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유니언 스퀘어 매장'을 가다...스토어라기 보단 커뮤니티 공간

김태우 tk@gamedonga.co.kr

[샌프란시스코=IT동아 김태우 기자] 애플 스토어는 애플이 직접 운영하는 소매점입니다. 정식 명칭은 '애플 리테일 스토어(retail store)'로 애플이 직접 인력을 관리하며, 제품 판매뿐만 아니라 사후 지원, 사용법 교육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입니다.

처음 문을 연 2001년 당시 IT 기업이 직접 소매점을 운영하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 만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았는데요. 하지만 지금은 가장 성공한 소매점 중의 하나입니다. 지난 5월 19일(현지시각) 애플은 보도자료를 하나 배포합니다. 샌프란시스코 유니언 스퀘어에 새로운 애플 스토어를 21일 오픈한다는 내용입니다. 5월 19일은 2001년 애플 스토어 개장일 이기도 합니다.

WWDC 2016 키노트를 참관하러 샌프란시스코에 온 이상 가보지 않을 수는 없는 일. 직접 방문해 이곳저곳 살펴봤습니다.

유니언 스퀘어
유니언 스퀘어

샌프란시스코 애플 스토어는 2004년에 만들어졌습니다. 2000만 명 이상의 사람이 방문했던 이곳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대신 자리를 옮겨 유니언 스퀘어 북쪽 건너편 블록의 동쪽 코너에 새롭게 자리 잡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가본 애플 스토어 중 가장 규모가 가장 컸던 곳은 홍콩 침사추이 지점입니다. 아시아에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데요. 유니언 스퀘어에 자리잡은 애플 스토어 또한 그에 못지 않은 크기입니다. 단지 크기만 큰 게 아닙니다. 디자인도 독특합니다. 곁으로 보기엔 사각형의 박스처럼 보이지만, 이색적인 구조와 친환경 요소가 가득합니다.

유니언 스퀘어
유니언 스퀘어

먼저 정면과 후면에는 좌우로 밀어서 열고닫을 수 있는 미닫이 형태의 유리문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건물은 2층 구조인데, 유리문은 1, 2층 정면 벽 전체가 하나로 열고닫는 형태입니다. 높이는 42피트(12.8m)이며, 무게는 약 20톤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유리문입니다.

유리문에 있어 또 하나 놀라운 부분은 문 하나가 하나의 유리로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문뿐만 아니라 정면과 후면 모두 대형 유리로 벽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큰 유리를 사용하면 하중 때문에라도 깨어질 듯한데 아주 멀쩡합니다. 알고 봤더니 정면은 4겹, 후면은 3겹의 접합 유리를 사용했습니다.

보고 싶었던 장면이 문이 열리고 닫히는 모습이었는데, 직접 보지 못했습니다. 날씨나 온도에 따라 문을 열 거나, 닫아 놓는데 요즘 샌프란시스코 날씨가 화창한 편이라 제가 갔을 땐 열려있었습니다.

유니언 스퀘어
유니언 스퀘어

1층은 여느 애플 스토어와 비슷한 공간인 애플 제품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곳으로 꾸며졌습니다. 방문한 날에도 많은 이가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프로 등을 이용해 보고 있었습니다.

2층은 애플 제품과, 액세서리 등을 뒤편에 진열해 놓곤 했지만, 그보다는 커뮤니티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됩니다. 이를 위해 애플은 '투데이 앳 애플(Today at Apple)'을 마련해 어린이와 교사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자들을 위한 세션을 제공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크리에이티브 아트 부문의 지역 전문가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크리에이티브 세션 진행하며, 앱스토어 에디터와 함께 하는 다양한 행사도 마련할 계획입니다. 해당 프로그램은 2층 벽면에 마련된 6K 화질의 35피트(약 10m) 높이 디스플레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니언 스퀘어
유니언 스퀘어

그리고 후문으로 연결된 외부 '플라자'는 24시간 오픈되는 공간으로 와이파이와 좌석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누구나 와서 모임을 할 수 있으며, 주말에는 정기적으로 아티스트의 공연을 선보입니다. 이 또한 투데이 앳 애플의 일환입니다.

유니언 스퀘어
유니언 스퀘어

2층에서는 유니언 스퀘어를 바라볼 수 있는데, 제법 멋진 광경을 만들어 줍니다. 내부에는 어떠한 기둥도 없습니다. 건물을 지지하는 기둥 없이 건물을 만들었다는 점은 꽤 흥미로운 부분인데요. 특히 2층이라고 부르는 공간은 뒤쪽 벽면에 매달려 공중에 떠 있는 형태입니다. 옆에서 보면 이런 '⊢' 모습이 되는데요. 하중을 어떻게 버티는지 궁금했습니다. 이런 구조 덕에 내부는 시야를 방해하는 요소 없이 탁 트여있습니다.

유니언 스퀘어
유니언 스퀘어

계단도 유리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매일 수백명의 사림이 밟고 다니다 보니 5겹 유리로 만들어 내구성을 끌어 올렸습니다.

이 건물의 소비전력은 100% 모두 재생가능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지붕에는 50k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600m² 넓이의 태양관 발전 패널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조명은 전력 효율이 높은 수십만 개의 LED가 쓰입니다. 조명 자체가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지 않습니다.

밤에 살짝 들려보니 조명 자체가 엄청 밝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지만 내부는 정말 환했습니다. 이는 바닥이 빛을 반사해 확산되도록 해주기 때문입니다. 바닥을 보니 흰색에 가까운 재질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그만큼 적은 전력으로도 내부를 충분히 환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온도 조절은 정면과 후면의 유리문을 통해 조절하며, 1층 바닥은 온돌 형태입니다. 데운 물을 활용해 바닥을 따뜻하게 만들어 난방이 필요할 때 실내 온도를 올려 줍니다.

유니언 스퀘어
유니언 스퀘어

샌프란시스코에 올 때마다 애플 스토어는 꼭 들리곤 했습니다. 새롭게 들어선 유니언 스퀘어의 애플 스토어는 기존보다 규모가 비교되지 않을 만큼 커졌지만, 판매하는 제품은 오히려 더 줄어들었습니다. 제품 판매는 이곳에서 그리 중요하지는 않다고 이야기하는 듯했습니다.

친구랑 만날 때 보통 '어디 어디서 만나자'라고 이야기하는 장소가 동네에 하나쯤은 있습니다. 유니언 스퀘어의 애플 스토어를 방문해 보니, 지난 15년 동안 가장 성공한 소매점인 애플 스토어가 단순히 제품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특별한 '장소'가 되기 위해 변화를 꾀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나 와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기고, 만남을 가질 있는 장소. 유니언 스퀘어의 애플 스토어는 샌프란시스코의 그런 장소가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내심 부러웠습니다. 한국도 애플 제품을 쓰는 이들이 많이 늘어난 편인데요. 하루빨리 애플 스토어가 생기길 바랄 뿐입니다.

글 / IT동아 김태우(T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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