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러문과 함께하는 감성 쇼핑 여행기, (5) 이탈리아 피렌체, 로마

안수영 syahn@itdonga.com

1.

날 사랑해 줄 무언가를 찾아 떠나는 게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것을 찾아가는 것,
그게 '여행'이니까

- 김랑, '크로아티아 블루'

2.

이탈리아의 피렌체는 '쇼핑의 도시'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피렌체는 가방, 팔찌, 옷, 지갑, 신발 등 품질 좋은 가죽 세공품을 가장 저렴하게 파는 도시 중 하나다. 명품을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일종의 아울렛 '더몰'과 '프라다 스페이스'가 위치해 있으며, 한국 관광객들이 화장품을 구입하기 위해 꼭 들르는 쇼핑 코스인 '산타마리아노벨라 약국'도 있다. 이번 여행은 해외여행 쇼핑 전문 앱 '셀러문'을 즐기며 하는 만큼, 피렌체는 가장 기대가 되는 도시 중 하나였다.

피렌체
피렌체

3.

피렌체에 도착하자 거리 곳곳에 가죽 가방과 팔찌를 걸어놓고 판매하는 노점상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었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해서 그럴까, 상인들은 연신 '안녕하세요', '싸게 드려요'라며 능숙한 한국말을 구사하며 손님들을 이끌었다.

피렌체에서 가죽 제품은 거리 곳곳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데, 흥정을 하면 더욱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으니 참고하자. 가족들의 선물을 구입하기 위해 들른 가게. 상인은 판매하는 지갑에 라이터 불을 붙이며 "불을 붙여도 가죽이 타거나 상하지 않는다"라고 선보였다. 유창한 한국말을 선보이는 상인에게 "할인해 주세요, 할인이요"라며 연신 흥정을 한 결과, 5유로 더 저렴하게 지갑을 구매할 수 있었다.

피렌체
피렌체

4.

좀 더 고급스러운 가죽 제품을 손에 넣고 싶다면, 다양한 명품을 판매하는 더몰 또는 프라다 스페이스를 방문하면 된다. 피렌체 산타마리아노벨라 중앙역에서 약 50분 가량 기차를 타고 몬테바르키 역에 내려 택시를 타면, 프라다 스페이스에 갈 수 있다.

이번 여행에서 동행한 J는 지인들의 선물 요청으로 더몰과 프라다 스페이스부터 들렀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까지 쇼핑을 한 J는 한아름 짐을 들고 중앙역에 모습을 드러냈다. 경험상 더몰에는 물건이 많이 빠져나가 별로 없었고, 프라다 스페이스가 쇼핑하기 좀 더 수월했다고.

더 몰
더 몰

쇼핑을 다녀온 J는 구매한 제품 일부를 셀러문에 올렸다. 해외 쇼핑은 관세가 붙더라도 국내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저렴한데, 이러한 즐거움은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만 느낄 수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지만 셀러문을 이용하면 어떨까. 해외에 나가지 못하더라도 한국에서 구매하기 어렵거나, 한국에서 비싼 제품을 합리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 판매자 역시 여행 중 구매한 좋은 물품을 다른 사람에게 공유할 수 있으니, 양쪽 모두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겠다.

셀러문
셀러문

5.

J가 더몰과 프라다 스페이스에 들르는 동안, 필자는 산타마리아노벨라 약국에 들렀다. 산타마리아노벨라 약국은 1612년 설립돼 기초 화장품, 향수, 비누, 방향제, 시럽, 오일 등을 제작 및 판매하는 코스메틱 브랜드다. 국내에도 산타마리아노벨라 제품을 찾아볼 수는 있지만, 현지에서 구매하는 것보다는 가격이 높다.

