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SHOW 맞춤조절 요금제’의 실체
스마트폰 시장을 휘어잡기 위한 이통사의 대전이 제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본지는 앞서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 KT 무선 데이터 이월 서비스’라는 기사를 통해 이통사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말할 수 있는 스마트폰 요금 상품을 두고, 사용자가 자유롭게 음성, 문자, 데이터 등을 조절할 수 있는 탄력적인 요금제를 쉽사리 적용하지 못할 것이라 예상한 바가 있다.
그러나 KT가 지난 8월 2일, 데이터 이월 서비스에 이어 사용 패턴에 맞춰 음성, 문자, 데이터를 조절해 이용할 수 있는 ‘SHOW 맞춤조절 요금제(총 5가지)’를 전격 출시하면서 예상을 뒤엎었다. 어찌 보면 대세인 아이폰을 필두로 스마트폰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KT의 행보가 가히 무서울 정도다.
그래도 분명한 사실은 KT의 무선 데이터 이월 서비스가 SHOW 맞춤조절 요금제 출시를 위한 첫걸음이었다는 것. 실현 가능성이 낮은 요금 인하보단 이렇게 현실적인 요금제 출시를 기다려왔을 사용자에게 KT는 국내 여느 이통사보다 한발 앞서 변혁을 시도했다.
[보도기사] 스마트폰으로 무선인터넷을 적극 사용하는 고객이 많지만 KT의 스마트폰 이용 고객 중 무선인터넷을 50MB 이하로 소량 사용하는 고객도 전체의 약 25%를 차지하고 있어 이런 고객들은 ‘SHOW 맞춤조절’ 요금제를 통해 실제 사용패턴에 맞게 음성과 문자 위주로 조절하여 이용하면 된다.
예를 들어 음성 200분이 기본 제공되는 i-라이트(기본료 45,000원) 요금제 사용고객이 음성통화를 100분 초과 사용하면 추가 요금을 내야 하지만, 월 무선인터넷 사용량이 50MB 이하인 고객이 맞춤조절 450(기본료 45,000원)을 선택하면 음성 300분, 문자 160건으로 조절해서 사용하고, 데이터도 50MB를 이용할 수 있어 약 10,800원을 절약할 수 있다.
이동통신 사용자가 돈(요금)을 내는 만큼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은 어쩌면 이통사가 당연히 해야 할 의무이자 역할이다. 그러나 지금껏 이통사 서비스에 만족을 표한 것이 겨우 손꼽을 정도라는 점에서 이번 신규 요금제 출시는 칭찬할 만하다.
이렇게 등장한 SHOW 맞춤조절 요금제는 사용자가 보통 지불하는 이동통신비(요금)를 기준으로 요금제를 선택한 뒤 스스로 이용 패턴(음성 통화 위주, 문자 위주, 데이터 위주 등)에 맞춰 음성, 문자, 데이터 제공량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보도기사] 기존의 i-요금제나 무료 요금제를 사용하던 고객들도 현재 단말 및 요금 할인혜택을 그대로 받으면서 SHOW 맞춤조절요금제로 전환이 가능하며 기존 할인형 부가서비스인 완소친 할인이나 망내할인 등도 중복해서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다.
KT 개인고객부문 마케팅전략담당 강국현 상무는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으로 남녀노소 다양하게 고객 저변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고객의 이용 패턴에 맞춰 편리하게 조절할 수 있는 맞춤조절 요금제를 선보이게 되었다”며 “다양해진 고객요구에 부합하는 차별화된 요금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스마트폰 시장을 계속 선도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통사가 사용자의 요구를 100% 수용한 맞춤조절 요금제를 출시해주다니, 이 얼마나 기특한 일인가.그러나 KT의 SHOW 맞춤조절 요금제에 식스센스 이후 최고의 반전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과연 얼마나 될까?
