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가는 기업은 비전이 있다' 야놀자 김종윤 부대표
[IT동아 김태우 기자] 요즘 가장 핫한 사업 분야를 꼽으라면 O2O를 빼놓을 수 없다. CB인사이트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글로벌 O2O 기업이 투자받은 금액만 178억 9800만 달러다. 이런 트렌드는 국내도 다르지 않다. 불과 2~3년 만에 다양한 업종에서 O2O 스타트업이 나왔고, 사업을 영위해 나가고 있다.
O2O는 오프라인을 거점으로 사업을 펼치기 때문에 지역적인 특성이 반영되어야 하고, 일정 이상 규모를 필요로 한다. 그런 점에서 중국은 O2O의 천국으로 불리고 있으며, 가장 활발히 O2O 기업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문 닫는 기업도 많다. 그만큼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 어떻게 하면 사업을 유지할 수 있을까? O2O 사업을 펼치고 있는 야놀자 김종윤 부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야놀자 김종윤 부대표
김종윤 부대표는 구글코리아와 맥킨지에서 근무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가 왜 국내 스타트업으로 자리를 옮겼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맥킨지에 있을 때 디지털 경험을 집약해 진행한 컨설팅으로 많은 것이 바뀌는 걸 경험했다"며 "직접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구글이나 맥킨지에서는 사업하는 사람을 지원해주는 영역에 있었던 것.
그렇게 해서 3자적 입장에서 지켜보던 스타트업계에 직접 몸담고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있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는 김종윤 부대표에게 스타트업이 살아남으려면 무엇이 필요한가에 관해 물었다. 이에 대해 그는 비전과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말했다.
김종윤 부대표는 "대기업도 마찬가지이지만 스타트업 중에서 제대로 방향성을 가진 곳이 없다"며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비전은 정의하지 않고 대부분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에만 집중되어 있다"고 밝혔다. 1~2년 단기간 사업할 것이 아니기에 오래 기업이 유지되려면 비전이 있어야 한다는 것.
요즘처럼 경쟁이 치열한 시대에는 괜찮은 서비스가 나오면 금방 비슷한 서비스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처음 나왔던 서비스는 묻혀버리는 경우도 많다. 그러므로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김종윤 부대표의 생각이다.
다른 하나는 비즈니스 모델이 정립되어 있지 않다는 걸 꼽았다. 대부분 스타트업은 우선 트래픽을 만들고, 트래픽으로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 김종윤 부대표는 "살아남는 회사는 사업 모델을 가지고 트래픽을 만들기 시작한다"며 중요한 점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O2O에서는 비즈니스 모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O2O은 규모를 크게 키우는 게 유리하다. 하지만 국내만으로 규모의 경제를 만들기 쉽지 않다. O2O 업체가 글로벌로 진출하는 이유다. 다른 하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대충 트래픽을 만들면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하면 망하기 십상이라는 것이 김종윤 대표의 생각이다.
▲ 야놀자 모델 조정석
그럼 야놀자는 어떨까? 김종윤 대표는 자신 있게 비전, 비즈니스 모델 모두 다 가지고 있다고 한다. 야놀자의 비전은 '노는 문화를 선도한다'다. 이 비전을 위해 야놀자는 어떤 일을 할까? 김종윤 부대표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일단 노는 것에도 경쟁력이 있다. 이를 레져 경쟁력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엔 여가의 시간, 여가의 퀄리티가 필요하다. 일단 여가를 누리기 위해서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이는 정부나 국무 기관에서 할 수 있다. 주 5일제 그무, 야근 수당 정책 등으로 여가 시간이 만들어진다.
시간만 있다고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여가 퀄리티가 필요하다. 시간과 퀄리티는 같이 가야지 시간만 많아진다고 할 것이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김종윤 부대표는 이 부분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여가 퀄리티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액티브 레저와 패시브 레저로 다시 나눌 수 있다. 패시브 레저는 집에서 티비보고, 게임을 하고, 낮잠 자는 것 등을 말한다. 이에 비해 액티브 레저는 피크닉, 여행 등 활동적인 걸 뜻한다. 패시브 레저는 쉽게 할 수 있지만, 액티브 레저는 하고 싶어도 못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야놀자의 목표가 액티브 레저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다.
