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VR 기술 자체는 성숙, 더 중요한 건 생태계 조성'
[IT동아 김영우 기자] 콘텐츠가 차세대로 진화하고 있다. HD급의 해상도는 4K UHD급의 해상도로 정밀해지고 있으며, 평면 콘텐츠는 VR(Virtual Reality) 콘텐츠로 진화해 한층 높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러한 양상은 게임, 영화, TV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차세대 콘텐츠를 제대로 즐기고자 한다면 그에 걸맞는 솔루션도 필요하다. 기존의 콘텐츠 보다 한층 높은 처리능력을 가진 하드웨어, 그리고 이러한 하드웨어의 성능을 제대로 이끌어낼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IT 시장의 맹주 중 하나인 인텔(Intel) 역시 이런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지난 8월, 차세대 콘텐츠에 걸맞는 연산능력을 갖춘 최신 프로세서인 7세대 인텔 코어 시리즈를 출시했고, 기존 VR의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차원의 몰입형 콘텐츠인 MR(Merged Reality, 융합현실)용 HMD(Head mounted Display) 를 지향하는 '프로젝트 얼로이(Project Alloy)'의 시제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인텔이 그리는 차세대 콘텐츠의 현황을 확인하기 위해 해당 사업의 담당자 중 하나인 인텔코리아 소프트웨어 / 서비스 그룹의 김준호 상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IT동아: 인텔은 흔히 프로세서로 대표되는 하드웨어 제조사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게임을 비롯한 콘텐츠 지원 사업에도 힘을 기울이는 것으로 들었다. 대표적인 사례는?
김준호: 사실이다. 특이 e-스포츠 후원이 대표적인데 특히 '인텔 익스트림 마스터즈'는 세계에서 가장 큰 게임 대회 중 하나로 꼽힌다. 그 외에 GSL 등의 한국 프로리그를 후원하기도 했다. 그 외에 게임을 비롯한 소프트웨어 개발사들과 협력, 인텔의 최신 기술이 소프트웨어에서 잘 반영될 수 있도록 같이 작업을 하기도 한다. '언리얼'이나 '유니티' 같은 게임 엔진을 개발할 때 성능 최적화 소프트웨어 라이브러리를 제공하는 것도 그 일환이라 할 수 있다.
IT동아: 최근 인텔은 VR에 역점을 두는 것 같다.
김준호: 인텔은 VR은 물론, 이를 넘어선 MR까지 지향하는 프로젝트 얼로이를 올해 IDF(인텔 개발자 포럼)에서 발표한 바 있다. 프로젝트 얼로이는 빠르면 내년 초에 출시될 것이다. 단순히 타격감이나 성취감만으로 즐기는 기존의 콘텐츠와 달리, VR 콘텐츠는 현장감과 몰입감이 중요하다. 이를테면 VR 게임을 할 때는 주변을 둘러보는 것 만으로도 재미를 느끼게 해야한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어지러움은 최소화 해야한다. 인텔은 이러한 사항을 모두 파악한 상태에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IT동아: 프로젝트 얼로이에서 지향한다는 MR은 아직 생소한 용어다.
김준호: MR은 단순히 제한된 가상 공간에서 오락을 즐기는 것에 그치는 VR과 달리,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에 디지털 오브젝트를 덧씌우고 이를 VR처럼 현장감 넘치게 경험하는 것이다. 얼마전 화제를 모은 '포켓몬 고' 게임에 적용된 AR(증강현실) 기술을 VR과 결합한 것이라 생각하면 쉽겠다. 주로 오락용으로만 쓰이는 VR과 달리, MR은 사무용이나 과학연구용등, 훨씬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 가능하다.
IT동아: VR, 4K와 같은 차세대 콘텐츠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프로세서보다는 그래픽카드와 같은 영상 처리장치의 성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김준호: 그건 오해다. VR 콘텐츠를 제대로 구현하려면 그래픽 표현 능력 외에도 컴퓨팅 파워, 네트워크 성능, 메모리 성능, I/O 성능 및 센서 기술까지 골고루 갖춰야한다. 인텔은 이 모든 솔루션의 표준을 제시하고 주도하는 업체라는 점을 기억해달라.
IT동아: 인텔이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차세대 콘텐츠 관련 솔루션의 대표적인 예는 무엇인가?
김준호: 7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의 경우, 기존 제품에 비해 단순히 연산능력이 향상된 것 외에 4K UHD급 해상도의 영상, VR 영상을 스트리밍 상태에서도 원활히 감상할 수 있는 전용 하드웨어를 갖췄다. 그리고 3차원의 깊이와 공간감을 감지하는 카메라 기술인 '리얼센스(Rear Sense)' 역시 인텔만의 독보적인 기술이다. 리얼센스는 프로젝트 얼로이 HMD에도 적용된다. 그 외에 I/O 기술인 썬더볼트, 와이기그 고속 무선 네트워크 기술 등도 인텔에서 주도해 개발한 것이다.
IT동아: 프로젝트 얼로이용 HMD는 얼핏 봐선 오큘러스 리프트와 같은 기존의 VR HMD와 비슷해 보인다. 어떤 점이 다른가?
김준호: 프로젝트 얼로이용 HMD는 외부장치(PC나 스마트폰)에 연결해 단순히 영상만 보여주는 기존 VR용 HMD와 다르다. 프로세서나 메모리, 네트워크, 전원, 카메라까지 모두 갖춘 한 대의 온전한 컴퓨터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IT동아: 프로젝트 얼로이가 내년에 출시된다고 했는데, 인텔에서 직접 생산해 판매하는 것인가? 아니면 인텔에선 기술만 제공하고 외부의 여러 제조사에서 각자 제조하는 것인가?
김준호: '메이드 인 인텔'이 될지, 아니면 '인텔 인사이드'가 될지는 아직 미정이다. 양쪽 모두 가능성은 있다. 전반적인 생태계(에코 시스템)를 넓게 확산시키려면 개인적으로는 후자가 더 낫다고 본다.
IT동아: VR이나 MR 시장 활성화에 어려움이 있다면?
김준호: 앞서 말한 것처럼 생태계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텔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기업 파트너들의 협력은 물론, 소비자들 사이에서의 인식 확산도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인텔에서 프로젝트 얼로이 등의 기반 기술을 발표하고 이를 토대로 기술 표준화를 이루기 위해 파트너들과 협력을 모색하는 것이다. 홀로렌즈라는 MR 기술을 선보인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경쟁이 아닌 협력을 위한 파트너 중 하나다.
IT동아: 차세대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서는 높은 비용이 들 것이라고 걱정하는 소비자도 있다.
김준호: 꼭 그렇지는 않다. 이를테면 앞서 설명한 7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의 경우, 차세대 콘텐츠 구동을 위한 특화 기능을 품고 있는데, '코어 i7'이나 '코어 i5' 같은 고급형 모델 외에도 '코어 i3'와 같은 보급형 모델에서도 그런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달라.
IT동아: 마지막으로 소비자들과 IT동아의 독자들을 위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김준호: 가상 현실이라고 하는 분야의 첫 등장은 사실 196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1990년대에서 게이밍 가상현실 기기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실패 했다.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의 성능이 부족하고 개발자들의 노하우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기반 기술이 무르익었다. 남은 건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이다. 인텔이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기대해달라.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