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4K 캠코더를 샀더니 고성능 카메라가 덤, 소니 RX10M3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소니 RX 시리즈는 하이엔드 카메라 라인업으로 제법 장르가 다양하다. 하이엔드 콤팩트 카메라인 RX100 시리즈, 풀프레임 똑딱이(?)라는 새 장르를 개척한 RX1 시리즈, 그리고 화끈한 줌 렌즈를 탑재한 RX10 시리즈가 그 주인공이다. 처음 소니가 RX 시리즈를 공개할 때 "과연 저것들이 성공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예상 이상의 성능과 기능, 편의성을 앞세워 ‘프리미엄 하이엔드 카메라’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렇게 색이 뚜렷한 RX 시리즈 중에서 RX10은 그 성격이 약간 모호한 느낌이 있었다. RX1은 단렌즈가 탑재된 콤팩트 카메라인데, 풀프레임이라는 상징적인 의미 때문에 존재 가치를 인정 받고 있다. 반면 RX10은 RX100과 거의 차이가 없는데 덩치만 크다는 의견이 종종 있었다. 이건 탑재된 렌즈의 줌 성능이 크게 와 닿지 않아서다.

소니 RX10M3.
소니 RX10M3.

RX10이 세 번째 업그레이드(RX10M3)를 단행했다. 이번에는 24-200mm 상당이던 줌렌즈가 무려 24-600mm로 화끈하게 바뀌었다. 새로운 렌즈를 품은 RX10M3는 어떤 매력을 품고 있을까?

기존과 차이 없는 디자인, 크기와 무게는 늘어...

RX10M3의 디자인은 기존과 차이가 없다. 하지만 고배율 줌렌즈 탑재로 인해 덩치는 커졌다. 이 카메라의 크기는 폭 132.5mm, 높이 94mm, 대물렌즈부터 부파인더까지 거리는127.4mm다. RX10M2는 폭 129mm, 높이 88.1mm, 길이는 102.2mm니 어느 수준의 차이인지 알 수 있다. 무게도 늘었다. 이전 세대는 813g이지만 새 카메라는 1095g으로 1kg을 넘겼다.

600mm라는 초점거리 때문에 최대 망원에서는 경통이
길어진다.
600mm라는 초점거리 때문에 최대 망원에서는 경통이 길어진다.

덩치가 커져도 아쉬움은 없다. 무려 24-600mm 상당의 렌즈가 탑재됐으니 말이다. 하지만 수퍼 줌렌즈 탑재로 인해 최대 망원에서의 길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얼핏 측면이 두 배 정도 길어지게 되는데, 600mm를 얻기 위한 약간의 희생이라고 생각하자.

소니 RX10M3.
소니 RX10M3.

버튼 구성은 단순하다. 전면을 보면 초점 설정을 위한 스위치가 마련되어 있다. S, C, DMF, MF로 나뉘어 있는데, S는 단일초점, C는 추적, DMF는 수동과 자동을 혼합한 형태이며, MF는 수동이다. 상황과 성향에 따라 초점 기능을 다이얼로 돌려 즉시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버튼을 누르는 것보다 다이얼을 돌리는게 더 빠르니 말이다.

의외로 RX10M3는 렌즈에 많은 기능이 제공된다. 우선 렌즈에는 초점과 줌링이 마련되어 있다. 상단이 초점, 중앙의 링은 초점거리를 조절한다. 아래에는 조리개 변경을 위한 링도 마련되어 있다. 돌릴 때마다 걸리는 느낌이 옛 렌즈를 떠올리게 한다.

렌즈 측면과 하단에는 스위치와 버튼이 각각 마련되어 있다. 버튼은 초점 고정 역할을 맡는다. 먼저 반셔터를 눌러 초점을 잡고, 렌즈 측면의 버튼을 누르면 피사체를 바꿔 반셔터를 눌러도 카메라가 반응하지 않는다. 또 스위치는 조리개 링의 감촉을 바꿔준다. 스위치를 OFF에 놓으면 조리개 링을 돌렸을 때 부드러운 감각으로 조절하게 된다.

상단 조작 체계는 단순하다. PASM 변경을 위한 다이얼과 함께 셔터 버튼, 줌 스위치, 기타 조작 버튼과 다이얼이 있다. 상단 액정 디스플레이 옆 다이얼은 카메라 노출을 위한 것이다. +로 옮기면 밝게, -로 옮기면 어둡게 설정하게 된다.

이 외에도 내장 스트로보를 활성화하는 버튼과 상단 액정을 밝게 해주는 버튼도 달았다. 야간에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틸트 액정과 전자식 뷰파인더 등을 배치한
RX10M3.
틸트 액정과 전자식 뷰파인더 등을 배치한 RX10M3.

후면 인터페이스는 기존 RX10 시리즈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뷰파인더와 액정을 중심으로 메뉴 버튼과 동영상 촬영 버튼, 조작 다이얼 등이 배치되어 있다. 주요 설정은 메뉴를 통해 이뤄지지만, 즉시 변경이 필요한 감도나 측광, 색감 설정 등은 기능(Fn) 버튼을 눌러 변경하면 된다.

액정은 3인치로 122만 8,000화소 사양이다. 5단계 밝기 조절은 물론 각도 조절도 가능하다. 주간 시인성도 뛰어나기 때문에 촬영에 불편함은 없다. 각도는 상단으로 107도, 하단으로 42도 꺾을 수 있다.

