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3 in 1 노트북…레노버 ‘요가북’
[IT동아 김태우 기자] 윈도우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컴퓨터 운영체제로 PC의 가장 바탕을 이루는 소프트웨어라 할 수 있다. 그런 탓에 윈도우가 바뀌면, 하드웨어가 달라지고 사용 방식이 변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12년 윈도우 8이 나온다. 윈도우 8에는 기존 사용자 환경에 모바일 환경을 얹은 묘한 사용자 경험을 지닌 제품이다.
이 때문에 새로운 형태의 노트북이 나오게 되며, 2 in 1이라는 단어가 생겼다. 노트북과 태블릿 2가지 형태를 모두 지녔다는 의미다. 그런데 최근 레노버가 새로운 노트북 ‘요가북’을 내놓으며, 3 in 1이라는 단어를 붙였다. 노트북과 태블릿에 노트패드 기능을 더했다는 의미로 사용했다.
접어도 9.6mm
레노버는 요가라는 이름의 2 in 1 노트북을 만들어 왔다. 가장 큰 특징은 360도로 접힌다는 것. 디스플레이를 완전히 반대로 접으면 태블릿처럼 쓸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이런 형태에서는 디스플레이 반대편에 키보드가 노출된다.
새롭게 출시한 요가북은 새로운 형태의 키보드인 ‘사일런트 키보드’를 적용해 이를 완전히 해결한 제품이다. 물론 그에 따른 장단점은 있다. 일단 키보드는 기존처럼 직접 누를 수 있는 물리적인 형태가 아닌 터치 방식을 쓴다. 360도로 완전히 접어도 손에 쥐었을 때 키보드가 직접 눌러지는 일은 없다. 터치 키보드도 꺼진다. 한마디로 완벽한 태블릿 형태가 된다.
그런 탓에 두께를 상당히 줄일 수 있게 됐다. 접은 상태에서의 두께가 9.6mm다. 얇고 가볍다는 맥북의 가장 두꺼운 부분이 10.31mm인데 이보다 얇다. 일반적인 태블릿보단 두껍긴 하지만, 접은 상태에서 이 정도 두께를 만들었다는 건 꽤 인상적인 부분이다. 직접 손에 쥐어봐도 어느 정도 용납이 된다. 태블릿처럼 활용하기에 무리가 없다. 요가 형태에서 2 in 1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레노버가 얼마나 고심했는지가 느껴진다. 무게는 690g이다.
다만 이렇게 얇고 가볍다 보니 다른 노트북처럼 한 손으로 모니터만 들어 올릴 수 없다. 양손으로 요가북을 세운 다음 벌려야 한다. 요가북을 여는 건 생각 이상으로 편하지는 않다. 바로 접어도, 360도로 접어도 마찬가지다.
와콤 품었다
재밌는 부분은 사일런트 키보드다. 단순히 키보드 역할뿐만 아니다 ‘크레이트(Create) 패드’로 활용할 수 있다. 키보드 상단 버튼 하나만 누르면, 키보드 레이아웃이 사라지고 크레이트 패드가 된다. 크레이트 패드로 전환하면, 함께 제공하는 스타일러스를 이용해 드로잉을 할 수 있게 된다.
드로잉을 위해 사일런트 키보드에는 와콤의 필 기술이 적용되었다. 최대 2048레벨의 압력 감지와 100도 기울기를 감지한다. 디지털 필기에서 오랫동안 기술력을 쌓아온 와콤 덕인지, 드로잉은 무척 매끄럽다. 게다가 크레이트 패드 위에서 펜을 그릴 때 손으로 전해지는 감촉도 나쁘지 않다. 종이와 같을 수는 없지만, 비슷한 경험을 담아내려 한 듯 싶다.
스타일러스 펜은 배터리를 쓰지는 않는다. 일정 거리 이내에서 무선 신호를 주고받으며 작동한다. 갤럭시 노트의 펜과 유사한 방법이다. 무선 신호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거리 내에서는 작동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크레이드 패드 위에 종이를 놓고 써도 무방하다.
레노버는 아예 이를 살려 스타일러스 펜촉을 일반 볼펜 심으로 변경해서 쓸 수 있도록 했다. 크레이트 패드 위에는 노트을 올려놓고 그 위에 필기하면 필기를 하면, 필기 내용이 자동으로 디지털로 변환되는 것. 요가북을 사면 크레이트 패드 크기에 딱 맞는 전용 노트도 함께 제공한다. 스타일러스 펜이 크레이트 패드 위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이를 벗어나면 아무리 필기를 해도 디지털로 저장되지 않는다. 전용 노트를 쓰지 않아도 상관은 없지만, 디지털로 함께 보관하고 싶다면 크레이트 패드 범위를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스타일러스 펜은 디스플레이 위에서도 작동한다. 이때는 키보드가 켜져 있어도 상관없다. 요가북은 360도로 접어 태블릿 형태로 만들어 작업할 수 있다는 말이다.
