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10 정품이 4천원? 이틀만에 무효화된 '대란'
[IT동아 김영우 기자] 작년 7월 29일에 첫 출시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10 운영체제는 올해 7월29일까지 1년간 무료 업그레이드 행사를 진행한 바 있다. 해당 기간동안 윈도우10 업그레이드 붐이 일기도 했다. 이 행사는 기간 한정이었으므로 현재 윈도우10을 쓰려면 당연히 돈을 주고 구매를 해야한다.
그런데 크리스마스를 앞둔 지난 23일과 24일 사이, 때 아닌 '윈도우10 대란'이 일어났다. 인터넷 주요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지금 당장 윈도우10을 장만 해야한다는 내용이 연이어 올라왔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윈도우10 할인 행사를 한 걸까? 그건 아니다. 사건의 발단은 엉뚱하게도 한국의 지구 반대편 남미에 있는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났다.
살인적 인플레이션에 처한 베네수엘라의 취약성을 이용한 '대박 거래'
베네수엘라는 극심한 경제 혼란을 겪고 있다. 원유를 팔아 경제를 꾸리던 베네수엘라는 최근의 국제 유가 급락의 직격탄을 맞아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연 500~700%를 상회하는 인플레이션 앞에 베네수엘라의 공식통화인 볼리바르의 가치는 말 그대로 휴지조각이 되었다.
이러한 경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베네수엘라 정부는 공식 환율의 변동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공식 환율로 따져보면 미화 1달러는 10볼리바르, 즉 10배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부에서 강제한 환율일 뿐, 실제 환율을 반영하는 암시장에선 500~2000배의 환율이 통용되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와중에 마이크로소프트의 베네수엘라 온라인 스토어에선 지난 24일까지 윈도우10 프로 버전을 2,299볼리바르에 팔고 있었다. 이는 베네수엘라 정부의 공식 환율로는 미화 229달러(약 28만원)에 해당하므로 다른 나라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해외에서도 자유롭게 결제가 가능한 온라인 스토어의 특성과 결합하면 이는 상상도 못 할 정도의 헐값이나 다름없었다.
실제로 대부분의 신용카드회사에선 베네수엘라 정부의 공식 환율을 무시하고 암시장 환율에 가까운 시장 환율(SIMAD)을 적용한다. 이를 알아챈 한국 네티즌들은 지난 23일과 24일을 전후해 베네수엘라 마이크로소프트 온라인 스토어에서 거의 헐값으로 윈도우10 정품을 대량으로 구매,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2,299볼리바르의 윈도우10 프로를 한국에서 결제한 결과, 청구 금액은 겨우 미화 3.47달러(약 4100원)에 불과했다.
베네수엘라 버전 윈도우10을 한국에서 쓸 수 있나?
참고로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윈도우10 프로는 31만원에 팔리고 있다. 베네수엘라 마이크로소프트 온라인 스토어를 이용하면 거의 거저나 다름없이 윈도우10 정품을 구매 가능했다는 의미다. 윈도우10뿐 아니라, 오피스와 같은 다른 소프트웨어 역시 베네수엘라 스토어를 거쳐 마찬가지로 파격가에 살 수 있었다.
참고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온라인 스토어에서 구매한 소프트웨어는 패키지(CD나 DVD)가 배달되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설치 초기에 입력하는 CD키만 이메일로 전송된다. 마이크로소프트웨어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할 수 있는 설치파일만 있으면 곧장 설치가 가능하며, 굳이 베네수엘라 버전이 아닌 다른 언어(영어나 한국어) 버전의 설치파일이라도 베네수엘라 버전의 CD키가 호환되었다는 보고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만약 이게 불가하더라도 별도로 언어팩을 설치해 표시 언어를 바꾸면 그만이다. 쉽게 말해 베네수엘라에서 구매한 윈도우10이나 오피스의 CD키를 한국에서 쓰는데 무리가 없다는 의미다.
이틀만에 무효화된 대란, 중고 거래 시 유의해야
하지만 이런 베네수엘라발 윈도우10 대란은 12월 24일 오전을 즈음해 끝났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베네수엘라 사이트에 대한 타 지역 접속 제한을 걸고, 결제 화폐를 볼리바르가 아닌 미국 달러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12월 26일 현재, 한국인들은 베네수엘라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토어에 접속할 수 없으며, 어떻게 접속을 한다 해도 예전처럼 파격적인 가격에 살 수 없다.
그리고 26일 오전,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해당 구매자들에게 메일을 보내 베네수엘라 외의 지역에서 발생한 구매 행위는 규정 위반이라는 점을 알렸다. 그리고 해당일에 구매한 CD키는 무효화 처리되어 인증이 풀릴 것이며, 구매 금액은 환불될 것이라는 점도 함께 고지했다. 실제로 이날 헐값으로 구매한 소프트웨어의 정품 인증이 강제로 풀렸다는 사례가 국내의 몇몇 커뮤니티에서 보고되고 있다. 인증이 풀린 상태로 계속 이용한다면 불법 사용자가 되며, 수일 이내로 해당 소프트웨어의 구동이 차단된다.
몇몇 네티즌의 경우, 베네수엘라에서 구매한 윈도우10이나 오피스의 CD키를 인터넷 중고 사이트에서 재판매한 사례도 있었는데, 이는 정품 인증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므로 구매하지 않는 것이 좋다. 꼼수는 어디까지나 꼼수일 뿐이며, 세상에 공짜란 없다는 점을 명심하자.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