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혁에서 '베가' 지운 팬택, "과거는 잊어주세요"
[IT동아 김영우 기자] 팬택이 1년 7개월만에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과거 2000년대 초반 피처폰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스카이(SKY)' 브랜드를 부활시켰다. 오는 30일 SK텔레콤과 KT로 출시될 '스카이 아임백(IM-100)'은 돌아온 스카이의 첫번째 타자다.
대신 지난 수년간 자사의 스마트폰 대표 브랜드로 쓰던 '베가(VEGA)'는 쓰지 않게 되었다. 브랜드 폐지 정도가 아니라 거의 '기록말살형' 수준이다. 2016년 6월 현재, 팬텍 웹사이트의 제품 소개 페이지에서 '베가'라는 단어가 일괄적으로 사라진 것으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테면 '베가 아이언2'나 '베가 X' 같은 제품명은 '아이언2', 'X' 등으로 바뀌었다.
베가라는 단어는 오직 2010년 8월에 출시된 이 시리즈의 첫 번째 제품인 '베가(IM-A650S)'의 소개 페이지에만 남아있으며, 심지어 회사의 역사를 소개하는 연혁 페이지에도 베가라는 단어가 깔끔하게 사라졌다. 그 외에 과거 수년 분량의 보도자료 목록에서도 제목에서 베가라는 단어가 대부분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외에 웹 사이트 여기저기를 봐도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에 그려진 글자까지 꼼꼼하게 제거한 것으로 보아 팬택 내부에서는 베가라는 단어자체를 이른바 '흑역사(잊고 싶은 과거의 역사를 뜻하는 은어)'로 치부하는 것 같다.
다만, 이렇게 철저하게 기록을 삭제한다 하더라도 이미 베가 시리즈 스마트폰을 산 수백만명의 소비자들의 기억속에서 이를 지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팬택은 어째서 이렇게 무리수까지 둬가며 베가라는 이름을 지우려고 하는 것일까?
지난 22일, 스카이 아임백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팬택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 스카이 브랜드를 폐지했던 이유는 피처폰 전용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했기 때문" 이라며, "하지만 큰 위기를 겪은 지금의 팬택 입장에선, 굴곡이 있었던 베가 브랜드 보다는 한때 잘 나가던 시절에 쓰던 스카이 브랜드가 훨씬 매력적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의 말 대로 베가는 팬택에게 있어 애증의 이름이다. 특히 2011년 6월에 출시된 '베가 레이서'의 경우, 출시 후 불과 수개월 만에 100만대 이상이 팔렸을 정도로 큰 인기를 얻어 한때 팬택이 LG전자를 누르고 국내 스마트폰 시장 2위를 차지하게 하는데 원동력이 되었다. 다만, 일부 제품의 품질 문제가 있었고, 뒤이어 나온 제품인 '베가 LTE'도 평이 좋지 않았다. 이후 등장한 '베가 R3', '베가 아이언2' 등은 악평이 그다지 없었지만 이미 한 번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기란 쉽지 않았다.
새출발을 하는 회사에게 있어 과거와 결별은 필연일지도 모른다. 다만, 그 방법이 너무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러워서야 소비자들을 설득하기 힘들다. 물론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긴 하다. 다행히도 오는 30일에 출시될 신생 팬택의 첫 제품인 스카이 아임백에 대한 소비자들의 시선은 호의적인 편이다. 대기업 대비 사후 지원 환경의 불리함을 의식한 듯, 팬택에서는 전국 65개 A/S 센터로 시작해 이를 더욱 확대하고, 모바일과 택배를 이용한 복합 서비스도 제공할 것이라고 지난 22일 신제품 발표회에서 밝히기도 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