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추억의 고무동력기가 드론이 된다면?, 패럿 디스코

강형석 redbk@itdonga.com

패럿 디스코.
패럿 디스코.

[IT동아 강형석 기자] 드론(Drone)이라고 하면 그저 머나먼 미래의 놀 거리 또는 이동수단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관련 매장을 둘러보면 다양한 종류의 드론이 반겨준다. 마음만 먹으면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 수 있는 소형 드론부터 제법 본격적인 중대형 드론까지 존재한다. 가격도 수만 원부터 수백만 원까지 다양하다. 산업분야로 접근하면 더 비싸지만 성능도 좋고 기능도 특화된 것들도 있다.

자주 보이니 드론이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한강에 위치한 몇몇 지정 비행장을 가면 드론을 조종하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보이고, 완구 매장을 가면 아이들이 가지고 놀 법한 소형 드론들도 전시되어 있는 것을 목격한다. 이 정도 되면 대비행시대가 활짝 열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리라.

그런데 보이는 드론 모두 생김새가 비슷하다. 4개의 날개가 대각선으로 달려있고, 이들이 엄청나게 빨리 회전하면서 수직 이착륙 한다. 조금 덩치가 큰 것들은 날개가 6개 또는 8개, 그 이상도 달려있다. 결국 이착륙 방식 자체는 다르지 않다. 물론 가장 확실한 방법이니 이 구조를 채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으리라.

다 좋은데 조금 색다른 재미를 느끼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마치 먼 옛날 연이나 고무동력기 같은 것을 날렸던 추억을 더듬으면서 말이다.

패럿 디스코(Parrot Disco)는 그런 추억을 떠올리기에 좋은 드론이다. 다른 드론과 달리 비행기와 흡사한 고정익 형태를 취한 것부터 과거 아버지 또는 형제들과 날리던 고무동력기(글라이더)의 향기가 묻어 나온다. 가격은 184만 9,000원이다.

난 다른 드론들과 다르다구!

그렇다. 달라도 많이 다르다. 패럿 디스코는 일반 드론이 채택하는 쿼드로터(4개의 프로펠러) 방식이 아닌 비행기와 같은 고정익 방식을 쓴다. 때문에 프로펠러도 후방에 1개만 달려 있다. 프로펠러가 회전하는 힘에 의지해 비행하는 드론과 달리 패럿 디스코는 자연의 힘에 기댄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비행기처럼 양력을 쓴다는 말이다.

패럿 디스코.
패럿 디스코.

덕분에 패럿 디스코를 꺼내는 순간 주위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아마 주변에 유명한 드론을 조종하는 사람들도 이 독특한 자태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확실하다. 촬영을 위해 제품을 들고 나간 기자도 그랬으니까. 주위 많은 사람들이 “이 제품이 무엇이냐?”고 물어왔으니 일단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덩치는 생각보다 크다. 너비 115cm 정도로 여느 중소형 드론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대신 가볍다. 첨단 소재로 깨짐성과 유연성, 내약품성이 뛰어난 발포폴리프로필렌(EPP)를 썼다. 자동차 부품이나 포장재, 건축 및 단열재 등으로 쓰인다. 여기에 탄소를 접목해 무게는 줄이고 내구성은 높였다. 실제 이 제품의 무게는 배터리를 탑재하고 약 760g 정도여서 부담스럽지 않다.

패럿 디스코 전면에는 1,400만 화소 이미지 센서가
탑재됐다.
패럿 디스코 전면에는 1,400만 화소 이미지 센서가 탑재됐다.

패럿 디스코의 전방에는 카메라가 있다. 1,400만 화소 이미지 센서가 탑재됐고, 조리개 값 f/2.3으로 밝은 축에 속한다. 다양한 환경에서 안정적인 사진 또는 영상을 기록하려면 렌즈 품질은 중요한데, 밝은 조리개값 렌즈로 이를 해결했다. 여기에 비행 시 생길 진동을 억제하고 흔들림이 적은 사진영상을 기록하고자 3축 떨림방지 기능도 넣었다.