피렌체에서 산타마리아노벨라 약국 본점은 산타마리아 중앙역 근처 골목에 위치해 있다. 유명 관광지답게 일반적인 약국 같은 분위기는 아니다. 건물 천장은 돔 형식으로 지어졌으며, 아름다운 조각상과 은은한 샹들리에가 있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약국에서 파는 품목은 셀 수 없이 다양했고,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방문하는 만큼 한글로 된 안내문도 있었다.

산타마리아노벨라 약국
산타마리아노벨라 약국

산타마리아노벨라 약국에서 한국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구매하는 품목은 '아쿠아 디 로즈'라는 스킨과 '크레마 이드랄리아'라는 수분크림이다. 아쿠아 디 로즈는 일명 '장미수'라고 불리며, 크레마 이드랄리아는 배우 고현정이 사용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외에 비누, 오일 등도 사랑받는 아이템이다.

제품을 구매한 뒤 셀러문에 판매글을 올리자, 금세 구매자가 나타났다. 여행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물건을 챙긴다는 게 귀찮을 수도 있겠지만, 내가 판매하는 물건에 공감하는 구매자가 나타난다는 기쁨이 훨씬 더 크다. 유럽 여행을 하며 어느덧 셀러문은 뗄레야 뗄 수 없는 동반자가 됐다.

셀러문
셀러문

6.

피렌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 중 하나, 바로 베키오 궁전이다. 베키오 궁전은 1322년 완공된 건물로, 과거부터 현재까지 시청 건물로 사용되고 있다. 궁전 계단을 올라가면 피렌체의 마을 전경을 한 눈에 볼 수도 있다. 해가 뉘엿뉘엿 지는 시각, 피렌체의 모습은 소박하면서도 은은한 아름다움을 자랑했다.

베키오 궁전
베키오 궁전

가까이 있을 때는 잘 보이지 않던 풍경이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니 한 눈에 들어온다. 어쩌면 삶도 여행과 비슷하지 않을까. 목표하던 바 또는 바라던 꿈이 눈 앞에 닿을 듯한데 잘 되지 않는다면, 한 발자국 떨어져서 생각을 가다듬는 것이 어떨까. 가슴이 탁 트이는 풍경이 시야를 넓게 트이게 해 줄 것이다.

플로렌스
플로렌스

7.

일몰이 끝나갈 무렵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미켈란젤로 광장이었다. 미켈란젤로 광장은 베키오 다리에서 아르노 강을 따라 약 20분간 도보로 이동하면 도착한다. 두오모 성당, 조토의 종탑, 베키오 궁전 등 피렌체 시내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고 야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미켈란젤로 광장을 처음 방문하느라 잘 몰랐는데, 피렌체 시내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을 만큼 높은 곳에 위치에 있었다. 광장을 향하는 길은 끝없는 계단으로 이어져 있었다. 도대체 언제 계단이 끝날 것인 것 생각하며 숨을 헐떡이던 와중, 광장을 상징하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 모조품이 멀찍이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산이나 오르막길을 인생의 고난에 비유하는 것처럼,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는 힘들고 벅찰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오르막길을 걸을 때는 어려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푸른 나무와 맑은 공기, 산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의 풍경도 함께 볼 수 있다.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언젠가 도착할 목적지라면 조금 더 천천히 여유를 갖고 주변을 둘러볼 걸, 미켈란젤로 광장만 바라보고 뛰다시피 걷기만 했다는 것을.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간다면, 목적에 이르는 과정을 즐기는 여유를 가져야겠다.

미켈란젤로
광장
미켈란젤로 광장

8.

피렌체에서 기차를 타고 도착한 낭만의 도시, 로마. 로마는 로마 공화정과 로마 제국의 중심지를 거쳐 현재 이탈리아의 수도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이 도시에서는 과연 어떤 여행이 기다리고 있을까?

