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한의 미디어 세상] 알렉사의 시대, 아마존의 시대
[IT동아] 20. 알렉사의 시대, 아마존의 시대
지난 2014년 11월 아마존이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 알렉사(Amazon Alexa)를 일부 고객을 상대로 조용히 출시했을 때만 해도 2년 후 이렇게 거대한 생태계를 구축하리라고 예상했던 사람들은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마존은 꾸준히 알렉사 파트너십을 강화해왔고, 그 결실을 맺었습니다.
제가 2년 전에 쓴 글을 보면, 아마존이 이때부터 외부 파트너십에 공을 들여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참고기사 1: http://www.youshouldbesmart.com/2015/05/amazon-echo-smarthome-amazon- echo.html
참고기사 2: http://www.youshouldbesmart.com/2015/05/amazon-echo-primemusic- control-ifttt.html
아마존은 알렉사의 기본 기능으로 음악 재생, 쇼핑, 스케줄 관리, 알림 기능, 위키피디아 검색, 스마트 홈 등을 내세웠습니다. 2015년 6월 23일, 알렉사가 아마존의 모든 고객에게 공개되었을 때에도 변함이 없었던 핵심 기능입니다.
약간의 이견이 있습니다만, 알렉사의 기능이 경쟁 서비스보다 독보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현재 구글 어시스턴트, SK텔레콤 누구, KT 기가지니 등도 알렉사만큼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알렉사 생태계 확장의 비밀, 아마존 스킬즈
알렉사가 이렇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아마존 스킬스(Amazon Skills)가 알렉사의 기능 확대에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존 스킬스란 어떤 회사이든 자사의 서비스를 알렉사의 기능으로 추가할 수 있는 오픈 API입니다. 이를 통해 개발자들은 손쉽게 기업의 서비스를 알렉사에 접목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존이 개발자 포탈을 통해 API를 공개하면서 이러한 흐름은 한층 가속화되었습니다.
<현재 아마존 알렉사에서 이용할 수 있는 도미노 피자 주문, 우버 택시 호출 등이 아마존 스킬스를 이용해 개발된 기능입니다. 아마존이 아니라
도미노 피자와 우버가 알렉사에 추가한 기능입니다>
아마존 스킬스를 통해 추가된 기능은 아마존이 직접 개발한 기능과 달리 아마존 앱 속 스킬스(Skills) 항목에 사용함(Enable)을 선택해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제가 직접 알렉사의 도미노 피자 및 스타벅스 주문 화면을 사용함으로 바꾼 상태입니다.
<계정만 연결하면 알렉사로 도미노 피자를 주문할 수 있습니다>
<알렉사에서 손쉽게 스타벅스 계정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이번 CES 2017에서 공개된 알렉사의 기능 대부분이 사실 아마존 스킬스로 개발된 것입니다. 아마존이 직접 만든 것이 아니라 외부 업체들이 개발한 서비스가 대부분이지요.
알렉사가 정식 출시되고 20개월이 지난 지금, 알렉사 스킬스를 이용해 개발된 기능은 몇 개나 될까요?
2월 12일 기준, 총 8,365개입니다. (출처=김조한의 미디어 세상) 이 수치는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고요.
<아마존 스킬즈가 제공하는 서비스 카테고리, 서비스가 가장 많은 카테고리는 뉴스, 게임, 그리고 트리비아(소소한 이야기)입니다>
아마존 알렉사의 힘은 알렉사 스킬스를 통해 연결된 수많은 서비스에서 나옵니다. 대부분의 카테고리에서 100개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만큼 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알렉사로 어떻게 돈을 버는가?
그렇다면 아마존은 알렉사를 활용해 어떤 방식으로 돈을 벌고 있을까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진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존은 알렉사가 자신들의 비즈니스의 4대 기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의 4개 기둥으로 아마존 웹 서비스, 아마존 마켓플레이스,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 아마존 알렉사를 꼽았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아마존이 알렉사로 돈을 버는 비결은 바로 아마존 커머스(쇼핑)입니다. 사용자들은 TV를 보다가 또는 냉장고를 뒤져보다가 필요한 제품이 생각나면 바로 알렉사를 통해 음성으로 원하는 제품을 아마존닷컴에서 주문할 수 있습니다.
"알렉사, 우유를 다시 주문해줘", "알렉사, 세제를 장바구니에 담아줘" 같은 형태로 말입니다.
사람은 필요한 것을 잊어버리는 일이 잦습니다. 때문에 생각날 때마다 필요한 것을 어딘가에 적어둬야 합니다. 알렉사는 이러한 부분을 집중 공략합니다. 필요한 것을 자기 대신 알렉사가 기억하게 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알렉사가 기억한 것을 나중에 다시 검토해서 주문을 하면 됩니다. 이렇게 알렉사를 이용하면 이용할 수록 사용자는 아마존의 커머스 생태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는 구조입니다.
