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의 엔지니어가 말한 소니 시그니처 오디오의 가치
[IT동아 강형석 기자] 지난 11월 1일, 소니는 시그니처(Signature)를 가지고 국내 프리미엄 오디오 진출의 신호탄을 쐈다. 이미 독일에서 개최된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 2016)에서 공개되었지만 국내에서는 이날 첫 공개되었고, 현재 앰프를 제외한 판매(헤드폰, 플레이어)가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소니는 시그니처를 완성하기 위해 부품과 소재, 설계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엔지니어들의 땀과 노력이 깃들었다고 설명했다. 최고를 향한 엔지니어들의 집념인 셈이다.
이날 역시 소니 시그니처를 알리기 위해 3명의 엔지니어가 방한했다. 나게노 코지(Koji Nageno) 헤드폰 수석 엔지니어와 사토 히로아키(Hiroaki Sato) 워크맨 사운드 엔지니어, 사토 마사키(Masaki Sato) 전기 엔지니어링 매니저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각각 시그니처를 완성하는 헤드폰 MDR-Z1R, 고해상 플레이어 NW-WM1Z, 헤드폰 앰프 TA-ZH1ES의 개발에 참여했다.
이들 세 명의 엔지니어와 함께 소니 시그니처의 개발 비화를 들을 수 있었다.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갔는지 그들과의 질의응답 내용을 공개한다.
궁극의 공간감 구현하고 싶어 기획한 시그니처
Q – 그 동안 소니는 합리적인 가격대를 고수해 왔다. 그런데 고가의 시그니처 라인업을 전개한 이유를 듣고 싶다.
사토 히로아키 – 비싼 것을 만들고 싶어 그런 것이 아니라, 다양한 헤드폰을 쓰고 싶다는 고객들의 요청이 있었다. 물론 개발
단계에서 최고의 음질을 구현하고 싶었다. 플레이어는 음질적으로 최고를 구현하다 보니 무거워졌는데, 이 때문에 회사에서 혼났다. (웃음) 사실
이 제품이 워크맨 중에서 제일 무거운 것은 아니다. 이전에 워크맨 프로페셔널이 있었는데 이게 더 무겁다.
Q – 시그니처 라인업에 이어폰이 없다. 어떤 이유에서 제외된 것인지 알려달라. 프리미엄 이어폰에 대한 계획은 있는가?
나게노 코지 – 간단히 말해서 헤드폰이 공간감을 구현하는 것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시그니처 개발 단계에서 현장의 질감(일본어로
공기감)을 표현하려면 헤드폰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하우징이나 소개 개발 단계에서 청음 했을 때에도 효과적이었다. 장기적인 제품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 수 없다는 점은 유감이지만 모든 라인업에 대한 고민은 하고 있다. 이어폰은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이기도 하다.
Q – 궁극의 공간감이라고 했다.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 구체적인 설명 부탁한다. 소니가 추구하는 공간감도 어떤 부분인지 알고 싶다.
소리를 계속 강조하는데, 듣는 사람마다 주관적으로 느끼는 것이 다르다. 소니만의 소리 개발 과정의 뒷이야기도 들려달라.
사토 마사키 – 공기감은 음악을 녹음했을 때 현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소리가 발생했을 때의 현장 상황을 그대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소니가 추구하는 공간감이다. 이것이 음악에 녹아 이를 듣는 것으로 현장의 분위기를 느끼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나게노 코지 - 제품의 특성이 타겟 고객이 있다. 그들의 입장을 보면 프로페셔널이다. 엄격하고 기준이 높다. 반대로 여고생이라면 그들이 자주 듣는 소리가 좋은 소리인 것이다. 모두 음악적 성향이 있지만 제품에 맞는 고객의 기분이 되어 제품을 만들고자 노력한다. 여고생이 주로 들을 오디오 제품이라면 최대한 그들의 느낌을 받고자 노력한다.
최근 3년간 소니 뮤직과 함께 음악 녹음 환경 표준을 연구하고 있다. 녹음 엔지니어도 고객이 원하는 소리로 녹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녹음 엔지니어는 아티스트가 원하는 소리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연구 중이다. 2012년 MDR-1R 개발 당시, 소니 뮤직 스튜디오 가서 엔지니어들과 의견 교환을 많이 했다. 녹음 엔지니어도 최신 기술이나 표준에도 적응해야 한다.
Q – 소수의 엔지니어와 전문가들을 통해 소리를 구현하는 것 같은데, 이들 규모가 궁금하다.