뷰파인더는 0.39인치 전자식이다. 약 235만 9,200 화소로 피사체 확인이 용이하다. 눈으로 봤을 때의 면적은 일반 풀프레임 DSLR 카메라 같이 느껴지는 정도다. 시야율은 100%이며, 화면 전환이 자연스러워 위화감이 조금 덜하다. 과거 전자식 뷰파인더는 낮은 해상도와 화면 전환 속도 때문에 장시간 보면 어지러움이 느껴졌었다. 그 때와 비교하면 RX10M3의 전자식 뷰파인더는 기술 발전의 상당함을 온 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600mm의 망원 성능, RX10M3의 핵심 매력

RX10M3의 매력을 확인해 볼 차례다. 렌즈 일체형이기 때문에 다른 렌즈를 사용할 일은 없다. 설정은 수동(M) 모드에서 상황에 따라 조리개와 셔터 속도, 감도를 조절해 봤다. 별도의 선보정 기능은 활성화하지 않았고, 모든 화질 관련 설정은 기본 상태에 두고 촬영했다.

이 카메라의 큰 매력은 바로 최대 망원 600mm의 초점거리다. 실제 렌즈 사양은 8.8-220mm지만 1인치 센서의 환산 거리로는 24-600mm에 해당된다. 광각부터 초망원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으로 부각된다. 이전 RX10M2까지만 하더라도 24-200mm 사양이었다. 약 1년 남짓한 시간에 소니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물론 수퍼 줌렌즈가 탑재되다 보니까 덩치는 조금 커졌다. 당연히 무게도 늘었다. 하지만 이게 전체적인 조작감에 영향을 주느냐고 생각하면 그것은 아니다.

600mm 촬영 영역, 24mm와는 사뭇
다르다.
600mm 촬영 영역, 24mm와는 사뭇 다르다.

다시 초점거리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 24-600mm가 주는 이점은 상당하다. 먼 곳의 피사체를 단숨에 코 앞까지 당기니 말이다. DSLR로 보면 최소한 렌즈 3개 이상은 들고 다녀야 하는데, 그걸 저 작은 덩치 하나로 해결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24mm로 담은 풍경. 광각 특유의 느낌이
살아난다.
24mm로 담은 풍경. 광각 특유의 느낌이 살아난다.

렌즈는 칼 자이스 바리오-조나(Carl Zeiss Vario-Sonnar)가 탑재되어 있다. 조리개 값은 f/2.4-4로 RX10M2의 f/2.8 고정이 아닌 가변 조리개가 되었다. 대신 최대 광각에서 f/2.4를 구현해 아쉬움을 상쇄하고자 했다.

줌을 당겨 어느 구간에서 조리개가 바뀌는지 봤다. 28mm에서 f/2.8, 35mm에서 f/3.2, 58mm에서 f/3.5, 100mm에서 f/4로 변한 이후 조리개 변화는 없다.

최대 망원이어도 화질은 무난한 편이다.
최대 망원이어도 화질은 무난한 편이다.

놀라운 부분은 화질이다. RX10M2는 고감도에서 화질 저하가 두드러진 편이었다. 반면, RX10M3는 적어도 ISO 6,400까지도 제법 괜찮은 화질을 보여준다. 이후 디테일이나 컬러 노이즈가 두드러지지만 해상도를 줄인다면 무난히 웹에서 활용 가능한 정도다. 최대 개방이어도 화질에 아쉬움은 없으며, f/5.6 이상으로 조리개를 조여주면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센서, 1인치 판형으로 2,010만 화소를 담았다. 감도 ISO 100부터 1만 2,800까지 지원하고 확장하면 ISO 64부터 2만 5,600까지 쓸 수 있다. 동영상은 ISO 100부터 1만 2,800까지 대응한다. 셔터(기계) 속도는 30초에서 1/2,000초지만, 전자 셔터를 활용하면 최대 1/3만 2,000초까지 사용 가능하다.

RX10M2도 동영상 측면에서는 불만이 없었다. RX10M3 역시 이 부분의 완성도는 높다. 4K 해상도는 기본이고 높은 비트레이트로 안정적인 화질을 보여준다. 다양한 프레임 설정도 눈 여겨 볼 부분이다. 여기에 24-600mm 줌렌즈가 더해지니 카메라라기 보다는 진정한 의미의 캠코더가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불러 왔다.

카메라 샀더니 캠코더는 덤이더라

RX10M2까지만 해도 그저 RX10의 성능 업그레이드 버전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고, 더 이상 발전이 없지 않나 예상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기자의 생각을 비웃듯 소니는 RX100M3를 선보였다. 사실, RX10M2와 비교하면 큰 변경점은 렌즈 정도에 불과하다. 오히려 f/2.8 고정 조리개가 f/2.4-4인 가변으로 바뀌어 매력이 덜하다는 의견도 종종 들었다.

소니 RX10M3.
소니 RX10M3.

하지만 RX10M3의 렌즈는 신의 한 수가 아닌가 싶다. 이 크기에서 24-600mm를 구현하려면 구조상 가변 조리개는 피할 수 없다. 다만 f/4로 변경되는 시점이 100mm라는 점이 못내 아쉽다. 향후 이를 기존 렌즈 같은 200mm 시점에서 변경하도록 만들면 카메라의 매력이 더 커지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189만 9,000원. RX10M2가 149만 9,000원이었으니 40만 원 오른 가격표를 들고 나왔는데, 천천히 살펴보면 조금 높기는 해도 가격대 성능비로 따지면 무난하지 않나 평가된다. 이거 하나면 1인치 크기의 미러리스 카메라 본체에다 3~4개의 렌즈를 손에 얻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4K 촬영 가능한 캠코더 효과는 덤이다. 마치 미러리스 카메라와 렌즈를 샀는데, 고성능 4K 캠코더가 따라 온 듯한 느낌이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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