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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21세기’는 아직 현재 진행형?

김영우

70, 80년대에 유소년 시기를 보냈던 사람들에게 ‘21세기’라는 단어는 제법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당시 나왔던 각종 SF 만화나 영화 등에서 그려진 21세기는 집안일은 모두 로봇이 척척 해주고 자동차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그야말로 ‘꿈 같은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로 21세기에 들어선 지금, 과연 과거에 그렸던 21세기는 얼마나 실현이 되었을까? 일단 미래의 로봇을 그린 대표적인 만화인 ‘우주소년 아톰(1952년)’을 예로 들어보자. 로봇 ‘아톰’은 극 중 2003년에 제작된 것으로 설정되었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에 아톰처럼 인간의 감정을 가진 로봇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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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인 ‘백투더퓨처(1985년)’에서 묘사한 2015년의 미래는 모든 자동차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2010년이 된 지금, 자동차들은 아직도 땅을 달리고 있을 뿐이며, 5년 후에도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상용화될 것 같지는 않다.

다만, 그렇다고 하여 이러한 과거의 SF 작품들이 ‘거짓말’을 했다고 비판할 수는 없다. 이 작품들이 제작되고 있던 당시에는 기술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고, 구체적인 실현 가능성보다는 즐거운 상상력을 펼치는 데 더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의 작품들에서 소개한 내용만큼 파격적이진 않지만,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기술들이 제법 현실화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휴대전화라던가 디지털카메라, 3D TV, 내비게이션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모두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는데, 디지털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0과 1의 조합’만을 가지고 이러한 다양한 기능들을 구현하기 위해선 수많은 디지털 기반의 소자(칩이나 센서 등)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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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업체가 이러한 디지털 소자들의 성능 향상을 위해 힘쓰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휴대용 기기의 인기로 인해 단순히 소자들의 데이터 처리 능력을 높이는데 그치지 않고, 크기는 좀 더 작게, 그리고 전력 소모는 보다 적게 하는 기술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공통의 지향점 때문인지, 완성된 제품의 종류는 달라도 내부에 들어가는 소자의 종류나 제조사가 같은 경우가 의외로 많다.

이를테면 미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회사 중 한 곳인 ‘프리스케일(FreeScale)’에서는 프로세서 및 네트워킹 칩, 그리고 터치 센서 솔루션 등을 생산한다. 이 회사에서 생산한 디지털 소자들이 활용된 대표적인 제품은 세계 최대의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닷컴(Amazon.com)에서 선보인 e북(전자책) 리더(단말기)인 ‘킨들(Kindle)’, 그리고 한국의 유경테크놀로지스에서 발표한 초소형 PMP(Portable Multimedia Player)인 ‘빌립(Viliv) P3’, 그리고 LG전자의 풀 터치 휴대전화인 ‘뉴초콜릿폰’ 등이다.

e북은 콘텐츠를 종이책보다 싼 값에 공급할 수 있으며, 굳이 서점에 갈 필요가 없이 네트워크로 책을 받아볼 수 있으므로 편리하다. 또한, 하나의 e북 리더에 수많은 e북 콘텐츠를 저장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언제 어디서나 수백 권의 책을 한 손에 넣고 읽을 수 있다니, 근대 인쇄술의 창시자라는 구텐베르크가 기겁할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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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P(Portable Multimedia Player) 역시 놀라운 변화다. 위에서 언급한 빌림 P3 제품의 경우, 두께는 1cm 이하, 무게는 100g 남짓이지만 720P 고해상도 영화의 재생이 가능하며, 터치스크린 및 Wifi 무선랜 기능을 갖추는 등, 활용성이 높다. 뤼미에르 형제가 세계 최초로 영화라는 것을 상영한 것이 1895년, 그로부터 110여 년 후에 세상은 이렇게 바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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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의 경우, 너무나 잘 알다시피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크게 줄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요즘에는 멀티미디어 감상이나 업무용으로 최적화된 제품도 다수 등장하고 있다. 이 역시 옛날에는 SF의 영역으로밖에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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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많은 업체가 개발한 디지털 소자들이 조합된 다양한 방법으로 조합되어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인텔과 AMD에서 만드는 CPU가 탑재된 PC는 초당 수백억 번의 계산이 가능한 수준까지 성능이 향상되었고, 삼성전자와 LG전자에서 만든 LED 디스플레이 패널은 손가락만큼이나 얇은 3D TV에 탑재되어 안방에서도 입체 영화를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꿈 같은 변화가 현실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디지털 소자 업체들의 노력과 제품 설계자들의 아이디어, 그리고 소비자들의 상상력이 한데 모여 공통된 지향점을 찾았기 때문이다. 20세기 SF영화에서 꿈꾸었던 이른바 ‘환상적인 21세기’가 아직은 실현되지 않았지만, 21세기가 끝나기까지는 아직 90년이나 남아 있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니 희망을 버리기는 아직 이른 것이 아닐까?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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