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화질과 공간감 모두 잡은 준망원 렌즈, 니코르 105mm f/1.4E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화질'에 대한 요구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 초고화소 카메라들이 등장하게 됐다. 현재 DSLR 또는 미러리스 카메라는 2,000만 화소는 기본이고 3,000만~5,000만 화소를 자랑한다. 일부 특화 요소를 가지고 저화소 센서를 탑재한 카메라는 있어도, 화소 집적도의 증가는 디지털이 주는 또 다른 선물이라 생각된다.

동시에 고화소 시대에 접어들면서 카메라 제조사들에게는 또 다른 숙제가 생겼다. 바로 고화소에 대비한 렌즈다. 대부분 카메라 제조사들의 렌즈는 과거 필름 시절에 생산했던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디지털 시대에 재설계 되어 출시된 제품도 빠르게 상승한 화소 집적도의 영향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

최근 출시되는 렌즈들은 모든 고민거리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중앙부터 주변부까지 안정적인 화질을 제공하고 동시에 배경날림이나 빛망울 같은 촬영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요소도 제공해야 한다. 까다로운 조건이지만 수명이 긴 카메라 렌즈의 특성상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AF-S NIKKOR 105mm f/1.4E
ED.
AF-S NIKKOR 105mm f/1.4E ED.

니콘이 최근 선보인 AF-S 니코르(NIKKOR) 105mm f/1.4E ED(이하 니코르 105mm f/1.4E)는 이런 요건을 충실히 만족시키는 준망원 렌즈가 아닐까 한다. 248만 원이라는 다소 높은 가격이지만 f/1.4의 밝은 조리개와 뛰어난 화질, 오묘한 표련력 등 한 번 맛보면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을 품고 있다.

'대구경 + 특수렌즈 + N코팅' 넣을 것은 다 넣었다

니코르 105mm f/1.4E는 짧고 굵다라는 표현으로 설명할 수 있다. 길이는 106mm 정도로 대구경 85mm 렌즈 대비 조금 긴 정도에 그치지만, 최대 지름이 94.5mm 정도다. 때문에 필터는 82mm를 쓴다. 일반적인 줌렌즈가 77mm 정도를 쓴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구경이라는 것이 실감난다. 필터 가격이 상승하겠지만 화질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하겠다.

크기 때문에 파지감은 좋은 편이다. 촬영할 때 렌즈를 한 손으로 받게 되는데, 안정적으로 쥐어지기에 흔들림을 최소화하는데 도움을 준다.

AF-S NIKKOR 105mm f/1.4E ED의 무게는 985g으로 묵직한데 이는 광학적 구조에 따른
것이다.
AF-S NIKKOR 105mm f/1.4E ED의 무게는 985g으로 묵직한데 이는 광학적 구조에 따른 것이다.

무게는 1kg에 조금 못 미치는 985g 가량이다. 한 손으로 들었을 때의 무게감이 상당하다. 휴대성을 강조한 미러리스 카메라에서 이 무게의 렌즈가 나왔다면 분명 감점 요인이다. 그러나 안정감과 광학적 구현을 중시하는 SLR의 목적이라면 이 정도는 수긍되는 부분 중 하나다. 최대한의 화질을 구현하는 카메라와 렌즈라면 크기와 무게는 고려 대상은 아닐 테니까.

AF-S NIKKOR 105mm f/1.4E
ED.
AF-S NIKKOR 105mm f/1.4E ED.

조작계는 매우 단순하다. 단렌즈이기에 사용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초점링을 돌려 초점을 맞춰주는 일이다. 그마저도 자동 모드에 놓는다면 필요 없어진다. 이 외에 자동과 수동 초점을 위한 스위치 하나가 덩그러니 마련되어 있다. 참고로 이 렌즈에는 손떨림 방지 기술(VR – Vibration Reduction)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아마 렌즈 유닛의 무게와 크기, 화질, 가격 등 복잡한 요인에 의해 넣지 않은 것으로 예상된다.

렌즈는 9군 14매 구성이다. 여기에 색수차를 억제하는 특수 렌즈인 ED 렌즈가 3매 포함된다. 대물렌즈와 접안렌즈에는 불소코팅, 특정 부위에는 나노크리스탈 코팅도 적용됐다. 니콘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 렌즈에 쏟아 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리개 날 수는 9매다.

고화소라면 잘라내기로 간이 접사 느낌은 낼 수 있지만 한계는
있다.
고화소라면 잘라내기로 간이 접사 느낌은 낼 수 있지만 한계는 있다.

그 결과, 이 렌즈는 최대 개방 f/1.4의 밝은 조리개 값을 제공하게 됐다. 최소 조리개 값은 f/16이며, 모두 전자식으로 제어된다. 최단 촬영거리는 1m, 최대 촬영 배율은 0.13배다. 특성상 간이 접사 기능은 포기하는 것이 좋겠다.

최대 개방임에도 선명하다

이제 니코르 105mm f/1.4E 렌즈의 실력을 확인해 볼 차례다. 카메라는 D810이 쓰였다. 화질에 대한 설정은 따로 하지 않았으며, 감도와 조리개만 상황에 맞춰 변경해 촬영했다. 촬영 시간은 오후 3시 전후로 조금 흐린 상태였기 때문에 최대개방에서도 셔터 속도 확보를 위해 감도는 ISO 200에서 ISO 800 사이를 적절히 사용했다.

