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고프로 액션캠을 위한 짐벌, 카르마 그립
[IT동아 이상우 기자] 영화 촬영에서 흔들림을 잡기 위한 노력은 오래 전부터 이어져왔다. 움직이는 주인공을 따라 카메라가 함께 움직이면 촬영자의 걸음 때문에 카메라가 심하게 흔들리게 돼, 영상의 안정감이 떨어진다. 이를 막기 위해 바퀴가 달린 카메라 거치대(달리, dolly)나 미리 설치해둔 레일에 카메라를 올려두고 움직이는 트랙(track) 기법이 많이 쓰인다. 이런 촬영 기법으로 흔들림을 막을 수는 있지만, 몇 가지 단점도 있다. 예를 들어 바퀴로 움직이는 달리는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들고, 트랙은 설치해둔 레일이 카메라에 찍힐 수 있기 때문에 촬영 범위가 제한된다.
스테디캠(Steadicam)이라는 장비가 등장하고 촬영 기법도 더 다양하게 변했다. 스테디캠은 몸에 지지대를 고정하고 카메라를 마치 공중에 떠있는 것처럼 무게추가 달린 장치에 설치해 몸의 흔들림을 카메라에 전달되지 않게 해주는 장비다. 1976년 개봉한 영화 '록키'에서 주제가인 'Gonna fly now'와 함께 주인공 록키 발보아(실베스터 스탤론 분)가 훈련하는 장면에 이 장치가 쓰이면서 널리 알려지게 됐고, 이후 다양한 영화에서 추격 장면 등 주인공이 격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안정적으로 담을 때 많이 사용하게 됐다.
짐벌이 등장한 이후에는 스테디캠의 자리는 좁아졌다. 모터와 전자식 구동 장치를 갖춘 짐벌은 스테디캠과 비교해 흔들림 방지가 더 뛰어나며, 카메라를 좌우로 움직이는 패닝 같은 동작도 더 자연스럽게 해준다. 영화 촬영 처럼 전문적인 곳에서 쓰던 짐벌은 이제 일반인이 자신의 일상 생활을 촬영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특히 스마트폰 등으로 촬영한 동영상과 달리 흔들림 없는 고품질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만큼 전문가 같은 느낌도 낼 수 있다.
고프로가 출시한 짐벌 '카르마 그립'은 이러한 촬영을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품이다. 고프로의 액션캠 제품군인 히어로를 장착해 사용하는데, 히어로5 블랙 처럼 가장 최신 액션캠 모델뿐만 아니라 히어로4 실버, 히어로4 블랙 등 이전 세대 모델이라도 장착해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기존 고프로 액션캠을 보유한 사람이 어떤 환경에서든 조금 더 안정적인 동영상 촬영을 원한다면 구매하기 적절한 제품이다.
사실 카르마 그립은 고프로가 공개한 드론인 '카르마'에 기본 패키지로 포함된 제품이다. 이 카르마 그립의 머리 부분을 분리해 드론에 장착하면 짐벌을 갖춘 항공 촬영용 드론이 된다. 하지만 출시 이후 몇 가지 문제 때문에 카르마 출시를 잠시 미루고, 짐벌로 쓸 수 있는 카르마 그립을 우선 출시했다. 향후에는 카르마 그립이 포함되지 않은 드론만 별도로 판매할 계획이라고 하니 드론까지 필요하다면 카르마 그립을 우선 구매하고, 카르마는 출시 이후 구매하면 되겠다.
이제 구성을 살펴보자. 우선 짐벌의 머리 부분에는 고프로 액션캠을 고정할 수 있는 하네스가 있다. 이 머리 부분은 히어로5 블랙 모델 전용이며, 탈착이 가능하다. 히어로4 계열(실버, 블랙) 등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하네스가 필요하다. 이전 모델의 경우 미니USB B형을 쓰지만, 히어로5는 USB C형을 쓰기 때문에 하네스가 다르다.