타이핑 경험은 최악
앞서 이야기 했듯이 요가북에는 사일런트 키보드를 장착했다. 이로 인해 더 얇은 두께, 필기 기능 등의 이득을 얻었지만, 대신 타이핑 경험은 엉망이다. 일단 터치 방식이다 보니 키보드 위에 손가락을 올려놓을 수 없다. 보통 노트북에서 타이핑을 하다 보면, 키보드 위에 손가락을 올려 놓고 타이핑 사이사이 쉬게 된다. 하지만 요가북에서는 손가락을 올리는 순간 입력이 되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 키보드 위 허공에 손가락을 올려놔야 한다. 굉장히 불편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키보드가 눌러지지 않는 터치이기 때문에 손가락에 힘을 주면, 압력은 고스란히 손으로 되돌아온다. 정신없이 타이핑을 하다 보면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게 마련이다. 결국 장시간 타이핑에 피로감은 훨씬 더 크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손가락 힘을 최대한 빼야 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게다가 키보드의 위치를 가늠하기 힘들다 보니 타이핑을 하면서 흘끗흘끗 위치 확인을 해야 한다. 물론 손가락이 이미 키보드 위치에 익숙해 있으므로 생각외로 보지 않고 타이핑을 할 수 있지만, 확실히 오타율은 기존 키보드보다 높다. 제품 크기 때문에 터치패드 공간도 꽤 작은 편이다.
키보드를 눌렀다는 행위는 진동으로 알려준다. 이 또한 꽤 이질적이다. 일주일 넘게 타이핑 연습을 했지만, 도무지 좋아지지 않는다.
드로잉 필요하지 않다면…
체험해 본 요가북은 아톰 프로세서가 사용되었으며, 램 4GB, 저장 공간 64GB를 적용한 제품이다. 얇은 두께를 위해 냉각 팬이 없는 형태로 만들어야 하다 보니 아톰 프로세서 사용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성능 자체에 큰 기대를 품는 건 무리다. 문서 작업이나 간단한 포토샵 정도로 만족해야 한다. 그런데도 가장 중요한 와콤 기능은 아주 쾌적하게 작동한다. 최적화에 신경을 많이 쓴 것으로 보인다. 출고가 또한 여기에 맞춰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윈도우 버전이 69만 9000원이다. 안드로이드 버전도 따로 판매되는데, 10만 원 낮게 책정됐다.
화면 크기는 10.1로 풀HD(1920 x 1200) IPS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다. 노트북치고는 화면이 좀 작다고 할 수 있지만, 태블릿치고는 조금 큰 편이다. 기본이 노트북이다 보니 더 작게 느껴지기는 한다. 가장 독특한 부분은 상판과 하판을 연결하는 경첩 부분이다. 360도로 접히게 하려고 ‘와치밴드 힌지’를 새롭게 개발했다. 이 덕에 상당히 얇은 두께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된 셈. 하지만 외관상 옥의 티가 바로 이 경첩 부분이 아닐까 싶다. 깔끔한 맛은 없다.
소재는 마그네슘과 알루미늄 합금 소재로 유니바디 디자인을 채용하고 있다. 경첩을 제외한 본체 디자인만큼은 무척 깔끔하다. 단자는 3.5mm, 마이크로 USB, 마이크로 HDMI를 품고 있다. 마이크로 SD 카드 슬롯도 제공하는데, 아이폰의 유심 단자처럼 핀을 이용해 빼야 하는 구조다. 저장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마이크로 SD를 보조용이 아닌 내부 저장 용도로 활용하라는 측면에서 이런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요가북은 저장 용량이 64GB와 128GB 두 가지만 나온다. 윈도우 노트북이라는 측면에서 확실히 아쉬운 부분이다.
3 in 1을 내세우는 요가북. 사일런트 키보드를 통해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만들었다는 점은 칭찬할 일이긴 하지만, 역시나 타이핑을 많이 하는 나 같은 사람에겐 전혀 매력적인 제품은 아니다. 오히려 펜으로 작업하는 일이 많은 크리에이터에게 좀 더 적합해 보인다. 일반 볼펜처럼 쓸 수도 있다 보니 대학생도 타깃인 모양인데, 요즘 손으로 필기하는 대학생이 얼마나 될까? 물론 과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대학생도 노트북에서 타이핑이 점점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