 것이 약점이다. 물론 IBM은 왓슨을 개발하는데 이용한 기술을 다른 기업에게 공개해 이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가 개발되길 기대하고 있다. 왓슨의 기술을 활용한 음성비서 서비스나 챗봇 서비스가 시장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렇게 인공지능 시장을 놓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국내 기업의 인공지능 기술은 이제 막 걸음마 단계인 상태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시장은 아직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고, 첫 번째 시장에 이제 막 발을 내딛은 상태에 불과하다.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를 상용화하는데에는 성공했지만, 관련 API를 공개해 생태계를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

물론 인공지능 서비스를 상용화한 기업 자체가 전 세계에 얼마 없기 때문에 지금의 성과만으로도 삼성전자, 네이버 등 한국 기업들도 전체 인공지능 시장에서 충분히 상위권에 위치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자만은 금물이다. 인공지능 시장의 경쟁 상대는 글로벌 IT 업계의 선두주자들이다. 그들과 경쟁하기 위해 그들의 행보를 벤치마킹하고 그들의 서비스 수준을 빨리 따라잡아야 한다. 하루 빨리 인공지능 비서 관련 API를 공개해 인공지능 비서 생태계를 만들고, 인공지능 비서를 만들 때 이용된 기술을 외부에 공개해 국내 기업이 다양한 인공지능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게 해야 한다. 인공지능 시장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조금 뒤쳐졌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달리면 언젠가는 같은 목적지에 도착하게 될 것이다. SW와 모바일 시장에서도 해냈던 일을 인공지능 시장에서 재현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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