짐벌의 핵심은 관절 부분이다. 이 관절이 자연스럽게 움직여야 안정적인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르마 그립의 세 개의 관절로 구성돼 있으며, 평소에는 축 늘어져 있다가 전원을 켜면 제자리를 잡는다. 전원이 켜진 이후에는 언제나 정면을 바라본다. 손잡이를 수평으로 잡든 수직으로 잡든, 위아래로 흔들든 언제나 앞만 본다. 좌우로 빠르게 흔들 때는 팔을 돌리는 속도보다 조금 느리게 카메라가 따라온다. 이는 패닝 동작에서 흔들림을 줄이기 위해 모터가 천천히 작동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기존 스테디캠에서 처리하지 못했던 패닝 시 흔들림을 잡을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카르마 그립은 드론인 카르마와 패키지로 출시될 예정이었다. 관절과 손잡이 연결부에 있는 잠금 표시는 카르마와 연결을 위해 분리할 수 있는 부분임을 뜻한다. 이를 힘을 줘서 돌려 뽑으면 관절 부분만 카르마 본체에 연결해 사용할 수도 있다.
손잡이에는 네 개의 버튼이 있다. 이 버튼을 이용하면 고프로 액션캠 본체나 무선으로 연결한 스마트폰이 없어도 각종 설정을 변경하는 것이 가능하다. 전원 버튼은 촬영 모드 버튼과 위치가 같다. 이 버튼을 길게 누르면 전원을 켜거나 끌 수 있고, 짧게 누르면 촬영 방식을 동영상, 사진, 버스트샷, 타임랩스 등으로 변경할 수 있다.
가장 위에 있는 버튼은 녹화를 시작하고 정지하는 버튼이며, 오른쪽에 있는 버튼은 하이라이트 태그 버튼이다. 녹화 버튼을 누르고 촬영하는 중, 재미있었던 장면을 표시하거나 편집을 해야할 장면이 있을 때 이 버튼을 누르면 향후 고프로 전용 편집소프트웨어에서 이 영상을 열었을 때 버튼을 눌렀던 순간이 기록된다.
가장 아래에 있는 버튼은 카메라 각도 고정 버튼이다. 앞서 카르마 그립의 전원을 켜면 항상 정면만 바라본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 버튼을 누르고 있는 상태에서는 카메라의 현재 각도가 고정된다. 만약 촬영 중 하늘이나 땅을 찍고 싶다면 이 버튼을 누르고 카메라를 위나 아래 방향으로 움직이면 된다.
고프로 액션캠과 카르마 그립은 각각 배터리를 갖추고 있지만, 이를 결합하면 두 제품은 배터리를 공유한다. 카르마 그립에 있는 충전 단자로 충전하면 고프로 액션캠과 카르마 그립이 동시에 충전되고, 액션캠의 배터리가 부족하면 카르마 그립의 배터리를 이용해 마치 외장 배터리를 연결한 것처럼 충전된다. 고프로 액션캠의 경우 촬영 외에도 스마트폰과 연결 시 발생하는 배터리 소모가 있는 만큼, 이런 충전 기능을 이용해 둘의 배터리 사용량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참고로 둘을 연결한 상태에서 배터리 지속시간은 약 2시간 정도다.
카르마 그립에는 기본 구성품으로 마운트 장착 링이 포함돼 있다. 이 링을 관절 아래에 끼우면 고프로가 기존에 출시한 다른 마운트에도 고프로 그립을 장착해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방용 마운트에 이 링을 이용하 카르마 그립을 연결하면 핸드헬드 박식이 아니라 가방에 부착한 형태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밖에 다양한 마운트와 호환하기 때문에 손으로 카르마 그립을 잡기 어려운 환경(패러글라이딩이나 산악 자전거 등을 탈 때)에서도 안정적인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다.
카르마 그립의 공식 출시 가격은 41만 원으로 언뜻 저렴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전용 액션캠인 히어로5 블랙과 함께 구매한다면 가격이 약 90만 원 정도다. 하지만 기존의 고프로 액션캠과 함께 각종 마운트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구매할 만한 제품이다. 기존 마운트 및 액션캠과 호환하기 때문에 제품에 필요한 여러 액세서리를 추가로 구매할 필요도 없다. 새로운 짐벌이 출시됐다는 느낌보다는 액션캠을 위한 추가 마운트라는 느낌이다. 일상의 즐거움을 더 다양한 방법으로 담고 싶은 고프로 사용자에게 추천할 만하다.
다음은 카르마 그립으로 촬영한 동영상이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