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자에게 우리의 가치 주고 싶다' 알카텔모바일 신재식 대표
[IT동아 김태우 기자] 2016년 출시된 설현폰2로 알려진 '쏠' 스마트폰은 알카텔모바일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스마트폰이다. 알카텔모바일은 우리에겐 낯선 곳이지만, 유럽에선 10년 넘게 휴대전화를 만들어 온 회사다. 이미 남미와 북미 쪽에서도 입지를 어느 정도 다진 상태이며, 최근에는 아시아 쪽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국내에는 2014년 법인을 세우고 2015년 첫 스마트폰을 내놨다. '아이돌 착'이 그것으로 국내 마켓 테스트용 정도로 보면 될 듯하다. 그리고 2016년 두 번째로 출시한 것이 설현폰2으로 유명세를 탄 쏠이다. 쏠은 중저가 제품으로 국내에서만 12만 대가량 팔리며 상당히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보통 중저가 모델의 판매량은 5~6만 대 수준이다.
그리고 2017년 새해 벽두에 알카텔모바일은 세 번째 제품을 내놓는다. '쏠 프라임'이 주인공이다. 전작에서는 설현이라는 걸출한 모델 덕에 제품을 알리는 데 있어 꽤 힘을 받았다. 당시 설현은 SK텔레콤 메인 모델로 상당한 주가를 올리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설현이 없다. 그만큼 알카텔모바일 혼자 힘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 그 때문인지 제품 완성도에 상당히 신경 쓴 모양새다.
▲ 알카텔모바일 신재식 대표
알카텔모바일 신재식 대표는 "한국 사람들은 디테일에 민감하다"며 "애플은 사소한 부분까지 품질에 신경 쓰는데, 우리도 이런 점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명을 들어보니 여간 신경 쓴 게 아니다. 일단 외부 포장에서 박스를 뺄 때부터 부드럽게 잘 빠지게 하려고 고민 했단다. 스마트폰을 많이 뜯다 보니 박스를 뺄 때마다 곤혹스러워했는데, 이런 점까지 고려했다니 생각지도 못했다.
박스 패튼은 8번가량 바꾸었다고 한다. 음각, 양각, 인쇄 등 여러 가지를 살폈다고. 이어폰은 별도의 케이스를 만들어 담았다. 전작은 케이스가 없었다. 로고 색상 또한 신중하고 골랐다. 신재식 대표는 "소비자가 처음 열었을 때부터 싸구려 제품을 산 것이 아니라는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신경 썼다"며 "국내 사용자는 이런 경험에 민감하기에 뜯었을 때 고급스러움과 만족스러움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박스만 신경 쓴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은 글로벌 출시 제품이 있음에도 아예 국내 시장을 위해 새로 개발했다. 일각에서는 작년 MWC에서 발표한 아이돌 4S의 변형 제품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었다. 신재식 대표는 "디자인을 다른 곳에서 했다"며 "쏠 프라임은 독일 디자인 연구소에서 보다폰과 SK텔레콤이 함께한 결과물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부품에서 유사한 측면이 있다 보니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디자인,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등이 완전히 다른 제품이다"며 "한국 시장을 위해 처음부터 새롭게 만든 모델이다"고 덧붙였다.
버튼 하나에도 유격이 없도록 했으며, 전면 유리는 모서리에 곡면을 넣는 등 품질에 있어서만큼은 상당히 자신 있어 했다. 참고로 알카텔모바일은 다른 시장에선 이런 전략을 쓰지 않는다. 현지화한 제품을 내놓는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 알카텔모바일 '쏠 프라임' 스마트폰
한국은 큰 시장은 아니다. 그런데도 알카텔모바일은 국내 소비자를 위해 별도의 모델을 만들고 있다. 쏠이 중저가폰 시장에서는 대단히 높은 판매량을 올리긴 했지만, 제조사 입장에서는 개발비를 고려하면 결코 ROI가 나오지 않는 판매량이다.
알카텔모바일은 후속 모델 또한 새롭게 개발할 계획이다. 한마디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장사를 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신재식 대표는 "아시아는 유럽, 아메리카에 이어 3번째 시장 진출인 셈이며, 한국은 중요한 곳이다"며 "LTE, 디자인 등 앞서고 있어 배우는 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기술 개발한 내용은 글로벌 출시 제품에 조금씩 적용하고 있다"며 "로컬에 투자하고, 그걸 통해 회사가 노하우를 얻고, 그걸 다시 활용하는 순환 구조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은 5G에 빨리 대응하고 있어 알카텔모바일 또한 빠르게 5G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단다. 알케텔모바일은 LTE 대응에는 다소 늦었었다. 한마디로 돈을 벌 생각으로 한국에 진출했다기보단, 투자의 개념으로 한국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여기에 국내 소비자에게 알카텔모바일만의 가치를 주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한다. 신재식 대표는 "한국 휴대전화 산업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줄 알았다"며 "타사 제품은 우리보다 스펙은 낮지만 가격은 더 비싼 편이다며,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혀 주고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기업 입장에서 매년 손해를 감수하면서 투자를 할 수 없는 일이다. 이에 대해 "100원 밖에 없는데 80원을 쓸 수는 없다"며 "투자의 폭이 커서 손해가 엄청나다면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기술을 습득하는 정도의 투자는 계속할 수 있다"고 신재식 대표는 밝혔다.
이어 "다른 이가 제공하지 못했던 나만의 가치를 제공해야 장기적인 수익이 발생한다"며 "이런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한국에서도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알카텔모바일은 알카텔과 루슨트가 합병하기 이전인 알카텔 시절 만들어졌다. 당시 TCL에서 투자를 받았다. 이후 알카텔 루슨트로 합병이 되고, 몇몇 사업부가 분리되었는데, 2005년에 알카텔모바일도 독립했다. 이후 TCL이 최대 주주가 되었다. 경영자와 R&D는 그대로 승계가 되어 프랑스 사람과 중국 사람이 함께 일하는 독특한 회사가 되었다. 주주는 TCL이지만, 프랑스 회사로 보는 게 맞다.
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