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든 짜릿하게' 엔비디아, 모바일 지포스 GTX 10 시리즈 공개
[IT동아 강형석 기자]
"지포스 GTX 10 시리즈를 탑재한 제품은 최소 18mm 가량의 두께와 1.8kg 가량의 무게로 설계 가능하다. 하지만 성능은 동일하다."
구라브 아가왈(Gaurav Agarwal) 엔비디아 지포스 제품 마케팅 매니저가 노트북용 지포스 GTX 10 시리즈를 소개하면서 강조한 부분 중 하나다. 이는 더 이상 노트북이 성능을 위해 휴대성을 희생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를 담았다. 동시에 모바일 PC 게이밍 환경에 큰 변화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말이기도 하다. 노트북에서도 데스크탑과 동일한 게이밍 성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지난 8월 9일, 태국 방콕에서 모바일용 지포스 GTX 10 시리즈 그래픽 프로세서를 공개했다. 이날 공개한 그래픽 프로세서는 GTX 1080과 GTX 1070, GTX 1060 등 3종으로 최상위 그래픽 프로세서인 타이탄(TITAN) X를 제외하면 현재 시중에 판매 중인 데스크탑 그래픽 프로세서와 동일한 제품 구성이 이뤄진다.
모바일 지포스 GTX 10 시리즈 그래픽 프로세서를 탑재한 노트북은 오는 8월 하반기 이후, 약 13개 노트북 제조사를 중심으로 출시된다. 아쉽게도 삼성과 LG 등 국내 대기업에서 설계한 제품은 볼 수 없을 전망이다. 대신 에이수스(ASUS), 엠에스아이(MSI), 에이치피(HP), 에이서(ACER), 레노버(LENOVO) 등이 해당 그래픽 프로세서를 탑재한 노트북을 선보일 준비를 마쳤다.
데스크탑 그래픽 프로세서와 동일한 사양
과거 엔비디아는 데스크탑과 모바일 그래픽 프로세서의 이름은 같아도 성능은 다르게 구성해 왔다. 예를 들어, 지포스 GTX 980과 지포스 GTX 980M이 그것. 데스크탑 그래픽 프로세서의 이름에 이동성(Mobility)이라는 의미의 M을 뒤에 붙였다.
당연히 성능은 달랐다. 자유롭게 부품 구성 가능한 데스크탑과 달리, 모바일은 한정된 크기와 배터리 지속시간 등을 고려해야 했다. 때문에 모바일 그래픽 프로세서는 데스크탑 대비 한 단계 낮은 사양이 제공됐다. 지포스 GTX 980M은 지포스 GTX 970와 큰 차이 없는 사양이었다.
이 같은 기조에 변화가 온 것은 모바일용 지포스 GTX 980이 등장하면서다. 공개 당시 지포스 GTX 980과 동일한 사양으로 지포스 GTX 980M 대비 높은 성능이 강조됐다.
이어 선보인 지포스 GTX 10 시리즈는 처음부터 M 라인업 없이 데스크탑과 동일한 이름을 부여 받았다. 동일한 성능을 제공한다는 의미로, 엔비디아가 공개한 제원에서도 데스크탑 그래픽 프로세서와 동일한 사양과 기술을 제공한다.
구라브 아가왈 매니저는 "코어 i7 6700HQ 프로세서와 모바일 지포스 GTX 1080 조합일 때, 풀HD(1,920 x 1,080) 해상도에서는 대부분의 게임이 최대 그래픽 효과로 초당 120 프레임 이상의 움직임을 그려내고 4K 해상도에서는 동일한 옵션에서 50 프레임 정도의 움직임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모바일 시장 적응도 마쳤나
여기에 모바일 환경을 위한 기술이 추가로 더해진다. 엔비디아는 이를 정교한 솜씨(Exquisite craftsmanship)이라고 말하는데, 대부분 고급 전원부에 집중되어 있다. 한정적인 모바일 전원에 대한 안정적 전원 확보를 위해 듀얼-펫(Dual-FET) 전원부를 구성하고 다중 단계 파워 컨트롤러(Multi-Phase Power Controler)를 채용했다.
