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홈을 향한 구글의 야심? '메이드 바이 구글' 이해하기

강일용 zero@itdonga.com

[IT동아 강일용 기자]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위주의 기업인 구글이 사용자들에게 직접 하드웨어를 만들어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메이드 바이 구글(madeby.google.com)이다. 구글이 직접 설계한 후 구글의 각종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담아서 출시한 제품이다.

종류도 제법 다양하다. 하이엔드 스마트폰인 '픽셀(Pixel)', 가정용 스마트 비서 겸 스피커인 '구글 홈(Google Home)', 4K와 HDR 디스플레이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크롬캐스트 울트라(Chromecast Ultra)' 가상현실 헤드셋 '데이드림(Daydream)', 와이파이 증폭기인 '구글 와이파이(Google Wifi)'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글은 왜 이제와서 직접 하드웨어를 만들려는 것일까. 그것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만들던 기존 파트너들과의 불화까지 감수하면서. 그 이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메이드 바이 구글
메이드 바이 구글
<구글이 직접 만든 하드웨어: 메이드 바이 구글>

메이드 바이 구글의 목적: 가정용 인공지능 시장 진출

메이드 바이 구글의 목적은 명백하다.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 '가정용 인공지능(Home AI)' 시장의 주도권을 쥐려는 것이다. 가정용 인공지능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해 2020년에는 194억1000만 달러(약 23조 원)의 시장 규모를 갖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A(스트래터지 애널리틱스)는 2020년에는 1,500만 대의 가정용 인공지능 기기가 시장에 출하될 것으로 예상했다.

가정용 인공지능이란 대체 뭘까. 음성을 통해 집안의 모든 기기를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이다. 사실 이 정도는 지금의 기술 수준으로도 비슷하게 구현할 수 있다. 가정용 인공지능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사용자들이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알아서 척척 처리해놓는 기술이다. 때문에 가정용 인공지능은 스마트홈 구현의 핵심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각종 SF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바로 그 기술이다.

메이드 바이 구글 가운데 픽셀, 구글 홈, 크롬캐스트 울트라, 구글 와이파이가 가정용 인공지능과 관계가 깊다. 데이드림은 가정용 인공지능과는 관계 없지만, 이에 못지 않게 각광받는 차세대 기술인 '가상현실'과 관련있는 제품이다.

구글 픽셀: 가정용 인공지능과 무제한 클라우드 스토리지의 만남

픽셀은 구글이 자사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운 최초의 스마트폰이다(제품 생산은 대만 HTC가 한다). 최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구글의 각종 서비스를 한 군데 꽉꽉 눌러 담아 놓았다. 기존의 넥서스 시리즈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기준을 세우기 위한 제품이었지만, 픽셀은 구글의 각종 서비스로 사용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제품이란 점에서 차이가 있다. 때문에 순정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위에 구글이 직접 만든 각종 커스텀 기능이 추가되어 있다.

구글 픽셀
구글 픽셀
<구글 픽셀(좌)과 픽셀XL(우)>

구글 픽셀의 핵심 기능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구글의 음성비서 서비스이자, 가정용 인공지능 기술인 '구글 어시스턴트'를 기본 탑재한 최초의 스마트폰이라는 것. 구글 어시스턴트는 '애플 시리', '마이크로소프트 코타나'처럼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면 이에 대한 답을 음성, 글자, 이미지, 웹 페이지 링크 등으로 제공해주는 서비스다. 심심할 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능부터 현재 인터넷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주는 기능, 각종 교통편이나 숙박 시설을 대신 예매해주는 기능, 오늘의 날씨와 일정을 알려주는 기능 등 인공지능 '비서'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다.

두 번째는 구글의 사진/동영상 저장 서비스 '구글 포토'의 저장공간을 무제한으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아, 물론 구글 포토는 지금도 각종 사진과 동영상을 무제한으로 저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파일 용량에 제한(사진은 1600만 화소 이하, 동영상은 풀HD 해상도 이하)이 있는 반쪽짜리 무제한이었다. 구글 픽셀 사용자는 이러한 제한조차 모두 풀린다. 각종 사진과 동영상의 원본을 무제한으로 구글 클라우드 저장소에 업로드할 수 있다. 현존하는 그 어떤 클라우드 저장 서비스에서도 찾을 수 없는 파격적인 정책이다.

또, 픽셀 사용자는 구글 플레이 뮤직을 3개월 동안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물론 픽셀은 최신 스마트폰다운 성능도 갖추고 있다. 5인치(픽셀) 또는 5.5인치(픽셀XL) AMOLED 화면, 스냅드래곤821 쿼드코어 프로세서, 4GB 메모리, 800만 화소 전면 카메라와 1200만 화소 후면 카메라, 지문인식 센서, USB-C 단자, 안드로이드 7.1 누가 운영체제 등 타사의 최신 스마트폰과 비교해도 뒤떨어지는 것이 없다. 하지만 픽셀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구글의 각종 서비스에 있다. 강력한 하드웨어는 단지 구글의 서비스를 즐기기 위한 토대에 불과하다.