나게노 코지 – 제품에 따라 투입되는 인원은 다르다. 일반인 대상으로도 제품에 따라 인터뷰를 하는데, 얼마 전 여성용 이어폰을
개발할 당시에 여고생을 모아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나라마다 소리에 대한 기준은 다를 수 있다. 항상 조사를 하고 있다.
Q – 발표는 안 했지만 NW-WM1A랑 1Z가 추구하는 소리의 방향성을 알고 싶다.
사토 히로아키 - 1A는 ZX2의 후속이라는 개념으로 밸런스와 기능을 많이 추가했다. 그러나 가격은 비슷하게 책정하고자 했다.
가성비로 보면 뛰어나다 본다. 1Z는 무겁지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넣었다.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 음질은 1Z가 더 좋을 것이다.
특히 저음에서 차이를 보인다.
Q – 시그니처는 공통적으로 4.4mm 밸런스드를 쓴다. 기존 규격이 아니라 새 규격을 통해 얻는 장점은 무엇인가?
나게노 코지 – 4.4mm 밸런스드 단자는 일본 전자정보기술산업 협회(JEITA)의 표준 규격이다. 여기에 일본 헤드폰 제조사가
전부 참여하고 있다. 헤드폰 주문자 생산 위탁(ODM) 제조사도 모두 포함된다. 3.5mm 스테레오도 국제 규격은 아니고 JEITA
규격이다. 헤드폰 브랜드들이 다양한 규격을 만든 점, 반성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혼동을 준 점에 대해 반성하면서 완전한 표준 규격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4.4mm 밸런스드 단자다. 3.5mm 보다는 두껍다. 그러나 동체저항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나의 기둥에서 극 2개씩 구성할 수 있게 됐다. 생긴 것도 3.5mm와 많이 다르지만 넣고 빼기 쉬운데다 잘 안 빠진다. 다른 오디오 제조사들도 이 규격을 채용하고 있다. 상용화가 빨리 이뤄질 것이라 본다.
음질을 위해 모든 것을 총동원했다
세 엔지니어는 시그니처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했다고 말한다. 최고의 재료 선정은 물론이고 설계와 기술도 전부 새로 개발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만큼 보람을 느끼는 듯 했다. 그들이 각각 개발한 시그니처를 설명할 때의 눈빛을 보니 그런 확신이 들었다.
Q – 시그니처 시리즈가 발표하지 않은 플레이어 제품까지 포함하면 4개다. IFA 2016에서는 솔루션이 동시 공개되기도 했는데 개발과 출시 시기를 조율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나게노 코지, 사토 히로아키 – (사토 마사키를 바라보며) 앰프의 개발이 가장 늦어졌다.
사토 마사키 – 맞다. 세 제품을 구성하고 가장 늦게 개발이 완료된 것이 헤드폰 앰프다. 단기간에 개발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출시 전 6개월간 기술적인 문제도 있었다. 정말 힘들었다. 특히 헤드폰 앰프는 MDR-Z1R을 위한 제품이다 보니 타이밍을 늦출 수 없어 굉장히 힘들었다.
사토 히로아키 – 우리는 서로 상담도 하고 하는데, 지난 6월 상담 한 번 해보려고 갔더니 상사가 건드리지 말라고 혼났다. 그는 앰프를 개발하면서 살도 많이 빠지고 친구도 잃은 것 같다.
Q – 앰프와 헤드폰이 함께 나와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예로 젠하이저는 HD 800과 HDVD 800 앰프와 호흡을 맞춘다. 두
제품도 같이 구매해 쓰는 것을 고려했는가.
나게노 코지 - 타사 사업에 대해 이야기 할 부분은 아니지만 헤드폰 앰프는 모든 하이엔드 오디오 제품에 대응하도록 했다. 또한
MDR-Z1R은 스스로 최고의 소리를 내도록 설계됐다. 그럼에도 두 조합의 궁합은 좋다. (두 제품 조합을 레퍼런스로 하지 않은건가?) 세
개를 동시에 개발을 하다 보니까 100% 완성 단계는 아니지만 서로 들어보고 맞추면서 만들기는 했다.
Q – 시그니처 총 개발기간과 기술 인력이 궁금하다.
