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K 게이밍 시대,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IT동아 강형석 기자] 게이밍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 새로운 체험의 길을 열었다면, 4K는 더 세밀한 화질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다른 몰입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풀HD(1,920 x 1,080)나 QHD(2,560 x 1,440) 해상도에서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도 많겠지만 4K를 선택하는 소비자 또한 증가 추세다. 초기 수백만 원을 호가하던 디스플레이가 수십만 원대에 진입하면서 생긴 결과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게이밍 하드웨어(부품)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더 빠른 성능을 갖춘 중앙처리장치(CPU, 프로세서)와 그래픽카드를 앞다퉈 구매하는 것도 앞으로 있을 새로운 게이밍 체험을 위한 준비작업 중 하나라 하겠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있을 4K(또는 VR) 게이밍 시대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초고화질 게이밍 환경, 더 높은 PC 성능 요구해
동일한 화면 두 개를 그려내야 하는 가상현실, 풀HD 해상도의 4배 면적을 처리해야 하는 4K. 두 게이밍 환경 모두 높은 PC 사양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실제 예로 가상현실 기기와 생태계를 구축한 오큘러스는 자사의 제품을 구동하려면 최신 쿼드코어 프로세서와 지포스 GTX 970 그래픽카드 이상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4K 게임 역시 마찬가지로 원활히 즐기려면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요구하는 것은 기본이다.
PC 게임을 끊김 없이 즐겨야 한다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그래픽카드다. 좋은 그래픽카드를 사용하면 실제 체감 성능이 크게 개선되는 이유에서다. 심지어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2개 이상 연결하는 다중 연결 기술을 쓰는 게이머도 있다. 엔비디아 확장 연결 인터페이스(SLI) 기술이나 AMD 크로스파이어(CrossFire) 기술은 자사의 동일 기종 그래픽카드를 여럿 연결해 성능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다.
그래픽카드를 선택할 때, 최상위 그래픽 프로세서를 탑재한 제품일수록 성능이 좋은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그것만큼 중요한 게 있는데, 바로 비디오 메모리(VRAM). 그래픽 처리 데이터를 그래픽 프로세서가 처리하기 이전에 거쳐가는 곳인 비디오 메모리는 해상도가 커질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요구하기 때문에 넉넉할 수록 유리하다.
최근 출시되는 그래픽카드를 보자. 가장 인기 있는 엔비디아 지포스 GTX 970만 하더라도 4GB의 비디오 메모리를 갖는다. 상위 제품군인 지포스 GTX 980 Ti는 6GB에 달한다. AMD도 라데온 퓨리 시리즈에서 4GB, 라데온 390이나 380 등만 보더라도 제품에 따라 4GB에서 8GB의 비디오 메모리를 제공한다.
이는 기존 풀HD 해상도보다 4배 큰 면적을 갖는 4K 해상도이기에 생기는 부분이다. 해상도는 단순히 4배지만 처리하는 데이터 양은 그 이상을 요구하게 된다. 그래픽 프로세서가 여유롭게 처리하기 위해 준비하는 공간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무작정 비디오 메모리가 많다고 해서 4K 해상도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포스 GTX 960의 4GB와 GTX 970의 4GB, GTX 980의 4GB, 용량은 같지만 성능까지 같을 수 없다. 어디까지나 그래픽 프로세서의 성능과 비디오 메모리 사이의 조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래픽카드 다음으로 고민하는 부분이 프로세서다. 인텔 프로세서를 쓸 것이냐 AMD 프로세서를 쓸 것이냐 고민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프로세서를 선택하면 이후 메인보드를 선택해야 하므로 성능이나 가격적인 부분이 반영된다.
인텔 프로세서는 셀러론부터 코어, 코어 익스트림 등 다양한 라인업이 있다. AMD 역시 FX와 애슬론, 가속처리장치(APU) 등 선택의 폭이 넓다. 주요 게임 개발사들은 가상현실 또는 4K 해상도에서 원활히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최신 쿼드코어 이상 프로세서가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인텔 코어 i5 프로세서, AMD FX 프로세서 이상이 해당된다.
프로세서나 그래픽카드도 중요하지만…
흔히 그래픽카드와 프로세서에 집중할 때 놓치는 것이 있다. 바로 저장장치와 메모리 등 주요 부품들이다. 이제 PC는 어느 하나에 집중해서는 성능 향상을 경험하기 어려운 형태가 되었다. 그래픽카드는 고성능이어도 저장장치가 평범한 하드디스크라면 당장 게임할 때에는 모르겠지만 시작할 때와 게임 진입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답답한 로딩 속도에 짜증날지 모를 일이다.
