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높은 성능에도 전력 소모는 그대로, 인텔 카비레이크의 개선점

이상우 lswoo@itdonga.com

[IT동아 이상우 기자] 인텔 창립자 고든 무어는 논문을 통해 '반도체의 정밀도는 18개월을 주기로 2배씩 높아진다'는 이른바 '무어의 법칙'을 내세웠으며, 이는 수 십 년간 반도체 업계의 진리처럼 받아들여졌다. 인텔을 포함한 모든 반도체 업체가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제조공정을 더 정밀하게 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세화됐고, 단순한 정밀화만으로는 성능을 높이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인텔이 최근 내놓은 프로세서를 살펴보면 단순한 성능 강화만을 노리는 것보다는 전력 소모를 낮추거나 같은 전력에서도 상대적으로 더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도록 최적화하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기존의 틱-톡 전략을 벗어나 PAO라는 새로운 전략을 도입한 것이다.

인텔의 창립 멤버, 왼쪽부터 앤디 그로브, 로버트 노이스, 고든
무어(출처=인텔)
인텔의 창립 멤버, 왼쪽부터 앤디 그로브, 로버트 노이스, 고든 무어(출처=인텔)

PAO란 공정 개선(Process) -> 아키텍처 개선(Architecture) -> 최적화(Optimization)의 단계를 말한다. 과거 출시한 5세대 코어 프로세서(브로드웰)는 14나노 공정을 도입했고, 6세대 코어 프로세서(스카이레이크)는 같은 공정을 기반으로 아케텍처를 올렸다. 인텔이 새롭게 선보인 7세대 코어 프로세서 카비레이크는 O(최적화) 단계의 프로세서로, 이전 세대인 스카이레이크를 더 안정화시켜 성능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그렇다면 7세대 코어 프로세서인 카비레이크는 이전 세대의 스카이레이크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7세대 코어 i7-7700K 프로세서는 6세대 코어 i7-6700K 프로세서와 비교했을 때 4코어 8스레드, 91W의 TDP, 14나노 공정 등 많은 부분에서 동일하다. 하지만 연산속도는 오히려 높아졌다. i7-6700K 프로세서는 기본 작동속도(클럭)가 4.0GHz지만, i7-7700K 프로세서는 기본 작동 속도가 4.2GHz며 가속 시 4.5GHz까지 작동한다. 6세대 동급 프로세서보다 초당 500만 번의 연산을 더 할 수 있는 셈이다.

인텔 7세대 코어 프로세서 카비레이크
인텔 7세대 코어 프로세서 카비레이크

이렇게 작동 속도를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TDP는 91W로 동일하다. TDP란 프로세서 등이 가열됐을 때 이를 식히기 위해 필요한 냉각장치의 전력을 말한다. 프로세서가 더 높은 성능을 내며 빠르게 연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전기가 필요하고, 전기가 많이 흐르게 되면 열도 더 많이 발생한다.

6세대 스카이레이크와 7세대 카비레이크는 둘 다 최대 성능으로 작동할 때 91W 출력의 냉각장치가 필요하다. 바꿔 말하면 카비레이크는 더 높은 성능을 내지만, 발열은 스카이레이크와 동일하다는 의미다.

엔터테인먼트와 관련한 성능도 향상됐다. 인텔은 지난 4세대 코어 프로세서(하스웰)부터 내장 그래픽 성능을 높여, 그래픽 카드를 별도로 설치하지 않고도 간단한 온라인 게임은 물론, 고화질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게 했다. 특히 매 세대를 거듭할 수록 전력 소모를 낮추거나 유지함과 동시에 내장 그래픽 성능을 높이면서 이제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생산성 소프트웨어도 구동할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사무용 PC나 동영상 재생을 위한 PC는 코어 i3 프로세서 정도만 탑재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만족할 만한 성능을 내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게 됐다.

인텔 7세대 코어 프로세서
인텔 7세대 코어 프로세서

카비레이크의 경우 내장 그래픽 성능이 이전 세대보다 더 향상돼, 3D 그래픽 처리 성능이 하스웰보다는 약 1.6배, 스카이레이크보다 1.1배 강화됐다(시네벤치 기준). 4K 영상에 특화한 성능도 추가했다. 내장 그래픽의 동영상 재생 기능을 강화해, 차세대 코덱인 HEVC로 제작한 4K 동영상도 원할하게 재생할 수 있다. 여기에 동영상 인코딩 기능도 강화해, 별도의 그래픽 카드가 없어도 4K 동영상을 출력할 수 있으며, 이밖에 VP8 코덱을 지원해 고해상도 360도 동영상도 쾌적하게 감상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7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이전 세대와 전력 소모는 동일하지만 전체적인 컴퓨팅 성능은 향상됐으며, 특히 4K 동영상과 관련한 기능이 추가되면서 3D 게임과 함께 동영상 감상에도 적절하다.

프로세서의 성능을 과거처럼 매 세대마다 대폭 강화하기는 어려워졌다. 이런 정체를 벗어나기 위해 인텔은 단순한 성능강화보다는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전 세대보다 성능은 높이면서 전력 소모는 더 낮춰가고 있다. 이러한 프로세서 최적화는 데스크톱 컴퓨터는 물론, 노트북이나 데이터 센터 등 전력 소모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모든 컴퓨팅 영역에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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