여기서 말한 반전은 기존 i-요금제와 SHOW 맞춤조절 요금제의 무료 제공량(해당 요금제 상품에 기본으로 포함된 음성, 문자, 데이터 제공량)을 비교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반전은 이제부터, i-요금제와 SHOW 맞춤조절 요금제 비교
상기 요금제(i-요금제, 맞춤조절 요금제)의 비교엔 ‘맞춤조절 요금제 무료 제공량 - (i-요금제 무료 제공량*맞춤조절 요금제 통화료)’ 라는 공식을 적용했다. 해당 공식은 i-요금제와 맞춤조절 요금제의 기본료가 거의 동일하게 책정(i-미디엄, i-스페셜 제외)됐기에 가능한 것으로 이런 모습은 요금제에 포함된 단말기 할인 옵션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잠시 부연 설명을 하자면 SHOW 맞춤조절 350 요금제는 무료 제공량이 25,000원(해당 금액 안에서 음성 통화는 10초당 18원, 문자는 1건당 20원, 데이터는 0.5KB당 0.25원으로 각각 차감됨)이고, 무료로 50MB의 데이터 용량이 제공된다. 동일 금액의 i-슬림 요금제는 음성 통화 150분, 문자 200건, 데이터 100MB가 기본 제공된다.
이것을 계산하면 ‘25,000원 – ({150분60}1.8원 + 200건20원+{(100MB-50MB)1,024}*0.5) = 25,000원 – 25,320원 = -320원’ 이 된다(1분=60초, 무료 제공되는 50MB 차감 계산, 데이터 요금은 1KB에 0.5원). 결론적으로 i-슬림 요금제가 SHOW 맞춤조절 350 요금제가 제공하는 무료 제공량보다 320원가량 혜택을 더 제공한다고 말할 수 있다(해당 내용은 결합 할인이나 기타 할인 등이 포함되지 않은 금액으로 실제 금액과 차이가 날 수 있음을 알린다).
고작 320원 정도는 웃어넘길 수 있다고? 상위 요금제(i-스페셜)는 최대 123,280원이나 차이가 나는데도 그렇게 말할 수 있다면 진정한 ‘대인배’다(상위 요금제일수록 차이가 심화된다).
대체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것일까. 그 해답은 데이터 요금에서 찾을 수 있다. i-요금제의 경우 데이터 요금이 0.5KB당 0.025원으로 책정됐다. 그러나 맞춤조절 요금제의 경우 0.5KB당 0.25원으로 책정됐다. 한눈에 나타나는 10배가량의 데이터 요금 차이는 분명 사용자 혜택에 해가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SHOW 홈페이지의 맞춤조절 요금제 안내 페이지를 보면 데이터 요금에 대한 내용이 명시되어 있는데, 그 가운데 SHOW 데이터플러스(데이터 부가서비스)에 가입할 경우 0.5KB당 0.025원이 차감되도록 요율이 변동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맞춤조절 요금제를 신청하고 부가서비스를 더해야만, 비로소 i-요금제보다 실질적으로 나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무슨 황당한 시츄에이션이란 말인가. 아차?! 음성, 문자, 데이터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지, 그럼 얼마나 쓸 수 있는지 한번 몰아서 써보자.
SHOW 맞춤조절 350 요금제를 기준으로 음성통화만 이용할 경우 약 231분가량 통화가 가능하며, 문자만 이용할 경우 약 1,250건, 데이터만 이용할 경우에는 약 99MB(무료 50MB 포함)를 사용할 수 있다. 이것만 보고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i-슬림 요금제는 기본으로 음성통화 150분/문자 200건/데이터 100MB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참고하자.
어떤가, 기껏 무료 제공량을 몰아서 썼는데도 i-요금제의 기본 제공량과 별반 차이가 없지 않은가? 다만 차이라면 문자 메시지는 주구장창 쓸 수 있겠다는 것이다(최상위 요금제의 경우 문자 약 4,800건 사용 가능).
그리고 마지막 결정타로 i-요금제는 ‘QOOK WIFI(네스팟)’ 서비스(월 3,000원)와 개인 웹 저장공간 서비스인 ‘유클라우드(ucloud 20G 상품: 월 5,000원)’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이상 맞춤조절 요금제에 대해 왈가왈부하기가 차마 부끄럽다.
분명 다양한 요금제의 출현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고객 요구에 부합하는 차별화된 요금제를 선보였다는 낯짝 두꺼운 이야기는 이제 그만 좀 했으면 하는 바람. 여전히 만연한 요금제 장난질에 속은 여러분을 위해 속 시원한 한 마디로 끝을 맺겠다. “KT여, 제발 정신 좀 차리자”
글 / IT동아 이기성(wlrl@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