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전쟁의 최전선, 대한민국

강일용 zero@itdonga.com

[IT동아 강일용 기자] 지난 1월 아마존이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한데 이어 마이크로소프트(MS), IBM도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세운다. 구글 역시 공격적으로 데이터센터를 확충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세울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클라우드) '빅4'가 대한민국이라는 시장을 놓고 혈전을 벌일 기세다.

클라우드
클라우드

참고 기사: 클라우드란? (http://it.donga.com/23970/)

시작은 클라우드 업계 1위인 아마존 'AWS'다. 지난 1월 AWS 서밋 행사를 개최하고 이 자리에서 서울 리전을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리전이란 클라우드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설치하는 여러(보통 2~3개) 데이터센터의 묶음이다. 특정 리전을 선택하고 사용자와 기업이 서비스와 데이터를 업로드하면 해당 리전에 속해있는 데이터센터에 데이터가 동시에 올라간다. 한 데이터센터는 서비스 제공용이고, 다른 하나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백업용이다. 각각의 데이터센터는 서로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한 데이터센터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다른 데이터센터는 정상 가동된다. 때문에 클라우드에 올린 데이터가 유실될 우려가 없고, 각종 인터넷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거나 제공받을 수 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리전은 클라우드 서비스의 필수 요소로 평가받고 있다.

AWS 서울 리전
AWS 서울 리전

AWS에 이어 클라우드 업계 2위인 MS '애저'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노릇. MS는 11일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서울 리전과 부산 리전을 구축하고 2017년 1분기부터 서비스를 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리전은 애저 뿐만 아니라 '오피스365(아웃룩, 원드라이브 포함)'용으로도 활용된다. 서울과 부산 리전은 상호보완관계로, 만에 하나 서울 리전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부산 리전에서 정상적으로 국내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서울, 부산 리전에 대해 설명 중인 한국MS 고순동
대표
서울, 부산 리전에 대해 설명 중인 한국MS 고순동 대표
<애저의 전 세계 리전과 서울 리전, 부산 리전 계획도>

클라우드 업계 3위인 IBM 역시 자사의 클라우드 서비스 '소프트레이어'를 국내에 안정적으로 서비스하기 위해 국내 IT 산업의 중심인 판교에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리전)를 구축할 것이라고 12일 밝혔다.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IaaS인 소프트레이어 뿐만 아니라 PaaS인 '블루믹스'까지 제공할 것인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세 업체 모두 임대 형식으로 서비스를 개시한다. LG유플러스, LG CNS, SK C&C 등 국내 IT 인프라 업체와 손잡고 국내 업체가 이미 구축해놓은 데이터센터에 입주하는 형태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만 MS는 추후 부산에 직접 데이터센터를 세울 예정이며, 관련 내용을 부산시와 협의 중이다.

클라우드 업계 1위, 2위, 3위 모두 한국 시장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거나, 구축할 예정이다. 반면 4위인 구글은 자사의 클라우드 서비스 'GCP(구글 클라우드 플랫폼)'를 위한 데이터센터를 한국에 세울지 여부를 두고 고심 중이다. GCP는 현재 4개의 리전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2017년까지 리전의 수를 14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일본, 대만, 싱가포르에 리전을 설치했거나 설치할 예정이고 중국과 관계가 좋지 않아 중국 리전 설치가 어려운만큼, 구글의 아시아 지역 리전 설치 후보는 한국과 호주만 남은 상황. 때문에 신규 리전 설치 장소에 한국이 포함될 확률을 배제할 수 없다.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16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16
<구글의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미래 산업의 중심, 클라우드

클라우드의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이제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인터넷 서비스, 앱, 온라인 게임, ERP/CRM, IoT(사물인터넷), 인공지능, 헬스케어, 자율주행차 등 우리가 이용하고 있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미래 산업에 클라우드가 활용되고 있다. 기업과 스타트업의 모든 활동이 클라우드 없이는 성립할 수 없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것이 아마존, MS, IBM, 구글, 오라클, HP, 델, 알리바바 등 내로라하는 IT 기업이 차세대 먹거리로 클라우드를 지정하고, 클라우드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다. 심지어 글로벌 IT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클라우드에 별 관심을 보내지 않던 애플마저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20년에는 전체 데이터의 45% 이상이 클라우드를 통해 생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클라우드 시장의 규모가 2,400억 달러(약 280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250억 개의 기기가 클라우드를 통해 서로 연결될 것이고, 여기서 50ZB(제타바이트) 규모의 데이터가 만들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클라우드 시장도 이에 맞춰 가파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한국IDC는 작년 국내 클라우드 시장 규모는 2,380억 원이었고, 향후 5년 동안 연평균 16.3%씩 성장해 2020년에는 시장 규모가 5,0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왜 한국인가?

이러한 클라우드 사업의 핵심이 데이터센터다. 그렇다면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들은 왜 하필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세우는 걸까.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시장 공략이다. 게임, IT,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과 스타트업을 유치하기 위해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한 것이다.

