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D와 HDD, 그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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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를 대표하는 주요 부품으로는 CPU와 메인보드, 그래픽카드, 메모리, 하드디스크(이하 HDD) 등이 있다. 이 중 메인보드는 일반적으로 CPU와 짝을 이뤄 신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기 때문에, 요즘에는 PC에 관심이 많은 고급 사용자 이외에는 별 다른 호응이 없다. 아마도 새로운 CPU가 나오면 당연히 메인보드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말 다양한 종류의 CPU 소켓과 그에 따른 메인보드가 존재한다

메모리도 메인보드에 종속적이기에 마찬가지다. 메인보드가 DDR2만 지원한다면 그에 맞는 메모리를 구입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CPU는 인텔과 AMD 양사를 통해 항상 새로운 프로세스 기술과 성능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으며, 그래픽카드 역시 엔비디아와 ATI 양사에서 기술경쟁을 벌이며 화려한 3D 세상을 발전시키고 있다. 이들 4개 부품(CPU, 메모리, 메인보드, 그래픽카드)는 신기술,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사용자의 지갑을 위협하곤 한다.

CPU와 메인보드 가격만 200만원이 넘는 프리미엄 프로세서 인텔 코어 i7(좌), 2중 그래픽 카드 연결로 3D 성능을 배가시키는 엔비디아의 SLI 연결(우)

하지만 이에 비해 HDD는 5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디스크의 용량과 회전속도(RPM), 그리고 내부 버퍼 메모리의 용량증가 외에 주목할만한 신기술이 발표되지 않았다. 사용자도 넉넉해진 디스크 용량에만 만족할 뿐, 그 이상의 기술 발전은 기대하지 않는 듯하다(HDD와 SSD의 구조와 기본 동작 원리에 대해서는 하단의 관련 기사 참조). 그럼 정말 HDD 분야는 용량 증가 이외의 기술 발전은 불가능한 걸까?

아마도 'SSD'가 개발되지 않았다면, 정말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SSD는 'Solid-State Disk'의 약자로 우리말로 하면 '고체 소자 디스크'쯤이 되는데, 영 낯익지 않으니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SSD'라고 하겠다. 그럼 '고체 소자'라는 게 뭘 의미하는 걸까? 그렇다면, 그 동안의 HDD는 무슨 액체였었나?

'Solid-state'란 전자공학에서 말하는 '트랜지스터 같은 반도체를 사용한 전기적 장치'에서 유래되었다. 즉, SSD는 기존 HDD의 원형 디스크가 아닌 메모리와 같은 반도체를 사용하여 HDD 형태로 만든 저장장치다.

SSD와 일반 HDD의 일반적 특징 비교
HDD(HDD) 솔리드 디스크(SSD)
작동 방식 원형 디스크를 사용한 기계적 동작 메모리를 사용한 전자적 동작
저장 용량 수백GB ~ 수TB 급 수십 ~ 수백GB 급
소비 전력 평균 8W 평균 1W
제품 무게 평균 600g 평균 75g
발생 소음 평균 25dB 0dB
기본 성능
(이론적) 읽기: 최대 80MB/s
쓰기: 최대 60MB/s 읽기: 최대 250MB/s
쓰기: 최대 70MB/s

일반 HDD(좌)와 SSD(우)의 내부 차이

자, 이제부터는 실제로 일반 HDD와 SSD가 어느 정도 성능 차이를 보이는지 간단하게 확인해보겠다. 앞서 언급한 대로 SSD는 메모리로 전기적 동작을, HDD는 원형 디스크로 기계적 동작을 수행하는 장치이며, 이에 따라 여러 가지 차이점이 생긴다.

