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시마 신타로 캐논 개발부장 "균형 잡힌 카메라가 바로 EOS 5D M4 입니다"

강형석 redbk@itdonga.com

캐논 오오시마 신타로 ICP제2개발센터
부장.
캐논 오오시마 신타로 ICP제2개발센터 부장.

[IT동아 강형석 기자] 2016년 9월 3일, 강남 어딘가에 있는 한 카페에서 오오시마 신타로 캐논 이미지 커뮤니케이션 그룹(ICP) 제 2 개발센터 부장을 만났다. 지난 3일과 4일, 양일에 걸쳐 진행된 캐논 EOS 5D 마크(Mark, 이후 M으로 통일) 4의 일반인 공개 행사 진행을 위해 방한한 그와 4세대로 진화한 EOS 5D의 새로운 기술, 앞으로의 이미징 발전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오시마 신타로 캐논 ICP 제 2 개발센터 부장은 1986년 캐논에 입사해 SLR 카메라와 현행 EOS 시리즈 DSLR 카메라의 시스템 설계를 담당해 왔다. EOS-1D나 EOS 5D 시리즈는 그의 손을 거쳐 탄생한 카메라들이다. 뿐만 아니라, EOS 보급형 라인업인 세자리 숫자(예로 760D, 700D 등) 개발에도 참여하는 등 캐논 카메라 역사와 함께 한 사람 중 하나다.

부드러운 인상으로 기자들을 맞이한 오오시마 신타로 부장은 이야기를 나눈 1시간 동안 쏟아지는 질문 속에서도 최대한 많은 답변을 해줬다. 이 자리에는 IT동아를 포함해 7개 매체 기자가 함께 했다.

EOS 5D M4는 진보했다

캐논은 EOS 5D 시리즈로 DSLR 카메라 시장의 판도를 뒤집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당시 출시된 EOS 5D는 보급형 풀프레임(35mm 필름에 준하는 면적의 이미지센서를 지칭) 카메라라는 콘셉트로 출시되어 많은 사진 애호가들에게 충격을 안겨 준 바 있다. 실제 이 카메라는 국내외 시장에서 오랜 시간 판매되며 사랑받는 시리즈로 남아 있다. 당시 풀프레임 이미지 센서를 쓴 EOS-1Ds 시리즈가 있었지만 가격이 너무 높았기 때문에 EOS 5D가 준 충격은 매우 컸다.

이후 출시된 EOS 5D M2는 동영상 촬영 기능을 더하면서 또 한 번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또한 EOS 5D M3는 화소를 높이고 동영상 촬영 기능을 더 고도화하면서 vDSLR(동영상 촬영 DSLR) 시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EOS M4는 이전 세대가 출시되고 약 5년 만에 선보이게 되는 제품이다.

하지만 4세대 EOS 5D는 이전 세대가 품던 공격성이 떨어진다는 질문이 나왔다. 오오시마 신타로 부장은 그 질문에 잠깐 당황한 기색이 보였지만, 그는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느껴지는지 다시 물었다. 혁신의 기준은 시장 전체의 판도를 흔들 수 있었느냐에 있었다. 그는 하나하나만 본다면 진화 요소가 적을 수 있어도 확실히 진보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나씩 본다면 진화는 적을 수 있다. 모든 기능이 향상됐다면 그것은 제조 진화가 되지만 역시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EOS 5D M4는 이번에 듀얼픽셀(Dual Pixel) RAW를 시작으로 여러 신기술을 투입하며 확실히 진보했다. 앞으로 혁신이 될지 아닐지는 지금부터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

캐논 오오시마 신타로 ICP제2개발센터
부장.
캐논 오오시마 신타로 ICP제2개발센터 부장.

센서에 대한 답변도 이어갔다. 제조공정에 대한 부분은 기업 비밀이기에 답변이 어렵다면서도, 직접 반도체 노광장비를 제조하고 있기에 항상 새로운 반도체 기술을 접목하고자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EOS 5D M4에도 새로운 기술이 녹아 있다고 하면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라고. 관용도(다이내믹 레인지)도 넓어졌다고 언급했다. 센서와 영상처리엔진 처리 능력이 향상됐기 때문이란다.

동영상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EOS 5D M4는 일반적인 4K 해상도인 3,840 x 2,160이 아닌 시네마 4K 해상도인 4,096 x 2,160을 쓴다. 영상 시장을 의식한 부분이다. 그러나 영상 기록을 JPEG로 압축하는 모션(Motion)-JPEG를 채택했다. 영상 프레임이 독립되어 있어 프레임 단위의 편집이 쉽다는 장점은 있지만 압축 비율이 낮아 전송 속도와 파일 용량 등에서 손해를 본다. 최근 vDSLR은 다양한 로그 기술이나 압축 포맷을 지원하는데, EOS 5D M4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모순처럼 느껴졌다.

