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D를 기억하십니까?
스마트폰이 대세가 되기 전에는 (잠시동안) MID라는 소형 PC가 주목을 받았더랬다. MID란, 모바일 인터넷 디바이스(Mobile Internet Device)의 약자로 ‘휴대성이 강조된 인터넷용 기기’를 뜻한다. 다시 말해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장치인 셈. 하지만 요즘 가지고 다니면서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기기들은 많이 있다. 노트북이나 넷북은 당연지사, 스마트폰은 물론 피처폰(일반 핸드폰)에서도 되고 몇몇 전자사전이나 PMP 같은 기기에서도 가능한 것이 인터넷 아니던가. 하지만 MID는 이런 다양한 모바일 기기와 확실히 구분되는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일단 MID는 인텔 아톰 프로세서가 탑재된 제품으로 한정된다. 왜냐하면 MID라는 용어를 최초로 들고 나온 것이 바로 인텔이기 때문이다(2008 인텔 개발자 포럼에서 처음으로 발표하였다). 인텔 아톰 프로세서는 넷북에서도 사용되고 있는 프로세서로 성능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작은 크기에 소비 전력이 적고 낮은 비용으로 생산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 아톰 프로세서는 넷북/넷탑용과 MID용으로 나뉘는데 MID용 아톰 프로세서가 넷북/넷탑용 아톰 프로세서보다 더 작고 더 적은 전력을 소비하며 성능이 조금 더 떨어진다. 프로세서 크기 차이만큼 제품 크기에도 차이가 나는데 넷북은 주로 7~10인치 내외의 화면크기를, MID는 5~7인치 정도의 화면 크기를 가진다.
MID는 크기가 작은 만큼 가볍다. 전자사전이나 PMP 정도의 크기와 무게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가방이나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데 부담이 없다. 하지만 전자사전, PMP, 핸드폰 같은 모바일 기기와는 다르다. 왜냐하면 MID는 엄연히 CPU가 장착된 PC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MID는 윈도우 XP나 리눅스를 운영체계로 사용하며, 무선랜(와이파이, Wi-Fi)이나 와이브로를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윈도우 기반인 만큼 당연히 풀 브라우징이 가능(최대 해상도는 1024*600 이하)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음악, 영상, 게임 등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바로 MID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스마트폰이 각광을 받으면서 MID는 자연스럽게 사라져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아직도 해외 컨퍼런스나 IT 신제품을 선보이는 행사에서는 가끔씩 MID 제품들이 등장하고는 있으나, 스마트폰과 MID 간의 경계가 모호해진 것은 사실이다. 작년 여름쯤에는 인텔에서 무어스타운(Moorestown) 플랫폼을 출시하면 전화 기능을 갖춘 MID가 등장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던 적도 있으나 개발이 중지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무어스타운 플랫폼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전화 기능을 갖춘 MID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인텔에서 전화 기능을 가진 MID가 자신들이 원하는 궁극의 형태라고 이야기한 바 있으니 다른 방향으로 개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전화가 되는 PC’ MID와 ‘PC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휴대폰’ 스마트폰이 격돌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자못 궁금해진다. 이대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갈 것인지, 아니면 스마트폰 시장을 뒤흔드는 거대한 파문을 불러올 것인지…. 근시일 내에 MID와 관련된 새로운 소식이 들려오기를 기대해본다.
글 / IT동아 박민영(biaret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