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롬이 이겼고 IE는 졌다

강일용 zero@itdonga.com

[IT동아 강일용 기자] 지난 1월, 마침내 구글 크롬이 MS 인터넷 익스플로러(IE)를 제치고 전 세계 웹 브라우저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단순히 1위 웹 브라우저가 교체된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20년간 인터넷을 지배했던 MS와 IE가 구글과 크롬에게 패배했음을 뜻한다.

IE vs 크롬
IE vs 크롬

웹 브라우저의 통계를 내는 시장조사기관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넷마켓섀어와 스탯카운터다. 넷마켓섀어는 사용자(UV)를 기준으로 통계를 내고, 스탯카운터는 트래픽(PV)을 기준으로 통계를 낸다.

트래픽을 기준으로 크롬은 IE를 넘어선지 오래다. 스탯카운터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2년 5월 이후 크롬은 IE를 제치고 트래픽 기준 웹 브라우저 시장 1위다. 지금까지 크롬이 IE를 넘어섰다고 나온 기사는 모두 이 조사결과를 인용한 것이다.

사용자는 여전히 IE가 더 많았다. 넷마켓섀어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작년까지는 IE가 여전히 시장의 지배자였다. 일부 헤비 유저(인터넷을 오래 이용하는 사용자군)는 크롬을 선호했지만, 사용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라이트 유저(인터넷을 적게 이용하는 사용자군)는 IE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IE가 아직은 1위라는 기사는 이 조사결과를 참조한 것.

하지만 IE의 사용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결국 2016년 1월 상황이 역전되었다. 넷마켓섀어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크롬이 36.61%를 차지해, 35.11%를 점유한 IE를 제치고 웹 브라우저 시장 1위에 올랐다. 크롬 사용자가 IE 사용자보다 더 많아졌다. 크롬이 사용자와 트래픽 두 가지 기준을 모두 만족하는 진정한 웹 브라우저 시장 1위가 된 것이다.

구글이 잘했고, MS가 못했다

변화는 왜 일어난 것일까. 사실 이유는 간단하다. 구글이 잘했고, MS가 잘못했기 때문이다.

구글은 '사용자 중심으로'라는 서비스와 플랫폼의 기본 전략에 충실했다. 구글은 인터넷 사용자의 요구를 파악한 후 빠르고, 가벼우며(이제는 아니다), 웹 표준을 준수하는 웹 브라우저를 개발했다. 사용자 환경은 매우 간결했다. 설정 메뉴에선 인터넷 사용시 필요한 것만 한 눈에 파악하고 조작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고급 기능 지원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모든 고급 기능에 접근할 수 있는 명령어도 공개했다. 웹 개발자를 위해 디버깅 도구도 풀려 있었다. 웹 브라우저에 확장 프로그램을 설치해 사용자 취향에 맞는 다양한 부가기능을 추가할 수 있게 했다. 시대에 뒤떨어진 웹 기술은 빨리빨리 지원을 끊어버렸다. 이것이 바로 크롬 웹 브라우저다.

성급해하지 않고 멀리 내다봤다. 2008년 연말 크롬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에는 큰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사람들은 IE는 커녕 형제 뻘인 파이어폭스도 넘어서기 힘들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구글은 크롬을 꾸준히 개량하며 사용자들을 차근차근 끌어들였다. 끌어들인 사용자들은 크롬의 매력에 빠져 다른 웹 브라우저로 이탈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높은 충성도를 바탕으로 나름 세를 불려나가던 크롬에게 모바일 시대는 호재로 작용했다. 모바일 시대에 맞춰 웹 표준의 중요성이 대두되었고, 웹 표준을 지키지 못하는 구형 IE는 시장에서 퇴출되었다. 이렇게 퇴출된 구형 IE 사용자들 가운데 일부가 크롬으로 흘러들어왔다.