구글 홈: 가정용 인공지능의 시작

구글 홈은 구글 가정용 인공지능 전략의 핵심이 되는 기기다. 구글 홈은 크게 세 가지 기능을 갖추고 있다. 첫 번째는 구글 어시스턴트다. 구글 홈 역시 픽셀처럼 구글 어시스턴트를 기본 탑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내린 명령에 대한 답과 결과물은 음성 또는 구글 홈과 연결된 화면으로 출력해준다.

구글 홈
구글 홈
<구글 홈>

두 번째는 사물인터넷 허브다. 스마트홈을 제대로 구현하려면 클라우드 서버에서 내려온 명령을 사물인터넷 기기에 전달해줄 중간 전달자(허브)가 필요하다. 구글 홈이 바로 이 역할을 한다. 사용자가 구글 어시스턴트 또는 스마트폰으로 명령을 내리면, 이 명령은 구글 클라우드 서버를 거쳐 구글 홈에 전달된다. 구글 홈은 이렇게 전달된 명령을 가정내 사물인터넷 기기에 전달해준다. 반대로 사물인터넷 기기에서 생성된 데이터 역시 구글 홈과 구글 클라우드 서버를 거쳐 사용자에게 다시 전달된다.

현재 구글 홈과 연동되는 사물인터넷 서비스로 네스트, 필립스 휴, 크롬캐스트 울트라 등이 있다. 네스트는 집안 온도와 CCTV를 조작할 수 있는 스마트홈 서비스이고, 필립스 휴는 전등의 색상과 밝기를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홈 서비스다. 크롬캐스트 울트라는 TV를 조작하기 위한 도구다.

구글은 구글 홈 API를 공개해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백색가전 업체도 구글 홈으로 끌어들일 계획이지만, 자체 스마트홈 플랫폼과 비전을 갖춘 백색가전 업체가 구글의 스마트홈 연합에 합류할지는 미지수다.

세 번째는 (조금 뜬금없는 기능인데) Hi-Fi 스피커다. 구글 홈은 자체적으로 음악을 재생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스포티파이, 구글 플레이 뮤직, 유튜브 레드 등 구글 홈(+ 구글 어시스턴트)과 연동되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 가입한 사용자는 음성 명령을 통해 원하는 음악을 손쉽게 재생할 수 있다. 또한 사용자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음악이 흘러나오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크롬캐스트 울트라: 4K와 HDR 시대에 걸맞는 스트리밍 기기

크롬캐스트 울트라는 기존 크롬캐스트의 한계를 뛰어넘은 상위 모델이다. 기존 크롬캐스트는 풀HD 해상도 60프레임 영상까지만 재생할 수 있었지만, 크롬캐스트 울트라는 4K 해상도 HDR10 영상을 재생할 수 있다. 즉, 넷플릭스, 유튜브, 트위치, HBO+ 등에서 제공하는 4K HDR 영상을 TV나 모니터를 통해 보여줄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아마존 프라임은 없다. 아마존은 파이어TV라는 자체 셋톱박스를 통해 4K HDR10 영상을 송출할 계획이다)

크롬캐스트 울트라
크롬캐스트 울트라
<구글 크롬캐스트 울트라>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가 엑스박스 원 슬림, 플레이스테이션 프로라는 신형 모델로 4K 해상도 HDR10 동영상을 지원한 것에 구글은 크롬캐스트 울트라로 맞불을 놓았다.

크롬캐스트 울트라는 와이파이의 성능이 떨어져 4K HDR10 영상이 끊기는 사용자를 위해 유선 LAN을 연결할 수 있게 설계했다.

이런 성능 강화 외에도 크롬캐스트 울트라에는 한 가지 기능이 더 추가되었다. 바로 구글 홈에서 내려온 명령을 TV 화면을 통해 출력해주는 기능이다. 구글 홈은 기본적으로 사용자의 질문을 음성으로 답변해준다. 하지만 글자나 그림으로 답변을 해야 할 경우에는 이를 TV 화면을 통해 출력해준다. 구글 홈에는 디스플레이와 연결하는 포트가 없다. 구글 홈과 TV를 연결해주는 포트의 역할을 크롬캐스트 울트라가 대신해주는 것이다.

