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운영체제의 도전

강일용 zero@itdonga.com

[IT동아 강일용 기자] 티맥스소프트(이하 티맥스), 인프라웨어글로벌(이하 인프라웨어) 등 국내 중견 SW(소프트웨어) 기업이 PC용 운영체제를 잇따라 선보였다. 자사의 SW와 운영체제를 결합해 시장 영향력을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 및 교육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두 회사가 선보인 운영체제는 어떤 특징을 갖추고 있을까. 왜 지금 이 시점에 PC용 운영체제를 출시한다는 선택을 한 것일까. PC용 운영체제를 개발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한 번 자세히 알아보자.

티맥스OS와 폴라리스OS

티맥스는 지난 4월 기자 간담회를 개최하고 PC용 운영체제 '티맥스OS(Tmax OS)'를 공개했다. 티맥스OS는 다방면으로 널리 사용되는 프리BSD 운영체제(유닉스와 유사한 오픈소스 OS)에 티맥스가 자체 개발한 사용자환경(UI)을 더해 개발한 운영체제다. 가장 큰 특징은 MS 윈도우용 응용 프로그램(= .exe)을 에뮬레이터의 형태로 실행할 수 있다는 것. 윈도우용으로 개발된 수 많은 응용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해 기업과 사용자들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티맥스OS는 5~6월 내부 직원 및 관계사를 대상으로한 클로즈 베타 테스트, 7~8월 일반 사용자 대상의 오픈 베타 테스트를 거쳐 10월 1일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티맥스OS
티맥스OS

참고기사: 운영체제 독립의 꿈, 티맥스OS - http://it.donga.com/24129/

인프라웨어는 지난 19일 PC용 운영체제 '폴라리스OS(Polaris OS)'의 베타테스트를 시작했다. 폴라리스OS는 모바일 시장에서 널리 사용되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PC용 운영체제다. 사용자환경은 PC에 맞게 뜯어 고쳤지만, 근간은 안드로이드 그대로다. 때문에 (APK 파일만 구하면) 다양한 안드로이드 앱을 설치하고 실행할 수 있다. ARM 기반인 안드로이드를 X86 기반인 PC에서 실행하기 위해 안드로이드-X86 프로젝트의 기술을 일부 차용했다. 폴라리스OS는 현재 베타 버전이며,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성능을 개선할 계획이다.

티맥스OS
티맥스OS

PC에 어울리는 사용자환경

두 운영체제는 사용자환경을 PC에 어울리게 재설계하는 과정을 거쳤다.

티맥스OS의 경우 OS X과 상당히 흡사한 사용자 환경을 제공한다. 운영체제와 실행 중인 응용 프로그램의 상태 및 설정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메뉴가 화면 상단에 고정되어 있고, 화면 하단에는 자주 사용하는 응용 프로그램을 고정해 둘 수 있다. 여러 개의 바탕화면을 만들어 하나의 모니터로 여러 모니터를 사용하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사용자 편의를 위해 자주 사용하는 시작 메뉴를 화면 왼쪽 하단에, 휴지통을 화면 오른쪽 하단에 고정시켰다.

<티맥스OS를 사용하는 모습>

폴라리스OS는 안드로이드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사용자환경을 많이 고쳤다. 얼핏 보면 MS 윈도우7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다. 화면 왼쪽 하단에는 시작 메뉴가 존재하고, 화면 하단에는 현재 실행 중인 앱을 보여주는 작업 표시줄이 존재한다. 화면 오른쪽 하단에는 시간, 와이파이, 음량, 키보드 한/영 전환 등을 파악할 수 있는 단축 메뉴가 있다. 윈도우와 완전히 동일한 사용자환경 배치다. 바탕화면에는 파일 탐색기와 설정(제어판) 앱이 꺼내져 있다.

<폴라리스OS를 사용하는 모습>

무엇을 할 수 있나?

두 운영체제 모두 인터넷, 문서작성, 앱 실행 등 우리가 PC로 하는 작업 대부분을 할 수 있다.

티맥스OS에는 크로미움(크롬 웹 브라우저 기반의 오픈소스 프로젝트) 기반의 웹 브라우저 '투게이트'가 포함되어 있다. 웹 표준을 준수하는 만큼 거의 대부분의 웹 페이지와 웹 앱을 실행할 수 있다. 또한 국내 웹 환경을 감안해 투게이트의 정식판에는 MS 액티브X를 설치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될 예정이다. 또한 티맥스OS는 윈도우 에뮬레이트 프로젝트 '와인'의 기술을 차용해 윈도우용 응용 프로그램 가운데 상당수를 설치, 실행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실제로 티맥스는 티맥스OS로 MS 오피스2007을 실행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윈도우용 응용 프로그램은 W드라이브에 윈도우 앱 실행관련 바이너리와 함께 보관된다. 다만 모든 윈도우용 응용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다이렉트X를 활용하는 게임은 제대로된 실행이 불가능하다.

티맥스가 자체 개발한 오피스 프로그램 '티맥스 오피스'도 티맥스OS와 함께 출시된다(별매). 티맥스 오피스는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파일뿐만 아니라 한글 파일도 실행하고 편집할 수 있다.

