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 넘는 못 지우는 선 탑재 앱, 이제 지워질까?
[IT동아 강일용 기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은 선탑재 앱이 매우 많다. 제품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60~70개 정도의 선탑재 앱을 탑재하고 출고된다. 애플 아이폰이 27개의 선탑재 앱을 탑재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2~3배 가까이 많다.
선탑재 앱이란 구글, 이동통신사(SKT, KT, LGU+ 등), 스마트폰 제조사(삼성전자, LG전자 등)가 사용자의 편의 또는 자사 서비스 이용자 확대를 위해 스마트폰에 미리 설치해둔 앱을 말한다.
선탑재 앱의 가장 큰 문제는 사용자가 앱을 지울 수 없다는 것에 있다. 사용하지도 않는 앱이 스마트폰의 저장공간과 메모리를 차지해 스마트폰의 퍼포먼스를 저하시키고 있다.
이에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지난 2014년 '스마트폰 앱 선탑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선탑재 앱을 삭제할 수 있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이라 강제성이 없어, 국내 이동통신사와 제조사만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구글은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았다. 구글의 선탑재 앱 대부분은 정지만 시킬 수 있고, 스마트폰에서 삭제할 수 없었다. 루팅 같은 특수한 작업을 거쳐야 선탑재 앱을 삭제할 수 있어서 사용자들은 이를 불편하게 여겼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2일 스마트폰에 설치된 불필요한 선탑재 앱을 사용자가 삭제할 수 있도록 설정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전기통신기기(스마트폰, 태블릿PC)의 기능을 구현하는데 필수적이지 않은 소프트웨어(앱)의 삭제를 제한하거나, 다른 앱의 설치를 제한하는 앱을 설치, 운용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쉽게 말해 법으로 사용자가 선탑재 앱을 삭제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삭제할 수 없는 앱은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현재 삭제할 수 없는 선탑재 앱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얼마나 설치되어 있을까? 스마트폰의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업계에 따르면 평균 20~24개 정도의 앱을 지울 수 없다.
기자가 보유한 갤럭시S7 엣지(SKT, KT)를 통해 삭제할 수 없는 선탑재 앱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봤다. 구글의 선탑재 앱은 총 19개로, 이 가운데 15개를 삭제할 수 없었다. 삼성전자의 선탑재 앱은 총 16개로, 이 가운데 9개를 삭제할 수 없었다. SKT의 선탑재 앱은 총 13개이며 이 가운데 4개의 삭제가 불가능했고, KT의 선탑재 앱은 총 14개이며, 이 가운데 3개를 삭제할 수 없었다.
조사결과 한 스마트폰에서 27~28개의 선탑재 앱을 지울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갤럭시S7 엣지 기준이며, 스마트폰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으니 참고할 것. (갤럭시S7 엣지 등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은 삼성페이, 녹스(KNOX) 등 핀테크와 보안 관련 선탑재 앱을 탑재하고 있어 업계 평균보다 지울 수 없는 선탑재 앱이 많은 편이다.)
지울 수 없는 앱은 세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첫째, 앱 설치를 위한 앱 장터 앱은 지울 수 없었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 삼성전자 갤럭시 앱스, T스토어, 올레마켓 등이 이에 해당한다. 둘째, 인터넷 접속을 위한 웹 브라우저도 지울 수 없었다. 구글 크롬, 삼성전자 인터넷(파이어폭스 기반 모바일 웹 브라우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셋째, 사용자 서비스 지원을 위한 앱도 지울 수 없었다. 모바일 T월드, 올레 고객센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앞의 세 가지에 해당하는 앱을 지울 수 없는 것은 이해가 된다. 인터넷 접속, 앱 설치라는 스마트폰 본연의 기능과 사용자 편의에 반드시 필요한 앱이기 때문. 실제로 세 가지에 해당하는 앱은 사용자의 이용 빈도가 높기에 지우지 못하더라도 불만이 적다.
하지만 사용자가 잘 사용하지 않음에도 지울 수 없는 앱도 눈에 띄었다. 구글의 선탑재 앱의 상당수가 여기 해당한다. 플레이 무비, 플레이 북, 플레이 뉴스 스탠드, 구글 플러스 등 구글의 특정 서비스 관련 앱은 자주 사용하지 않음에도 지울 수 없는 것이 거슬렸다. 반면 이동통신사의 앱은 불필요한 앱이 너무 많다는 과거의 불만을 의식한 것인지 대부분 삭제할 수 있었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 크롬, 구글 나우 등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한 필수 앱이니 개정안의 적용 대상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메일, 유튜브, 구글 플레이나 구글 독스 관련 앱 등은 스마트폰 본연의 기능과 관련 없는 구글의 서비스인 만큼 개정안의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삼성 페이, 녹스 등은 핀테크와 보안이 스마트폰의 필수 기능인지 미래부와 방통위의 판단에 따라 개정안 적용 대상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