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로 느껴져 더욱 현실감 나는 VR 영상…노키아 ‘오조’
[IT동아 김태우 기자] VR은 차세대 먹거리로 거론되는 분야입니다. 이미 여러 기업이 눈독을 들이며 뛰어든 상황인데요. 하지만 아직 대중화의 길은 멀어 보입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주요 원인 중의 하나가 콘텐츠 부족이 아닐까 합니다.
이 때문에 최근 주목하고 있는 것이 비교적 제작하기 쉬운 VR 영상입니다. 여러 대의 카메라를 사용해 360도로 촬영하고, 해당 영상을 붙이면 완성되다 보니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초반 콘텐츠 부족 현상을 제법 메꿔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미 VR 영상은 다양한 곳에서 만들어지고, 제공되고 있습니다. 특히 VR 영상의 관심은 전용 카메라의 출현으로 이어졌는데요. 이제는 일반인도 VR 카메라를 활용하면 뚝딱 360도 사진과 영상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제공되고 있는 대부분의 VR 영상들이 입체감은 없고, 단순히 영상을 360도로 이어붙인 정도라는 겁니다. 이들 영상을 VR 기기로 보게 된다면, 현실감은 거의 없다 보니 다소 실망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최근 노키아에서 만든 VR 카메라인 ‘오조(OZO)’로 촬영한 VR 영상을 체험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제대로 된 VR 영상 경험을 비로소 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공간을 담는다
노키아 오조는 동그란 공 형태의 카메라입니다. 총 8개의 렌즈와 8개의 마이크를 품고 있습니다. 무게는 9.3파운드(약 4.2kg)입니다. 오조 실물은 사실 올 2월 MWC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다시 만난 오조는 이상하게 전보다 훨씬 더 작아 보입니다. 물론 저의 착각일 겁니다.
해상도는 3840 x 2160인 4K를 지원합니다. VR 기기를 통해 눈으로 보게 되는 해상도는 2K x 2K가 됩니다. 아직은 4K 해상도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이 상당히 드물어서 오조로 촬영한 영상을 완벽하게 즐길 수는 없습니다. 초당 프레임은 30입니다. 조금은 아쉬운 부분인데요. 눈앞에서 펼쳐지는 영상이기 때문에 VR에서는 최소 60FPS 이상은 되어야 자연스럽습니다.
▲ 노키아 오조
이미 다양한 VR용 카메라가 판매되고 있습니다. 오조는 그런 제품 중에서도 전문가를 타깃으로 하고 있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국내에 서비스되는 VR 영상은 기존의 2D 영상을 이어붙인 수준입니다.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VR 카메라도 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스크린을 통해 보던 영상을 360도로 이어붙여 놓다 보니 시선을 바꿀 수 있다는 점 외엔 큰 메리트를 느끼기 힘듭니다. 이런 영상을 모노스코픽이라고 하는데요.
노키아 오조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 있습니다. 바로 스테레오스코픽(stereoscopic) 영상을 촬영할 수 있습니다. 입체감 있는 촬영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오조가 마이크까지 8개인 이유도 이때문입니다. 영상뿐만 아니라 사운드도 360도 서라운드로 담아줍니다. 이를 위해 오조는 냉각팬 없이 공기의 흐름으로 냉각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냉각팬이 돌면 사운드 녹음에 잡음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놓았습니다.
사용법은 간단
보통 전문가를 위한 제품은 사용법이 복잡한 편입니다. 하지만 오조는 꽤 사용법이 간단합니다. 제품 자체에는 버튼이 딱 3개밖에 없습니다. 전원 버튼, 와이파이 연결 버튼, 촬영 버튼이 그것입니다. 유선으로 연결해 촬영할 수 있지만, 와이파이에 연결해 무선으로도 쓸 수 있습니다. 당연히 내장 배터리를 가지고 있으며, 배터리를 사용하면 60분가량 녹화할 수 있습니다.
