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미래를 엿보다, 엡손 모베리오 BT-300
[IT동아 강형석 기자] 가끔 공상과학만화 또는 영화를 보면 다양한 신기술들이 나온다. 디스플레이가 없어도 화면을 볼 수 있다거나 안경을 쓰면 전방에 화면이 펼쳐지고 다양한 정보를 보여주는 등 신기한 모습들이 등장한다. 이 중에는 구현이 어려운 것들도 있지만 일부는 비슷하게 개발되어 우리들의 일상과 환경 속에서 활약하고 있다.
엡손 모베리오(Moverio) BT-300 역시 상상 속에서나 볼 법한 물건이 현실이 된 경우 중 하나라 하겠다. 이 제품은 스마트 안경으로 자연스레 눈 앞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품고 있다. 이 외에 카메라를 활용한 증강현실(AR) 구현도 가능하다는 점도 돋보인다.
평범한 안경이 아닙니다 '스마트 안경'입니다
안경은 안경인데, 범상치 않은 외모다. 얼핏 엑스맨에서 활약하는 사이클롭스가 쓸 듯한 모양새이긴 하지만 일단 안경의 형태는 잘 갖추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안경이 아닌 디스플레이 기능을 겸하는 스마트 안경이니 상대적으로 덩치는 크다.
크기는 폭이 190mm, 높이 26mm 정도다. 안경의 렌즈부에서 귀에 걸치는 고리까지의 거리는 190mm 가량이다. 무게는 69g으로 일반 안경이 30g 전후라는 점을 감안하면 무거운 편이다. 하지만 코 패드의 고정 능력이 기대 이상이어서 잘 흘러내리지 않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안경을 보면 형태는 단순하다. 여느 안경과 같이 렌즈부가 있으며, 한 쪽에는 카메라가 배치되어 있다. 이곳에 조도센서도 장착돼 빛에 따라 화면 밝기를 알아서 조절한다. 카메라는 500만 화소로 촬영도 가능하고 주변 사물을 인식한 증강현실에도 사용된다.
렌즈는 디스플레이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렌즈에서 어떻게 영상이 나온단 말인가? 확인을 해 보면 답이 나온다. 바로 렌즈 중앙에 있는 굴절층이 그것이다. 영상은 렌즈 양 모서리에서 투사되는데, 그냥 표시하면 볼 수 없으므로 이렇게 굴절층을 둬 화면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왼쪽과 오른쪽 눈 모두 표시되기 때문에 3D 영상 구현도 가능하다. 증강현실(AR)을 구현한다는 것도 여기에 기인한다.
영상은 HD 해상도로 구현된다. 또한 실리콘 유기발광다이오드(Si-OLED) 패널 탑재로 투명하지만 자연스러운 화면을 제공한다. 실제로 사용해 보니 실내에서도 제법 좋은 영상을 보여준다. 야외에서는 보기 어렵지만, 패키지에 제공되는 빛 가리개를 쓰면 조금은 해결된다.
착용감은 무난하다. 안경보다는 과거 3D 안경과 비슷한 착용감이다. 고리가 머리 형상에 맞춰 둥글게 휘어 있어 불편함이 적다. 또한 끝에는 고무 받침대도 있어 미끄러짐을 방지했다. 단, 땀이 많이 나는 사람이라면 재앙을 맞을지도 모르겠다.
이 제품의 핵심은 바로 컨트롤러에 있다. 여기에 모든 기능이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단순 조작을 위한 장비가 아니라 스마트 기기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설계됐다.
컨트롤러 상단에는 운영체제와 애플리케이션 등을 조작하기 위한 장치가 있다. 하단에는 트랙패드, 상단에는 터치 센서 방향키로 조작한다. 트랙패드는 마우스처럼 조작 가능하고, 터치 센서 방향키는 상하좌우로 이동할 때 사용한다. 중앙의 원형 버튼은 결정할 때 쓴다.
주변에는 2D/3D 전환 버튼과 음량 조절, 전원 버튼 등이 배치되어 있다. 이 외에도 마이크로 USB 단자와 마이크로 SD 슬롯이 제공된다. 충전과 데이터 이동 등이 가능하고, 마이크로 SD 카드에는 여러 콘텐츠나 데이터를 담아 꽂으면 된다.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 5.1 롤리팝이 설치되어 있다. 이 외에도 자체 개발한 증강현실 및 카메라 활용, 인터넷 등 애플리케이션이 제공된다. 영상이나 텍스트도 볼 수 있고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을 쓰면 흥미로운 영상이 안경 앞에 펼쳐진다.
눈 앞에 펼쳐지는 화면의 가능성
모베리오 BT-300의 큰 장점은 주변과 함께 디스플레이가 표시된다는 점이라 하겠다. 이를 통해 활용 가능한 영역이 확대된다. 말 그대로 안경을 썼는데 눈 앞에 디스플레이가 하나 떠 있으니 신기한 느낌도 든다. 하지만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HMD)와는 달리 화면이 고정되어 있으니 안경 또한 올바르게 착용해야 한다는 점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
어떤 모습인지 보여주고 싶지만 방법이 없다. 대신 이렇게 표시된다는 점만 보여주고자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안경의 역할을 하는 디스플레이 부에는 각각 화면이 표시된다. 표시되는 화면은 체감상 약 10~11인치 사이로 판단된다. 카메라에 의해 표시되는 시야각은 67.6도, 디스플레이 영역은 23도다.
눈과 디스플레이의 거리만 일치하면 화면은 매우 선명하게 표시된다. 하지만 조금만 어긋나면 상이 겹쳐지는 부분은 아쉽다. 또한 높이가 맞지 않으면 화면 일부가 가려지면서 피곤함을 쉽게 느낀다. 향후 제품에서는 이 부분을 조절할 수 있도록 제공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런 부류의 제품이 흔하지 않고, 잘 활용하면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드론의 카메라가 촬영하는 영상을 실시간 확인하며 본다거나, 증강현실을 통한 산업군에서의 활약도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모베리오 BT-300 내에는 자체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이 제공된다. 또한 카메라를 연동한 애플리케이션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이 제품은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활용할 수 없지만 엡손 마켓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이곳에서 등록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도록 제공 중이다.
고도의 세밀함을 요하는 환경에서는 한계가 있지만 교육이나 전시, 원거리 감시 분야에서는 최적의 성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애플리케이션의 확대가 중요하다.
미래에 한 걸음 다가가다
엡손 모베리오 BT-300. 스마트 안경이라는 장르는 다소 흥미로운 소재를 활용한 제품으로 단순히 보여주는 요소 외에 완성도 또한 상당하다는 점이 돋보인다. 특히 엡손이 보유하고 있는 디스플레이 기술을 총망라한 제품이라 봐도 될 정도로 화질은 인상적인 수준이다. 제품 가격은 99만 원대로 다소 높지만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보다 가볍고 어중간한 증강현실 제품군에 비하면 성능이나 기능이 탄탄하다는 점이 이를 상쇄한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착용감의 개선이다. 안경을 쓴 이들을 위한 장치들이 있지만 이것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고 보기엔 한계가 있다. 조금 더 적극적인 정책을 써야 할 필요가 있다. 사람의 시력에 맞춰 렌즈를 장착하는 장비 또는 내부에 특수 액체를 활용해 스스로 시점을 조절하게 만든다거나 하는 구조를 제안하고 싶다. 후자는 비용이 더 상승하겠지만 말이다. 애플리케이션 보강도 필요하다.
모베리오 시리즈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비록 모베리오 BT-300은 현재에 머물렀지만 꾸준히 미래를 향해 한 걸음 내딛는 중이기 때문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