이번 데이터센터 설립으로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는 한국 시장 공략의 가장 큰 걸림돌을 제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약점으로 꼽히던 것이 '반응속도'다. 데이터센터가 멀리 해외에 있다보니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보유한 로컬 호스팅 업체와 비교해 서비스의 반응속도가 떨어졌다. 국내 위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라면 빠른 로컬 호스팅 서비스를 두고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이라도, 국내 서비스만큼은 로컬 호스팅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자체 데이터센터를 활용하던 것이 현실이었다.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세움에 따라 이제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도 로컬 호스팅 서비스와 대등한 반응속도를 갖출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이 인프라를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넥슨이다. 넥슨은 AWS 서울 리전이 오픈되자 도쿄 리전에서 서비스되던 모바일 게임 '히트'를 서울 리전으로 이전했고, 이외에도 로컬 호스팅 서비스를 통해 운영한 PC용 온라인 게임도 AWS 서울 리전으로 옮기기 위해 준비 중이다.

설명이 너무 어렵다고 느끼는 사용자를 위해 쉬운 예시를 하나 들겠다. 내년 1분기부터 MS의 오피스365(원드라이브 포함) 서비스가 국내 데이터센터에서 제공된다. 느려터진 원드라이브의 업로드/다운로드 속도가 국내 데이터센터를 통해 제공 중인 네이버 클라우드의 업로드/다운로드 속도와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설 전망이다.

MS 오피스365
MS 오피스365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는 이중, 삼중의 백업 시스템 덕분에 로컬 호스팅 서비스와 데이터센터 자체구축(온프레미스) 대비 미션크리티컬(중단되면 치명적인 손실이 야기되는 비즈니스)에 강하다는 장점을 내세우며 금융 서비스와 기업 ERP/CRM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규제 장벽도 돌파할 수 있게 되었다. 국내법상 반드시 국내 데이터센터에 보관해야 하는 정보가 여럿 있다. 사용자의 금융 정보와 지리 정보 등이 대표적이다. 때문에 관련 사업을 진행하려면 반드시 로컬 호스팅 서비스를 활용하거나, 데이터센터를 자체구축해야만 했다.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가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세움에 따라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규제를 준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일각에선 국내의 산업용 전기세가 저렴하기 때문에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세운 것이란 의견을 내기도한다. 반은 맞다. 국내 산업용 전기세는 미국, 대만, 말레이시아 비슷한 수준으로 저렴하다. 영국이나 일본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데이터센터는 지식서비스산업 전기요금 특례대상에서 제외 대상이라 일반용 고압군 전기세로 요금이 책정된다.

게다가 전기세 때문에 데이터센터를 세운 것이란 의견은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국내보다 일본에 먼저 데이터센터를 구축했다는 점을 설명하지 못한다. 비즈니스의 세계는 냉철하다. 전기세는 분명 데이터센터 유치에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보다 고객들의 수요가 우선이다. 일본의 전기세가 국내보다 2배 이상 비싼데도 불구하고 일본에 먼저 데이터센터가 들어선 것은 그만큼 수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에 데이터센터가 생긴 것은 그만큼 수요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클라우드가 한국에 가져다줄 이점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의 국내 데이터센터 설립은 국내 기업들에게 어떤 이점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와 '신속한 글로벌 서비스 전개'다.

아이디어만으로 시작하는 스타트업에게 가장 큰 고민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인프라에 대한 부담이다. 임대 즉시 사용할 수 있고, 사용한 만큼만 비용을 지불하는 클라우드는 서버, 네트워크 등 인프라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때문에 인터넷 서비스, 앱, 게임 뿐만 아니라 IoT, 인공지능 연구 등 초기 인프라 비용 때문에 국내 스타트업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던 분야의 창업도 활성활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미국, 중국 등에선 클라우드에서 인프라를 빌려 인공지능 연구를 진행하는 스타트업이 늘어나고 있다. 구글이 인수한 알파고의 개발사 '딥마인드'도 초기에는 클라우드에서 인프라를 임대해 인공지능을 연구했고, 구글에 인수된 지금도 구글의 클라우드 서비스 GCP를 활용해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있다.

K스타트업 데모데이
K스타트업 데모데이
<클라우드는 스타트업 창업 열풍의 근간이다. 사진은 본문의 내용과 관계 없습니다>

신속한 글로벌 서비스 전개도 장점이다. 로컬 호스팅 업체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면 국내 서비스는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으나, 해외 서비스 전개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한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하면 국내 서비스와 해외 서비스를 동시에, 안정적으로 전개할 수 있다. 미국 서비스를 원하면 서울 리전에서 미국 리전으로 데이터를 옮기고, 유럽 서비스를 원하면 유럽 리전으로 옮기면 된다.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는 리전간 데이터를 손쉽게 옮길 수 있도록 다양한 마이그레이션 툴을 제공하고 있다.

반면 로컬 호스팅 업체들의 입장에선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의 한국 데이터센터 설립은 청천벽력같은 소리다. 규모의 경제를 확립해 지속적으로 서비스 이용 비용을 낮추고 있는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와 경쟁해 버텨낼 재간이 없다. 그나마 가지고 있던 장점인 안정적인 국내 서비스 제공도 사라질 판국이다.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맞대응이다. 지속적인 인프라 확충, 서비스 추가, 가격 인하, 글로벌 진출 등을 통해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 못지 않은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KT가 이러한 길을 걸으려 하고 있다. 두 번째는 자체 경쟁력 강화다.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가 제공하지 못할 독창적인 서비스를 제공해 국내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다. 가비아, 스마일서브 등이 이 길을 택했다. 세 번째는 협력이다. 국내 시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파트너로서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와 협력하는 것이다.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들은 국내 기업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른다. 때문에 이에 정통한 파트너를 필요로 한다. 호스트웨이 등이 이러한 변신을 하고 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IT동아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Creative commons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의견은 IT동아(게임동아) 페이스북에서 덧글 또는 메신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