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초등학생이 프로젝터를 써?' 캐논 초소형 프로젝터 '레이요 i5'
[IT동아 이문규 기자] 당연히 둘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프로젝터라면 회사에서 회의할 때 사용하는 전형적인 업무용 기기가 아닌가. 그런 전문 영상기기를 초등학생이 사용한다니...?
이건 어떤가? 지금 대부분의 초등학생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어찌 보면 프로젝터보다 더 고급적, 전문적 모바일 기기다. 그런 기기를 우리 아이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능수능란하게 사용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스마트폰은커녕 휴대폰조차 초등학생과는 거리가 멀다고 여겼다.
성인 손바닥만한 크기의 초소형 프로젝터인 '레이요(Rayo)'는 프린터의 명가 캐논(캐논비즈니스솔루션)이 개발, 생산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이러한 미니 프로젝터 제품이 인기를 얻으면서, 업무용 프로젝터와는 다른 제품 영역을 만들었다. 제조사는 대개 이런 제품을 '여행용/캠핑용 프로젝터'로 소개하는데, 작고 가벼운 만큼 어디든 가지고 다니며 사용하기 좋기 때문이다.
본 리뷰어가 레이요를 보고 떠올린 건, 요즘 유튜브 동영상 시청에 푹 빠진 초등학교 5학년 딸아이다. 최근 들어 '만들기' 취미를 가져 프라모델이든 레고든 미니어쳐든 피규어든 자신이 직접 만들어 보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TV 예능 프로그램보다 관련 유튜브 동영상을 훨씬 더 좋아한다. 유튜브 동영상은 PC로도 볼 수 있지만, 아이는 스마트폰을 고집한다. 집 어디서든 편안한 자세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제법 잘 다루는 아이에게, 스마트폰과 유선이나 무선으로 연결할 수 있는 레이요는 좋은 시청각 놀잇감이다. 작은 스마트폰 화면보다는 거실/방 벽면이나 천장 등에 뿌려지는 TV만한 크기의 화면이 훨씬 낫다. 기본 조작법은 설명서를 훑어 보고 아이에게 가르쳐 주니 금세 따라한다.
<아이폰6 플러스와 크기 비교>
캐논 레이요 i5는 성인 남자의 손바닥보다 조금 큰 크기이며 무게는 약 230g이다. 과연 이 작은 기기에서 화면이 제대로 출력되긴 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다. 구성품도 간단하다. 전원 케이블 하나, 영상 출력 HDMI 케이블 하나, 소형 삼각대 하나 뿐이다.
레이요 i5 본체는 일반 프로젝터를 축소한 형태로, 크기는 작지만 프로젝터로서 갖춰야 할 것은 모두 갖췄다. 전면에 화면 출력 렌즈, 윗면에는 포커스 다이얼, 측면에는 전원 버튼, 볼륨 버튼, 별자리 출력 버튼 등이 있다. 후면에는 전원 단자, 마이크로USB 단자, HDMI 단자, 이어폰 단자, 모드 변경 스위치(DLNA-미러링) 등이 각각 달려 있다. 휴대용 프로젝터로서 전원 케이블 없이 영화 한 편(약 2시간) 출력할 수 있을 내장 배터리(1,700mAh)도 들어 있다.
참고로, 레이용 삼각대는 일반 디지털카메라에도 적용할 수 있는 범용 제품이다. 디지털카메라용 삼각대에 레이요를 부착할 수도 있다.
레이요에는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을 유선 혹은 무선으로 연결할 수 있는데, '모바일 프로젝터'의 특성 상 스마트폰과 유무선으로 연결하는 사례가 가장 이상적이라 하겠다. 물론 유선 연결도 간단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무선 연결이 이래저래 유용하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라면 '미라캐스트' 등을 통해 연결하면 편하다(기기에 따라 연결 모드가 다르다. 여기서는 '무선 디스플레이'로 돼 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설정에서 '무선 디스플레이' 항목을 통해 레이요와 무선 연결>
미라캐스트 연결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와이파이 인터넷 연결하듯, 연결 메뉴(무선 디스플레이)에서 'Rayo' 기기 이름을 터치하면 잠시 후에 스마트폰 화면이 그대로 레이요를 통해 화면에 뿌려진다(위 사진).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한 초등 5학년 아이도 무난하게 설정한다. 자기 스마트폰 화면이 극장처럼 큰 화면으로 그대로 출력되는 게 마냥 신기한 모양인지 감탄사를 연발한다.