이를 통해 영상은 초당 30매의 풀HD(1,920 x 1,080) 영상 기록을 지원한다. 기체 자체에는 32GB 내장 메모리를 달아 촬영한 사진영상을 담는다. 촬영은 패럿 디스코가 이륙하는 순간부터 진행되는 방식이다. 물론 이 기능은 무선 컨트롤러나 스마트폰 등에서 제어 가능하도록 제공한다.

패럿 디스코의 상단 덮개를 열면 배터리 장착을 위한 공간과 제어장치 등이
있다.
패럿 디스코의 상단 덮개를 열면 배터리 장착을 위한 공간과 제어장치 등이 있다.

덮개를 열면 배터리 장착을 위한 공간과 마이크로 USB 단자 연결을 위한 모듈 등이 보인다. 별도의 메모리 확장은 어렵다는 점 참고하자. 촬영한 사진영상은 모듈 하단에 있는 마이크로 USB 단자를 활용해 전송하는 방식이다.

상단 모듈은 생각 이상으로 중요한 장치다. 모듈은 장비를 통합 제어한다는 의미의 C.H.U.C.K(Control Hub & Universal Computer for Kits)다. 패럿 디스코에 탑재된 카메라와 위성항법장치(GPS), 기압 센서, 블랙박스 등을 관제한다. 전용 컨트롤러인 스카이컨트롤러(Skycontroller) 2와 연동하는데에도 이 모듈이 쓰인다.

배터리는 장착 공간에 맞춰 끼우면 된다. 용량은 2,700mAh로 패럿 디스코를 최대 45분 정도 띄울 수 있는 수준이다. 착륙이나 회항하는 상황 등을 고려하면 약 30분 정도 비행 가능하다고 보면 되겠다.

비행기를 조종하는 듯한 느낌

패럿 디스코를 띄우기 위해 신정비행장을 찾았다. 한강변에서 자유롭게 드론 비행 가능한 몇 안되는 곳 중 하나다. 이 곳에 도착하니 먼저 도착한 드론 사용자 몇 명이 비행을 즐기고 있었다. 그들과 최대한 중첩하지 않는 선에서 비행을 시도했다.

비행 전 패럿 디스코와 스카이컨트롤러2, 스마트폰 연결이 이뤄져야 한다. 먼저 드론 본체 상단에 있는 버튼을 한 번 누르면 전원이 인가된다. 이와 동시에 스카이컨트롤러2 전원을 눌러주자. 컨트롤러가 처음에는 붉은색 LED가 점멸하는데, 두 기체가 연결되면 녹색 LED가 켜진다. 두 기체가 연결되었음을 알리는 신호다. 드론의 전원 스위치도 녹색 LED로 변경된다.

패럿 디스코와 스마트폰은 프리플라이트 프로 애플리케이션으로
연결된다.
패럿 디스코와 스마트폰은 프리플라이트 프로 애플리케이션으로 연결된다.

이 때 스마트폰 연결도 시도해야 전면 카메라가 기록한 영상을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로 감상할 수 있다. 미리 패럿 디스코와 함께 호흡을 맞추는 애플리케이션인 프리플라이트 프로(FreeFlight Pro)를 내려 받아 설치해 두자. 구글 플레이스토어 또는 애플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내려 받으면 된다.

기본적으로 기체와 컨트롤러를 연결할 때, 드론은 수평을 유지해야 한다. 가급적 요철이 없는 곳 또는 경사가 심한 위치에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최대한 수평을 유지한 상태에서 연결을 시도하면 어려움 없이 드론 비행 준비가 마무리 된다. 또한 컨트롤러에 있는 이륙(Take Off) 버튼을 누르지 않는 이상 전원이 켜져도 패럿 디스코 뒤에 있는 프로펠러는 작동하지 않는다.

스마트폰과 연결되면 카메라 화면을 볼 수
있다.
스마트폰과 연결되면 카메라 화면을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패럿 디스코의 제어에 스카이컨트롤러2는 필수라는 점이다. 스마트폰을 연결해도 비행은 할 수 없다. 아무래도 이동 반경이 큰 드론의 특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와이파이 연결이지만 화면을 보거나 비행 등을 확인하고, 기기 펌웨어 업데이트를 하는 정도만 지원한다. 그리고 비행계획이 있는데, 별도 구매해야 한다. 구글 플레이 기준으로 약 23.99달러(원화 약 2만 8,000원 상당)다.