성능 테스트 컴퓨터 기본 환경
PC 모델 TG삼보컴퓨터 드림시스 MFVR + MS Windows XP Pro SP3
PC CPU 인텔 코어2 쿼드 Q6600 2.4GHz
PC 메모리 2GB DDR2
원본 HDD 씨게이트 ST3250310AS(250GB), S-ATA 방식
대상 SSD 인텔 X25-M G2(80GB), S-ATA 방식
대상 HDD 웨스턴디지털 WD3200Js(320GB), S-ATA 방식
복사 테스트파일 약 4GB 15개 파일 복사/이동
파일 압축/해제 테스트 이스트소프트 알집(약 540MB) 1,000개 사진 파일 압축/해제
디스크 성능 테스트 HD Tune 2.5

먼저 HDD의 테스트 프로그램 중 하나인 'HD Tune'을 통해 이론적인 성능 수치를 확인하겠다. 이 HD Tune은 HDD에 일정한 데이터 부하를 주면서, 데이터에 접근하는 속도와 읽는 속도 등을 테스트한다.

HD Tune 테스트 결과: 일반 HDD - 웨스턴디지털 WD3200JS 320GB S-ATA 연결

HD Tune 테스트 결과: SSD - 인텔 SSD X25-M G2 80GB S-ATA 연결

HD Tune 테스트에서는 SSD의 성능 중 읽기 속도는 일반 HDD에 비해 4배 정도 빠른 결과를 보이고 있다. 또한 그래프 기록 수치에서 알 수 있듯이, SSD는 데이터 평균 전송률(Transfer Rate – Average)는 3배 정도, 데이터 접근(Access) 시간은 150배 이상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파란색 그래프는 데이터 전송률을, 노란색 점은 접근시간을 의미한다(SSD의 접근 시간은 0.1ms 수준이라 그래프 상에서는 제대로 표기가 안되고 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아날로그 방식'의 기존 HDD와 '디지털 방식'의 SSD는 큰 성능 차이를 보여준다.

또 다른 측정 프로그램인 'AIDA32'를 통해서도 측정해보자.

AIDA32 테스트 결과: 일반 HDD - 웨스턴디지털 WD3200JS 320GB S-ATA 연결

AIDA32 테스트 결과: SSD - 인텔 SSD X-25M 80GB S-ATA 연결

AIDA32 테스트 프로그램 결과에서 주목할 것은, 성능 수치 이외에도 일반 HDD는 시간이 지날수록 전체 성능이 조금씩 하향세를 보이는 반면(성능 감소), SSD는 측정 시작부터 완료까지 일정한 성능을 보여준다(성능 유지). 그만큼 SSD가 기존의 HDD에 비해 안정적이며 균일한 성능을 보여준다는 의미이다.

이제 측정 프로그램의 이론적인 수치 말고, 실제로 PC에서 파일 작업을 수행하며 소요되는 시간을 측정해보자. 테스트 방식은 그리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다. 동일한 컴퓨터에 일반 HDD(S-ATA)와 SSD(S-ATA)를 각각 장착한 후, 영화 2~3편에 해당하는 약 4GB 정도의 파일을 각 디스크에 복사하는 테스트를 순차적으로 진행했다.

● 일반 HDD → 일반 HDD 복사 테스트(5회 수행 평균 소요 시간, 초)
● 일반 HDD → SSD 복사 테스트(5회 수행 평균 소요 시간, 초)
● SSD → SSD 복사 테스트(5회 수행 평균 소요 시간, 초)

파일 압축 테스트는 1,000개의 사진/이미지 파일(총 540MB)을 압축(즉 복사)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으며, 테스트 형태는 아래와 같다(압축 프로그램은 '알집'을 사용했다).
● 일반 HDD → 일반 HDD 압축 테스트(5회 수행 평균 소요 시간)
● 일반 HDD → SSD 압축 테스트(5회 수행 평균 소요 시간)
● SSD → SSD 압축 테스트(5회 수행 평균 소요 시간)

실질적인 파일 테스트에서는 기대치보다 하향된 결과가 도출됐다. 그래프를 보면, 일반 HDD에서 일반 HDD/SSD로 복사, 압축하는 작업은 그리 큰 성능 차이를 보이지 않는 걸 알 수 있다. 이는 아마도 일반 HDD와 SSD의 쓰기 성능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데서 비롯한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이에 비해 SSD간 복사/압축 작업은 일반 HDD에 비해 체감할 수 있을 만큼 성능 향상을 보여준다. 아무래도 읽기 성능이 일반 HDD에 비해 월등히 빠르기 때문이라 판단할 수 있을 텐데, 결국 SSD는 운영체계를 설치해 메인 디스크로 사용하지 않는 이상 그리 현저한 성능 향상은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가 되겠다(이 때문에 일부 노트북이나 넷북에는 저용량 SSD를 적용한 제품도 있다).

