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의실] 게이밍 키보드의 핵심 부품, 기계식 스위치
[IT동아 이상우 기자] 키보드에는 글쇠를 눌렀을 때 신호를 입력하는 장치인 스위치의 작동 방식에 따라 다양하게 나뉘며 이에 따라 가격이나 기능이 천차만별이다. PC용 키보드에서 대중적으로 쓰이는 멤브레인 방식이나 노트북에서 주로 사용하는 팬타그래프 방식이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가장 흔한 스위치다. 키보드 애호가 사이에서는 정전용량 무접점 방식 키보드도 유명하다.
기계식 스위치를 사용한 키보드 역시 특유의 타건감과 소리로 유명하다. 인쇄회로기판 전체에 러버돔을 씌워 글쇠를 원래 높이로 되돌리는 멤브레인 방식과 달리, 기계식 키보드는 각 글쇠마다 개별 스위치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만큼 제조 단가도 높아진다. 특히 기계식 스위치 종류에 따라서 타건감과 소리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구매 시 고려할 부분이 많다.
대표적인 기계식 스위치 제조사 체리(Cherry)는 스위치의 특성에 따라 색깔로 구분한다. 클릭(Click) 스위치인 청축 스위치는 누를 때 '딸깍' 소리가 나는 것이 특징이며, 이를 통해 사용자는 신호가 입력 됐는지 아닌지 구분할 수 있다. 이 특징 때문에 대전 액션 게임이나 리듬 게임처럼 키 입력이 중요한 게임에 어울린다. 반면, 타자기를 연상케 하는 소리 때문에 조용한 사무실에서는 사용하기 거슬린다. 업무용으로 사용하면 주변 동료의 짜증 섞인 반응을 볼 수도 있으니 주의하자.
논클릭(Non Click) 스위치인 갈축 스위치는 청축 스위치를 누를 때와 걸리는 느낌이 비슷하지만, 딸깍 하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 물론 소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며, 글쇠를 누를 때와 원래 높이로 돌아올 때 '잘각'하고 작은 소리가 난다. 또, 청축과 비교해 누르는 힘이 적게 들어 장시간 키보드를 사용하기 좋다. 따라서 청축 스위치의 키감을 느끼고 싶지만 시끄러운 소음이 부담스러운 사람에게 어울린다.
리니어 스위치인 적축 스위치는 청축이나 갈축과 달리 글쇠를 누를 때 걸리는 느낌이 없다. 즉 스프링 힘만으로 글쇠를 받치고 있고, 글쇠를 누르면 쑤욱 하고 들어간다. 신호가 입력됐다는 느낌이 없기 때문에 처음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글쇠를 키보드 상판까지 밀어 넣기 때문에 소음이 큰 편이다. 하지만 신호가 입력되는 위치가 익숙해지면 글쇠를 바닥까지 밀지 않고도 입력할 수 있기 때문에 소리가 거의 나지 않는다(일명 '구름타법').
같은 리니어 스위치인 흑축 스위치는 적축 스위치와 작동 방식이 동일하지만, 글쇠를 누를 때 더 많은 힘이 든다. 체리 적축 스위치의 경우 누르는데 약 45g의 힘이 들지만, 흑축은 약 60g의 힘이 든다. 적축 스위치와 비교해 구름타법으로 사용하기 더 좋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힘이 더 들기 때문에 손에 비교적 무리가 많이 간다. 하지만 반발력이 좋기 때문에 글쇠가 원래 위치로 돌아오는 속도가 적축 스위치보다 빠르며, 익숙해지면 타건감이 아주 경쾌하다.
체리 외에도 기계식 스위치를 직접 제조하는 키보드 제조사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게이밍 기어 제조 업체인 로지텍과 레이저다. 로지텍은 출시하는 키보드에 체리 스위치 외에도 자체 제작한 로머G(Romer-G) 스위치를 사용한다. 가운데 십자모양의 축이 있는 체리 및 체리 호환 스위치와 다르게, 가운데가 비어있고 네 변에 키 캡을 끼우는 구멍이 있다. 전체적인 느낌은 체리 갈축과 비슷하나, 구조상 LED를 활용하기 더 용이하다. 현재 로머G 스위치를 사용한 모델은 국내에 G810과 G310 두 가지가 출시된 상태다.
레이저 역시 키보드 제품군에 체리 스위치를 사용한 모델 외에도 자체적으로 녹색축 스위치와 주황색 축 스위치를 사용하는 모델이 있다. 두 스위치 모두 체리 청축 스위치와 작동 방식이 동일한 클릭 스위치로, 누를 때 소리나 느낌이 비슷하다.
최근 등장하는 게임용 기계식 키보드는 LED를 장착하는 것이 특징이다. 키 캡 일부분을 투명하게 하고 내부에 부착한 조명을 켜면 키 캡으로 빛이 새어 나오면서 화려한 느낌을 준다. 또한, 전용 소프트웨어를 통해 눌렀을 때 조명이 바뀌는 방식을 변경할 수도 있기 때문에 보는 재미까지 준다. 단색 LED뿐만 아니라 RGB LED를 통해 수만가지 색상을 표현하는 키보드도 있다. 체리 스위치의 경우 RGB 모델은 스위치 자체를 투명하게 제작해 스위치 내부에 LED를 내장하고 단색 모델은 스위치 외부에 LED를 장착한다.
참고로 앞서 소개한 로머G 스위치의 경우 가운데 비어있는 부분에 LED를 장착한다. 빛을 키 캡에 직접 쏘기 때문에 밝기가 균일하고 선명하다. 다만 현재 국내에 출시된 제품 중 로머G 스위치를 탑재한 모델이 드물고, 키 캡 호환성이 떨어지는 점이 아쉽다.
이처럼 기계식 키보드는 다양한 스위치 종류에 따라 특성이 다르며, 여기에 LED 탑재 여부와 단색인지 RGB인지 등에 따라서 다양한 선택지가 생긴다. 예를 들어 지스킬 KM780 게이밍 키보드는 같은 제품명을 쓰지만, 모델에 따라 적축, 청축, 갈축 등으로 스위치 종류가 다양하며, 여기에 RGB모델과 단색LED 모델이 있어, 소비자가 입맛에 따라 구매할 수 있다(물론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자신의 예산에 맞는 제품인지 우선확인한 다음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면 되겠다. 가장 좋은 방법은 매장에서 키보드를 직접 눌러보고 자신의 손에 맞는 제품을 찾는 일이겠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