폴라리스OS는 안드로이드 기본 인터넷 앱을 함께 제공한다. 사용자환경은 PC의 대화면에 맞게 변경되어 있다. 폴라리스OS의 가장 큰 강점은 안드로이드 기반인 만큼 100만 개가 넘어가는 안드로이드 앱 대부분을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메일,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라인 등 다양한 앱을 설치하고 이용할 수 있다. 다만 구글 플레이 스토어나 원스토어가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앱 설치 파일(.apk)은 사용자가 직접 구해야 한다. 인프라웨어는 베타테스트가 마무리되고 폴라리스OS가 충분히 확산되면 자체 앱 장터 기능을 내장해 PC 사용자 환경에 맞는 전용 안드로이드 앱을 공급할 예정이다.

폴라리스OS에 인프라웨어가 개발한 오피스 앱 '폴라리스 오피스'를 설치할 수도 있다. 다만 기존 폴라리스 오피스 앱은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사용자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사용에 불편함이 있을 수도 있다. 인프라웨어 관계자는 "폴라리스OS의 시장 반응이 좋으면 이에 최적화된 폴라리스 오피스를 개발할 수도 있다. 다만 아직은 윈도우 PC 및 스마트폰용 폴라리스 오피스보다 개발 우선순위가 낮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업과 교육 시장이 목표

두 운영체제가 MS 윈도우나 구글 안드로이드처럼 일반 사용자(컨슈머)와 기업 및 교육(커머셜) 시장 모두를 공략할 수는 없다. 막강한 자금력과 개발 능력을 갖춘 MS, 구글과 국내의 중견 SW 기업이 정면으로 승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때문에 두 운영체제는 구글 크롬OS처럼 기업 및 교육 시장을 집중적으로 노릴 것으로 보인다. 크롬OS를 탑재한 크롬북은 웹 브라우저만 실행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과 구글의 각종 웹 서비스 및 웹 앱을 저렴하게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을 바탕으로 미국 교육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티맥스OS는 기업 및 관공서의 망분리 시스템 같은 특수한 환경이 목표다. 티맥스의 주력 사업은 DBMS(데이터베이스관계소프트웨어), WAS(웹 애플리케이션 서버)다. 여기에 운영체제라는 삼각편대가 완성되면, 티맥스는 망분리 시스템 시장이 요구하는 모든 수요를 한 번에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망분리 시스템 구축자 입장에서도 DBMS, WAS, 운영체제 등 SI 패키지를 한꺼번에 제공받을 수 있는데다가, 라이선스 비용과 유지/보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사후관리도 한층 편해진다.

폴라리스OS는 인터넷이나 문서작성 등 사무와 교육을 위한 최소한의 기능만 요구하는 B2B 디바이스가 목표다. 폴라리스OS와 폴리리스 오피스를 함께 제공해 기업과 교육 시장의 수요를 충당할 계획. 윈도우와 MS 오피스가 탑재된 기기보다 구매 및 라이선스 비용이 훨씬 저렴하다는 장점을 내세워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풀이된다. 크롬OS와 유사한 전략이다.

실제로 두 운영체제 모두 일반 사용자에게는 무료로 제공되지만, 기업 및 교육 시장에서는 라이선스 비용 또는 기술 지원 비용을 내야 이용할 수 있다. 기업 및 교육 시장을 목표로 한다는 명백한 증거다.

완성도 높은 운영체제, 오픈소스의 힘

두 운영체제는 운영체제를 개발해본 경험이 적은 회사에서 만들었다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완성도가 높다. 티맥스OS의 경우 일반 참가자 대상 시연회에서 커널 패닉이 일어났지만, 기자 대상 시연회에서는 정상적으로 실행됐다. 일반 사용자가 사용할 수 있게 시연해둔 곳에서도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새 운영체제를 발표할 때 으레 일어나는 해프닝 정도로 넘어가면 될 듯하다. 폴라리스OS의 경우 일반 사용자도 지금 당장 PC에 내려받아 설치,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이렇게 완성도 높은 운영체제가 단기간에 등장할 수 있었던 기술적 배경은 무엇일까. 답은 '오픈소스'다. 오픈소스란 프로그램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소스코드를 인터넷(보통 깃허브나 관련 프로젝트 웹 페이지) 등에 공개한 프로젝트를 말한다. 관련 라이선스만 준수하면 누구나 소스코드를 이용해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자신이 개발한 소스코드를 공개해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높일 수도 있다.

티맥스OS의 경우 프리BSD 가운데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프리BSD 10.1과 MS 윈도우용 앱을 유닉스에서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 '와인(Wine)'의 기술이 운영체제 개발에 활용되었다. 투게이트에도 크로미움 43 버전이 적용되어 있다. 폴라리스OS는 안드로이드 오픈소스와 안드로이드-X86 오픈소스를 활용해 개발되었다. MS, 구글, 애플 등 글로벌 IT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의 중견 SW 기업도 오픈소스를 활용해 성과를 내고 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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