나게노 코지 - 제품 개발에 있어 기술이 다양하게 들어가니 짧은 것도 긴 것도 있다. MDR-Z1R의 돔이나 마그네슘 하우징 등에
개발에는 10년 정도가 필요했다. 다른 마그넷이나 내부 부품에는 1년 정도가 소요됐다. 우리는 ‘제품을 개발하니 기술이 필요하다’ 라는 것이
아니다. 각 부품의 개발이 이뤄지는 단계에서 상품기획부가 상용화 가능한 기술을 채용하는 방식이다.
사토 히로아키 - 워크맨의 콘덴서는 총 3년 정도 걸렸다. 최대한 빨리 도입하고 싶었는데, 완성도를 최대한 높이고 싶었다. 이번 워크맨에서 보여준 구리 절삭 하우징은 본래 ZX2에 도입하고 싶었는데 그 때는 안됐다. 그렇게 보면 하우징은 4년 정도 걸린 셈이다.
나게노 코지 - 음질적으로 동이라는 물질이 좋다. 과거에는 이를 깎는 기술이 부족했다. 우리는 절삭이 가능한 도구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래서 시간이 걸린 부분도 있다.
사토 히로아키 – 사실 ZX2에 무산소동을 도입했었다. 시제품에 도입했는데, 담당자가 이건 프로토타입으로 끝내자고 하더라. 그러나 이번에는 성공했다. (웃음)
사토 마사키 - 앰프는 디지털 아날로그 하이브리드가 2~3년 정도 걸렸다. 디지털 앰프의 미래는 어떻게 할까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다. 후보 중 하나가 디지털 아날로그 하이브리드고 상품화를 결정해 개발 완성까지 1년 반 정도가 걸렸다. 프레임빔 격벽(FBW)은 1년 전 소형 고음질 섀시에 대해 의견이 있었던 것이 시작이다. 당시 도시락 크기의 섀시로 다양하게 테스트를 해왔다. 그 도시락 크기로 했었지만 거기는 디지털 아날로그 하이브리드 앰프가 들어갈 수 없었다. 그래서 크기를 키우는데 집중했다.
프론트 패널이랑 격벽, 상단 패널 사이의 공기 통풍구의 크기까지 고민을 거듭했다. 하나의 제품처럼 보이지만 상단 패널은 격벽에 살짝 올려 놓은 형태다. 원래 대형 앰프는 위에 덮개가 없는게 음질이 더 좋다. 원래 나는 덮개가 없는 상태에서 팔고 싶었지만 내부 회로가 노출되기에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거의 덮개가 없는 상태에 가깝게 만들고자 했다.
믿기 어렵겠지만 통풍구의 크기와 면적에 따라 소리가 달라졌다. 이건 진짜다. 여기에는 모두 이야기 할 수 없지만 우리가 언젠가는 상품화하고 싶다고 하는 기술들이 대거 들어갔다. 오디오 인력은 셀 수 없이 많다. 아마 각 부문에 50~60명 정도가 투입됐다고 보면 되겠다.
Q – 이 정도 가격대라면 선택지가 많다고 본다. 타 제품 대비 차별화된 부분이 있을까?
나게노 코지 – 헤드폰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 보겠다. 타사의 하이엔드 헤드폰은 백오픈형이 많다. MDR-Z1R의 목표는 처음부터
공간감의 표현이고 다음은 큰 소리부터 작은 소리까지 다 내는 것이었다. 일반 가정에서는 50 데시벨 정도의 소음이 항상 있다. 집에는 에어컨
냉장고 사람의 걸음 등 다양하다. 백오픈형은 이런 소음이 같이 들어갈 수 있다. 내가 원하는 음감에 방해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MDR-Z1R이 채택한 밀폐형은 공명음이 발생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Z1R에서 공명을 억제할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되어 있다. 때문에 가장 적은 수준의 공명음을 구현할 수 있었다. 소음을 줄이는 것이 중요한 것은 콘서트홀 환경이 20데시벨 정도인데, 시끄럽다가 조용해지는 부분도 있다. 이를 제대로 표현하려면 공명은 이에 방해됐기에 개선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했다.
진동판의 재료도 중요하다. 마그네슘은 소리 음질에 좋은 재료다. 지금까지 얇게 만드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걸 너무 얇게 하면 돔으로 씌울 때 찢어졌다. 가공법과 재료 손질을 바꿔 30마이크로 미터까지 얇게 만들 수 있었다. 이 진동판에 의해 120kHz까지 넓어졌고 좋은 음질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장점이 20개 이상 더 있는데 시간상 여기까지만 하겠다. (웃음)
사토 히로아키 – 워크맨도 헤드폰처럼 작은 소리를 재현하기 위해 S-MASTER HX도 있지만 기판에 남는 잔류 전원의 노이즈를 제거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또한 곡이 가지고 있는 주파수는 모두 표현하고자 했다. 타협하지 않았다는 점이 포인트.