<방바닥에 세우고 렌즈 방향을 천장으로 향하게 했다>
레이요의 해상도는 854 x 480 수준이라, 요즘 대세인 1,920 x 1,080 정도의 풀HD 화질에는 비교할 바 못되지만, 실제로 보는 화질은 그리 나쁘지 않는 듯하다. 특히 출력 (유튜브) 영상이 720p 이상의 풀HD급 화질이라면 사실상 영상 관람에 큰 불편함 없다. 당연히 이런 초소형 프로젝터를 '화질' 때문에 구입할 사람은 없을 테지만, 화질로 인한 불편함도 크지 않을 듯하다.
<아이가 침대에 누워, 방 천장에 영상을 띄워 놓고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다>
화면 크기는 최소 10인치 정도부터 최대 약 100인치까지 확대할 수 있다. 사양표에 따르면 9.3인치 ~ 158인치까지 출력 가능하다. 다만 화면 크기는 기기에서 조정할 순 없고 출력 거리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 아이의 방 바닥에 레이요를 세워 놓고 방 천장에 뿌리면(방바닥- 천장 거리: 약 220센티), 약 66인치(170센티) 크기의 화면이 출력된다.
<침대에 편안히 누워 천장에 뿌려지는 66인치 크기의 영상을 즐길 수 있다>
딸아이는 한 10여 분 조작해 보더니 이내 금방 익숙해져, 자신의 침대 위치에 따라 레이요를 배치하고 각도 조정하고 포커스를 맞춰 나름 대로 활용한다. 유튜브 영상 외에도 카카오톡을 이용할 때도, 포털사이트 검색할 때도 천장의 큰 화면을 보며 즐거워 한다.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을 뚫어지게 보느니 차라리 이게 훨씬 낫지 싶다(부모 입장에서).
본체 옆에 있는 별자리 출력 버튼을 누르면, 스마트폰 등을 연결하지 않아도 레이요 자체가 간단한 별자리 영상을 출력한다. 어린 아이들을 위한 일종의 자장영상 같은 건데, 기본 작동 소음 때문에 아이들을 재우는데 활용하긴 쉽지 않을 듯하다(원래 프로젝터는 발열이 심해 냉각팬 작동 소음이 제법 크다. 크기가 작기도 하고...).
<레이요 자체에 별자리 영상을 출력하는 기능이 있다>
레이요에는 내장 스피커도 있어 스마트폰보다는 나은 음량의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 후면에는 이어폰을 꽂을 수 있는 단자가 있으니 야간에는 조용히 사용할 수도 있다(특히 엄마 잘 때).
레이요 i5는 휴대용 프로젝터인 만큼 기본 사양은 (당연히) 그리 높지 않다. 프로젝터 선택 기준 중 하나인 '안시(안시루멘, 밝기)'은 100 정도다. 사무실 등에서 회의 때 사용하는 일반 프로젝터가 대개 2,000~3,000 안시임을 감안하면 비교하기가 무색할 정도이긴 하다. 레이요와 같은 초소형 프로젝터는 작은 크기에 따라 안시값도 작을 수 밖에 없다. 안시값이 높으면 밝은 환경에서도 또렷한 화면을 볼 수 있지만, 그만큼 제품 크기도 커지고 가격도 비싸다.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실은, 프로젝터는 어두운 환경에서 사용하는 영상 기기라는 것이다.)
100 안시의 레이요 i5는 그래서, 주변이 어두운 환경이라야 제대로 잘 보인다. 밤이 가장 좋지만, 낮이라도 어두운 실내라면 큰 불편 없이 사용할 만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레이요는 고화질/고성능의 화상 출력을 위한 프로젝터가 아니다.
본 리뷰어는 애당초 화질과 영상 수준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막상 사용해 보니 이 정도면 휴대용 프로젝터로서 그리 부족하지 않음을 확인했다.
레이요같은 초소형 프로젝터의 의미는 무엇보다, 프로젝터에 관한 그간의 고정관념(사용 대상, 사용 범위, 사용 환경 등)을 깨는 데 있다. '누구라도 언제 어디서든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프로젝터'다. 배기량이나 주행 옵션 등은 낮지만, 누구나 부담 없이 운전할 수 있도록 한 경승용차와 다름 아니다. 이를 두고 배기량이니 마력이니 토크니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여담으로, 전원 어댑터 없이 2시간 정도 사용할 수 있으니, 제조사 제안처럼 여름철 여행지나 캠핑지에서 가볍게 활용할 법도 하다. 한 밤의 여행지에서 텐트 벽면을 스크린 삼아 풀벌레 소리와 함께 영화 한 편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혹은 그동안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연인이나 가족, 친구와 함께 보는 것도 좋겠고.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