그런데 액티브 레저는 비용이 든다. 그리고 특히 숙박에 가장 많은 돈이 든다. 여행을 가면 먹고, 즐기는 데 쓰는 돈보다 숙박에 더 많이 쓴다. 많은 이가 여행을 가려면 반대가 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러지 못하다. 야놀자는 이런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모텔, 펜션, 게스트 하우스 등을 쉽게 예약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것이 스마트폰에서 제공하고 있는 '야놀자바로예약' 서비스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수많은 모텔을 쉽게 예약해 쓸 수 있도록 했지만, 질적인 부분도 빼놓을 수 없다. 고급 호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퀄리티가 되어야 사람들도 이용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터. 이 때문에 야놀자는 모텔의 콘셉트를 바꾸고, 퀄리티를 높이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직영점인 코텔을 운영하고, 프랜차이즈 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 빌딩 전체를 콘트롤해 분위기를 바꾸고, 퀄리티를 높이는 작업으로 오프라인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전체 빌딩을 콘트롤 할 수 없는 경우 마이룸이라는 개념의 방단위로도 개선해 나가고 있다. 청소, 방향제, 비품 등 최대한 관리를 한다. 이외에도 비품, 세탁, 침구 등 구성품도 좋은 가격에 품질을 높이고자 직접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서비스 향상을 위해 구인구직, 호텔 교육 등도 챙긴다.
이렇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합쳐져 품질 좋고, 합리적인 가격으로 사용자가 숙박할 수 있도록 공간상의 제액을 없애고 있다. 야놀자의 비즈니스 모델은 여기에 있다. 현재 오프라인 매출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온라인도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이것과 더불어 그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콘텐츠 서비스도 더불어 하고 있다. 맛집, 볼거리, 데이터 코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 제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를 야놀자바로예약 앱 안에 붙이는 작업 중이다. 현재는 아웃링크이지만, 앱을 벗어나지 않고 바로 서비스를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묶음 상품도 구성 중인 것. 야놀자가 O2O 얼라이언스를 만든 이유다.
▲ 야놀자바로예약 내에 다양한 서비스가 붙어 있다.
앞에서 설명한 야놀자의 사업 영역만 보면 기술 회사로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IoT 분야도 진출한 상태다. IoT는 사물과 사물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뜻한다. 김종윤 부대표는 IoT가 제대로 되려면 중간에 사람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일반적으로 고객이 모텔을 예약하면, 프론트에서 열쇠를 받고, 이용 후 퇴실을 하게 된다. 퇴실 시에도 열쇠를 반납 안 하고 그냥 나가는 고객이 많다보니 일일이 확인을 하고, 청소팀을 부른다. 야놀자는 이를 IoT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예약하면, 스마트키를 받아 바로 투숙을 할 수 있으며, 퇴실 시에도 센서를 통해 자동으로 인지해서 청소팀을 부르고, 청소가 끝난 것도 센서로 파악해 자동으로 빈 객실로 등록한다.
현재 5개 숙박업소에 설치해 테스트 중이며, 문제점을 보완한 후 솔루션 형태로 모텔에 판매할 계획이다. 하드웨어는 커누스와 함께 만들었고, 소프트웨어는 야놀자에서 전담했다. 설치 비용이 사람을 쓸 때보다 더 저렴하다는 것이 김종윤 부대표의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O2O가 살아남는 방법에 관해 물었다. 김종윤 부대표는 "연관 사업과의 시너지가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야놀자처럼 오프라인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카테고리별로 최적화되어 있는 연관사업 진출이 필요하다"며, 다만 "확장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그만큼 리스크도 크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에게 있어 생존은 최우선 목표다. 살아남아야 다음을 도모할 수 있다. 야놀자는 11년 된 기업이다. 망해본 사업도 많다. 많은 굴곡을 겪었지만, 살아남았다. 많은 스타트업이 10년, 20년 후에도 자신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기를 바란다.
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