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거품 없는 게이밍 키보드의 정석, 로지텍 G610
[IT동아 이상우 기자] 기계식 게이밍 키보드는 일반 멤브레인 키보드와 비교해 상당히 비싸다. 신호를 입력하는 장치인 스위치를 각 글쇠마다 별도로 탑재하기 때문에 인쇄회로기판 하나를 사용하는 멤브레인 키보드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 특히 게이밍 키보드의 경우 일정 수준 이상의 내구성과 사용자 설정을 저장할 수 있는 내장 메모리 등을 갖출 경우 가격은 이보다 더 높아진다.
후방 조명의 유무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질 수도 있다. 후방 조명을 탑재한 모델은 각 스위치마다 개별 LED를 부착하기 때문에 일반 기계식 스위치를 탑재한 제품보다 비싸다. 게다가 단색 LED 대신 RGB LED를 통해 수 만 가지 색상 조합을 만들 수 있는 키보드는 같은 모델이라도 가장 높은 가격대를 형성한다.
RGB LED가 기계식 키보드를 더 화려하게 해주고 비싼 제품을 샀다는 느낌도 주지만, 이런 것에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사용자라면 RGB LED를 통한 가격 상승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이런 이유에서 게이밍 기어 제조사는 같은 형태의 제품이라도 RGB LED 대신 일반 LED를 장착하는 등 가격을 낮춘 모델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지금부터 소개할 로지텍 'G610 오리온 블루(이하 G610)' 역시 이러한 맥락의 제품이다. 이 제품은 로지텍이 출시한 게이밍 키보드 'G810 오리온 스펙트럼(이하 G810)'의 마이너 버전으로, 외형과 기능이 거의 동일하다. 가장 큰 차이는 스위치로, G810은 RGB 기계식 스위치인 로머G 스위치를 탑재한 반면 G610은 단색(백색) LED를 갖춘 청축 체리 스위치를 탑재했다. 쉽게 말해 스위치만 바꾸면 G810과 같은 제품이 된다.
전체적인 타건감은 상당히 좋다. 체리 청축 스위치는 경쾌한 타건감과 특유의 딸깍 거리는 소리로 잘 알려진 클릭 스위치다. G810의 로머G 스위치와 비교하면 전체적인 타건감은 비슷한 편이다. 하지만 소리가 작은 로머G 스위치와 달리, G610의 청축 스위치는 특유의 자갈 소리가 있다. 헤드셋 등을 착용하고 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이 소리가 크게 신경쓰이지 않겠지만, 사무실 같은 조용한 공간에서는 자칫 동료에게 민폐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하자.
키보드 구성은 G810과 완전히 동일하다. 한글 입력 시 자주 사용하는 오른쪽 시프트 키가 넓어 편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스페이스 바 역시 가로로 길다. 한자 변환 키나 한/영 키는 우측 Ctrl 키와 Alt 키를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스페이스 바 길이를 줄이지 않고도 두 키를 모두 탑재할 수 있다.
우측 상단에는 미디어 컨트롤러가 있다. 이를 통해 키보드에서 음악을 재생하고 정지하거나 음량을 조절할 수 있다. 게임 중 음악을 즐겨 듣는 사람이라면 원하는 곡을 선택하기 위해 게임 중 윈도우 바탕화면으로 돌아갈 필요 없이 곡탐색 버튼을 누르면 되고, 음성 채팅을 사용할 때는 일시 정지 버튼을 눌러 음악을 멈출 수도 있다.
미디어 컨트롤러 바로 옆에는 LED 밝기를 조절하는 버튼과 '게임 버튼'이 있다. 밝기 조절 버튼을 누르면 키보드 후방 조명 밝기가 한 단계씩 최대 5단계로 바꿀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밝기로 조절할 수 있다. 게임 버튼을 누르면 게임 시 방해가 되는 키를 잠글 수 있다. 예를 들어 윈도우 키를 게임 중 잘못 누르게 되면 게임 화면에서 바탕화면으로 넘어가 시작 메뉴가 열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문에 게임에서 패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게임 버튼을 눌러 윈도우 키를 잠그면 이러한 걱정을 덜 수 있다. 참고로 전용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윈도우 버튼 외에도 사용자가 실수로 누르는 일이 많은 키를 모두 잠글 수 있다.
하단에는 접이식 높이 조절 받침대가 있다. 받침대는 이중구조로 제작돼 있어 키보드 각도를 4도, 8도 등으로 총 3단계까지 조절할 수 있다. 또, 키보드를 옆에서 바라보면 글쇠가 부드럽게 휘어진 형태로 제작돼, 장시간 사용해도 편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G610은 별도의 하드웨어 매크로 버튼를 갖추지 않았지만, 전용 소프트웨어를 통해 F1부터 F12까지 매크로를 등록할 수 있다. 여기에 키보드나 마우스 입력은 물론, 단축키 조합 등을 등록할 수 있어 복잡한 입력을 더 편하게 할 수 있다. 특히 각 게임에 맞춰서 사전 설정된 프리셋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이렇게 불러온 프리셋을 매크로로 등록하면 해당 게임을 실행했을 때 자동으로 설정된 매크로를 가져와서 사용할 수 있다.
전용 소프트웨어에서는 LED 발광 방식을 변경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모든 글쇠에 조명이 켜지는 '고정 밝기', 모든 글쇠가 주기적으로 밝기가 변하는 '호흡', 무작위로 여러 글쇠의 밝기가 변하는 '별 효과', 조명이 파도처럼 움직이는 '광파', 사용자가 누른 글쇠에만 조명이 켜지는 '누르기' 등 다섯 가지 점멸 방식을 지원한다. RGB 키보드와 달리 다양한 색상으로 화려하게 꾸밀 수는 없지만, 기본적인 점멸 기능은 모두 갖췄다.
키보드에서 특정 글쇠에만 불이 켜지게 할 수도 있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 게임에서 자주 사용하는 글쇠를 눈에 쉽게 띄게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W, A, S, D 등 FPS 게임에서 자주 사용하는 글쇠에만 조명을 키면 게임 중 손을 다른 곳으로 옮겼다가 다시 돌아올 때 조금 더 수월하게 찾을 수 있다.
전용 소프트웨어는 키 누르기 히트 맵 기능도 제공한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자신이 얼마나 빠르게 자판을 누르는지, 그리고 자주 누르는 글쇠는 어떤 것인지 등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
제품 가격은 2016년 8월 초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14만 6,000원이다. G810과 비교하면 약 5만 원 정도 저렴하며, 청축 스위치를 탑재한 타사의 고급 기계식 키보드와 비슷한 수준이다. 현재 국내에는 청축 스위치를 탑재한 '오리온 블루' 모델만 출시된 상태지만, 해외에는 이미 적축 스위치나 갈축 스위치를 탑재한 '오리온 브라운'과 '오리온 레드'도 이러한 제품의 출시된 만큼 국내 출시도 기대해볼 만하다. G610은 게이밍 키보드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제품이다. G810의 가격이 부담스러웠던 사용자라면 화려함은 덜 하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G610을 눈여겨볼 만하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