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한 쪽만 보면 지루하니까, 삼성전자 기어360
[IT동아 이상우 기자] 바야흐로 VR 시대다. 꿈 같은 이야기로 들리던 가상현실이 실감나는 게임을 통해 우리에게 소개되고 있고, HTC 바이브 같은 고성능 VR 헤드셋은 물론, 구글 카드보드 같은 형태의 초저가 VR 헤드셋까지 사용할 수 있는 제품도 많아졌다. 콘텐츠 역시 다양하다. 출시를 앞두고 있는 소니 PS VR은 이미 유명 게임 타이틀을 가상현실 게임으로 확보했으며, 이 밖에도 뉴스, 관광, 엔터테인먼트, 어트랙션, 성인물 등 다양한 분야에서 VR 콘텐츠가 개발되고 있다.
VR 콘텐츠 접근성 역시 상당히 높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유튜브나 페이스북의 동영상 서비스는 물론, 곰 플레이어 같은 동영상 재생 소프트웨어도 이를 지원한다. 우리는 이런 플랫폼을 통해 360도 동영상 같은 기본적인 VR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이러한 360도 동영상은 어떻게 촬영할까? 원리는 간단하다. 렌즈가 사방에 있는 카메라로 촬영한 뒤, 화상을 소프트웨어적으로 합성하면 된다. 기존에는 이러한 360도 촬영 장비가 매우 크고 비쌌지만, 올해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CES 2016에서는 니콘이나 리코 카메라 등의 카메라 제조사가 두 개의 어안렌즈로 모든 방향을 촬영하는 소형 360도 촬영 장비를 선보인 바 있으며, WIS 2016에서는 국내 제조사 역시 이러한 제품을 소개하며 VR 시대를 앞당겼다.
기어360은 삼성전자가 출시한 360도 카메라다. 일반 카메라와는 다르게 구(球)형으로 생겼으며, 앞뒤로 두 개의 광각 렌즈를 갖췄다. 마치 안구를 적출한(…) 모습이다. 각 렌즈의 시야각은 195도로, 이 두 개의 렌즈를 통해 기어360 주위 360도를 모두 촬영할 수 있다.
물론 사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각 렌즈의 화각을 더했을 때 360도가 넘기 때문에 모든 방향을 촬영할 수 있지만, 렌즈 두 개가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만큼 두 렌즈 사이에는 촬영할 수 없는 영역도 생긴다. 사람이 머리 뒤에 눈이 있다 하더라도 자신의 귀를 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때문에 기어360으로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 시 중간에 잘린 듯한 영역이 보인다. 물론 본체에서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면 모든 방향이 제대로 표시된다. 따라서 기어360을 사용할 때는 주변과 충분히 떨어져 촬영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조작 방법은 일반적인 액션캠과 비슷하다. 전원을 켜고 상단에 있는 녹화 버튼을 누르면 녹화가 시작된다. 메뉴 버튼을 통해 동영상, 사진, 타임랩스 등의 촬영 모드를 선택할 수도 있고, 동영상의 경우 양쪽 렌즈를 모두 사용하는 방식과 한쪽 렌즈만 사용하는 방식이 있다.
기어360 본체에서 촬영 방식이나 해상도 조절, 촬영 시작/종료 등 대부분의 조작이 가능하지만, 스마트폰 전용 앱과 연결하면 더 간편하게 조작할 수 있다. 참고로 연결할 수 있는 스마트폰은 삼성전자의 제품으로 한정되며, 사양은 갤럭시S6 이상, 갤럭시노트5 이상이어야 한다. 제품 측면에는 NFC 태그가 있어, 이를 이용해 스마트폰과 기어360을 조금 더 간편하게 연결할 수 있다.
전용 앱에서는 기어360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촬영 중인 영상을 볼 수 있다. 스마트폰에 화면에 나타난 원형의 영상을 손가락으로 터치해 상하좌우로 움직이면 마치 자신이 투명한 구체 안에서 사방을 둘러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앞서 말한 것처럼 각종 조작은 기어360 본체보다는 전용 앱에서 하는 것이 편하다. 일반 카메라 앱과 같이 하단 가운데 있는 촬영 버튼을 눌러 기어360을 작동할 수 있으며, 한 번 더 누르면 작동을 멈춘다. 이밖에 촬영 모드 선택, 화질 변경, 노출 조정, 화이트밸런스 등의 세부적인 조작까지 모두 할 수 있다.
기어360으로 촬영한 동영상은 기본적으로 본체에 삽입하는 마이크로SD카드에 저장된다. 본체에는 간단한 텍스트를 표시하는 LCD만 내장돼 있기 때문에 촬영한 동영상이나 사진을 직접 볼 수는 없으며, 이를 보려면 전용 앱을 이용해야 한다. 또한, 촬영한 영상이나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옮겨오는 것도 전용 앱을 통해서 가능하다. 기어360에서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전송하는 속도는 파일 자체의 용량이 큰 만큼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이를 위해 기어360에서 스마트폰으로 파일을 전송할 때 해상도를 줄여서 전송하는 설정도 있다.
이렇게 촬영한 360도 동영상은 스마트폰에서 직접 볼 수 있다. 촬영할 때 보던 둥근 화면과 달리, 스마트폰 전체에 영상이 나타나며, 스마트폰을 움직여 촬영한 영상을 돌아볼 수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VR 헤드셋인 기어VR을 이용하면 360도로 촬영된 영상 중심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는 것처럼 감상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본 제공하는 액세서리로 미니 삼각대가 있다. 이 삼각대를 이용해 기어360을 세우거나 삼각대를 접어서 손에 쥐고 사용할 수 있다. 삼각대는 기어360 하단에 있는 나사선과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다. 하단의 나사선은 전용 삼각대뿐만 아니라 일반 카메라용 삼각대에서도 사용하는 규격이기 때문에 일반 삼각대나 셀카봉 등도 연결할 수 있다.
기어360의 공식 출고가는 40만 원이며,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35만 원 내외에 구매할 수 있다. 인터넷 쇼핑몰의 경우 사은품으로 마이크로SD카드 등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으니 잘 비교하고 구매하면 되겠다. 기어360은 특별한 방법으로 추억을 남기고싶은 사람에게 어울리는 제품이다. 일반적인 카메라로는 사진이나 동영상에 카메라로 비추는 곳만 담을 수 있지만, 기어360은 일반 카메라로는 볼 수 없는 옆이나 뒤의 모습까지 담을 수 있으니 말이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