▲ 버튼이 딱 3개 있다
오조 카메라를 제어하는 것은 ‘오조 리모트(OZO REMOTE)’라는 애플리케이션에서 이루어집니다. 유선, 무선 모두 지원되며, 8개 카메라가 각각 촬영하는 부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셔터 스피드, ISO 등도 여기서 제어합니다. 디지털카메라의 자동 모드처럼 촬영 환경에 맞춰 자동으로 셔터스피드와 IOS 등을 조절해 주는 어시스트(ASISST) 기능도 제공합니다.
프리뷰 기능을 이용하면, 촬영 화면을 VR 기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미리 볼 수도 있습니다. 프리뷰이기 때문에 화질이 엄청 좋지는 않지만, 감독에게 꼭 필요한 기능이 아닐까 싶네요. 무선의 경우 프리뷰는 다소 딜레이가 생기는데요. 전송하는 데이터의 크기가 원체 크다 보니 현재로써는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
▲ 오조 리모트 애플리케이션과 연결된 모습
360도 촬영용 카메라이지만, 오조는 사각이 존재합니다. 오조 뒤쪽 영역인데, 촬영자가 여기 서 있어도 결과물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촬영을 시작하면 결과물은 내장 메모리에 저장됩니다. 오조 후면을 뽑으면, 일체형으로 만들어진 배터리와 내장 메모리가 빠집니다. 이를 독을 사용해 PC와 연결할 수 있습니다. 결과물은 ‘오조 크레이터(OZO CREATOR)’에서 불러와 편집하고, 인코딩하게 됩니다. 인코딩한 파일을 VR 기기에서 즐기게 되는 거죠. 오조 크레이터에서도 프리뷰를 지원합니다.
▲ 오조에서 분리한 배터리 일체형 내장 메모리
오조 크레이터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기능이 영상을 180도 돌리는 것이었는데요. 이는 오조를 드론에 장착할 경우를 대비한 기능입니다. 오조를 180도 돌려서 드론에 매달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촬영 환경을 고려해 세심하게 신경 썼다는 걸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생방송도 지원
오조를 주목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바로 생방송 지원입니다. 기존 방송 장비에 오조를 물려 VR 라이브 방송을 할 수 있습니다. 여러 대의 카메라를 사용한 생방송도 문제없습니다. 노키아 측 설명으로는 영상이 방송국 서버에 올라가서 화면 조정을 거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1초 남짓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인코딩인데요. UHD VR 영상이다 보니 기존 영상보다 인코딩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됩니다. 억 소리가 나는 억대의 고가 인코딩 서버를 사용한다면 2초 정도로 줄일 수 있지만, 서버의 성능에 따라 15초 이상도 걸릴 수 있습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생방송임에도 상당한 딜레이가 생기게 됩니다. 노키아 직원 말로는 맥프로에서 30초짜리 영상을 인코딩해보니 6시간이 걸렸다네요.
▲ 오조 생방송 워크플로우
다양한 방송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오조는 연결 단자를 다양하게 바꿀 수 있도록 했습니다. VR 방송을 고려하는 미디어라면 오조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듯합니다. 다만 가격이 꽤 높은 편입니다. 초기 출고가는 6만 달러였지만, 지금은 가격이 내려 4만 5000달러라고 합니다.
▲ 다양한 단자를 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놓았다
오조 콘텐츠 경험해 보니
VR 영상이 쏟아져 나오면서 몇몇 영상을 VR 기기에서 재생해 본 적이 있지만, 그다지 감흥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조로 만든 VR 영상은 확실히 달랐습니다. 영상 자체에서 입체감이 제대로 느껴집니다. 특히 사운드의 공간감이 더해지다 보니 현실감은 상당했습니다.
체험한 영상은 시청자를 관찰자가 아닌 영상 속 하나의 캐릭터로 설정해 제작되어 있었습니다. 영상속에서 누군가 나를 쳐다보고 말을 걸고 하는 것이 마치 내가 그 사람에 빙의한 듯한 기분이었는데요. 아직 VR은 초기 단계로 모르는 것이 더 많은 분야입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호 작용을 해야 하는데, 영상에서는 이를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오조의 샘플 콘텐츠를 체험해 보니 이에 대한 실마리를 얻었을 수 있었고, VR 영상이 또 다른 재미를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영상에서의 VR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