128GB의 SSD를 탑재한 HP ProBook 5310m-VT174PA

자 그럼 이번에는 포토샵 이미지 파일을 몇 개 불러오며 성능을 확인해보자. 파일은 개당 약 200MB짜리 psd 파일이며 모두 5개, 총 1GB의 파일을 포토샵에서 불러오는 방식이다. 일반 HDD와 SSD를 차례로 연결한 다음, 파일 열기를 시작으로 불러오기 작업 완료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측정했다(이 역시 5회 테스트 후 평균 소요 시간(초)을 기록했다).

일반 HDD와 SSD에서 포토샵으로 이미지 파일 불러오기

결과 그래프에서 보듯 파일 불러오기 작업은 역시 SSD가 높은 성능을 보이긴 한다. 포토샵 파일을 여는데도 20여 초 이상 차이가 날 수 있다면, 하루 24시간 시종일관 이미지 파일을 열어야 하는 사용자들에게는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20초 정도의 시간 단축으로 10배 정도의 가격 차이를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즉, 가격대비 성능이 썩 좋지는 않은 셈이다.

앞선 성능 테스트의 결과를 종합해보면, 분명 SSD는 일반 HDD에 비해 쓰기 성능, 특히 읽기 성능이 뛰어나다. 빠른 데이터 입출력 속도가 중요한 환경이라면 그 장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겠지만, 80GB 용량이 35만원 대라는 가격의 장벽(2010년 2월 기준)이 아직은 크게 느껴진다(물론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겠지만).

SSD는 빠른 데이터 입출력 속도 외에도 몇 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작은 메모리 칩을 사용하므로 일반 HDD에 비해 전체 크기도 작고 무게도 훨씬 가볍다. 내구성도 두말 할 나위 없다. 이리 던지고 저리 던져도 데이터 오류는 전혀 없다. 미세한 충격에도 디스크 또는 데이터에 손상이 가는 일반 HDD에 비한다면 그야말로 '강철 저장장치'라 하겠다.

요즘은 일반 HDD도 소음 문제를 많이 해결하여 '저소음'임을 강조하는 제품이 나오고 있지만, SSD는 소음을 유발하는 회전 동작 같은 것이 전무하기 때문에 '저소음' 정도가 아닌 '완전 무소음'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런 디스크가 노트북이나 데스크탑 PC에 장착된다면 이전보다 한결 조용한 작업 환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회전 동작이 없기에 발열도 거의 없다.

다양한 업체의 다양한 SSD

사실 이 모든 장점이 SSD의 미래를 환히 밝혀 준다 해도, 가격적인 부담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사용자의 호응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테스트에 사용한 80GB SSD의 경우만해도 30만원을 가볍게 넘긴다. 물론 일반적인 가정용 PC라면 80GB로도 크게 부족하지 않겠지만, HDD 하나에 PC 본체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는 건 일반 사용자에게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다 안정적이고 강력한 데이터 입출력 성능이 필요한 업무/기업 환경에서라면 일반 HDD(S-ATA, SCSI)를 밀어내고 '주전' 자리를 꿰찰 수 있는 확실한 '에이스'라고 생각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제품이라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또 수요가 많아질수록 가격은 떨어지기 마련이니, SSD가 머지 않아 주류로 자리잡을 것을 예상하면서 좀더 기다려봐야 하겠다.

글 / IT동아 이문규(munch@gamedong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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