초점거리와 화각이 약간 아쉬워도 특유의 빛망울과 공간감으로 이를
상쇄한다.
초점거리와 화각이 약간 아쉬워도 특유의 빛망울과 공간감으로 이를 상쇄한다.

먼저 최대개방에서의 화질. 결과물을 보니 의심의 여지가 필요 없어 보인다. 최대 개방임에도 묘사력은 어느 렌즈와 비교해도 아쉽지 않다. 특히 f/1.4~f/4까지의 감각이 인상적이다. 화질 자체는 f/2.8 이후부터 최소 개방에 이르는 영역까지 선명하게 이어진다. 하지만 배경을 정리하고 피사체(인물 전신을 담는다면)에 초점을 두고 싶다면 f/8까지가 적당해 보인다. 물론 피사체와의 거리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 부분이므로 크게 의미를 두지 말자.

조리개 f/2.8로 촬영한 결과물의 일부를 잘라낸 것. 초점이 맞은 부분은 매우 선명하게 표현됨을 볼 수
있다.
조리개 f/2.8로 촬영한 결과물의 일부를 잘라낸 것. 초점이 맞은 부분은 매우 선명하게 표현됨을 볼 수 있다.

결과물의 일부를 100% 잘라낸 것만 보더라도 이 렌즈의 화질을 짐작할 수 있다. 준망원에 밝은 조리개 값을 갖고 있기 때문에 초점을 맞은 곳 주변은 거의 대부분 뭉개진다고 보면 된다. 그럼에도 초점이 맞은 곳의 선명함은 인상적이라 하겠다.

초점 속도는 무난하다. 같이 쓰인 D810으로 초점을 잡는데 스트레스를 받지 못했다. 오히려 최소 촬영거리가 1m이기 때문에 거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적당한 거리감을 두고 초점을 잡으면 문제 없이 소화 가능한 수준이다.

자연스러운 묘사력도 최고 수준

흥미로운 점은 이 렌즈의 진가가 '공간감'에 있다는 것. 설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평범하게 피사체를 기록하는 렌즈가 있는가 하면, 독특한 빛망울과 배경날림 효과를 더해 특별한 결과물을 전달하는 렌즈가 있다. 회오리 보케(빛망울)로 유명한 헬리오스, 보이그랜더 렌즈 같은 경우가 그렇다. 최근에는 일부 최신 렌즈들도 이런 빛망울과 배경 날림에 신경 쓰고 있다.

니코르 105mm f/1.4E도 그런 렌즈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최대 개방에서 f/2.8까지에서 두드러지는 독특한 느낌은 이 렌즈의 매력을 배 이상으로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한다.

AF-S NIKKOR 105mm f/1.4E ED의 장점은 최대개방에서 표현되는 독특한
공간감이다.
AF-S NIKKOR 105mm f/1.4E ED의 장점은 최대개방에서 표현되는 독특한 공간감이다.

위 결과물을 보면 아래와 전방과 후방의 배경 일부는 자연스럽게 뭉개지고 초점이 맞은 중앙 지역은 선명하게 기록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주변부 자체를 뭉갠 것이 아니고, 마치 레이어를 전방과 중앙, 후방으로 나눠 배치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과거 선보인 니코르 58mm f/1.4G도 제법 좋은 결과물을 보여준 바 있는데, 이 렌즈 또한 목적에만 충실하다면 해당 사진사에게는 최고의 렌즈가 될 것이다.

결과물 하나에 집중하는 사진가를 위해...

뛰어난 화질과 공간감을 보여주는 니코르 105mm f/1.4E. 밝은 조리개에 대구경 렌즈를 채용하고, 여러 특수 렌즈와 코팅까지 적용했기에 가격은 매우 높다. 니콘 온라인 매장(이-샵) 기준, 이 렌즈의 가격은 248만 원. 니콘의 동일한 조리개 값을 갖는 신형 렌즈들과 비교하면 큰 차이는 없더라도, 가격 자체로만 접근했을 때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3장의 ED 렌즈와 불소, 나노 크리스탈 코팅 등 투입된 자원은 조금이나마 아쉬움을 상쇄해 준다.

AF-S NIKKOR 105mm f/1.4E
ED.
AF-S NIKKOR 105mm f/1.4E ED.

아쉬운 점은 105mm라는 초점거리 자체의 한계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주로 85mm나 135mm를 주로 쓰는 경향이 있다. 또는 망원을 경험하기 위해 200mm, 합리적인 선택을 위해 70-200mm 등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최소 초점거리가 1m라는 것과 그에 따른 배율이 국내 사진가들의 선택에 망설임을 주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결과물 하나하나에 집착하는 사진가, 해당 초점거리(105mm) 활용 빈도가 높은 사진가라면 이 렌즈에 대한 가치는 높다고 평가해 본다. 준망원 영역인 105mm에 관심이 없더라도 렌즈 특유의 화질과 원근감(공간감)으로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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