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겉모습에 절대 현혹되지 마소, 소니 히어 고
[IT동아 강형석 기자] 시장에 널리고 널린 것이 휴대 블루투스 스피커다. 종류나 가격대가 다양하니 그 중 옥석을 가리기가 어렵다. 음질을 포기하고 가격과 휴대성을 얻느냐, 가격과 휴대성은 조금 잃더라도 음질을 얻느냐에 따라 선택할 제품이 결정된다. 아무리 저가 브랜드가 음질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결국 그 가격대 이상의 만족을 주기엔 한계가 있다. 부품 구성과 설계(튜닝) 등 세밀한 과정에 의해 가격이 결정될 테니 말이다.
소니 히어 고(SONY h.ear go) SRS-HG1은 가격과 휴대성은 조금 손해 보더라도 음질에 초점을 맞춘 휴대용 블루투스 스피커다. 평범한 블루투스 스피커와 달리 와이파이와 구글캐스트 등 다양한 무선 연결 및 재생 방식을 지원한다. 가격은 29만 9,000원, 제품 성격으로 따져보면 보스 사운드 링크 미니 2와 정면으로 맞붙는다.
단순하지만 곳곳에 살아 있는 세심함
소니 히어 고의 디자인은 단순하다. 평범한 일반 벽돌(Brick) 형태의 외모다. 여기까지는 여느 휴대용 블루투스 스피커와 비슷하다. 그러나 소니는 이를 컬러와 소재로 차이를 두었다. 평범한 흰색, 검은색, 빨간색의 스피커 색상을 쓰지 않고 다양한 색으로 선택의 폭을 넓혔다. 또한 색이나 재질의 마감을 고급화하면서 완성도를 더했다. 실제 히어 고의 색상은 보르도 핑크, 차콜 블랙, 시나바 레드, 라임 옐로우, 비리디언 블루 등 5가지다. 리뷰용으로 제공된 스피커의 색상은 비리디언 블루다.
크기는 폭 20.4cm, 두께 6cm, 높이 6.2cm다. 사실, 측면은 정사각형 구조인데 미끄럼 방지 패드의 높이가 2mm여서 저렇게 된 것. 모서리는 부드러운 곡면을 적용해 찍힘에 의한 부상을 방지하면서 시각적 즐거움을 준다. 크기 자체는 휴대하기에 무리는 없지만 무게가 790g 이기 때문에 장거리 여행에는 피로감이 올 수 있음을 참고하자.
상단에는 버튼 5개가 있다. 원형으로 누르는 감각은 부드럽다. 기능은 좌측부터 전화, 엑스트라 베이스, 음량 조절, 전원 버튼(블루투스 연결) 등이다. 블루투스 연결은 전원을 키는 것과 함께 약 5~8초 가량을 누르고 있으면 LED 상태등이 점멸하면서 연결 가능 상태가 된다.
연결하는 과정은 간단하고, 한 번 연결만 되면 이후에는 전원을 자유롭게 켜고 꺼도 즉시 기기간 블루투스 연결이 이뤄지므로 번거로움이 사라진다.
후면에도 버튼과 연결 단자들이 다수 자리하고 있다. 좌측부터 보면, 두 개의 USB 단자와 스테레오 입력 단자가 있고, 우측에는4개의 버튼이 있다.
먼저 두 개의 USB 단자를 보자. 좌측에는 충전을 위한 마이크로 USB 단자로 여느 스마트폰 충전 단자와 다를 것이 없다. 그 옆의 USB 단자는 PC 연결을 위한 단자다. 히어 고 내에는 별도의 출력 기능이 있어 USB 연결만으로 소리를 낸다. 윈도 10이 설치된 PC에 연결하니 별도의 드라이버 설치 없이 즉시 PC로 음악 감상이 가능했다.
스테레오 단자는 외부 장치를 위한 것이다. 3.5mm 규격으로 스마트폰이나 별도 플레이어의 3.5mm 단자를 연결하면 유선 출력된다. 단, 케이블에 따라 잡음이 섞일 수 있으니 참고하자.
좌측의 버튼은 자주 쓰지는 않을 듯 하다. 두 개의 히어 고를 활용하거나 보안 관련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하나씩 살펴 보면, 스테레오 페어는 두 대의 스피커를 스테레오로 구성하기 위함이다. 기본적으로 히어 고 한 대도 스테레오 출력을 하지만, 두 개를 사용하면 2채널 스피커로 쓸 수 있다. 이 버튼을 누르면 그 기능을 쓸 수 있다. 당연히 주머니는 가벼워지겠지만.
셋업은 스피커나 타 오디오 장치와 결합해 무선 스테레오 기능을 쓰기 위함이다. 업데이트/WPS는 스피커 업데이트와 무선 보안 기능을 수행한다. 기능 버튼은 유무선 기능을 전환할 때 쓴다. 버튼 한 번씩 누를 때마다 상단의 LED가 변경된다.
