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미래 담은 지존 CPU, 인텔 코어 i7-6950X(브로드웰-E)
[IT동아 김영우 기자] 가끔 '제일 좋은 PC'가 무엇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참 곤란한 질문이다. 가장 좋다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성능뿐 아니라 사용자의 환경, 취향,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가장 좋은 PC가 무엇인지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단순히 '성능' 면에서 제일 좋은 PC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답변은 간단하다. 인텔의 최상위급 프로세서(CPU) 제품군인 '익스트림 에디션' 시리즈를 탑재한 PC라고 대답하면 된다. 물론 가격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대답이지만, 산업용이나 서버용 프로세서 같은 예외를 제외하고 절대적 성능 면에서 이를 따라올 일반 PC용 프로세서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 '지존'이 최근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지난 5월에 처음 발표된 신형 익스트림 에디션, 코드명 ‘브로드웰-E(Broadwell-E)’ 시리즈가 그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성능을 갖추고 있으며, 일반 PC용 프로세서 중 가장 고가(1723달러, 7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는 214만원)이기도 한 인텔 코어 i7-6950X 익스트림에디션(이하 코어 i7-6950X)을 통해 현존 최고 성능이 과연 어느 수준인지 살펴보자.
일반 프로세서와 크기, 메인보드 규격도 달라
코어 i7-6950X는 이름만 봐선 단순히 일반 6세대 코어 i7 프로세서(스카이레이크, 6xxx 시리즈)의 상위급 제품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일단 프로세서의 크기부터 일반 코어 i7보다 훨씬 크고 두껍다.
그러다 보니 프로세서를 장착하는 메인보드의 소켓 규격도 다르다. 일반 6세대 코어 i7 프로세서(스카이레이크)는 LGA1151 규격의 소켓을
이용하지만 하스웰-E 시리즈는 이보다 핀(접점)이 더 많은 LGA2011-v3 규격의 소켓을 이용한다. 참고로 LGA2011-v3 소켓은
물리적인 형태는 두 세대전의 익스트림 에디션(아이비브릿지-E 시리즈)에서 쓰던 LGA2011 소켓과 같지만, 내부적으로는 다르기 때문에 서로
호환은 되지 않는다.
6세대 인텔 코어(스카이레이크)와의 관계는?
2016년 7월 현재 팔리고 있는 브로드웰-E 시리즈는 코어 i7-6800K와 6850K, 그리고 6900K 및 6950X 등 4가지다. 모델명만 봐선 일반 프로세서인 6세대 인텔 코어(스카이레이크) 시리즈(코어 i7-6700, 6700K 등)과 비슷하지만 내부적인 아키텍처(기반기술)이 다르다. 일반 6세대 코어 시리즈가 최신 스카이레이크 아키텍처에 기반하지만, 브로드웰-E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5세대 코어 시리즈에 적용되었던 브로드웰 아키텍처에 기반하고 있다. 다만 제조공정 미세화 수준은 14nm로 동일하다.
최상위 모델이 오히려 같은 시기의 일반 제품보다 한 세대 전의 기술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으나 이는 인텔의 전통이다. 대중적으로 많이 팔리는 제품으로는 최신 기술을 어필하고, 최고의 성능을 안정적으로 발휘해야 하는 익스트림 에디션에는 기존에 이미 검증된 기술을 극한까지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전작인 하스웰-E나 아이비브릿지-E 등도 마찬가지였다.
10개 코어, 20개 쓰레드의 위용
실제로 브로드웰-E의 면모를 살펴보면 이전세대 기술에 기반하고 있다는 지적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코어 i7-6950X의 경우, 10개의 코어로 구성된 데카(Deca) 코어 구성의 프로세서이며, 여기에 물리적인 1개의 코어를 논리적으로 2개의 코어처럼 쓸 수 있는 하이퍼쓰레딩(Hyper-Threading) 기술도 갖췄다. 운영체제에선 코어 i7-6950X을 20코어 프로세서(20 쓰레드) 처럼 인식한다는 의미다. 듀얼(2)코어나 쿼드(4)코어와 같은 대중적인 프로세서만 쓰다가 코어 i7-6950X가 탑재된 시스템의 정보를 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기본 동작 클럭은 3GHz로, 최고급형 프로세서 치고는 다소 낮은 것 같지만, 과부하가 걸리는 작업을 할 때 순간적으로 기준치 이상으로
클럭을 클어올리는 터보부스트 기술, 그 중에서도 최신 버전인 터보부스트 맥스 3.0 기술을 탑재했다. 평상시엔 클럭을 낮춰 소비전력을
줄이고, 고성능이 필요할 때는 최대 4.0GHz까지 클럭이 높아진다. 제조사에서 보장하는 일종의 간이 오버클러킹이다. 참고로 브로드웰-E
시리즈의 TDP(열설계전력)은 140W다. 일반 코어 i7(6700K 모델의 경우 91W)보다 확실히 높긴 하지만, 제품의 위치를 생각해
본다면 충분히 이해할 만한 수준이다.
