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영어문제의 열쇠는 '추론', 추론의 근원은 '독서'
[IT동아 이문규 기자] 지난 주 치러진 2017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는 약 60만 명의 수험생들이 응시했다. 모든 과목 영역이 어려워 '불수능'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특히 영어 영역의 체감 난이도가 높아 많은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서지도 빅데이터 기업인 르네상스러닝코리아에 따르면, 이번 수능 영어 문제는 미국 학령기준, ATOS 지수 9.8로 미국 9학년 8개월차(한국 중학교 3학년 8개월차) 학생이어야 무난하게 풀 수 있는 수준으로 출제됐다.(참고: http://it.donga.com/25486/)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수능 등급을 결정 짓는 문제는 역시 '빈칸추론' 형식이었다. 매년 수능 영어 문제에서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문제가 바로 추론 문제다. 르네상스러닝은, 올 수능 영어 문제 중 오답률이 가장 높았던 32번 문제는 미국 고등 3학년 수준으로 지문 자체의 수준이 높아 빈칸 추론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 분석했다.
빈칸추론 문제는 문장 전체의 흐름 파악은 물론 문장 전후의 논리적 관계를 따질 수 있는 논리력과 추론력이 뒷받침 돼야 맞힐 수 있다. 단기간의 집중 학습이나 암기 위주의 공부로는 정답을 추론하기 어렵다. 홍천여자고등학교 영어교사는 "이번 수능은 전반적으로 작년 수능이나 올 6월 모의고사와 비슷해서 크게 어렵지는 않았지만, 최근 치러진 9월 모의고사보다는 어렵게 출제 돼 체감 난이도는 다소 높았을 것"이라 예상했다.
또한 그는, "EBS 연계율은 작년과 같은 수준이나 직접 연계보보다는 간접 연계가 많았고, 빈칸추론 문제의 높은 난이도가 중하위권 학생들에게 변별력으로 작용할 듯하다. 최근 들어 논리력/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와 종합적인 이해능력을 요구하는 문제가 많아져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결국 입시 준비와 무관하게 평소 책을 많이 읽는 학생들에게는 이번 수능 영어문제가 한결 유리했을 것이라는 평가다.
내년 2018학년도 수능부터는 영어 영역이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입시 준비 및 영어 공부의 변화가 예고된다. 수시 학생부전형(학생부교과, 학생부종합)은 더욱 확대되고,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이전처럼 수능영어 만점을 받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혹자는 수능 영어 1등급을 받기가 비교적 쉬워졌기 때문에 영어공부에 무게중심을 두지 않아도 된다고도 말한다. 일선의 영어교육 전문가들은 이와 다른 의견을 내고 있다.
어릴 때부터 영어 기본기를 탄탄히 다지지 않으면, 내신과 수능 모두 결코 만만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영어교육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이다. 내년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더라도 올해 수능 유형의 문제를 대비하려면, 기본 어휘력 및 추론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다양한 지문을 꾸준하게 읽고 분석, 정리하는 학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에 관해 양구여자고등학교 영어교사는 "다양한 분야에서 지문이 출제되기 때문에 배경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가 힘든 문제가 많아지고 있어 폭넓은 독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수시 강화에 따라 내신 평가도 더욱 까다로워 지고 있다. 단순 암기로 풀 수 있는 내신 문제보다, 영어법과 어휘력, 사고력이 필요한 고급 문제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어릴 때부터 꾸준한 영어독서를 통해 영어 사고력을 배양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복적 문제 풀이로 단시간에 영어 성적을 높이려 하기 보다는, 다양한 소재의 영어 원서를 읽음으로써 기본 어휘능력, 사고력, 논리력을 기르고, 종합적 이해력을 바탕으로 다지는 학습법이 필요한 시기다. 영어공부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