반면 스카이컨트롤러2를 쓰면 반경 2km까지 원격 조종이 가능하다. 스마트폰 화면도 볼 수 있는데, 거리가 멀어지면 신호가 약해지는 현상이 있었다. 또한 너무 멀어지면 기기의 분실 우려도 있으니 가급적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비행을 권장한다.

프로펠러는 뒤에 한 개만 제공된다.
프로펠러는 뒤에 한 개만 제공된다.

이제 비행을 시작할 차례다. 컨트롤러에 있는 이륙 버튼을 누르니 프로펠러가 힘차게 돌며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이 때가 가장 위험한 시점이니 바짝 긴장하면서 다루자. 프로펠러가 노출되어 있고 매우 빠른 속도로 회전하기 때문에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체를 약간 하늘을 향해 대각선 방향으로 조준하고 기체를 잡은 손을 놓으면 비행을 시작한다. 또는 고무동력기 날리듯 다뤄도 비행은 이뤄진다.

그런데 수직 이착륙하는 드론과 달리 비행기처럼 날리다 보니 위압감이 상당하다. 바로 옆에서 '부와아아아아앙'하는 굉음을 내며 높이 솟아오르는 모습을 보니 더욱 그런 듯한 느낌이다.

이륙 이후도 중요하다. 이 드론은 비행이 시작되는 순간 약 50m 높이까지 상승하다가 고도에 다다르면 지름 60m의 원을 그리며 활공한다. 이 때부터 본격적인 드론 비행이 시작된다. 그러나 너무 높고 빠르게 나는 통에 아쉽게도 비행하는 모습은 담을 수 없었다. 패럿 디스코는 최대 80km의 속도로 비행한다.

스카이컨트롤러2는 복잡해 보이지만 조금 다뤄보면 쉽게
익숙해진다.
스카이컨트롤러2는 복잡해 보이지만 조금 다뤄보면 쉽게 익숙해진다.

착륙은 직접하거나 자동 착륙하는 방법 두 가지가 있다. 참고로 국내 환경에서 직접 착륙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므로 자동 착륙을 권장한다. 먼저 자동착륙은 주변 80m 반경 내 장애물이 없는 것을 전제로 한다. 컨트롤러에 있는 자동착륙 버튼(집 모양 아이콘)을 누르면 큰 원을 계속 그리며 서서히 속도를 낮춘 후 착륙하게 된다. 기체를 보호하는 방법 중 하나다. 반대로 직접 착륙을 시도하면 비행기와 유사한 방법으로 착륙해야 된다. 자칫하면 기체 손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심적 부담이 생긴다.

다른 드론과는 다른 비행 재미가!

패럿 디스코는 타 드론과 다른 비행 구조에 따른 재미에 있다. 마치 글라이더 또는 고무동력기처럼 하늘에 날려 이를 조종하는 방식인데 조작에서 오는 쾌감이 짜릿하다. 사실 드론이라기 보다는 RC 비행기에 가깝다는 느낌이다. 화석연료를 쓰는 RC가 아닌 친환경 에너지(...)를 쓰는 점이 다를 뿐이다.

패럿 디스코.
패럿 디스코.

여유로운 곳에서 자녀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 가장이라면 패럿 디스코는 좋은 선택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존재한다. 바로 비행기처럼 날려야 하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수직 이착륙 가능한 드론과 달리 선회하며 착륙하거나 비행기처럼 착륙을 시도해야 된다. 그 과정에서 지면이 고르지 않을 때 기체에 손상이 가해질 수 있다. 비행 지역에 대한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184만 9,000원이라는 가격은 얼핏 높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드론만 제공하는 것이 아닌 컨트롤러와 1인칭 체험용 헤드마운트 장비까지 모두 포함한 가격이다. 이것 하나면 비행을 즐기기 위한 모든 준비는 끝난 셈이다. 남들과 같은 취미라도 다르게 접근하면 더 즐거울 수 있다. 패럿 디스코는 이를 알려주는 장비라 하겠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