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CEO 열전] 전기차와 화성 거주, 미래를 꿈꾸는 창업가 일론 머스크
[IT동아 김태우 기자] 여기 자수성가한 사업가가 있다. 물론 탄탄대로만 걸었던 건 아니다. 눈여겨볼 부분은 사업 아이템이 돈을 벌 거나 혁신을 위함이 아니라 그저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찾은 결과라는 점이다. 현재 그의 사업체는 인류의 멸종을 대비하고,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년 넘게 노력하고 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일론 머스크’다.
<스페이스X와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
첫 창업은 24세 때
일론 머스크는 197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에서 태어났다. 전기기계 공학자인 아버지에게 영향을 받은 덕분인지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독학했으며, 12살에는 비디오 게임 코드를 직접 짜서 500달러에 팔기도 했다.
17살이 되던 해, 가족과 함께 남아공 프리토리아에서 어머니의 고향인 캐나다로 이사했다. 2년 뒤에는 킹스턴의 퀸즈대학에 입학했고, 이후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교로 편입해 물리학과 경제학 학사학위를 취득했다. 1995년에는 물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기 위해 스탠퍼드 대학에 들어갔지만, 이틀 만에 자퇴한다. 그의 나의 24살 때다.
그해 실리콘 밸리로 발을 들인 일론 머스크는 인터넷 기반으로 지역 정보를 제공하는 ’집투(ZIP2)’라는 회사를 설립하게 된다. 첫 창업인 셈이다. 이 서비스는 신문 출판 사업자를 위한 서비스로, 뉴욕타임스, 시카고트리뷴 등이 고객이었다. 창업 4년 만인 1999년 그는 집투를 컴퓨터 제조업체인 컴팩의 자회사 알타비스타에 매각한다. 총 매각금액은 3억 7000만 달러였고, 이 중 2200만 달러를 손에 넣는다.
페이팔로 억만장자 대열에
집투를 매각한 그해 일론 머스크는 1000만 달러를 들여 새로운 회사를 만든다. 온라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엑스닷컴(X.com)이 그것이다. 이듬해인 2000년에는 경쟁사였던 콘피니티를 인수합병한다. 콘피니티는 1998월 피터 티엘이 설립한 보안소프트웨어 및 결제 서비스 회사다.
흔히 일론 머스크가 페이팔을 만들었다고 알고 있지만, 정확히는 콘피니티에서 제공하던 서비스 중의 하나가 페이팔이었다. 페이팔은 인수 직전에 이미 19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상태였다.
<일론 머스크를 억만장자로 만들어준 페이팔>
합병회사의 CEO가 된 일론 머스크는 자신이 개발한 엑스닷컴 온라인뱅킹 기술이 더는 탄력을 받지 못하자 개발을 중단하고, 이메일을 이용한 결제 서비스인 페이팔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이듬해에는 사명도 페이팔로 바꾸게 된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는 컨피니티 공동 창업가였던 맥스 레브친과의 갈등으로 페이팔을 떠나게 된다. 이후 2002년 2월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게 되고, 그 해 7월 이베이가 15억 달러의 거금에 인수한다. 당시 일론 머스크의 페이팔 보유지분은 2억 5000만 달러에 달했다. 자력으로 억마장자 대열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화성 거주를 꿈꾸다
2016년 9월 27일(현지시각) 멕시코 과달라하라 국제 우주 비행 콩그레스에 참석한 일론 머스크는 "우리가 지구상에 머물 경우 멸종될 가능성이 높다. 대안은 또 다른 행성을 식민지로 개척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2002년 6월, 이베이와 인수 협상을 한창 진행하던 도중 화성 식민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세 번째 회사인 스페이스 엑스(Space X)를 창업한다. 초기 스페이스 엑스는 순탄하지 않았다. 첫 발사체인 팰컨 1을 만들어 2006년 첫 발사를 시도했지만, 3번째 발사까지 모두 실패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스페이스X는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다.
<스페이스X의 발사체 팰콘9>
이와 별개로 같은 해 나사(NASA)는 우주왕복선의 퇴역을 선언하고, 민간 로켓 업체에 외부 위탁해서 국제 우주 정거장의 화물을 운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때 오비털 사이언스와 스페이스X가 선정되었으며, 나사로부터 지원이 큰 도움이 됐다. 2008년에 나사는 스페이스X와 12회 국제 우주 정거장의 화물 운반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이후 스페이스X는 2010년 드래곤 우주선을 발사한 후 재진입, 회수까지 성공하면서 발사부터 귀환까지 기술을 갖춘 첫 민간기업이 되었다. 특히 2015년에는 팰컨 9 로켓으로 위성을 궤도진입시킨 후 추진체 로켓을 그대로 회수하는데 처음 성공했으며, 2016년에는 로켓의 해상 회수마저 성공한다.
<궤도 진입 후 지구로 귀환해 착륙하는 팰컨 9>
전 세계에서 가장 싼 값으로 우주에 물품을 수송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라 할 수 있으며, 시장의 흐름을 바꿔나가고 있다.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일론 머스크는 구체적인 화성 식민지 계획을 2016년에 발표하기에 이른다. 막연한 꿈이 아닌 현실로 나아가고 있는 것.
이런 성공에는 탄탄한 기술력이 뒷받침 되긴 했지만, 나사의 지원이 가장 큰 힘이 됐다. 민간 우주 기업은 스페이스X 이전에도 이후에도 있었고, 다양한 로켓과 우주선의 청사진이 넘쳐났다. 하지만 나사의 선택은 스페이스X였다.