재미 있는 점은 스피커 전면 그릴을 떼어낼 수 있다는 것. 스피커 바닥에 스위치가 하나 있는데, 이를 밀어내면 그릴이 분리된다. 자석
방식이기 때문에 그릴을 장착하려면 그냥 올려두면 된다. 스피커 유닛을 바라보며 음악을 듣고 싶다면 한 번 해보는 것도 좋겠다. 다만 잘못하면
유닛 파손의 우려가 있으니 그릴은 가급적 안전한 곳에서 분리하기를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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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 잡힌 소리, 필요하면 저음도 빵빵
이제 히어 고 SRS-HG1의 음질을 경험해 볼 차례다. 블루투스 연결은 기자가 보유하고 있는 갤럭시 S7 엣지로, 제품 USB 연결 기능으로 동영상이나 음악 재생도 진행했다. 플레이어는 온쿄 HF 플레이어로 MP3와 고해상음원(FLAC)을 번갈아 재생했다. 이 제품의 가격과 성격을 고려해, 앞서 사용해 본 보스 사운드 링크 미니2도 한 번 들어봤다.
먼저 엑스트라 베이스를 비활성화된 상태에서 음원을 들어보니, 소니 특유의 소리가 들린다. 저음은 과하게 표현하지 않으면서 중고음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보스 사운드 링크 미니 2가 빵빵한 저음을 앞세운 느낌이라면, 히어 고는 균형을 중시한 성향이다. 해상력에 초점을 둔 듯 하다.
하지만 엑스트라 베이스(EXTRA BASS) 버튼을 누르면 성격이 돌변한다. 저음이 강화되면서, 마치 보스 스피커와 비슷한 소리를 들려준다. 이 부분은 분명한 장점으로 와 닿는다. 음악 성향이 달라도 스피커 하나로 모두 해결 가능하다는 의미일 테니 말이다. 특정 성향을 고집하기 보다는 겨냥하는 소비자층을 넓히기 위한 전략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유닛 구성은 충실하다. 2개의 35mm 풀 레인지 유닛은 전 영역대 표현에 충실하고, 저음을 내는 패시브 라디에이터는 앞뒤로 한 개씩 배치해 단단한 저음을 뿜어낸다. 크기는 작지만 각 유닛에 격벽을 설치하고 방 구조를 채택해 각 영역의 소리가 자연스럽게 표현하게끔 설계했다. 출력은 채널당 12W(12 + 12)다.
소니의 소리 관련 기술도 대거 탑재되어 있다. 압축 음원의 주파수와 대역폭을 업스케일링하는 DSEE HX가 적용되어 있으며, 최적의 음질 구현을 위한 클리어 오디오(ClearAutio)+ 기술도 적용됐다. 이 외에 디지털 앰프인 에스-마스터(S-Master) HX를 통해 잡음이 억제된 깔끔한 소리를 들려준다. 이들 기술을 통해 고해상오디오(HRA) 기준인 24비트/192kHz를 만족할 수 있었다.
하지만 블루투스 기술의 한계인 전송속도 때문에 이들 기술을 제대로 즐기기엔 한계가 있다. 소니는 자체 개발한 엘댁(LDAC)으로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다. 일반적으로 무선 블루투스 스피커는 AptX나 SBC 코덱을 기본으로 사용한다. AptX가 CD 음질, SBC가 일반 MP3 음원 전송에 맞춰져 있다. 소니 히어 고는 AptX에는 대응하지 않고 SBC와 AAC, LDAC을 지원한다.
반면, 24비트/192kHz 고해상 음원은 용량이 수백 메가바이트(MB) 가량으로 크기 때문에 현재 무선 전송 기술로는 자칫 손실이 발생해 제대로 된 음질 체감이 어렵다. LDAC은 전송 대역폭을 높여 고해상 음원의 전송 대역에 대응, 100%에 가까운 음질을 구현하게 된다.
LDAC은 한계를 극복하려는 지극히 소니스러운 발상이다. 다만 아직 소니 기기에만 대응한다는 점이 못내 아쉽다. 소니가 적극적으로 이 기술을 활성화하고 싶다면, 타 제조사들에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보스 사운드 링크 미니 2와 비교한다면, 소리에서는 분명 취향이 작용하기 때문에 무엇이 좋다 이야기하긴 어렵다. 대신 더 많은 소비자 취향에 부합한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한다. 보스 사운드 링크 미니 2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저음이 다소 부각되어 있지만, 소니 히어 고는 선택 사양이기 때문이다.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소니 히어 고가 조금 앞서는 모습이다.
균형 잡힌 디자인과 소리에 만족감 높아
요즘 같이 치열한 경쟁 체제 속에서는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을 무언가를 품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해당 제품 본연의 기능이나 목적에는 충실해야 한다. 스피커라면 당연히 소리가 중요하다. 소니 히어 고 SRS-HG1은 그 점에서 실망시키지 않는다. 기본 음질도 뛰어나지만 엑스트라 베이스를 활성화했을 때의 소리도 특별함을 더한다.
무선 블루투스 스피커라는 관점에서 29만 9,000원의 가격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스피커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가 다를 수 있다. 단순 무선 스피커가 아니라 USB 단자를 이용해 PC와 연결하면 PC 스피커로 활용 가능하다. 실내외 모두 아우르는 고음질 스피커라 하겠다.
과한 면도 없지 않다. 차라리 와이파이나 스테레오 페어 같은 기능을 제외하고 가격을 조금 낮췄으면 접근성이 더 좋았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소니는 히어 라인업이 아니더라도 비슷한 제품으로 SRS-XB 시리즈가 있으니 이쪽을 고려해 보는 방법도 있다. 그 전에 자신 취향에 맞는지 청음해 보는 것을 권장한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