고급 부품으로 안정적인 전원 공급 확보가 가능해지면서 자연스레 노트북에서도 그래픽 프로세서 오버클럭이 가능해졌다. 엔비디아는 제조사 역량에 따라 다양한 오버클럭 적용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낮아진 전력소모는 배터리만으로도 충분한 게임 몰입감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구라브 아가왈 매니저는 "기존 동급 맥스웰 그래픽 프로세서 기반 노트북 대비 최대 30% 가량 더 오래 가는 배터리 성능을 경험할 것"이라며 새로운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배터리와 성능 사이에서 최적의 게이밍 몰입감을 주는 역할은 배터리 부스트(Battery Boost) 기술이 맡는다. 과거 맥스웰 시절에는 배터리 상태에 따라 움직임을 균일하게 유지하지 못하고 들쑥날쑥 변동되는 형태였다. 반면, 지포스 GTX 10 시리즈는 배터리에 상관 없이 부하 정도에 따라 균일한 프레임을 구현하도록 조정했다.
이 외에도 노트북 제조사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높은 주사율의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몰입감을 높이거나, 낮은 프레임에서도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구현하는 지싱크(G-Sync) 기술을 적용해도 된다. 가상현실(VR) 지원 기술도 동일하다.
대신 소비자는 선택해야 한다. 해상도는 풀HD에 머무르지만 높은 주사율을 가진 노트북 또는 주사율은 평범하지만 QHD(2,560 x 1,440) 또는 4K(3,840 x 2,160) 해상도를 제공해 선명한 화면을 제공하는 노트북에서 고민하는 구조다. 엔비디아가 공개한 노트북만 보더라도 높은 해상도와 주사율을 모두 만족하는 제품을 보기 어려웠다.
GTX 1080보다 GTX 1060이 더 매력적
노트북용 지포스 GTX 10 시리즈는 데스크탑 수준의 게이밍을 언제 어디서나 즐기게 됐다는 부분에서 게어머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휴대성과 배터리 지속성능 측면에서 접근해 보면 최고 사양인 지포스 GTX 1080 보다 지포스 GTX 1060이 더 매력적이다. 이전 세대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지포스 GTX 970~980에 준하는 성능인데다, 전력 소모는 더 낮기 때문이다.
지포스 GTX 1060이 더 주목 받을 것으로 보이는 부분은 또 있다. 현재 출시되는 지포스 GTX 10 시리즈 노트북 제조사들은 기존 노트북의 하우징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었다. 새로운 그래픽 프로세서에 맞춰 노트북 내외부를 설계한 것이 아니라, 기존에 만든 디자인에 내용물만 바꾼 것에 불과하다. 당연히 기존 노트북은 여전히 무거울 전망이다.
그러나, 얇고 가벼운 울트라북이나 투인원(2-in-1) 계열에 지포스 GTX 950, 960M 정도를 탑재했던 제품이라면 GTX 1060을 그대로 적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휴대성은 그대로 간직하면서 게이밍 성능은 이전 세대 상위 그래픽 프로세서를 품은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되는 셈이다.
게이밍 노트북 시장은 꾸준히 성장 중이다. 엔비디아의 자료에 따르면, 엑스박스 원과 플레이스테이션4는 각각 -4%와 4% 성장한 반면에 게이밍 노트북은 30% 성장했다. 판매량은 2,000만 대 가량으로 2,900만인 엑스박스와 5,200만인 플레이스테이션과 비교하면 부족하다. 하지만, 이 추세라면 머지 않아 게임 콘솔을 따라잡을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지포스 GTX 10 시리즈로 게이밍 플랫폼 시장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계획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