로마에서 많은 사람들이 구매하는 물품은 몽클레어 패딩, 약국 화장품, 마비스 치약 등이다. 마비스 치약은 로마 시내에 있는 약국 어디서나 구매할 수 있다. 마비스 치약은 일명 '치약계의 샤넬'이라고 불릴 만큼 뽀득뽀득 잘 닦이는 것이 특징이라고. 마비스 치약은 그 종류도 다양한데(색깔별로 구분), 3의 배수 단위로 구매하면 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으니 참고하자.

마비스 치약
마비스 치약

9.

로마의 대표 관광지를 꼽는다면 뭐니뭐니해도 '콜로세움'일 것이다. 콜로세움은 검투사들이 대결을 펼치거나 동물을 사냥하던 로마의 원형 경기장이다. 누군가가 싸우거나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했던 역사가 남아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콜로세움은 잔혹한 인간의 성향을 엿볼 수 있는 역사 건물 중 하나일 것이다.

콜로세움에는 그 역사를 바라보고자 하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모여 북적였다. 한때의 잔혹한 무대가 이토록 웅장하고 화려하다는 사실은 감탄과 동시에 탄식을 안겨다 주었다. 하지만 콜로세움은 더 이상 잔혹한 무대가 아닌 관광지로 자리잡았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콜로세움을 통해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보았다.

콜로세움
콜로세움

10.

로마 폴리 대공의 궁전 정면에는 로마에서 가장 유명한 '트레비 분수'가 있다. 트레비 분수는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배우 오드리 햅번이 분수에 동전을 던지는 장면으로도 유명한 명소다. 트리톤과 포세이돈이 당당히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고, 분수는 푸른빛으로 맑게 빛나고 있었다.

트레비
분수
트레비 분수

트레비 분수에서 동전을 던지고 싶다면, 동전을 오른손에 쥐고 왼쪽 어깨 위로 던지면 된다. 동전을 1개 던지면 다시 로마를 방문할 수 있고, 2개를 던지면 운명의 상대를 만나고, 3개를 던지면 현재 만나는 사람과 헤어지고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속설이 있다.

트레비 분수는 그 명성답게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여 동전을 던지기가 쉽지 않았다. 수많은 이들이 동전을 던지고 비는 간절한 소원들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필자 역시 다시 로마에 돌아오는 날이 있기를 바라보았다.

트레비
분수
트레비 분수

11.

로마의 코스메딘 산타마리아델라 교회 입구의 벽면에 있는 '진실의 입'. 대리석 가면으로 조각된 이 얼굴은 강의 신 홀르비오의 얼굴이라고 한다. 이 조각상은 진실을 심판하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거짓말을 한 사람이 입 안에 손을 집어넣으면 손이 잘린다는 전설이 있다.

지름 1.5m에 불과한 이 조각상 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손을 넣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과연 이들은 어떤 진심을 간직하고 진실을 심판하길 바라고 있는 것일까? 관광객 중에는 장난스럽게도 조각상의 눈이나 콧구멍에 손가락을 넣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말이다.

진실의
입
진실의 입

드디어 차례가 왔을 때,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조심스레 손을 입 안에 넣었다. 당연하게도 손은 잘리지 않았다. 진실의 입을 보며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한 만큼, 진심어린 마음이 변하지 않길 바라며 또 노력해야겠다.

에필로그.

일상으로부터 먼 곳으로 여행을 온 지금, 이제는 서서히 내가 어떤 사람인지 깨닫게 된 것 같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도 잘 몰랐다. 이제는 다르다. 높은 곳에서 전경을 내려다보며 내가 낯선 장소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셀러문을 통해 쇼핑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됐다. 무엇보다 여행과 쇼핑을 끊임없이 타인에게 공유하면서, 누군가에게 공감대 얻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는 사실도 발견하게 됐다.

내가 나를 잊어버리고 있을 때, 훌쩍 떠나라는 말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여행은 자아를 발견하는 데 도움을 준다. 만약 일상에 치여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잊어버리고 살고 있다면, 멀지 않은 곳이라도 잠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베네치아
광장
베네치아 광장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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