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롬, 전기 좀 그만 먹어
[IT동아 강일용 기자] 구글 크롬이 IE, 엣지, 파이어폭스, 사파리 등 다른 웹 브라우저보다 램(메모리)을 많이 점유한다는 사실은 이제 삼척동자도 안다. 그런데 오늘 크롬의 굴욕이라고 부를만한 조사결과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바로 크롬이 다른 웹 브라우저보다 전력을 훨씬 많이 소모한다는 사실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일(현지시각) 윈도우10 공식 블로그에 엣지, 크롬, 파이어폭스, 오페라의 전력 소모량을 비교한 결과물을 게시했다. 테스트 환경은 다음과 같다. 기기: 서피스북(배터리 충전량 100%), 운영체제: 윈도우10, 사용 작업: 웹 서핑(페이스북, 구글, 유튜브, 아마존, 위키피디아 등).
그 결과 크롬은 4시간 19분 50초, 파이어폭스는 5시간 9분 30초, 오페라는 6시간 18분 33초, 엣지는 7시간 22분 7초 동안 웹 서핑을 이용할 수 있었다.
가장 사용시간이 긴 엣지와 가장 사용시간이 적은 크롬 사이에는 3시간 2분 17초의 간격이 있었다. 엣지를 이용하면 크롬을 이용할 때보다 배터리 사용시간을 1.7배 더 연장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곳도 아닌 MS에서 직접 공개한 결과인 만큼 이를 윈도우10 웹 브라우저 배터리 사용량의 레퍼런스로 받아들여도 무리는 없을 듯하다.
MS는 전 세계 수백 만개의 윈도우10 기기에서 집계된 결과도 함게 공개했다. 엣지, 크롬, 파이어폭스가 윈도우10 상에서 초당 전력을 얼마나 소모하는지 집계해 평균을 내본 결과 엣지는 465.24mW(밀리와트), 크롬은 719.72mW, 파이어폭스는 493.5mW를 소모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 역시 크롬의 전력 소모량이 엣지에 비해 약 1.5배 더 많았다.
윈도우10에서만 크롬의 전력 소모량이 많은 것은 아니다. 맥OS에서도 크롬은 전력 소모가 심하다. 애플이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자. 코어 i5를 탑재한 2015년 버전 맥북프로 레티나 13인치와 맥OS 엘 캐피탄에서 사파리 9.0과 크롬 44 버전으로 웹 서핑을 해봤다. 그 결과 사파리의 배터리 사용시간이 크롬보다 2시간 더 길었다. 넷플릭스 동영상을 시청하면 이 결과는 더 벌어진다. 사파리의 배터리 사용시간이 크롬보다 4시간 더 긴 것으로 조사되었다.
IT동아의 자체 조사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기자가 2015년 맥북으로 웹 브라우저에 따른 배터리 사용시간을 테스트해본 결과 크롬을 이용할 때에는 4시간 30분, 사파리를 이용할 때에는 5시간 45분으로 측정되었다(화면 밝기 50%, 접속 홈페이지: IT동아, 동아일보, 네이버, 다음 등).
그렇다면 크롬은 왜 이렇게 전력 소모량이 많은 걸까.
일단 GPU 사용 비중이 높다. 웹 페이지를 빠르게 렌더링하기 위해 크롬은 다른 웹 브라우저보다 GPU의 성능을 많이 이용한다. 알다시피 GPU는 PC의 다른 부품에 비해 전기를 많이 요구한다. 그만큼 전력 소모량이 늘어난다.
기능이 많이 붙어있는 것도 문제다. 크롬, 파이어폭스는 엣지, 사파리와 달리 확장 프로그램을 추가해서 기능을 확장할 수 있다. 기능을 늘리는 만큼 CPU, GPU, 메모리의 사용량이 늘어나고, 그만큼 전력 소모량도 늘어난다.
운영체제에 대한 이해가 떨어져 최적화가 완료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알다시피 MS와 애플은 윈도우와 맥OS를 개발한 당사자고, 그만큼 운영체제와 개발에 대한 이해가 높다. 웹 브라우저 역시 각각의 운영체제에 맞춰 최적화를 진행할 수 있다. 최적화가 진행된 만큼 전력 소모량도 함께 줄어든 것이다. 실제로 구글이 직접 개발한 크롬북과 크롬OS는 크롬 브라우저만 이용할 수 있음에도 배터리 사용시간이 매우 긴 것이 이 가설을 뒷받침한다.
이 조사결과가 무엇을 시사하는 걸까. 노트북이나 태블릿PC의 배터리 사용시간을 늘리고 싶다면 크롬 대신 엣지와 사파리를 이용하라는 것이다. 짧은 배터리 사용시간 때문에 고민하던 사용자라면 웹 브라우저를 바꿔보는 것도 배터리 사용시간을 늘릴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구글도 하루빨리 크롬의 전력 소모량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