오오시마 신타로 부장은 모션-JPEG 포맷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캐논 내부에서는 로그나 다른 기능 관련 요구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에 대응하는 기능들은 전향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대응할지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무게와 성능, 가격 등 모든 '균형'을 맞춘 것이 EOS 5D M4

4세대 EOS 5D는 이전 세대와 비교해 화소부터 성능 등 많은 부분에서 개선이 이뤄졌다. 그 결과 3,040만 화소와 7매 연사, 4K 동영상 촬영 등 다양한 기능을 품었다. EOS-1D X M2에 들어간 기술 일부를 품어 완성도가 크게 향상된 것이다. 하지만 많은 소비자 시장을 겨냥한 제품이기 때문에 균형 또한 맞출 수 밖에 없었다. 5,000만 화소가 넘는 EOS 5Ds 시리즈를 의식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 카메라는 고해상도 이미지를 기록할 수 있지만 그만큼 민감한 카메라로 완성됐다.

오오시마 신타로 부장은 화소가 커지면 취급하기 어렵다는 점을 언급했다. 또한 화소가 커지면 감도 범위가 낮아지는 단점이 있다며, 고밀도로 최적화하는 방향을 목표로 노력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3,040만 화소는 그 균형을 맞춘 것이라는 부분도 잊지 않았다.

여러 요소들이 그 균형 사이에서 고민한 흔적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EOS-1D X M2 등에 쓰인 디직(DIGIC) 6+ 영상처리엔진과 4K 촬영이 가능하지만 고속 저장을 지원하는 최신 저장매체 CFast를 쓰지 않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가격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모든 부분에서 균형을 중시하고자 했다. 항상 새로운 기술과 소재 등을 도입할 수 있지만 가격을 고려해야 한다. 비용을 낮추려면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CFast 메모리를 도입하지 않은 것은 여러 이유가 있다. 일단 많이 보급되지 않았고 매체 가격이 높다. 엔진이 DIGIC 6+인 것은 솔직히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신소재는 가격이 비싸고 신뢰성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 만약 이런 부분이 해결되면 지체 없이 도입할 생각이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 우리가 노력하고 있음을 이해해 달라."

캐논 풀프레임 미러리스는 상상에 맡기겠다

캐논은 현재 DSLR을 연이어 선보였다. 상반기에는 EOS-1D X M2와 EOS 80D, 하반기에는 EOS 5D M4를 내놨다. 그 사이 미러리스 카메라는 기존에 선보였던 라인업이 이어지고 있다. 그 사이 해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다양한 루머들이 쏟아지는 중이다. 소니가 그랬던 것처럼 캐논도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를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오래 전부터 나왔던 소위 말해 '떡밥'으로 구체화된 적은 없었다.

오오시마 신타로 부장은 답변은 해줄 수 없지만 "상상에 맡기겠다"는 말로 묘한 여운을 남겼다. 이어 액션캠 시장에 진출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항상 모든 부분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민 중"이라고 덧붙였다. 애매모호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그래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기대감을 주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캐논 오오시마 신타로 ICP제2개발센터
부장.
캐논 오오시마 신타로 ICP제2개발센터 부장.

그는 EOS 5D M4에 탑재된 기술을 더 고도화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듀얼픽셀(Dual Pixel) RAW는 향후 여러가지 기능이 추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이 기능을 활용하면 자체 편집 소프트웨어를 통해 배경흐림이나 선명도, 특정 효과를 보정할 수 있다. 이를 발전시킨다면 촬영 결과물 전반에 혁신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물 향상을 위해 캐논은 글로벌 셔터나 센서 개발도 꾸준히 이어나갈 것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광학은 물론 전자기술까지 접목하며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는 캐논. 실제로 캐논은 지난 2015년, 미국에서 총 4,134건의 특허를 승인 받으면서 최근 12년간 IBM, 삼성전자와 함께 특허 등록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최근에는 네트워크와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활약하는 액시스와 마일스톤을 인수해 보안시장 진출에도 힘을 쏟는 중이다. 오오시마 신타로 부장은 인터뷰 중에 보유하지 않은 기술이 있다면 다른 회사를 통해 도입하는 것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만큼 기술 확보가 중요하고 이를 고도화하는 것이 앞으로의 시장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정해진 일정으로 인해 그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었다. 그러나 잠깐이나마 캐논 광학기술과 앞으로의 시장 방향성에 대해 알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아울러 어떤 방식으로든 디지털 이미징 시장은 꾸준히 발전해 나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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