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좋은 의도 뒤 참을 수 없는 촌스러움, 정부 3.0 앱
[IT동아 강일용 기자] 행정자치부(행자부)가 국민 일상샐활에서 유용한 194개 핵심 정부서비스를 한 곳에서 모아서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정부 3.0 서비스 알리미' 앱(이하 정부 3.0 앱)을 오는 17일 정식 출시한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17일부터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원스토어에서 해당 앱을 내려받아서 이용할 수 있다. 아이폰용은 이번 달 말에 출시된다.
정부 3.0 앱은 과연 정부의 호언장담대로 정말 유용한 앱일까? IT동아가 출시에 앞서 해당 앱을 입수해 사용해봤다.
정부의 모든 서비스가 한 자리에
'정부 3.0'이란 투명하고 유용한 정부가 되기 위해 국민들이 각종 공공정보(공공 데이터)에 보다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젝트다. 국민들에게 감놔라 배놔라 지시만 내렸던 정부가 정부 1.0,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정부 2.0이다. 정부 3.0은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일 뿐만 아니라 정부가 제공하는 각종 공공정보를 국민에게 모두 공개해 정보 접근성을 확대하고, 국민의 불편함을 없애는데 초점을 맞췄다.
정부 3.0을 구현하기 위해 정부는 각종 서비스, 홈 페이지, 앱 등을 개발하고 공개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국민들이 어떤 정보가 공개되어 있는지, 해당 정보에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알기 힘들었던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행자부는 '대한민국정부포털'과 '정부 3.0 서비스 알리미' 홈페이지를 개발하고 공개했다. PC를 통해 두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결혼/육아, 출생/사망, 취업/직장생활, 창업/기업, 주택/부동산, 건강/의료, 재난/안전 등 정부가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와 정보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 IT 용어로 평가하자면 정부 3.0은 '서비스로 제공하는 정부(GaaS)'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정부 3.0 앱은 이 가운데 정부 3.0 서비스 알리미 홈페이지를 앱으로 변환한 것이다. 홈 페이지와 앱은 그 디자인만 약간 다를 뿐 동일한 기능을 제공한다.
처음 화면에선 사용자가 자주 찾는 정부의 서비스 16가지를 한 군데 모아서 보여준다. 일자리 찾기(워크넷), 자격증(큐넷), 직업훈련 및 실업수당(HRD넷), 안전 및 위해 정보 신고(스마트컨슈머), 초중등 교과학습(에듀넷), 수능강의(EBS i), 학술논문 검색(RISS), 임신육아(아이사랑), 국내여행 추천(대한민국 구석구석), 농촌체험(웰촌), 국민건강정보, 제철 농식품 정보, 토지 및 건물 정보(온나라), 문화포털, 공무원 선발(공무원길잡이), 생활법령 정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두 번째 화면에선 사용자의 관심 분야에 맞춰 연관된 정부의 서비스를 보여준다. 관심 분야는 총 12가지다. 건강, 식품, 주거, 안전, 육아, 교육, 취업 및 창업, 교통, 사회복지, 여가 및 문화, 세금 및 법률, 일상 및 생활 등이다. 해당 관심 분야를 누르면 그 분야에서 정부가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 목록이 나타난다. 서비스 목록에서 해당 서비스 홈페이지 접속, 모바일 페이지 접속, 앱 설치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세 번째 화면에선 사용자의 생애 주기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유아, 청소년, 청년, 중장년, 노인(어르신, 왜 이 부분만 갑자기 어르신인지 이유를 잘 모르겠다)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정 나이대를 선택하면 해당 나이대의 사용자가 자주 찾는 서비스가 일목요연하게 보인다. 이 역시 서비스 목록에서 서비스 홈페이지 접속, 모바일 페이지 접속, 앱 설치 등을 진행할 수 있다.
이밖에 이번 달에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확인할 수 있는 '이달의 정부 서비스,' 정부의 정책, 뉴스, 보고서 등을 볼 수 있는 '뉴스룸/자료실' 등을 제공한다.
실제로 사용해보니 정부 3.0 앱은 정말 유용한 서비스였다. 지인에게 설치를 권유하고 싶을 정도였다. 잘 몰라서 놓치거나 찾기 힘들었던 정부의 각종 서비스를 한 군데에서 손쉽게 찾고 접근할 수 있었다. 지향점 면에서 정부 서비스를 한 군데 모아놓은 포털 앱(서비스)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194개의 유용한 서비스를 개발했음에도 잘 알려지지 않아 국민들의 이용이 저조한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 있는 정부의 고민이 느껴진다.
<정부 3.0 앱 알리미 앱은 194개에 이르는 정부 서비스에 접근하는 포탈의 역할을 한다>
정부 3.0 앱의 세 가지 문제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3.0 앱에는 세 가지 문제가 존재한다.
첫 번째는 아무런 고민 없이 적당히 만든 사용자 환경과 디자인이다. 정부 3.0 앱은 나름 세련된 디자인을 갖춘 정부 3.0 알리미 홈페이지를 웹 앱(모바일 홈페이지를 앱으로 전환한 것) 형태로 이식한 것이다. 그런데 이식하면서 모바일에 맞는 사용자 환경과 디자인에 대한 고민을 한 흔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정부 3.0 앱을 실행하면 각종 서비스 아이콘이 빼곡하게 나타난다. 큼직한 아이콘이 멀리 떨어져 있는 홈페이지와 달리 정부 3.0 앱은 빼곡한 아이콘 속에서 원하는 서비스를 찾기 매우 힘들었다.