제조사와 달리 워크맨 내 모든 케이블을 특수하게 적용했다. 타 제조사와 다른 우리만의 강점이다. 안에 있는 배터리도 커스터마이즈 했다. 판매 수가 많지 않은 제품을 위해 전지를 개발한 것은 소니가 전자도 하니까 가능한 부분이다. 배터리도 일반 제품들과 달리 +와 –를 각각 2개씩 배치해서 내부 저항을 줄였다. S-MASTER HX 앰프도 디지털 직접 출력(DSD – Digital Stream Direct) 방식을 제대로(네이티브) 지원한다. 정말이다.
나게노 코지 – 추가 설명하자면 DSD는 펄스 밀도 변조(PDM - Pulse Density Modulation) 방식이다. S-MASTER는 펄스 폭 변조(PWM - Pulse Width Modulation) 구조다. 타사는 DSD를 어떻게 구동하는지 밝혀지지 않았는데, 우리는 확실하게 이를 활용해 네이티브 구동한다.
사토 마사키 - 앰프의 강점은 디지털 아날로그 하이브리드라는 점이다. 헤드폰 앰프는 다 아날로그다. 우리는 디지털 앰프를 만들었는데, 사실 디지털 음원이 도입된 지 30년 정도 됐다. 지금 우리가 듣는 것도 대부분 디지털 아닌가? 일반적 헤드폰 앰프는 디지털 음원을 디지털 아날로그 변환 장치(DAC)를 통해 전환하고 아날로그 앰프에서 재생하는 것이다. 이는 신호처리 과정이 많아지는데 각각 변환 장치나 앰프를 지날 때마다 각각의 특성이 음에 붙는다. 음이 왜곡된다고 볼 수 있겠다. 우리는 디지털 앰프로 디지털 신호를 S-MASTER로 증폭한다. 이를 통해 충분한 출력이 가능하므로 헤드폰이 요구하는 출력도 내고 신호처리 과정도 짧아진다는 장점이 생긴다.
헤드폰 앰프도 워크맨처럼 DSD음원이 들어왔을 때 펄스 폭 변조 방식으로 바꿔 재생 가능하다. 음원 자체의 소리를 그대로 들려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PCM 22.4MHz, 768kHz까지 대응할 수 있으므로 당분간은 이 정도의 사양이면 충분할 것으로 본다. 소니는 이제 디지털 오디오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데, 보유한 오디오 기술을 통해 최신 신호 기술을 업데이트 해서 전부 담아 넣었다. 프레임 빔 격벽 구조도 소리에 영향을 주었다. 격벽 샘플을 가져왔는데, 잠시 기다리면 금방 가져오겠다.
이 말과 함께 사토 엔지니어는 기자들에게 격벽을 직접 보여주기 위해 뛰어나갔다. 이후 그는 한 손에 거대한 쇳덩이 하나를 들고 나타났는데, 그것이 바로 헤드폰 앰프 TA-ZH1ES의 벽면이라고 한다. 소니는 이를 프레임 빔 격벽(Frame Beam Wall)이라고 불렀다. 사토 엔지니어는 그 다음 설명을 이어나갔다.
사토 마사키 - 구조적인 부분과 음질을 모두 고려해 제작된 격벽은 아마 없을 것이다. 프레임 빔 격벽은 소니가 제조를 맡기고 있는 곳 중에서 가장 크게 만든 것이다. 격벽의 형상과 단자를 위한 홀을 모두 만드는 데 40분이 걸린다. 통 알루미늄을 전부 깎아낸다. 일단 높은 강도의 격벽을 만들었다는 것에 큰 가치를 두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통으로 만들 기술이 준비되지 않아 각 면을 따로 조립할까도 생각했었다. 그러나 4조각으로 만든 것과 통으로 만든 것을 비교하니 후자(통 격벽)가 더 좋았다. 당연히 음질을 위해 타협하지 않고 가격 인상은 될지라도 통으로 가자는 방향으로 갔다.
