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터넷 자유의 현주소
[IT동아 이상우 기자] 오늘날 인터넷을 대표하는 기술은 '월드 와이드 웹(이하 웹)'이다. 우리는 웹에서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다. 웹을 개발한 팀 버너스 리는 "웹 개방성은 하나의 인권과 같다며, 소통을 막는 정부의 검열은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웹의 아버지'의 사상은 오늘날 국내 웹 개방성에 시사하는바가 크다.
한국인터넷투명성보고 연구팀 손지원 변호사는 오픈넷 3주년 컨퍼런스에서 "정부 후견주의 관점으로 정부가 인터넷을 통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사업자에게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는데, 이 경우 URL 단위로 삭제나 차단하는 것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특정 사용자의 계정을 해지할 수도 있다. 이는 사용자와 서비스 제공자 사이의 계약에 끼어드 일이다. 특히 불법정보뿐만 아니라 불법성이 없는(성인에게는 합법적인) 유해정보까지 심의할 수 있으므로, 성인의 올바른 접근까지 차단하게 된다"고 말했다.
우리가 한 번은 접해봤을 'warning.or.kr'이 대표적인 심의 결과다. 안보를 위해하는 내용, 불법 도박, 불법 음란물, 불법 의약품 등 불법적인 내용을 다루는 사이트에 접속할 경우 자동으로 이 사이트로 연결된다. 사실 이를 통해 차단되는 콘텐츠는 대부분 불법정보가 맞다.
손지원 변호사는 "이런 과도한 심의 때문에 한 달에 10만 건의 정보가 삭제/차단되고 있으며, 지난 한해에는 무려 14만 건으로 한 달에 1만 건 이상 삭제된 셈이다"고 말했다. 이런 심의 때문에 웃지 못할 일도 생겼다. warning.or.kr의 트래픽이 국내 포털 사이트인 줌닷컴 메인 페이지 트래픽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또, "광범위한 심의를 담당하다 보니 구조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으며, 행정기관의 한계로 정치 권력의 압박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트위터 계정 @2MB18nomA로, 방심위는 이 계정에 대해 특정 인물에 대한 욕설이 연상된다는 이유로 해당 페이지 URL을 차단한 바 있다. 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던 최종원 의원은 다른 사람의 영문 이니셜 뒤에 붙은 18noma의 트위터 계정에 대해서는 조치하지 않은 점을 들며 이를 정치 심의라고 지적했고, 방심위는 정권에 따라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물론 해당 페이지 URL은 현재 접속 가능하다).
손지원 변호사는 사법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의 판단만으로 불법성을 결정하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심의위원은 모두를 대표하는 사람이 아니며, 그들의 기준에 따라 우리 표현의 자유가 침해당하고 있다는 것의 그의 설명이다.
지난해 웹툰 사이트 '레진코믹스'가 방심위에 의해 차단된 일을 대표 사례로 들 수 있다. 당시 레진코믹스는 성인을 대상으로 유로 성인만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었는데, 이는 불법 음란물이 아닌 국내에서 허용하는 성인 콘텐츠에 해당한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황성기 교수는 오픈넷 3주년 컨퍼런스에서 불법 콘텐츠와 청소년 유해 콘텐츠를 확실히 구분해야 하며, 경계가 명확하지 않으면 오히려 성인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 사례로 외신기자가 운영하는 노스코리아테크가 국내에서 차단당한 일을 들 수 있다. 노스코리아테크는 영국인 기자 마틴 윌리엄스가 설립한 사이트로, 북한의 IT 소식을 전달한다. 이 사이트가 지난 2016년 3월 말부터 차단된 상태로, warning.or.kr에 표시된 차단 사례를 보면 아마도 '안보위해행위'에 해당한 듯하다. 북한의 선전용 매체인 조선중앙방송의 내용을 국내 언론사가 다루는 것과 비교하면 모순이다.
이에 대해 마틴 윌리엄스는 "민주주의여야 할 한국 정부가 내 사이트에 한국인이 접속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 의아하다"며, "혼자서 운영하는 IT 소식지가 대한민국 같은 국가의 안보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언론 기사로 대중의 의견이 정해지는 시대는 지났으며, 대중은 인터넷으로 여러 정보를 얻어 자신의 의견을 가질 수 있게 됐다"며, "정부가 한가지 입장을 강요하기 위해 정보를 차단하는 것은 북한 정부의 검열 방식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흔히 인터넷(웹)을 정보의 바다라고 부른다. 오늘날 우리는 이 정보의 바다에서 다양한 접하고, 잘못된 정보에 대해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을 얻을 수 있게 됐다. 물론 이 바다에는 다수가 공감하기 어렵고, 혐오감을 줄 수 있는 정보도 존재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규제는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지나친 규제는 개인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비평하여 판단할 능력을 상실하게 할 수 있다. 웹의 창시자 팀 버너스 리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는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리라.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