그렇다면 아마존 스킬즈로 추가된 기능을 이용하면 아마존은 돈을 벌까요? 보통 매출의 일부를 수수료로 떼어가는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가정일 뿐입니다. 현재 아마존은 아마존 스킬즈로 추가된 서비스에서 매출이 발생하면 수수료를 떼어가는지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알렉사에 입점한 서비스가 늘어나면 결국 수수료를 받지 않을 수 없겠지요. 구글, 애플이 자사의 앱 장터에 입점한 사업자에게 수수료를 받는 것처럼 아마존도 자사의 인공지능에 입점한 사업자에게 수수료를 받게 될 것입니다.
앱 장터 생태계에서 영감을 얻은 인공지능 생태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업이 알렉사를 이용하려면 AWS가 필수
일반 사용자가 잘 모르는 얘기가 하나 더 있습니다. 기업이 아마존 알렉사에 자사의 서비스를 접목하기 위해 아마존 스킬스를 이용하려면 반드시 아마존 웹 서비스(AWS,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와 아마존 람다(Amazon Lambda)라는 서비스를 이용해야 합니다.
아마존 람다란?: https://aws.amazon.com/ko/lambda/
아마존 람다란 간단히 설명해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기 위한 코드, 데이터베이스, 스토리지 등을 아주 가볍게 실행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코드가 실행될 때에만 이용료가 부과되지요. 서비스를 쓰지 않으면 돈을 내지 않아도 됩니다. 때문에 아마존 스킬즈를 통해 월 100만 번 정도 이용되는 서비스를 구축해도 이용료는 20달러 수준에 불과합니다.
알렉사에 서비스를 넣으려면 반드시 AWS를 이용해야 합니다. 아마존의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으면 인공지능 서비스도 이용할 수 없는 것입니다.
기업을 위한 달콤한 유혹: 아마존 페이 투 서브스크라이브
물론 아마존은 기업에게 자사 플랫폼을 강요하는 것을 대신할만한 달콤한 유혹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바로 아마존 페이 투 서브스크라이브( Pay to Subscribe)입니다.
페이 투 서브스크라이브란 HBO, Showtime과 같은 온라인 비디오 서비스뿐만 아니라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 실물 서비스 기반 구독형 서비스도 아마존 계정을 통해서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아마존 페이 투 서브스크라이브란?: https://www.amazon.com/b?ie=UTF8&node=16284748011
여기에 사전 등록을 한 업체들은 고객이 알렉사를 사용할 때 아마존 계정을 통해 손 쉽게 기업의 구독 서비스에 가입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알렉사 김치찌개 레시피 좀 알려줘(사용자)", "알겠습니다. 유료 구독자에게만 공개하는 서비스인데요, 가입하시겠어요?(알렉사)" 같은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사용자가 앱을 이용하던 도중 별도로 결제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이는 인공지능 서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때문에 아마존은 사용자가 인공지능 서비스를 이용하던 도중 손쉽게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페이 투 서브스크라이브를 출시한 것입니다. 사용자가 결제하기 쉬우면 쉬울 수록 기업의 이익은 더욱 늘어나겠죠.
인공지능 서비스 시대의 주도권은 결국 누가 결제 시스템을 장악하느냐에 있는 것 같습니다.
때문에 구글, 애플, 아마존 등 내로라하는 IT 기업 모두가 결제 시스템을 장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역시 자사의 결제 시스템을 글로벌 파트너를 통해 확장하는 것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아마존 결제를 도입한 서비스는 7배 이상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는 얘기도 들려옵니다. 아마존 계정이 넷플릭스 계정보다 더 많이 공유되는 이유도 바로 아마존 계정에 결제 정보가 내장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참고기사 3: https://brunch.co.kr/@zohani/21
아마존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사와 파트너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인공지능 생태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파트너가 돈을 벌 수 있게 만들어, 더욱 많은 파트너기 알렉사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용자와 기업 모두 알렉사를 이용하면 이용할 수록 아마존의 생태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물론 알렉사가 인공지능 비서 시장에서 차지한 위치를 볼 때 이미 늦은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스마트폰 시대에 우리가 애플과 구글이라는 '갑'을 만난 것처럼 인공지능 시대에는 아마존이라는 '갑'을 만나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IT칼럼니스트 김조한
넥스트미디어를 꿈꾸는 미디어 종사자. 미디어 전략을 담당하고 있으며, Tivo(Rovi) Asia Pre-sales/Business Development Head, LG전자에서 스마트TV 기획자를 역임했고 Youshouldbesmart.com 블로그, 페이스북 페이지 NextMedia를 운영 중. 미국과 중국 미디어 시장 동향에 관심이 많으며, 매일 하루에 하나씩의 고민을 풀어내야 한다고 믿는 사람.
글 / IT칼럼니스트 김조한(kim.zohan@gmail.com)
*본 칼럼은 IT동아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