전기자동차 시대 주도하는 테슬라
일론 머스크의 이름이 지금처럼 알려진 것은 전기자동차를 만드는 테슬라 덕택이라고 할 수 있다. 재밌는 부분은 테슬라 또한 페이팔처럼 일론 머스크가 만든 회사라고 알려져 있다는 점이다.
원래 사명인 테슬라 모터스는 2003년 마틴 에버하드(CEO)와 마크 타페닝(CFO)이 공동 창업한 회사다. 일론 머스크는 2004년 이들을 만나게 되며, 직접 투자뿐만 아니라 대규모 투자까지 끌어오게 된다.
하지만 회사가 커지면서 테슬라의 설립자이자 CEO였던 마틴 에버하드와 일론 머스크는 갈등에 빠진다. 결국 2007년 마틴 에버하드는 CEO에서 물러나고 이사회에서 축출당한다. 공동 설립자였던 마크 타페닝 또한 이듬해 회사를 떠난다. 일론 머스크는 2008년 10월부터는 정식으로 CEO가 된다.
<테슬라 모델 S와 일론 머스크>
첫 모델은 2008년에 나온 '로드스터'로 판매가가 10만 9000달러에 이른다. 이후 2012년 모델 S, 2015년 모델 X를 내놨다. 2017년 하반기에는 모델 3를 출시할 예정이다.
테슬라 또한 순탄하지 않은 길을 걸었다. 지금도 미래 전망은 밝지만, 테슬라 역사상 흑자를 기록한 적은 단 2개 분기밖에 없다. 일론 머스크가 사비까지 털어가며 자금을 마련한 것은 익히 알려진 이야기다.
그런데도 테슬라는 미국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 중 시가총액이 가장 많다. 2016년 한 해 동안 테슬라가 판매한 자동차는 고작 7만 6230대로 2위인 GM은 1000만 대가 넘는다. 투자자들은 테슬라의 미래가치를 굉장히 높게 보고 있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 수단으로의 전환
매년 8월 말 미 네바다주의 블랙록 사막에서 열리는 버닝맨 축제에 2004년 가족들과 놀러간 일론 머스크는 여기서 힌트를 얻어 2년 후인 2006년 그의 사촌들과 함께 태양광 패널업체 ’솔라시티’를 만든다. 주력 사업은 태양광 패널을 무상으로 설치해 주고, 장기 대여를 통해 대여료를 받는 것.
눈여겨볼 부분은 2006년에 테슬라 웹사이트에 일론 머스크가 올린 마스터 플랜이다. 다음과 같다.
1. 값이 비싸더라도 소량의 자동차만 생산한다.
2. 이 돈을 사용하여 조금 더 저렴한 자동차를 조금 더 생산한다.
3. 이 돈을 사용해서 알맞은 가격의 자동차를 대량 생산한다. 그리고…
4. 태양광 에너지를 제공한다.
테슬라의 미션은 전기 자동차를 만들어 파는 것이 아니다. 지속 가능한 에너지 수단으로의 전환 가속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그 목표를 이루는 수단이 전기 자동차인 셈이다. 작년 테슬라는 솔라시티를 인수했으며, 올 초 사명을 ’테슬라모터스’에서 ’테슬라’로 바꿨다.
현재 테슬라는 1, 2단계를 지나 3, 4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일단 전기 자동차는 올 하반기에 대중차인 모델 3가 출시될 예정이다. 2016년 7월에는 배터리 공장인 '기가팩토리'를 완공하고 문을 열었다. 대량 생산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태양광 에너지의 경우 2015년에는 전기가 남아돌 때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가정용 전기 배터리 저장 장치인 '파워월(Powerwall)'을 내놓은 바 있으며, 2016년 10월에는 평범한 지붕 형태의 태양광 패널인 '솔라 루프(Solar Roof)'와 '파워월 2'를 내놨다. 솔라 루프를 통해 만들어진 전기를 파워월 2에 저장한 후 집안에 에너지를 공급하게 된다. 물론 테슬라 자동차는 전기차이기 때문에 이를 사용해 충전도 한다.
<에너지를 직접 생산해서 쓸 수 있는 시대 앞당기는 테슬라>
전기차는 자연스럽게 친환경이라는 단어와 연결되는데, 이를 바탕으로 에너지 분야로의 진출도 꾀하고 있다. 기후 변화는 인류에게 큰 숙제라고 할 수 있지만, 일상생활에서는 크게 다가오지 않는 측면이 있는데, 이를 테슬라는 라이프 스타일로 바꿔 나가려 한다.
꿈을 향해 한 발 한발 묵묵히
일론 머스크는 페이팔 매각으로 억만장자가 됐다. 평생 먹고 놀아도 다 쓰기 어려운 돈이다. 하지만 그는 이 돈을 좀 더 가치 있게 쓰기 시작한다. 세상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도전한 것.
인류 멸종을 대비한 화성 식민지 계획은 다소 황당하게 느껴지며, 그나마 현실성 있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 가속화는 거대한 미션이다. 그런데도 일론 머스크는 10년 넘게 한 발 한 발 이 꿈들이 현실로 구현될 수 있도록 묵묵히 걸어나가고 있다. 그 어떤 CEO보다 일론 머스크가 멋진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리라.
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