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질의 해프닝으로 떠오른 '소프트웨어 구매 관행'
[IT동아 이문규 기자] 얼마 전 국정감사 현장에서 논란이 된, 새누리당 이은재 의원과 서울시 조희연 교육감 간의 ‘한컴오피스’ 소프트웨어 구매 담합 의혹은, 두 인물의 부정확한 발언 및 오해 문제와 함께 한컴(한글과컴퓨터) 총판 업체 간의 공정한 경쟁 입찰 시행 여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업계는 한컴오피스와 MS오피스 구매를 결정하고 발주한 공공기관의 소프트웨어 구매 관행 자체를 근본적으로 짚어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그들은, '애국심 마케팅'을 앞세워, 공공기관에서 국내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키운다는 명분으로 하나의 소프트웨어만을 지속 사용하는 것이 경제성, 효율성 측면에서 과연 올바른지, 몇몇 소프트웨어 업체만의 철옹성 같은 독점체제를 더욱 견고히 하는 건 아닌지,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새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에게 공정한 경쟁 기회 조차 박탈하는 건 아닌지 묻고 있다. 따라서 이는 단순 해프닝으로 끝날 게 아니라, 국내 소프트웨어 공급/구매 관행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국내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매년 총 1천 500억 원이 넘는 대규모 예산이 들어가는 소프트웨어 구매에 있어, 처음부터 제품과 제조사를 정해두고, 'MS오피스' 제품과 '한컴 한글' 제품에 대한 구매 발주를 낸다. 컴퓨터 대량 구매 공개 입찰을 진행하며, '무조건 XX사 컴퓨터만 구매하겠다'고 공지한 뒤, 가장 저렴한 가격에 납품할 수 있는 XX사의 총판 대리점 간 경쟁 입찰을 진행하는 것과 같다.
특히 소프트웨어의 경우 외국계 기업인 MS의 독점을 막고, 국내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키운다는 명분으로, 한컴오피스 문서를 실질 표준으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에서 주로 사용하는 MS오피스(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 문서와 공공기관에서 주로 사용하는 한컴오피스(한글 hwp) 문서는 상호 호환성이 떨어져, 대부분의 기업 및 정부기관이 민간/정부/지방자치단체 등 여러 연관 기관이 요구하는 문서 형식을 맞추기 위해 오피스 프로그램을 중복 구매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애국심에 호소하는 이러한 구매 관행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업무 효율성도 떨어지게 하는, 현재의 'MS- 한컴 독점 체제'를 만들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에 따라 일부 공공기관은 MS오피스나 한컴오피스가 아닌, '폴라리스 오피스'와 같은 또 다른 오피스 프로그램을 적용해 소프트웨어 구매 예산을 절감하고 있다. 실제로 대한석탄공사는 올해 초에 폴라리스 오피스로 MS오피스 및 한컴오피스를 대체함으로써, 소프트웨어 중복 구매로 인한 예산 낭비, 문서 호환성 부재에 따른 업무 효율 저하 문제를 극복했다. 최근에는, 정부공공기관이 사용해도 된다는 내용의 'GS 인증 및 행정업무용 소프트웨어 적합성 평가'도 통과했다.
폴라리스 오피스 외에도, MS오피스나 한컴오피스를 대체할 수 있는 오피스 프로그램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럼에도 다른 기관이 MS오피스/한컴오피스를 쓰니까 맹목적으로 일괄 구매하는 관행으로, 매년 많은 예산이 낭비되고 업무 효율성도 떨어지는 관행이 유지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계는 이번 국감 해프닝을 통해, 특정 업체의 총판 대리점 간 경쟁 입찰 여부만 파악할 것이 아니라, 공공기관 내 고질적인 소프트웨어 구매 관행의 병폐를 극복하길 기대하고 있다. 그래야 '한국의 MS', '제2의 한컴'과 같은 유망하고 우수한 소프트웨어 업체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