저장장치는 사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에 주목하자. 자기 원반을 돌려 데이터를 읽고 쓰는 하드디스크와 달리 메모리 카드에 쓰이는 낸드 플래시를 탑재한 SSD는 부쩍 무거워진 게임의 무게를 줄이는데 도움을 준다.
과거 SSD는 빠르긴 했으나 용량이 적고 비싸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여러 제품이 등장했고, 관련 기술도 여문 상태. 업계 경쟁으로 인해 일부 240GB 가량의 보급형 SSD는 10만 원 이하에 구매 가능할 정도까지 이르렀다. 일부는 더 빠른 성능을 위해 그래픽카드나 외장 카드 연결을 위한 인터페이스인 PCI-익스프레스(Express)를 활용하기도 한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메모리다. 흔히 램(RAM)이라고 부르는 이 부품은 전원이 차단되면 내부에 저장된 데이터도 사라지지만, 데이터를 무작위로 읽어 처리하기에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PC를 구매할 때 프로세서와 그래픽카드, SSD 등 체감 성능에 영향을 주는 부품을 주로 선택하는 것에 비해 메모리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대하는 일이 많다. PC에서 성능을 끌어내려면 프로세서만큼 메모리 선택도 중요하다.
4K 또는 가상현실 환경에서 게임을 즐길 때, 그래픽 관련 데이터 외에도 프로세서나 소프트웨어 자체에서 처리하는 데이터의 양 또한 상당해 고속 제품이 조금 더 유리하다. 일반 메모리는 표준 규격을 따르기 때문에 일정 속도 이상을 구현하지 않는다. 현재 DDR4 메모리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데, 최대 2,133MHz의 속도를 낸다.
반면, 게이밍 메모리는 2,400MHz 이상 속도를 내고, 일부 3,000MHz 이상인 제품도 있다. 속도가 빠를수록 넓은 대역폭을 갖추고 있어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낸다.
인기 있는 게이밍 메모리는 주로 2,400~2,800MHz의 속도를 내는 제품이다. 이 속도를 가진 게이밍 메모리의 가격이 8GB 모듈 기준으로 4만~7만 원대 사이에 포진해 있어 접근성이 좋은 편으로 평가 받고 있다. 지스킬(G.Skill)이나 커세어(Corsair), 아벡시아(Avexir) 같은 게이밍 메모리 브랜드에서도 해당 속도를 갖춘 다양한 메모리를 선보이는 중이다.
과거 게이밍 메모리는 너무 고가여서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것으로 분류됐었다. 일부는 정해진 작동 속도를 강제로 높여 성능을 끌어내는 오버클럭(Overclock)을 위한 메모리로 치부하기도 했다. 이에 최근 고성능 메모리 제조사들은 선택의 폭을 넓혀나가는 전략을 쓰고 있다.
지스킬을 예로 들자면, 성격에 따라 에이지스(Aegis), 립죠스(Ripjaws), 트라이던트 제트(Trident Z) 등 3개 라인업으로 나누어 출시하고 있다. 입문형부터 보급형, 고급형 등으로 세분화해 다양해진 PC 소비자 입맛에 대응하는 것이다. 이 외에 게이머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자 유명 게임(리그 오브 레전드) 대회에 후원하거나, 국내 시장을 겨냥한 전략 제품을 선보이기도 한다.
초고화질 게이밍 시대, 균형 잡힌 '고성능'에 주목해야
4K나 가상현실 모두 높은 디스플레이 해상도를 바탕으로 게이밍 몰입감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자연스럽게 높은 컴퓨팅 성능이 필요하게 됐다. 과거에는 성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일부 부품만 업그레이드 하거나, 성능이 강조된 일부 부품에 집중한 PC를 구성하는 식으로 게임을 즐겨왔다.
그러나 최근 게이밍 PC 환경은 요령을 부리기 어려운 구조다. 어느 하나만 좋아서는 성능 한계가 있다. 오래된 PC에 최신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연결하면 성능 향상이 있어도 그래픽카드 성능을 100% 끌어낸다 보기 어렵다. 반대도 마찬가지. 뿐만 아니라, 프로세서와 그래픽카드가 원활한 성능을 낼 수 있게 저장장치와 메모리 등 데이터가 가는 길을 잘 닦아 놓아야 한다. 초고화질 게이밍 시대를 누리기 위해 균형 잡힌 고성능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