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스테이션의 섀시, 일반 PC 케이스와는 차원이 다르다
전문가용 PC라 불리는 워크스테이션은 1980년대 처음 출시되어 지금까지 과학기술 연산, 공학 설계, 통계 처리, 금융 자료 분석, 그래픽 등 전문 분야 작업에서 주로 활용되어 왔다. 최근 고성능 일반 PC와 보급형 워크스테이션의 경계가 많이 무너졌다지만, 역시 워크스테이션에는 일반 PC가 따라오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다.
국내에서는 연간 약 440만 대의 PC가 판매되는데, 그중 워크스테이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1%도 채 안 되는 수준이다(약 3만 대). 이렇듯 워크스테이션은 대중적으로 많이 판매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일반 PC에 비해 가격이 비싸고 일반인들에게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번 워크스테이션을 경험한 전문가들은 비싼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다시 워크스테이션을 찾는다. 대체 워크스테이션에 어떠한 강점이 있기에 전문가들의 관심을 잡아끄는 것일까?
워크스테이션의 대표적인 장점으로는 보통 안정적인 성능, 전문가용 소프트웨어 지원 등을 꼽지만, 특유의 섀시(케이스) 설계 구조도 빼놓을 수 없다. 자세한 것은 보급형 워크스테이션인 HP Z400을 직접 만져보면서 알아보자. 일단 섀시 커버를 열고 닫는데 드라이버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손으로 커버의 손잡이 부분을 당긴 후, 본체 뒤쪽으로 밀면 간단하게 열린다.
커버를 열고 나면 섀시 안에 초록색의 장치들이 보인다. 이 장치들은 각 부품을 단단히 고정해주는 역할도 있지만 손으로 쉽게 부품을 장착/제거할 수 있는 버튼의 역할도 한다.
CD-ROM이나 블루레이 드라이브와 같은 ODD의 추가 증설을 위해 전면 패널을 제거할 때는 내부에 위치한 2개의 걸림쇠를 살짝 눌러주기만 하면 된다.
그래픽 카드, 하드디스크, ODD(CD, DVD 드라이브) 등 역시 드라이버 없이 간단하게 빼고 끼울 수 있다.
워크스테이션 섀시 설계의 강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일반 PC에 비해 많은 작업이 이루어질 것을 대비해 내부에서 발생하는 열을 쉽게 배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PC에서 발열은 곧 제품의 안정성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PC를 사용하다 보면 시끄러운 소음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팬이나 하드디스크 같은 내부 부품의 작동음인데, 워크스테이션에는 하드디스크 고정 나사에 진동/소음 방지 고무패킹이 달려 있고 내부 쿨러 역시 저소음 제품이 장착되어 있어 소음을 최소화한다.
HP Z400의 경우, 120mm 섀시 쿨러(후면), CPU 쿨러, 전원공급기 쿨러 등 3개가 작동하지만, 작동 소음은 50~55dB 정도에 불과해 일반 사무실에서 사용하기에도 무리가 없다(일반 사무실 환경의 기준 소음은 45dB이다).
이 외에 부품 교체 등의 유지/보수 작업 중에 흔히 발생하는 크고 작은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둥글게 처리된 프레임 모서리 역시 워크스테이션 섀시가 가지는 특징이다.
게다가 나사 분실을 대비해 용도에 따른 예비 나사를 섀시 내부에 아예 고정해두기도 한다. 사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섀시에 맞는 나사가 없어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을 겪어보면 이러한 세심함에 감사하게 된다.
워크스테이션의 섀시는 일반 PC와는 분명 다르다. PC 기술의 최고점을 지향하는 워크스테이션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제조되는 법이 없다. 이렇게 섀시부터 체계적으로 설계, 제작되는 워크스테이션은 향후 10년 이상 사용해도 거뜬하다. 2~3년만 지나면 케이스 커버조차 제대로 열리지도, 닫히지도 않는 저가 일반 PC 섀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워크스테이션은 처음부터 사용자의 편의를 고려해 제작된다. 전문가들이 워크스테이션을 선호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성능과 안정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사용자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