(엔지니어의 고집 때문에 가격이 상승한 것이냐?) 디지털 아날로그 변환 장치 같은 전기 회로나 메커니즘도 그렇고 이루고 싶은 것을 구현하다 보니까 이렇게 됐다. (웃음) 앰프의 가격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지만 만약 이런 노력을 이해해 준다면 어떤 가격을 이야기 해도 애호가 분들은 수긍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 동일한 가격대에 이런 구조를 가진 앰프 제조사는 내가 알기로 없다.
Q – 통 알루미늄을 써 노이즈를 잡았다고 했다. 그런데 해외에서는 노이즈를 철저하게 억제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는데, 어떤 부분을
통해 노이즈를 억제했는지 알고 싶다.
사토 마사키 – 변압기 밑에 구리 동판이 들어간다. 또한 제품을 고정하는 나사에도 편향절연체를 적용했다. 나사 방향을 동일하게
만들면 진동이나 음질에 영향을 주는데, 그래서 모든 나사의 방향이 다르다. 공진점을 억제하기 위함이다. 판도 두 개로 만들어 공진을
분산시킨다. 세세한 부분까지 좋은 울림을 위해 노력한 부분이 있다. 측정은 안 되는데 들을 때 느껴지는 울림이 있다. 앰프는 너무 울려도 안
되고 안 울려도 안 된다. 이 부분에 초점을 뒀다.
사토 히로아키 – 오오~ 스피커 앰프였으면 스피커의 진동이나 소리에 의해 바꿀 수 있다. 이건 헤드폰 앰프인데 재료에 의해 소리가 바뀔 수 있다니 정말 놀랍다. (일동 웃음)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최고의 선물
한껏 시그니처의 기술과 특징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인터뷰는 어느덧 1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자칫 지루할 수 있을 법한 시간이지만 그들의 음악 열정은 전혀 식을 줄 모르고 오히려 더 타오르는 듯 했다. 이 정도라면 시간이 야속하게 느껴질 정도다.
Q – 워크맨 인터페이스 구성 의도에 대해 알려달라.
사토 히로아키 - 음악 플레이어이기에 재생되는 부분이 홈 화면이고, 라이브러리를 CD 책장처럼 구성해 뽑아서 듣는 느낌을 주고자
했다. 오른쪽으로 슬라이드 하면 책갈피처럼 나온다. 왼쪽으로 가면 지금 재생될 리스트들이 나온다. 화면을 아래로 끌어 내리면 음향효과를
주도록 했다. 사용자는 홈 화면을 중심으로 상하좌우로 움직일 수 있다. 참고로 이걸 개발한 개발자는 베이스 기타를 친다. 이 유저 인터페이스
담당 엔지니어는 5년 전부터 음질 좋은 워크맨을 만들자 해서 함께 으쌰으쌰 했다.
Q – ZX2도 그랬는데, 이번에도 전용 단자를 쓴다. 소니에서 불편한게 이 부분이다. USB-C 단자 같은 공용 규격도 있는데,
처음부터 이 단자를 채용하는 것을 고려했는가.
사토 히로아키 - 소중한 의견 감사한다. 돌아가서 기획부와 상의하겠다. 하지만 이 단자는 충전과 오디오 입출력이 가능하다. 지금
제품에 오디오 입출력 기능은 없지만, 기본적으로 해당 기능을 제공한다. 참고로 USB 단자는 충전과 오디오 출력이 불가능하다.
Q - 세 엔지니어의 좋은 소리에 대한 기준이 다를 것인데 어떻게 이를 정리했는지 궁금하다.
나게노 코지 - 각각 좋은 소리에 대한 생각은 있다. 그러나 시그니처를 기획할 때는 상의한 적이 없다. 그런데 모두 목표하는 바는
동일했다. 일단 공간감을 모두 원해서 이를 중점적으로 구현하고자 했다. 사토 마사키는 색소폰, 히로아키는 기타, 나는 트럼본을 한다. 모두
음악을 정말 사랑한다. 서로 자기가 원하는 소리를 구현한 것 아니냐고 하니까 아니더라. (웃음)
약 1시간 30분 가량에 걸쳐 진행된 인터뷰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디지털 사운드의 심오함을 다시 한 번 더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세 엔지니어들은 한결같이 시그니처의 진정한 가치는 직접 들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시그니처는 아직 헤드폰과 플레이어만 출시된 상태다. 앰프는 12월 출시 예정이다. 이 셋이 완전체가 되면 과연 어떤 소리를 들려줄까? 호흡이 잘 맞은 세 엔지니어처럼 시그니처도 어서 완전체가 되어 호흡을 맞추게 되길 기대해 본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