자주 사용하는 데이터를 프로세서 내에 임시로 저장, 실질적인 체감 속도를 높이는데 영향을 미치는 스마트캐시(과거 3차 캐시라 부르던 것)은 25MB를 내장했다. 이는 일반 코어 i7(8MB), 코어 i5(6MB)와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듀얼채널 능가하는 쿼드채널 DDR4 메모리 지원
메모리(RAM) 지원 사양 역시 일반 프로세서와 차별화된다. DDR3 규격을 지원하지 않고 DDR4 규격만 지원하며, 최대 64GB까지만 인식하는 일반 코어 i7과 달리 최대 128GB의 고용량 메모리를 탑재할 수 있다. 그리고 일반 프로세서는 한 쌍의 채널에 해당하는 2개씩의 메모리를 꽂으면 대역폭(데이터가 지나가능 통로)이 2배로 향상되는 듀얼채널 기술까지 지원하지만, 브로드웰-E는 4개씩의 메모리를 꽂으면 대역폭이 4배가 되는 쿼드채널 기술까지 갖췄다.
이 때문에 코어 i7-6950X와 같은 브로드웰-E 시리즈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은 4개, 혹은 8개의 메모리를 메인보드에 꽂아야 제 성능을 발휘한다. 메모리 클럭 역시 일반 코어 i7은 DDR4-2133 까지 지원하지만, 브로드웰-E는 DDR4-2400의 클럭을 지원한다. 물론 일반 코어 i7 역시 오버클러킹을 통해 DDR4-2400까지 클럭을 높이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브로드웰-E는 기본 지원이라는 점이 다르다.
내장 그래픽 기능과 기본 쿨러는 없어
이렇게 사양적으로 최고 수준이지만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일반 코어 시리즈와 달리 브로드웰-E 시리즈는 프로세서 내에 내장 그래픽
기능이 없어 꼭 별도의 그래픽카드를 탑재한 시스템에서만 이용 가능하다. 그리고 제품 패키지에 쿨러가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따로 구매해야
한다.
물론 이 정도 수준의 프로세서를 운용하는 사용자라면 대부분 쿨러와 그래픽카드 역시 그에 걸맞는 것으로 구비하고 있을 것이니 이를 굳이
단점이라고 할 순 없을 것 같다. 이보다는 1723달러(7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는 214만원)에 달하는 가격이 더 신경 쓰인다. 물론 비쌀
만한 이유는 충분히 있는 제품이긴 하다.
일반 6세대 코어 i7과의 성능 비교
제품의 개요를 살펴봤으니 이제는 직접 성능을 체험해 볼 차례다. 테스트 시스템은 에이수스의 X99-DeluxeII 메인보드와 아벡시아의 DDR4-2400 메모리(LED 탑재) 16GB(4GB x 4), 그리고 조텍 SSD(480GB)로 구성된 윈도우10 64비트 시스템이다. 그 외에 쿨러는 프랙탈디자인의 수냉 제품인 Kelvin S24, 그래픽카드는 엔비디아의 최신 GPU를 탑재한 조텍 지포스 GTX 1070을 이용, 고성능 시스템을 꾸렸다.
비교대상은 현재 팔리는 일반 프로세서 중에서 가장 고성능 제품인 6세대 코어 i7-6700K(스카이레이크, 4.0~4.2GHz 쿼드코어) 시스템이다. 프로세서와 메인보드를 제외하면 나머지 사양은 동일하게 맞췄다.
벤치마크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성능 테스트
가장 먼저 프로세서의 연산능력을 측정하는데 가장 많이 쓰이는 벤치마크 소프트웨어인 시네벤치(MAXON CINEBENCH)를 구동해봤다. 시네벤치는 프로세서의 모든 코어를 이용했을 때의 성능 수치 외에 코어 1개만 이용했을 때의 성능 수치도 측정 가능하다.
테스트 결과, 코어 i7-6950X는 종합점수 2053점을 기록, 915점을 기록한 코어 i7-6700K보다 2배 이상 높은 성능을 갖춘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코어 1개만 사용했을 때의 점수는 166점으로, 182점을 기록한 코어 i7-6700K보다 약간 낮았다. 코어의 수는 10개 : 4개로 코어 i7-6950X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클럭은 코어 i7-6700K이 약간 더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게임 성능을 측정할 때 주로 쓰는 3DMark도 구동해봤다. 참고로 이 프로그램은 프로세서보다는 그래픽카드의 성능에 따라 점수의 등락폭이 큰 편이다. fire Strike 테스트 결과는 코어 i7-6950X이 약간 더 나은 점수를 내긴 했지만 코어 i7-6700K과의 차이가 크지는 않았다. 3DMark의 점수를 높이기 위해, 혹은 막연하게 게임 성능을 높이기 위해 코어 i7-6950X를 사는 건 그다지 효율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
애쉬스 오브 더 싱귤러리티 게임 구동 테스트
하지만 예외가 없는 건 아니다. 한 화면에 다량의 유닛이 출현하는 게임, 혹은 멀티코어 연산에 최적화된 최신 게임이라면 10코어, 20쓰레드를 갖춘 코어 i7-6950X가 제 성능을 낸다. 다이렉트X12를 비롯한 최신 기술이 다수 적용된 것으로 알려진 ‘애쉬스 오브 더 싱귤러리티(Ashes of the Singularity)’를 구동해봤다.