최근 모바일 앱 개발의 흐름은 간결함과 큼직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이콘을 빼곡히 배치하는 것보다 하나의 아이콘의 크기를 늘리고 아이콘끼리의 간격을 늘려야 가독성이 향상된다. 한 화면에 정보를 많이 배치하지 않고, 적은 정보를 배치하더라도 한 눈에 모든 정보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하고 클릭하기 쉬워야 한다. 정부 3.0 앱은 이러한 흐름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게다가 홈페이지에 이용된 픽셀 이미지를 저해상도로 변환한 후 재활용해 각종 로고와 아이콘의 가독성이 매우 떨어진다. 고해상도 스마트폰(예를 들어 갤럭시노트7)에서 앱을 실행하면 이러한 저품질 로고와 아이콘이 그대로 눈에 띈다. 중장년층과 노인 사용자들이 이를 제대로 읽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벡터 또는 고해상도 픽셀 이미지 아이콘과 로고를 썼다면 이러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두 번째는 포털 서비스를 자처함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에게 맞게 커스텀할 수 있는 기능이 전무한 것이다. 정부 3.0 앱의 자주찾는 서비스는 정부가 전체 국민의 접근 빈도에 맞춰 미리 설정해놓은 것이다. 사용자가 자주찾는 서비스가 아니라는 것이다. 일반적인 인터넷 포털은 사용자가 자신의 취향과 수요에 맞춰 자주찾는 서비스를 변경할 수 있다. 정부 3.0 앱에는 이러한 기능이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그냥 정부가 주는대로 이용하라는 식이다. 진정 정부 3.0을 위한 포털 서비스를 자처하고 싶다면 사용자 커스텀 기능을 빨리 추가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는 사용자들의 반발을 부른 스마트폰 기본 탑재다. 정부 3.0 앱은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에 기본 탑재되는 앱이다. 처음 갤럭시노트7을 실행하면 정부 3.0 앱의 설치 여부를 사용자들에게 물어본 후 설치를 진행한다. 문제는 정부 3.0 앱이 가장 하단에 배치되어 있어 찾기 힘든데다가(화면을 하단으로 스크롤해야 보인다), 설치 여부가 기본적으로 설치로 체크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운로드만 누르면 다른 앱과 함께 설치가 진행된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사용자가 아니라면 알아채기 힘든 부분이다. 결국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자기도 모르는 새에 정부 3.0 앱을 설치할 수 밖에 없다.
<갤럭시노트7 기본 설치 앱 중에는 정부 3.0 알리미 앱과 안전신문고 앱이 섞여 있다>
보다 많은 사용자들이 정부 3.0 서비스를 이용했으면 하는 정부와 행자부의 바람은 잘 알겠다. 하지만 이렇게 스마트폰을 기본 탑재 앱을 늘려가면서까지 보급할 필요가 있는 걸까? 정부 3.0 앱이 정말 유용한 서비스라면 그만큼 많은 사용자가 앱을 설치하고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다(실제로 써보니 유용한 앱임에는 틀림없다). 이렇게 기본 앱에 슬그머니 정부 3.0 앱을 추가하는 것은 과거에 사용자 스마트폰의 용량만 축냈던 경쟁력 없는 기본 탑재 앱 수준으로 정부 3.0 앱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것밖에 안된다. 게다가 이렇게 기본 앱을 늘리는 것은 스마트폰 기본 설치 앱의 숫자를 줄이겠다는 기존 정책과 반대되는 행위다. 주관 부서가 행자부와 미래창조과학부로 다르더라도, 어차피 둘 다 사용자들이 보기에는 정부 부처다. 사용자들에겐 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이 일관성 없는 행위로 보일 수밖에 없다.
<정부 3.0 앱 기본 설치에 반발하는 사용자의 모습>
정부 3.0 앱은 현재 갤럭시노트7에만 기본 탑재된다. 하지만 정부는 향후 제조사와 협력해 정부 3.0 앱이 기본 탑재되는 스마트폰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정부 3.0 앱을 간결하게 평가하자면, 의도는 참 좋은데 그 결과물과 방식이 정말 촌스럽다. 좀 더 세련되게 앱을 만들고 홍보했다면 사용자들도 정부의 뜻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왜 사용자들의 비판을 감수해가면서 이렇게 정부 3.0 앱 설치 수를 늘려야 하는지 의문이다.
참고로 정부 3.0 앱의 용량은 1.2MB에 불과하니 사용자 스마트폰의 저장공간을 축낸다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아, 그리고 하나 더. 정부 3.0 앱과 함께 '안전신문고'라는 앱도 함께 기본 설치된다. 국민의 안전에 위협이 되는 각종 불안요소를 사진이나 동영상 등으로 신고할 수 있는 앱이다. 스마트폰으로 바로 불안요소를 촬영하고 이를 앱으로 바로 업로드하면 신고가 완료된다. 민원 접수후 처리 과정도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제법 유용한 앱이지만 기본 탑재 앱이라는 면에서 정부 3,0 앱과 같은 불만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이 앱은 정부 3.0 앱보다 훨씬 잘 만들었다. 사용자 환경과 디자인 모든 면에서 흠잡을 데가 없다. 이렇게 잘 만들 수 있었으면서 정부 3.0 앱의 완성도는 왜 이리 별로인걸까. 참 모를 일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