구글 와이파이는 무선 인터넷 중계기다. 무선공유기에서 나오는 신호가 집안 구석구석까지 미칠 수 있도록 신호를 증폭해준다. 이 기기의 목표는 뭘까? 집안 모든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될 수 있도록 구글이 사전작업을 하려는 것이다.

데이드림: 보급형 VR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까?

데이드림은 구글의 가상현실 플랫폼의 이름이자, 이 플랫폼을 지원하는 HMD(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의 이름이다. 스마트폰과 데이드림 HMD를 연결하면 데이드림 플랫폼을 통해 가상현실을 경험할 수 있다. 기어VR이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가상현실 프로젝트라면, 데이드림은 구글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데이드림
데이드림
<데이드림>

데이드림의 가장 큰 강점은 수 많은 파트너 회사다. 일부 회사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 기존의 가상현실 프로젝트와 달리 수 많은 제조사와 콘텐츠 개발사가 참여한다. 데이드림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은 삼성전자, LG전자, 화웨이, 샤오미, ZTE, 에이수스, 알카텔 등이다. 자체 가상현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소니를 거의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제조사가 참여하는 것.

데이드림용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를 살펴보면 더욱 놀랍다. 훌루, 넷플릭스, 아이맥스, MLB, NBA, CNN, 월스트리트저널, 뉴욕타임즈 등이 동영상과 뉴스 콘텐츠를 공급하고, EA, 유비소프트, 엔드림스 등이 게임을 공급한다. 당연히 (구글의 콘텐츠인) 구글의 유튜브, 구글 플레이 무비, 구글 3D 스트리트 등도 가상현실을 통해 제공된다.

데이드림이 시끌벅적하지만 정작 내실은 없었던 기존의 가상현실 플랫폼들과 얼마나 다를지 기대해볼 일이다. 현재 데이드림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은 픽셀과 픽셀XL(흥미롭게도 둘다 AMOLED를 채택했다. 가상현실을 오래 경험하는 발생하는 멀미를 줄이기 위함이다)뿐이지만, 연말에는 다른 제조사의 스마트폰도 데이드림을 지원할 예정이다.

핵심 가치는 구글 어시스턴트와 구글 클라우드?

메이드 바이 구글이라는 이름 하에 나온 기기들은 결국 구글 어시스턴트와 구글 클라우드(스마트홈)를 통해 하나로 연결된다. 사실 두 서비스를 제외하고 나면 메이드 바이 구글의 강점이 많이 퇴색되는 것이 사실이다. 구글 어시스턴트와 구글 클라우드에 별 관심이 없다면, 타사의 스마트폰을 알아보는 게 더 현명한 소비 행위다.

메이드 바이 구글은 다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경쟁하기 위해서 내놓은 제품이 아니다. 사용자들을 구글 어시스턴트와 구글 클라우드로 끌어들이기 위해 만든 제품이다.

구글 플랫폼에 종속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만 이용하고 구글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중은 점점 줄여나가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은 새로운 스마트홈 플랫폼을 추진하려 하니 구글 어시스턴트와 구글 클라우드를 최신 스마트폰에 탑재해 달라고 제조사들에게 부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결국 제조사들의 반발을 감수하고 스마트폰과 스마트홈 관련 기기를 직접 개발한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에는 언제 나옵니까?

하반기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을 견인해야 했던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이 배터리 폭발이라는 악재를 맞고 침몰함에 따라 구글 픽셀과 메이드 바이 구글에 대한 사용자들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주로 최신 스마트폰을 이용하고는 싶은데, iOS를 꺼리는 사용자가 구글 픽셀에 흥미를 보이고 있다. 이들의 가장 큰 궁금증을 '대체 구글 픽셀은 언제쯤 국내에 출시되는 거지'로 요약할 수 있겠다.

슬프게도 구글 코리아와 이동통신 3사 관계자 모두 구글 픽셀 국내 출시에 관한 계획은 아직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하나 국내에 들여오는 것이 뭐 그리 힘드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이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앞에서 밝힌 것처럼 구글 픽셀의 핵심은 구글 어시스턴트와 구글 클라우드다. 문제는 구글 어시스턴트가 아직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글 픽셀은 하드웨어보다 그 안에 담긴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한 제품"이라며, "구글 어시스턴트가 한국어를 지원하기 시작해야 (구글 픽셀의) 국내 출시 일정이 잡히지 않겠냐"고 구글 픽셀의 국내 발매가 늦춰지는 이유를 설명했다.

구글 홈 역시 구글 어시스턴트가 한국어를 지원되어야 국내 발매를 진행할 수 있을 전망. 다만 크롬캐스트 울트라의 경우 구글 홈이 없어도 4K 해상도 HDR10 영상을 스트리밍하는 기기로서의 가치가 높은 만큼 구글 픽셀, 구글 홈과는 별도로 발매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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