이 게임은 자체적으로 품질 옵션 내에 벤치마크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그래픽카드 성능에 중점을 둘 것인지, 혹은 CPU 성능에 중점을 둘 것인지를 지정할 수 있다. CPU 성능에 중점을 둔 옵션을 선택해서 테스트를 진행했다. 테스트 결과는 확실히 코어 i7-6950X가 코어 i7-6700K 대비 나은 성능을 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파일 압축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성능 테스트
CPU의 성능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작업 중 하나가 파일 압축 및 압축 해제다. 멀티쓰레드 연산 기능을 충실히 지원하는 파일 압축 소프트웨어인 7-Zip을 이용한 테스트를 해봤다. 특히 7-Zip은 프로세서의 연산능력을 측정하는 벤치마크 기능까지 지원한다.
7-Zip의 벤치마크 결과는 MIPS(초당 몇백만 번의 명령을 수행했는지를 나타내는 단위)로 표기된다. 테스트 결과는 코어 i7-6950X가 코어 i7-6700K 대비 2배 이상의 성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영상 인코딩 테스트
동영상 인코딩 작업 역시 프로세서의 성능이 중요한 작업이다. 곰인코더를 이용, 15여분 분량의 4K UHD급(3,840 x 2,160) 해상도의 원본 동영상을 HD급(1,280 x 720) 해상도의 h.264 코덱 기반 동영상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실행, 작업을 끝내는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해봤다.
테스트 결과, 코어 i7-6950X이 더 빠르게 작업을 마치긴 했지만 생각보다 코어 i7-6700K와의 차이가 크지는 않았다. 그 원인을 분석해보니 소프트웨어 문제였다. 곰인코더는 멀티 쓰레드 연산 기능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최대 8개의 쓰레드 까지만 온전하게 지원한다.
때문에 8개의 쓰레드를 가진 코어 i7-6700K에서는 거의 100%의 CPU 사용량을 기록하며 온전하게 프로세서의 성능을 뽑아내지만, 20개의 쓰레드를 가진 코어 i7-6950X에서는 불과 50~60%의 CPU 사용량을 기록했다. 40~50%의 프로세서 성능이 놀고 있었다는 의미다. 코어 i7-6950X의 성능을 온전하게 이용하기 위해선 소프트웨어의 발전도 빨라져야 할 것 같다.
미래의 성능을 미리 맛볼 수 있는 궁극의 PC용 프로세서
인텔의 공언대로 코어 i7-6950X 익스트림 에디션(브로드웰-E)는 현존하는 PC용 프로세서 중에 최고의 성능을 갖추고 있었다. 제온 시리즈와 같은 일부 산업용 프로세서를 제외한다면 말 그대로 ‘궁극’의 위치에 있다.
다만, 이 제품을 구매하고자 한다면 쓰임새와 특성을 확실히 파악하도록 하자. 막연히 프로세서만 최고 성능이라고 하여 모든 것이 만사형통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부팅을 빠르게 하려면 고속 SSD를 다는 것이, 게임 성능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그래픽카드에 투자하는 것이 비용대비 만족도는 더 높을 수 있다.
이 제품이 가진 의의를 한 마디로 함축하자면 바로 ‘미래’다. 이 정도 성능의 프로세서가 일반인도 무리없이 살 수 있는 수준까지 가격이 내려가려면 최소 5년은 더 있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2008년 즈음에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던 코어 i7-980X 익스트림 에디션(999달러)은 지금 20~30만원대에 팔리는 일반 코어 i5나 코어 i7과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낸다.
특히 현재의 일반적인 시스템에서는 다소 버겁게 구동되는 콘텐츠(이를테면 4K UHD나 VR 등)을 현재 시점에서 원활하게 구동하고자 한다면 코어 i7-6950X의 구매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다만, 워낙 독보적인 존재이다 보니, 현재 쓰이는 소프트웨어 중에 코어 i7-6950X의 모든 성능을 온전하게 이끌어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는 건 아쉬운 점이다. 200만원 남짓의 가격이 미래의 성능을 미리 접해보는데 합당한 비용이라고 생각하는 특별한 소비자에게 추천할 만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