구글은 크롬의 성공을 매우 높게 평가했다. 크롬을 통해 단순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였던 구글은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로 거듭났다. 이 공으로 크롬 웹 브라우저 프로젝트를 지휘한 순다 피차이는 크롬 및 안드로이드 담당 부사장에 이어 구글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르게 된다.

MS는 안이했다. IE의 시장점유율이 90%를 넘던 시절 성공에 취해 IE 업데이트를 소홀히했다. IE 버전업에 3~5년 정도 걸리기 일쑤였다. 2010년에 들어 경쟁자의 약진이 눈에 띄자 부랴부랴 1~2년 단위의 업데이트를 진행했지만, (속된 말로) 자고 일어나면 성능이 강화되어 있는 경쟁자들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쓸모없는 과거(레거시) 기술을 모두 쳐내며 빠르게 변하고 있었던 경쟁자와 달리 과거 기술 지원에 목매며 변화에 느리게 대응했다.

전략도 크게 잘못되었다. MS는 IE를 윈도우에 속해 있는 부속품 정도로 여겼다. 새로운 윈도우에 새로운 IE. 이것이 MS의 기본 전략이었다. 윈도우가 세상을 호령하고, IE의 적수가 없던 시절에나 통할법한 낡은 시장지배력 유지 전략이다. 구 버전 윈도우를 이용하는 사용자는 새 IE를 이용할 수 없다. 때문에 구 버전 윈도우 사용자들에겐 경쟁 웹 브라우저로 이탈한다는 선택지 밖에 남지 않았다. 이탈한 사용자들은 운영체제를 업그레이드하더라도 IE로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MS가 사용자들에게 IE를 떠나라고 떠민 것이나 다름 없다.

안타깝게도 이 전략은 지금도 IE와 엣지(IE를 대체할 MS의 차세대 웹 브라우저)를 옭아매고 있다. IE를 대체하기 위해 새롭게 개발한 엣지는 MS의 차세대 운영체제 (라고 말하기엔 좀 오래되었지만) 윈도우10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사용자들은 윈도우7에선 여전히 IE11을 이용해야 한다. 엣지에 밀려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지도 않는 IE11을 말이다. 새 기능을 원하는 사용자들은 결국 크롬같은 경쟁 웹 브라우저로 떠날 수밖에 없다.

MS는 빌드2016(MS의 개발자회의) 컨퍼런스를 통해 윈도우10이 탑재된 기기가 2억 7,000만 대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윈도우7을 뛰어넘는 놀라운 보급율이다. MS의 윈도우 전략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MS는 윈도우10이 보급되면 보급될 수록 엣지의 사용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여긴 모양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 반대였다. 엣지는 눈에 띌만큼 보급되는데 실패했다. 넷마켓섀어의 조사결과를 분석하면 엣지의 점유율은 1.5%를 간신히 넘는 수준이다. 반면 크롬은 IE의 점유율을 매월 3~4%씩 빼앗아 오고 있다.

넷마켓섀어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크롬의 점유율은 40.79%, IE는 31.16%다. 엣지는 4.6%에 불과한 기타에 포함되어 단독으로 집계되지도 않는다. MS는 졌다. MS의 인터넷 전략은 실패했다. 지금이라도 변해야 한다. 구글을 따라해야 한다. 사용자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 IE와 엣지를 윈도우의 부속물로 여기는 전략도 포기해야 한다. IE11에 새 기능을 추가해야 하고, 엣지를 윈도우7을 포함한 구형 윈도우에서 사용할 수 있게 공개해야 한다. 엣지에 추가하기로 약속한 확장 프로그램 기능도 더욱 빨리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떨어져나가는 사용자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다.

(물론 앞에서 설명한 것은 먼나라 얘기다. 대한민국 인터넷 환경은 '액티브X'에 의존하는 특성 때문에 여전히 IE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하지만 크롬이 대한민국 인터넷 환경에 안착하는 것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크롬의 점유율이 6개월 단위로 3~4%씩 늘어나고 있다. 작년 하반기에는 크롬의 점유율이 12.07%에 달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내로 크롬의 점유율이 20%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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